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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천재지변이 시로헤비와 몬붕이가 살던 곳을 덮치는 거지


  몬붕이가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자기 다리 두 쪽이 못 쓰게 된 걸 알게 된거지


 근데 못 쓰게 된 두 다리보다 자기 여친인 시로헤비가 주변에 없다는 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와


 뉴스나 기사를 찾아봐도, 휠체어를 이끌고 온 동네를 돌고 전단지를 돌려도 여친 소식을 알 수가 없는거야


 시로헤비 부모님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게 애초에 몬붕이와 시로헤비는 같은 고아원에서 자랐거던


 당연히 17년동안 같이 지냈는데, 자신이 원장선생님 다음으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인데, 


 몬붕이는 죽었을 테니 포기하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믿을 수 없는거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죽었을 게 뻔하지만 마음으로는 포기가 안 됐어.


 겨우 10년이 지나서야 그녀가 죽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어. 이미 법적으로 사망처리되기도 했고.


 몬붕이는 허전했어. 나무가 부러지고 밑동만 남았거든. 


 몬붕이는 밑동만 남은 나무를 잊기 위해 다른 나무를 심었어. 그냥 나두기에는 너무 괴로웠기에.



 새로운 나무는 자신을 돌봐주던 라미아 간호사. 


 몬붕이는 5년 전에 자살하려 했었어. 1년, 2년 - 해를 넘길수록 죄책감이 심해졌어. 자신만 살아있다는게 너무 괴로워서 -물론 마음 한 켠에는 부러진 나무를 정리하진 않았지만- 죄책감에 몸이 무너지고 말았어.




 눈을 떴을 땐 시로헤비가 아닌 자신을 돌봐주던 라미아가 꼬리로 자신의 다리를 잡은 채 울고 있었어. 몬붕이는 임자있는 사람에게 지금 뭐하냐고 물었어.


 라미아도 똑같이 뭐하냐고 물었어. 사랑하는 사람 생각 안 하냐고.

 

 그 사랑하는 사람 이제는 없는데, 내가 어떤 낯으로 살아가냐, 놔라 라며 몬붕이는 화를 냈어.


 그러자 라미아는 그 사람 죽은 거 직접 보지도 않았으면서 왜 포기하려 하냐,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여기 있는데 내 생각은 안 하냐 라고 말했어.



 몬붕이는 라미아의 고백에 당황했어. 자신이 봐도 자기는 변변찮았기에. 부모님도 없고 재산도 많지 않았고, 심지어 두 다리도 없었으니까.


 몬붕이는 그녀의 고백을 거절했어. 아직 나무를 치우지 못했기에. 


 그러자 라미아는 말했어. 5년만 더 같이 찾아보자고. 그 후에 잊지 못했으면 자신은 포기하겠다고.


몬붕이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어. 혹시나 하니까. 살아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찾을 수 없었지. 왜냐고? 살아있었으니까.



 물론 시로헤비도 정상은 아니었어. 남자가 두 다리를 잃은 것 처럼 시로헤비도 기억을 잃었거든.


 몸은 다친 데가 없어서 간단한 진료를 받았지만 머리는 기억을 상당히 잃어버렸어. 자신의 이름도 몬붕이의 존재도.


 아이러니한 건 그녀는 이 일로 부모님을 만나게 되었어. 그녀는 퇴원이 몬붕이보다 빨라서 대피소로 보내졌는데 그녀의 부모님도 자연재해 때문에 그 대피소에 있었던 거야.


 그렇게 십 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몬붕이와 라미아는 결혼 신고를 올리고 신혼여행을 떠났어. 


근데 하필 그 여행지가 시로헤비가 사는 곳이었어.


 


 ...

그렇게 시로헤비는 자신의 남친과 라미아가 손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게 돼.


그리고, 영화처럼 

시로헤비의 기억이 돌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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