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우리 사랑스럽고 아름다우며 그 누구보다 자애로우시고 맑은 눈빛을 소유하신 천사 아내님.

날개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며 머리 위에 잔잔하게 떠있는 링은 나같은 하찮은 인간에게 자비를 베풀 줄 아신다는 뜻이 맞는 듯 하다.


이렇게 우리 아내님을 띄워주는 이유는 2일전으로 돌아간다. 아내에게 나는 사랑이 담긴 말을 해주었다.


[자기야~ 뭐해?]

[티비보고 있어요. 왜요?]

[요새 날씨도 좋은데 친정이라도 안가?]

[소리없이 가면 안 좋아하실거야.]

[딸 얼굴보는데 뭐가 싫겠어. 그치?]

[그런가? 자기도 같이...]

[사위는 도둑놈이니 싫어하실거야.]

[ ]

[자기 출출하지? 뭐 맛있는거 먹고 싶어?]

[음~ 그러고보니 슬슬 저녁먹을 시간이네? 자기가 뭐 해주게?]

[친정에 가면 맛있는거 해주실건데...]

[자기야.]

[넵.]

[혼난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어제 아내에게 문자가 왔다.


[자기야.]

[왜요?]

[내일 애 데리고 친정 다녀온다.]

[헐헐 왜요?]

[일주일간 자유를 주마.]

[여보 최고...]

[최고? 지금 아내를 일주일 간 못본다는데 최고?]

[로 사행시를 띄워보겠습니다. 운 띄워주세요.]

[여]

[여보를 일주일간 못본다니 가슴이 매우 아픕니다.]

[보]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흐를듯 하지만]

[최]

[최씨 가문의 장남으로서 눈물을 함부로 보일 수가 없지요.]

[고]

[고맙습니다... 친정 가주셔서...]

[자기야. 마지막이 이상해.]

[허... 그래? 그럼 일단 친정 다녀오면 될거같아...]

[안간다?]

[고저, 몸 성히만 오시기를... 오시면 집안일 다 하겠습니다.]

[옳지. 뻘짓하지말고. 알았죠?]

[맡겨만 주십쇼. 돌쇠놈은 오실때까지 집을 아주 깨끗하게 유지하며 살겠습니다.]

[자기는 돌쇠야?]

[네 마님.]


그리고 사진이 왔다.

복분자, 장어.


[?]

[오늘 저녁]


그리고 홍삼즙


[자기야 우리 돈 없어. 환불하자.]

[돌쇠야.]

[전 쌀밥 싫어해요. 면 좋아해.]

[마님은 오늘 기대할게.]

[잘못했어요.]

[만족하면 3일 연장.]

[돌쇠, 오늘 점심 흰 쌀밥에 차돌된장 예정.]

[ㅋㅋㅋㅋㅋㅋ]


점심을 먹자마자 부장님에게 가서 긴급하게 휴가를 내었다.


"최 과장... 휴가 일주일 전에 내라고 하지 않았나?"

"아내가 오늘부터 친정가서 일주일 뒤에 온다고 합니다."

"잘 쉬다오게!"

"의무방어전 아주 만족하시면 3일 더 라는데..."

"...그래 나 처럼 더 늙은 사람보다 더 젊은 자네가 지금 먹어야 하겠군."


부장님이 주신 마늘즙, 포도즙... 잊지 않겠습니다. 붕어즙은 비위상으로 무리라 거절했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한 아내.

천사링이 미친듯이 돌고 있다. 난 좆됐다. 진짜 말 그대로 좆됐다!!!


사랑이 듬뿍 담긴 요리를 먹고 영혼까지 짜낸 결과 총 10일간의 자유를 얻었다.


"이... 일단...."


하루는 종일 잤다. 허벅지 알 배겼다. 우리 현명하시고 타의 모범이 되며 나같은 좆간에게 과분한 아내님이 주신 10... 9일은 어떻게 써볼까.

일단 딸치면서 고민을 했다.


기억해라, 손은 조강지처다.


결혼하고 바지 내릴때는 씻을때나 씻겨질때다.

내 고추인데 손 대는 건 샤워 타올하고 아내지 내 손하고는 이별이다.


