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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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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이상이 눈을 떴을 때, 그곳은 자신이 생각하던 지옥도, 보편적인 형태의 하얀 천국도 아니었다.


"...s사?"


잊을래야 잊을 수 없던 곳, 갈가리 베어버린 과거이건만, 그 조각조차 박혀 괴로워하던, 고향.


"왔니, 이상?"


그리고 그곳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동료들의 모습이 보였다.


"....동랑...동백....영지형....그리고 모두...!"


이상은 금새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영지가 손을 내밀어, 이상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아직 넌 여기 올 때가 아니잖아."


그리고, 이상의 귀에 무슨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상씨!"

"살수놈."

"이상."

"이상 나으리!"

"이상씨."


"......."


순간적으로 이상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이곳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보기만 해도 불쾌감이 치밀어 오르는 문이 존재했다.


"자, 돌아가야지, 이상."

"........."

"정말이지, 너 좋아하는 애는, 널 엄청 기다릴 것 같은데?"

"...하지만..."


그 순간, 동백이 이상에게 달려와 이상의 등을 강하게 내리쳤다.


"윽!"

"뭘 고민해? 빨리 가지 않고?"

"......."


이미 구인회의 모두는 동백 꽃잎으로 흩어져가고 있었다.


".....잘가, 이상."

".......흡!"


이상은 강하게 두 뺨을 치고는, 구인회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있으시게, 모두들."


그렇게, 그곳엔 알싸한 향기만이 남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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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이상....씨?"


바닥에 쟁반과 그릇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파우스트가 이상을 끌어안았다.


"....파우스트양..."

"......"


파우스트는 이상을 힘껏 끌어안은 채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파우스트가 조용히 흘리는 눈물만이 이상에게 느껴질 뿐이었다.


"..깨어났나, 이상."

"..우..우두."


뫼르소가 삿갓을 벗은 채 이상의 방으로 들어왔다.


"...운이 좋았다, 이게 없었다면, 넌 지금 머리와 몸이 떨어져 있었겠지."

"그건....."


언젠가 동랑이 이상에게 주었던 선물, 그러나 품에만 넣어놓고 잊어버렸던, k사 앰플 주사기였다.


"이게 굴러떨어지지 않았더라면, 아니, 조금만 늦게 굴러떨어졌다면 죽었을 거다."

"......."


이상은 그때 보았던 환상을 떠올리곤,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베어버린 과거에 이리도 도움을 받는 구려."

"...이상 나으리?"

"돈키호테양?"


돈키호테가 빼꼼 머리를 내민채로 이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그대?"

"그.... 그때 고백은 어떻게 되는겐가?"

"고백?"

"그....."

"....파우스트 살수를 사랑한다, 그리 말하지 않았던가."

"!?!?!?!?!?!?!?!?"


이상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퍼렇게 변해버렸다.

분명 마지막 순간이었고, 후회를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쓰러져있던 파우스트에게 자그맣게 속삭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이리도 부끄럽게 돌아올 줄은 몰랐다.


"아니...그건...그러니까...."

"그래서, 사랑하나요?"

"......."


파우스트는, 어느세 이상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


이상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수줍게 얼굴을 가린 채로, 파우스트의 말에 대답했다.


"......사랑하오."

"경사났구려!!!!"

"조용히 해라."

"아..알겠네."


이후, 어떤 빨간 시계머리에 의해 s사가 평화로워지고, 이상과 파우스트가 백년가약을 맺는 것은, 아주 먼 훗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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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토록 원하던 순애 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