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제외한 서유럽권의 백작위는 그 기원을 로마 제국 시기의 행정관직인 코메스(Comes)에 둠


정확히는 프랑크 왕국이 서로마 제국을 계승해 신성로마제국이 되면서 지방행정관 직위를 코메스라고 부르기 시작하였고, 이 용어가 점차 백작(Count/Comte, 고지대 게르만어로는 Graf/Grave로 번역)로 변화하게 된 거


이렇게 비세습 지방행정관들을 백작이라고 호칭하는 과정에서, 국경 지대에 파견되는 백작들은 변경주(March/Mark)의 백작이라는 뜻에서 변경백(Markgraf)이 되었고, 궁전이 딸린 황제의 직할령을 담당하게 된 백작들은 궁전(Palace/Pfalz)를 다스리는 백작이라는 뜻에서 궁정백(Pfalzgraf)으로 나뉘게 됨




이 외에도 담당 지역이 일반적인 지역과 달라서 하는 행정 업무가 조금 달라진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백작위 호칭이 따로 있었음


예를 들어 변경주는 아니지만 라인 강 일대의 국경을 관리하는 경우, 라인 강(Rhein) 담당 백작이라고 해서 라인백(Rheingraf)이라고 하였고, 지역 거점요새를 담당한 경우 성채(Burgh)의 백작이라고 하여 성관백(Burggraf), 제국의 삼림(Wald)을 관리하는 경우에는 삼림백(Waldgraf), 미개발 황무지/무주지(Rau)의 개발을 담당한 경우 무주백(Raugraf)이라 호칭했음




그 기원에 걸맞게 이 행정공무원들은 본디 비세습직이었고 황제의 임명을 받아서 임지로 파견되는 존재들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차 지위와 금전을 이용해 자신의 직책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이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우리가 아는 세습귀족 백작은 이 때부터 성립하게 됨


이렇게 백작이 공작, 후작 등의 봉건적인 세습귀족으로 변화하게 되면서, 백작이라는 직위는 몇 가지 변화를 겪게 됨


우선 백작의 수가 크게 늘어나게 됐는데, 이는 기존에 존재하던 백작들에 더해서 일부 상류층 자유민들이 자신이 소유한 땅을 기반으로 스스로를 백작으로 호칭한 '자칭 백작'들과 제국 내의 고위 귀족들이 휘하 봉신들에게 백작의 칭호를 내리며 생겨난 '하급귀족 백작'들이 더해졌기 때문임


이렇게 백작의 머릿수가 크게 늘어나자 기존에 행정관직에서 파생된, 황제에게 임명받아 제국 의회에 참석할 권한을 가진 백작들은 따로 제국백(Reichsgraf)이라는 칭호로 구분하게 되었음




여기에 더해 백작, 정확히는 제국백은 원래 제국의 봉건 귀족 체계와 별개였기에 이들을 귀족 체계에 편입하기 위해서 담당했던 직책에 따라 귀족들 사이의 권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었음


그에 따라서 제국백들은 제국후작과 일반 백작 사이의 서열을 가지게 되었고, 변경백 등 원래부터 높은 권위를 가졌던 백작들이나 황제가 일반 제국백보다는 높은 권위를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판단한 백작들의 경우 후백(Gefürsteter Graf)아라는 직위로 승격되어 제국후작과, 높게는 공작과 동등한 서열을 가지게 됨




정리하면 원래 독일, 그러니까 신성로마제국에서의 백작은 비세습 행정직이었지만 점차 세습화되어 귀족의 작위가 되었고, 귀족화로 인해 나 백작이오 하는 사람이 늘면서 기존 행정직 출신 백작위를 구분하기 위해 제국백이라고 부르게 되었음


그리고 이 행정직 백작들 중 특수한 지역에 파견되는 백작들은 그 부임지의 특징에 따라 변경백, 궁정백, 라인백 등 별도의 호칭으로 불리웠고, 제국백으로 편입되면서 높은 권위를 인정받은 이들은 후백으로 제국후작 이상의 고위 귀족들과 맞먹는 서열에 들게 되었다는 것






+백작들이 임지를 비워야 할 일이 생길 때에는 직무대리인을 선발해서 자리에 앉혀놓고 갔음, 이 직무대리인을 부(Vice/Vis)+백작(Count/Graf)라고 해서 자작(Viscount/Vizegraf)이라고 부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