개운해지자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결혼하고 별로 하지 못했던 그 게임.

월드 오브 워~ 그거.


요새는 몬톡이나 몬카이프나 몬이트온으로 대화 안하고 몬스코드라는 것으로 대화를 한다고 한다. 이것이 선진문물이란 것이겠지.


[안녕하세요! 저 왔습니다.]

[헐, 이 시간에?]

[아내 친정갔습니다ㅎㅎ, 10일.]


그렇게 2일. 불어터진 컵라면을 먹으며 폐인처럼 레이드만 뛰었다.

순식간에 3일이 지나갔다.


"오늘은 일탈이다."


핸드폰을 키고 전화를 건다.


"어이고~ 사장님~... 여기"

.

.

.

말해, 무엇을 생각했지?


"배달이요~"

"여기 배달..."

"저도 배달..."


순서대로 치킨, 수육, 편의점 배달로 요거트만 시켰다. 딸기반 플레임반.

아ㅋㅋㅋ 다 뒤졌다...


삼일간 씻지도 않고 제대로 먹지도 않은 폐인의 몰골이지만 내가 왕이다.

후라이트 닭다리에 수육올리고 겉절이 올려 야무지게 뜯은 뒤 딸기 요거트 원샷 후 콜라 병나발!

아, 이게 섹스지ㅋㅋㅋㅋㅋㅋ


물론 미쳤다고 이걸 다 먹지는 못한다. 절반밖에 못먹었지만 다 이유가 있는법.

진정한 일탈을 위해 목욕탕을 다녀오도록 한다.


"오~ 여기는 샴푸 큰 거 통으로 뒀네?"


500원 아꼈다!

아낀 돈으로 시원하게 때도 밀었다.

오늘은 돈 좀 써서! 일반 때밀이 말고 머리 마사지 추가!


"때 많이 나와요?"

"어우 손님... 대단하시네... 제 근육 다 빠지겠는데요?"

"그래요? 하하하!!"


이 오크 때밀이 농담도 잘하시네. 팔 근육이 내 장딴지만 해보이는데?


"손님, 오늘 기분 좋아보이시네. 좋은 일 있어요?"

"아내가 맘껏 놀라고 친정갔습니다.

"...부럽다! 몇 년차에요?"

"이제 7년이죠. 하하!"

"전 5년... 아내분 종족은?"

"천사입니다. 그 쪽은 아내 분 엘프시죠?"

"어떻게 아셨어요?!"

"오크는 아내가 보통 엘프더라고요. 남편의 경우에는 드워프나 사람."

"진짜 부럽습니다... 아내가 요새 셋째 가지고 싶은 눈치인지... 요새 자꾸 저녁마다 마늘 요리 해주는데 뱀파이어였으면 질색했을거에요..."

"앗... 아아... 혹시 꿀도 사두지 않았어요?"

"어떻게 아셨죠?"

"...다음 달에 마늘 꿀 드실거에요..."

" "

"힘내십쇼..."


그날 받은 머리 지압은 조금 아팠다.

많이 서러웠나 보다.


발가벗은 상태로 영화에서 나올법한 억양으로 전화를 건다.


"어~이 김 씨~ 뭐해? 아내 친정갔는데 우리 집 올래? 그래그래. 술사와! 안주는 뭐 대충 시켜먹지~ 음~ 응~ 다 데려와! 오늘 죽자! 그래 끊어!"


진정한 광란의 파티가 시작된다.

8시 50분부터 슬슬 친구들이 오기 시작한다.

누가보면 이종족 교류파티로 오해할 법한 자리.


"나 왔다! 술 사왔는데... 미친놈들 다 사왔네. 뭐 사왔냐?"

"여긴 우리 집이니 먹다 남은 안주!"

"맥주!"

"소주!"

"막걸리!"

"양주!"

"하여간 씹새끼들 이래서 통일이 안되는거야..."

"넌 뭔데."

"와인ㅋㅋㅋㅋㅋㅋ"


순서대로 하피, 사하긴, 고블린, 악마, 마이코니드.

고블린하고 마이코니드 친구빼고는 유부남이다.

