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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진아~”

 

 경제학 강의가 끝나고 강의실 밖으로 나오자 날 기다리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검은 긴 생머리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청순한 미인이하연.

 

 자랑스럽게도 그녀는 내 여자 친구다.

 

 하연아강의 벌써 끝난 거야?”

 

 교수님이 조금 바쁘셨나봐평소보다 일찍 끝난 거 있지?”

 

 덕분에 일찍 만나 좋다며 하연이는 헤시시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내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긴장을 풀면 꼴사나운 얼굴이 되어버릴 것 같다.

 

 하연아 점심 뭐 먹고...”

 

 또 떨어졌잖아니가 이거 오른다며?”

 

 강의실 안에서 들린 고함소리에 내 목소리가 묻혀버렸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고함 소리가 난 곳으로 돌아봤다.

 

 머리를 샛노랗게 물들인 양아치 같은 여자가 찐따 같아 보이는 놈 하나를 갈구고 있었다.

 

 아니.. 나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 오른다고는...”

 

 그게 그거지 개새꺄내 돈 어쩔 거야알바 개 빡세게 해서 번 돈이라고.”

 

 입 더럽네.’

 

 험한 말 절대 못하는 하연이와는 다르게.

 

 쟤 이름이 금태연이랬나

 

 질 나쁜 애들이랑 어울린다는 소문이 도는 애였다

 

 매일 지각해서 교수님한테 호명되는 녀석이다 보니 이름을 외워버렸다.

 

 좀 조용히 말할 것이지.’

 

 지들끼리 말하면 안 되나왜 굳이 소리를 쳐서 주변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거야.

 

 왜 저렇게 화난 거야?”

 

 하연이는 금태연이 화난 이유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풀어줄 수 있으면 풀어줄 생각인건가

 

 역시 하연이는 착하다니까너무 착해서 걱정이지만...

 

 저러다 이상한 놈들한테 끌려가는 건 아닐지 남자친구로서 항상 걱정이었다.

 

 .. 비트코인이나 그런 거 때문 아닐까?”

 

 ...”

 

 하연이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트코인이면... 도박 같은 거 말하는 거지그런 건 왜 하는 걸까... 그냥 그 돈을 모으면 될 텐데.”

 

 하연이는 불쌍하다는 눈초리로 금태연을 쳐다봤다

 

 한심하다고 비웃는 게 아닌 정말로 연민을 느끼는 눈초리였다.

 

 성실한 그녀로선 이해할 수 없는 거겠지.

 

 나는 피식 웃고서 하연이의 손을 잡았다.

 

 그보다 우리 밥 먹으러 가자뭐 먹고 싶...”

 

 김하진너 아직 안 갔었냐?”

 

 ?”

 

 뭐야 얜 또 언제 왔데

 

 어느새 금태연이 내게 다가와 있었다.

 

 잘 됐다나 밥 좀 사줘.”

 

 “...내가 왜?”

 

 친구 좋다는 게 뭐냐밥 정도는 사줄 수 있잖아?”

 

 갑자기 뭔 소리야내가 언제 너랑 친구가 됐냐?”

 

 같은 학년이고 같은 강의 들으면 친구지 뭐쪼잔 하게 왜 그래?”

 

 ?”

 

 쪼잔 이라니

 

 울컥한 나는 금태연에게 뭐라 말하려다 무심코 그녀의 옷차림에 눈이 가고 말았다.

 

 몸에 쫙 달라붙는 하얀 반팔과 허벅지 대부분을 드러내는 돌핀팬츠.

 

 두 가지 조합은 그녀의 색정적인 몸매를 여실히 드러내게 만들었다.

 

 쪼잔 이라니...”

 

 덕분에 나는 고개를 돌리며 작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하연이와 맞잡은 손에서 작은 압박감이 느껴졌다.

 

 미안해 하연아!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다시 금태연을 쳐다봤다

 

 금태연은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씩 웃고 있었다.

 

 근데 옆에는 여친?”

 

 그래너랑은 다르게 아주 착하고 예의바른 내 여친.”

 

 안녕난 이하연이라고 해.”

 

 하연이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그러나 금태연은 인사를 받기는커녕 흐음...’거리며 하연이를 훑어봤다.

 

 좋은 여친이네새끼 복에 겨웠구만.”

 

 당연하지.”

 

 그럼 밥 좀 사.”

 

 아니그게 왜 그렇게 되냐애당초 내가 너한테 밥을 살 이유가...”

 

 새꺄내가 너한테 그냥 얻어먹기만 하겠냐?”

 

 찰싹.

 

 금태연이 내 등을 때리더니 갑작스레 어깨동무를 했다

 

 얘 갑자기 왜이래?! 당황한 나는 그녀를 밀쳐내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내 어깨를 휘감은 팔에 힘을 주며 몸을 가까이했고 그녀의 가슴이 내 팔에 닿고 말았다.

 

 처음 느껴보는 가슴의 말랑함에 내 정신은 아찔해지고 말았다.

 

 니가 맛있는걸 사주면 나도 맛있는걸 줄게어때?”

 

 그녀는 그리 말하곤 내 허벅지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닿을 듯 말 듯 한 그녀의 손길에 그만 내 쥬지가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안 돼!

 

 무슨...!”

 

 나는 금태연을 밀쳐내려 했다그러나 내가 손쓰기 전에 그녀는 이미 내게서 떨어졌다.

 

 밥 사줄 마음 생기거든 전화해라~”

 

 금태연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나는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황망하게 쳐다봤다.

 

 뭐 저런 게 다 있냐?”

 

 섹스어필을 저렇게 당당하게 하다니너무 문란한 거 아니야!?

 

 욕도 그렇고 차림새도 그렇고.

 

 쟤가 우리 순진한 하연이의 반의반만이라도 닮으면 좋을 텐데

 

 쯧쯧나는 마음속으로 혀를...

 

 아 씨발.”

 

 하연아?

 

 방금 들은 소리가 믿을 수 없어 하연이를 향해 돌아봤다.

 

 하연이는 내 사타구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 이 씨발설마 섰냐?”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