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 사람들 다 다니는 주차장에서 고양이 밥을 주면 어쩌잔 겁니까. 보세요, 먹이통 옆에 있던 제 차 긁은 거. 이거 어떻게 책임지실거냐고요?"


저 멀리 고양이 사료를 들고 지나가던 아주머니에게 소리치자, 아주머니는 두 눈을 부릅 뜨며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미안해 총각, 내가 생각이 짧았어."


나에게 아픈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사과하셨다.


"고양이들이 차 긁는걸 생각못하다니, 역시 늙으니까 머리가 굳네 굳어. 수리비는 얼마쯤 나와?"


"아주 사방팔방을 다 긁고 오줌까지 싸갈겨서 아무리 낮게 잡아도 최소 몇십은 나올 거 같습니다."


"그래, 잠시만 기다려, 이것만 놓고 현금으로 바로 줄게. 그리고 두번 다시 이런 일 없을테니 걱정마. 이 애들 밖에서 밥 주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거든. 내일 정식으로 반려동물 등록이랑 인식칩 박고 집에서 키울 거야. 먹이 주던 애들 모두 다."


"집에서요?"


"응, 이웃들중에 알레르기 있거나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 있는지 확인 했고, 밤에 안 시끄럽게 훈련사 선생님 불러서 훈련도 시키고 중성화도 할 예정이야."


아주머니는 그 뒤 고양이들 때문에 생긴 피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며, 주차장에 밥그릇과 고양이가 남긴 얼룩과 흔적들을 전부 치우고 나에게 현금봉투를 주셨다. 


허나 여전히 마음이 불편하셨는지, 자기 때문에 점심시간도 놓쳐서 어떡하냐며, 이거라도 먹으라고 하시면서 싸이버거 세트 기프티콘을 선물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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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가 주신 기프티콘을 쓰러 버거가게로 가다가, 저 멀리서 큰 소리를 내는 시위대가 보였다.


멀어서 잘은 모르겠으나 다들 단발머리고, 커다란 현수막엔 페미란 단어가 적힌 거 같다.


"여.. ....을 위하여!"

"한..남...페미니스트..!"

"...여성... 차별과 억압.. 대한민국 망해라!"


"에이씨, 길 막히고 시끄럽게..."


돌아서 가려 했으나 이미 인파들로 막히는 길 때문에 돌아갈 수 없었고, 결국 시위대가 있는 길로 갔다.




"여성을 위하여! 남성을 위하여! 모두가 평등한 대한민국!"

"한국 남자 억압하는 패미니스트 몰아내고 진정한 평등을! 차별의 뿌리를 뽑아버리자!"

"비상식적인 여성 우대 그만하자! 비논리적인 성차별과 억압 그만두자! 우린 그런 것 없어도 된다! 필요한 건 제대로 된 이해! 문학에 여성가산점 따위 붙이는 대한민국 망해라!"



시위 내용은 성별갈등이나 차별을 없애고 남녀 모두의 인권을 챙기자는 내용.


시위대는 경찰이 지정된 장소 내에서 선을 지키며 시위를 벌이고 있었고, 자신들의 메시지를 강력히 펼치면서도 경찰과 주변 시민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앗, 지나가시는 건가요? 죄송해요, 잠시만요. 여러분, 잠시 길 좀 엽시다! 행인분들 지나가요!"


시위대가 시민들의 길을 막으면 그들은 즉시 길을 만들며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특히 노약자와 임산부가 지나갈땐 가까운 정류장을 알려주거나 짐을 들어주기도 했다.




"여러분, 벌써 1시 30분이에요! 예정되었던 시간이 끝났으니 그만 해산합시다!"

"그래요, 시위도 중요하지만 시민들 길 막고 소음으로 피해를 주는 것도 사람 할 짓은 아니니."

"경찰분들, 그쪽도 수고많았어요."

"여러분 모두 포스터 받으시고 그만 해산, 해산!"


시위대는 사전에 약속된 시간이 지나자 칼 같이 시위 도구들을 정리한 뒤 해산했고, 해산하면서 포스터를 나눠주었다.


포스터엔 자신들이 시위를 하는 목적과 이에 대한 논리적인 이유와 출처가 정확한 자료가 적혀 있었고 아이들과 포스터를 거부하는 이들에겐 권유를 하지 않았다.



"저기요, 혹시 포스터를.. 어머, 죄송해요!"


포스터를 나눠주기 위해 뛰어다니던 여성과 부딫혀 흙탕물 위로 넘어졌고, 그 바람에 옷이 젖었다.


여자는 급히 다가와 사과를 하며 날 일으켜 세웠고, 다른 시위자들도 찾아와 내게 휴지를 건네며 어디 안 다쳤는지 물어보곤 옷 닦는걸 도와주었다.


"정말 죄송해요, 제가 앞을 제대로 안 보는 바람에... 여기, 제 손수건이라도..."

"엉덩방아 찧으신 거 같은데 몸은 괜찮으신가요? 혹시 어디 아프거나 까졌다든지 하는 부분 있나요?"

"저희 시위대 때문에 옷이... 여기 이거, 얼마 안되지만 세탁비로 쓰세요."


"이건 저희 제 전화번호에요. 나중에 모자른 세탁비나 이번 일로 손해 본 거, 병원비 같은게 나온다면 연락주세요."


여자는 지갑에서 5만원짜리를 꺼내며 다시 사과했고, 번호도 주며 꼭 전화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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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에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아있으니 옆에서 다른 손님이 듣고 있는 뉴스 소리가 들렸다.



[속보입니다, 주변국들과의 평화로운 외교와 중국의 민주주의를 부른 것으로 유명한 시진핑 대통령이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시민들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것에 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으며, 다른 대통령 후보들마저 시진핑의 재집권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허나 이에 시진핑 대통령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지도자가 오랫동안 권력을 가지는 것은 부패와 몰락을 부르는 일이니 자신은 이만 정치계에서 물러나고 후대에게 맡기겠단 입장을 알렸습니다. 시진핑은 임기가 끝난 후 정치계에서 완전히 물러나 위구르족 지역에서 무료급식소를 차리고 나무심기 봉사를 하며 여생을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오늘의 세계이슈입니다. 현재 러시아에선 한 남자가 거시기로 피아노 치는 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택시기사 블라디미르 푸틴! 뒷구멍으로 홍차 마시기, 부랄로 보드카 맛보기, 불곰이랑 왈츠 추기등 그의 기행을 찍은 웃긴 영상들이 틱톡에서 큰 흥행을 하며 구독자 140만명의 인플루언서가 됐다고 합니다.


그는 올해 2월 미국에서 거시기로 가야금을 연주하며 풍양 조씨 바이든과 같이 아리랑 공연을 할 예정이라 하네요.]



[게임관리위원회가 부당한 과금시스템을 규제하며, 게임에 결코 과도하거나 비합리적인 검열과 사행성이 있어선 안된다는 의견을 발표해 많은 게이머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소식들은 도서정가제 폐지, 북한의 핵 포기 및 통일 희망 선언, 중동국들의 전쟁중지 및 평화협정 체결, 대한민국 출산율 안정화 성공, 종말갤 완결등이 있으며, 먼저 도서정가제 폐지에 대한 것부터 안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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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뭔가 더 좋게 바뀐 세계선 보고 싶다

180도 돌아버린 상식 세계 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