고블린 저 놈은 노움한테 인기 좋은 종족인데


학생 시절에 칠미호와 결별하고 사람과의 결별을 경험하자,


[혼자가 편해...]


라며 비혼을 선언하였고 지금까지 결혼하지 않고 있다.

마이코니드야 뭐... 일단 무성이고... 그렇다고 딱히 자기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신경도 안쓰는 친구기도 하고 그냥 재밌게 놀던 친구다.


[결혼? 내 돈 나누기 싫은데?]


라며 딱히 모자람없이 살고 있는 친구다. 솔직히 멋졌다.


저 놈들의 아내는 하피는 켄타로우스, 사하긴은 인어, 악마는 라미아다.

악마 저 놈은 잡혀산다고 들었다.


"물리적으로 잡혀살아... 오늘도 겨우겨우 왔다..."

"외박은?"

"난 받았어!"


하피 저 친구는 우리 중 제일 늦게 했다. 이제 1년차.

우리 유부남 늒네...

그래, 지금이라도 즐겨라.


"넌?"

"...전화해보마! 가장의 위엄을 보여주지!... 여보세요! 어! 난데~"

""""ㅋㅋㅋㅋㅋㅋ""""


목소리 봐라 간드러지는게 간신배 최적화네.


"응~ 오늘 외박... 아니 친구... 다 남자야... 응 애기야... 어? 아니 진짜 친구야 영상통화 할래? 그래 나 믿는다고~ 고마워 자기... 어...? 어 대신... 뭐? 여보? 달링? 자기야 무슨 소리야 10번은 너무!! 아니 나 외박 안할게! 당장 들어갈! 헤이 베이비? 여보야!!! 여보!!!!!!!"


해바라기씨 뺏긴 햄스터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악마 친구.


위엄이래ㅋㅋㅋ 10번이라.... 난 7번으로 죽을뻔했는데 악마 쟨 내일 장례 치르겠네. 쟨 결혼~ 5년차였나?

그... 뱀 녀석들이 좀 그렇잖아? 그 얀데레라고 하던가 좀 집착이 심한 친구들이라... 

쟤가 순해 빠져가지곤 얼레벌레 결혼했는데 애가 벌써 셋이다.


[넷째는... 안됀다!!]


라면서 묶었는데 그게 더 위험해져서...


[그럼 이제... 임신 걱정.... 없겠네?]

[풀러갈게.]

[딱 대!]


그렇게... 됐다!


"넌 전화 안해?"

"그러네. 잠깐만. 여보세요? 어, 나 외박한다. 걔 천사랑 결혼한 애. 어. 어. 아내 친정 놀러갔데. 응. 어, 내일 봐."

"왜... 왜 넌 10번 안해?"

"16년 살아봐."

"이게... 나라냐...!"


자다가 고양이한테 맞은 강아지 같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쿨하게 전화한 저 친구는 우리 중에 결혼 제일 빨리한 사하긴. 쟨 어릴때 신호 위반해서 부랴부랴 결혼했다.


[아니 그... 진짜 안에 싸니까 임신하더라고... 체내 임신이 구란 줄 알았지...]

[미친놈ㅋㅋㅋㅋㅋㅋㅋㅋ]


"결혼 안하는게 편하다니까. 비웃을땐 좋았지?"

"우리 여보는 최고거든!"

"2년 뒤에 그 말 나오나 보자."

"..."

"닌 왜 조용해? 애기야~ 더 해보지."

"씨발... 짠하자."

"가장의 위엄ㅋㅋㅋ을 위하여!!"

"""""위하여!!"""""


우리는 무슨 할 말이 많은지 밤새 마셨고 속에 서로 다른 술들.

맥주양주안주소주와인막걸리가 속에 섞이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줄 아는가?


"..."

"우우욱!!!"

"히이익... 히익..."

"하...."

"....요거트... 먹을래? 해장..."

"""""콜..."""""


왠지 요거트를 사고 싶었다.

딱 6개 남았더라.


"여보...세요... 애기....야.... 나 하루만... 더.... 뒤질....거 같아.... 뭐? 열...다..ㅅ... 하..."

"""""...."""""

"할부로... 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이도 모르고 열심히 살아온 우리네의 웃음소리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구나.


