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99일차 목표금액 달성


장부에 이 마지막 말을 적음과 동시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제는 뭘 해야 하는 걸까


고작 3달 조금 넘는 시간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이젠 뭘 해도 질려버렸다








풀빵찍듯 도시락을 만들던 노예들을 하나씩 불러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반가운지 배실배실 웃는 모습을 보며 복잡스런 감정이 들었다


비록 지금껏 잘 대해준적도 없는데도 보면 웃는다

지금까지 그녀들이 힘내주지 않았다면 날짜 안에 맞추기 힘들었을 정도로 의존했으면서도


쉬지도 못한채 이 잿빛 조교관에서 착취시켜버리고서 그녀들의 웃음을 볼 자격이 있는걸까





육아방에 누운 서너명의 노예들은 내가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듯 몸을 일으켜 다가오려한다

그렇지만 아직 몸이 망가진채, 실제로 올 수 있는 아이는 없다


볼록하게 부푼 배 안엔 새 생명이 있는걸까


이 끔찍한 곳에서 태어날 아이는 행복할리가 없지




그럼에도 그녀들은 슬퍼하지 않았다

자길 가두고 핍박하는 사람의 씨로 생긴 불행한 아이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녀들 스스로는 원했다고 말하지만 그게 정상적인 사랑일까 아니면 괴로운 현실로부터의 도피일까


하나 확실한건 그녀들이 슬퍼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조교실에 소복히 쌓인 먼지를 털어냈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방 안엔 제법 푹신한 침대가 놓여있다


다른 방에 놓인 침대는 이거보다 딱딱하고, 개중에 심한 방은 나무판자만 올라가있던 방도 있으니까


그래도 이런 기분 나쁜 방에서 자고 싶진 않았으니 그런 망가진 침대라도 좋았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 침대가 마음에 안 든 모양이었었다



맨날 침대 바꾸자고 졸라대는 탓에 나중가선 깃털 몇 개라도 올려두긴 했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





집 앞 텃밭엔 그럭저럭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원래 허브밭이었지만 영 시원찮아서 갈아엎고 텃밭으로 개조했다


그래도 다 자라는건 보고 끝날줄 알았는데





주머니 속에 얼마간의 돈이 남았다

그나마도 오늘 장 보고 오니 거의 안 남았지만




한명 한명, 내 방으로 불렀다

뭐가 좋은지 히히덕대며 최대한 야하게 차려입고 온 그녀들은 내가 건낸 옷을 받아들고는 깜짝놀란 눈치이다

이 99일동안 선물을 준 적이 없으니 당연하긴 하다




기쁜 표정으로 새 옷을 차려입은 아이들은 어린 애마냥 신나서 거울앞을 계속 맴돈다



하나하나 양 어깨를 붙들고 둘이서 나갔다 오자  하고 집 밖을 나서면 온 몸이 새빨개져선 바보처럼 웃어댄다



어둑한 밤중에 둘이서 걷는 숲 길은 생각보다 낭만적이었다


마을까지, 신사까지, 절까지, 동굴까지, 산까지


갖은 곳으로 떠난 여정의 끝엔 그녀들의 집이 있었다



의아해하는 그녀들에게 자유를 선물해주면 얼떨떨해 하다가 정신을 차리곤 내 옷깃을 잡아끈다

그렇지만 그녀들의 제안은 받아들일수 없다


아쉬운듯 내일 또 찾아가도 되냐는 질문에 그러지 말라고 대답해준뒤 집으로 돌아간다






오랜만에 느끼는 정적이 집 안에 감돈다

항상 분주하던 부엌은 깔끔히 정리되어있었다


솥엔 누가 만든지 모르겠는 요리들이 한 가득이었다


가끔씩 가져와 입에 넣어줄땐 참 좋았는데




육아실엔 그녀들이 미처 챙기지 않고 떠난 일기도 놓여있었다



하나같이 거짓말 투성이였다, 기쁠리가 없는데
분명히 오랫동안 갇혀있던 탓에 마음이 심란해진 탓이겠지...






각자의 못 챙긴 짐은 상자에 넣어 방마다 넣어두었다

텃밭은 그럭저럭 잘 자랐고, 먼지는 치웠고
책은 처분했으니까

나중에라도 처분하면 지금껏 가둬둔 나날에 대한 약간의 보상은 되겠지




ㅡㅡㅡㅡㅡㅡㅡ





신사가 조용하다



가운데 놓인 작은 궤짝을 보고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날 이 곳에 떨어졌던 그는 그 집에 갇혔고, 그에게로 우리는 팔려갔다


한껏 괴롭히고 울려서, 저속하게 만들고, 팔아치워버리겠다던 그 말과 달리

그는 우리에게 손도 얼씬 안했다


그저 가끔가다 같은 방에 앉혀놓고 수다나 떨다  돌려보낸다


하루종일 도시락만 만들게 시켜놓고 자기도 그걸 팔러 한참 뛰어다녔다



99일간의 생활중에 그가 쉬는 날은 없었다


다만 밤마다 외로워 찾아간 그의 방 안에서 몰래 사랑을 나누기도 했고 개중에 결실을 맺은 사람도 있지마는

그가 스스로 손댄 적은 없었다


야속하게도 조금씩 싹튼 연정을 그는 우리가 이상해진거라고 치부했다


그는 우리에게 따뜻함을 선물했고
무책임하게 떠나버렸다



어쩌면 그는 우리가 싫고 미웠던걸까



아니, 그렇진 않을것이다



언젠가 인연이 되어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평범하게 사귈수있을까




그러한 생각을 느끼며 우울한 연회를 마쳤다


ㅡㅡㅡㅡㅡㅡㅡㅡ




1. 항상 중간 과정을 날려먹는 나쁜 버릇이 있는데, 거길 생각하고 글을 쓰는걸 자꾸 안해

2. 잠을 2시간 자면 강제로 깨버림
홍진호의 저주인가


3. 무거운 분위기 만들면 글 못쓰는거 알면서 왜 자꾸 쓴거지
그냥 평소대로 뽕빨물 쓰면 될것을

4. 구상은 쓰고 있으니안심하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