"이게... 웃기...냐..아!!"


울며 소리지르는 고양이같이 포효하며 울고있다.

아 분위기 맞추라고~ 다 웃잖아ㅋㅋㅋㅋㅋ


시체 6구는 화장실을 번갈아 갔다.


"먼저 간다~"


고블린 친구는 먼저 갔다. 예전부터 체력은 좋았던 친구다.


"우리 자기가 기다린다! 먼저 갈게~"


1년도 안된 뉴비의 사랑의 힘. 신발을 주섬주섬 주워서 베란다로 나와 날아간다.

솔직히 저거 멋있다. 나도 날아보고 싶다~


"더 늦으면 스무번이다. 간다."

"""ㅋㅋㅋㅋㅋ"""


븅신ㅋㅋㅋ


"니넨 안가냐?"

"...조금만... 더... 아 힘들다..."

"여보, 나... 과음해서... 술냄새 풍기면 좀 그렇잖아... 다 빼고간다... 응..."


그래도 보고는 꼬박꼬박 하네. 잘 살고있네.


"...1인 가정은 괜찮아!"

"누가 뭐랬냐? 아오... 두야... 콩나물국밥ㄱ?"

""ㄱ.""


처량하게 나이먹은 우리들은 터덜터덜 국밥집으로 걸어갔다.

예전엔 저런 음식 맛이... 있었지. 예전부터 술 안주하고 해장국은 좋아했었어. 내장탕도 잘 먹었지.


"여기 깍두기 더 주세요~"

"예에~"


알리우네 아가씨가 하시네.

예전에 어느 알리우네한테 그런 질문을 했었다.


[알리우네가 식물 먹어도 괜찮아?]

[고깃덩이들이 고기 먹어도 괜찮아?]

[...!]

[아, 그래도 가지는 안먹는다.]

[왜?]

[맛 대가리 없어서.]

[음, 그렇지. 알리우네도 거를건 거르네.]


튀긴 가지는 맛있다는데 튀겨서 맛없으면 보통 폐기물이라고 부른다.

튀겼다와 맛없다는 합성 불가능한 언어거든.


그건 그렇고 저 알리우네 아가씨 묘하게 마이코니드 친구 쪽으로 깍두기 주는데?


"...뭘 보냐."

"도둑놈."

"내가 뭐."

"너 여기 자주와라."

"뭐래..."


우리 대화를 엿듣고 있는지 표정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저 처자 재밌네.

그런데 알리우네가 마이코니드한테 꽂힐 수도 있나? 독특한 취향인가?


"그러고보니 알리우네는 꽃이고 너넨 버섯이잖아."

"그렇지."

"꽃 좋아하냐?"

"딱히."


나라 잃은 표정.


"그렇다고 싫어하는건 아니지."


앗, 환해졌다.


"그럼 알리우네는?"

"알리우네? 음..."

"""..."""

"특유의 밝은 기운이 별로야."


사하긴과 나는 슬쩍 아가씨의 눈치를 살폈다.

시들시들 해졌다.


"쿨한 알리우네면 뭐 괜찮다고 생각은 하는데..."

"어렵네."

"그치?"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열심히 검색한다.

저거 분명히 쿨한 여자, 쿨한 행동 같은거 검색하고 있겠지.


"펀쿨섹...이 뭐지?"


국밥 먹자 사레 걸렸다. 그거 아닙니다.


"갈 길이 머네."

"너도 결혼하면 재밌겠다."

"내가? 왜?"

""그냥.""

"다시 말하겠는데 나도 비혼주의다."

"인간일은 모르는 일이지 그치?"

"16년차 형님이 그러시네. 그치~ 인간일은 어찌될지 모르지~"

"뭔데 너네. 뭐 짜고 있냐?"


너는 알리우네 아가씨를 등지고 앉아서 모르겠지만 저 아가씨 표정은 엄청 재밌다.


""아니.""

"아닌데..."


반쯤은 농담이고 여기 동네 주민도 아니고 저 아가씨하고 이어질 일은 없겠지.

아가씨의 사랑은 안타깝네요.


'우우웅~!!'

"잠깐 전화왔다. [여보세요?]"

[그래 여보다. 돌쇠, 뭐해?]

[밥먹어.]

[자기한테 안타까운 소식이 있어.]

[왜.]

[내일 돌아간다.]

[왜왜왜왜왜왜왜?]

[애가 우리 남편 보고 싶다고 울고있다.]

[그... 그치만..!!]

[뭐.]

[알았어... 어쩔 수 없지.]

[미안하다.]

[아니야, 자기가 미안할게 뭐 있어. 애가 아빠 보고 싶어하는데 좋아해야지.]

[그래 사랑한다.]

[응 나도.]

[...]

[사랑해.]

[그래. 내일 보자.]


"..."

""....내일 오신다냐?""

"우리 사랑하는 친우 여러분."


나는 벌떡 일어나 계산대로 가 카드를 긁었다.


"계산은 끝났습니다. 다 먹고 밥 값하러 갑시다."

"" ""

"우리... 친하지?"

"방금 절교하고 싶어졌어."

"우리 친구였나?"

" "


말은 그렇게 해도 한숨 푹푹 쉬며 우리 집 청소를 도와줬다.

씨발씨발 거리지만 이럴때 친구 써먹는 거지. 그치?


"아 씨발! 어떤 새끼가 세면대에 토했어!"


미안. 정신 없고 급했다. 가위바위보 진 너를 탓해라, 마이코니드.


"와 진짜 난장판이다. 신문지도 안깔고 쳐먹었네."

"야, 소주 남았다. 뿌린다."

"존나 뿌려. 청소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지."

"야!! 화장실도 좀 뿌려줘라!!! 냄새 개 빡쳐 진짜!!"


두 세 시간정도 쓸고 닦았더니 아무 일도 없었던 집이 완성되었다.


"하... 힘들다..."

"아... 튈걸..."

"혼자 살면서 청소 잘 안하던게 여기 와서 하네..."

"땡큐. 다음에 밥 살게."

"좀 사라. 말만 하지 말고."

"술은 잘 사잖아."

"술이 밥이냐? 나중에 꼭 소주에 밥 말아 먹어라. 간다."

"나도. 한 김에 우리 집도 청소해야지."

"그래, 다음에 또 보자."


우리는 눈을 마주쳤고 씨익 웃었다.

그래, 다음에 꼭 보자.


"하~ 그럼~"


거실에 걸려있는 가족 사진을 보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천사 아내와 나. 그리고 아주 어린 천사 딸래미.


"일탈은... 뭐 야무지게 했네."


친구들이 떠나기 무섭게 순식간에 적막해진 나의 집.

일주일은 낙엽처럼 느릿해보이게 지나갔지만 순식간에 흘러갔다. 아내와 딸을 일주일째 못 봤구나.

부모님은 안 본지 얼마나 됐지?


"...보고싶네."


남은 3일 중 2일은 우리 엄마와 아빠를 보러 가야겠다.

나머지 하루는...


뭐겠어, 그냥 단란하게 내 가족과 보내야지.

같이 산다고 가족인가? 시간을 많이 섞어야 가족이지.


[여보세요? 응~ 나 내일 부모님 보러 갈건데... 왠일은, 그냥 보고 싶어서지. 잘 살고 계시나... 지금 가라고? 애는? ...늘 고마워. 잘 달래주고. 알았어. 응...]

[...]

[여보, 사랑해. 끊을게.]


"..."

"그럼 씻고 가야지. 그래도 놀만큼 놀았다."

"...."

"더 놀았으면 오히려 우울했겠네. 자 씻자~!!"



~~~


두 달 동안 바빴음.

쒸벌 살면서 번아웃 두번 겪어봄. ㄹㅇ 사람 멍청해지더라.


이젠 아마도 안 바쁠 예정.

사실 바쁜 것 보다는 이게 아마 100번째 백업이라 뭐 쓰지 고민한 시간이 더 길었는듯.

시리즈 쓰자니 뭐하고 너무 단편 쓰자니 좀 그랬다.


재미는 모르겠는데 난 만족하게 썼다. 담담한 일상물이 좋더라. 


이제 또 열심히 이것저것 써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