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었군."


상당히 오랜 항해였다.

누군가는 한 달, 누군가에겐 하루였지만.

이 노인에겐, 평생이었다.


"드디어 너를 보는구나, 고래야."


모든 것을 꿰뚫는 청새치고래, 5재앙 중 하나가 노인을 향해 노려보았다.


"..네가 헤아리기 힘든 세월을 살아왔으며 내가 이해하지 못할 곳에서 태어났음을 존중하마, 하지만..."


그리고, 노인은 씩 웃어보이며 말했다.


"난 너를 끔찍히도 존경하고, 너가 죽을 때까지 너와 영원히 살아있음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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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오래동안 이어졌다.

청새치고래는 거대한 윗턱을 위협적으로 휘두르며 뾰족한 인어들을 날려왔고,

노인은 그 모든 공격을 부수고, 피하고, 막아내며 청새치고래의 숨통을, 아주 천천히 조여갔다.

노인은 모든 것이 늙었지만, 거북이와 같은 심장을 가졌다.

비록 온몸이 도축되어 떨어지더라도, 몇시간이 넘도록 팔딱이는 그런 심장.

그 심장의 원동력으로, 청새치고래에게 작살을 날려대었다.


"고래야, 너도 그런 심장을 가졌느냐?"


노인은 청새치고래의 심장을 보기 위해, 그 세월을 넘어서기 위해, 다시금 작살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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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갑작스레 고요가 찾아왔다.

파도도, 몸을 이리저리 뒤흔들던 고래도, 갑작스레 평온을 찾은 것이었다.


"..아무래도 다른 호수로 온 모양이군."


그 호수의 파도는, 그 어떤 파도보다 이질적인 파도였다.

강제적으로 모든 이의 투쟁심, 분노, 공포와 같은 격한 감정을 모두 지워버리고, 평온한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파도.

그리고, 이 호수에서만 서식하는 고래,


"...둥지 고래."


고래 뼈위에 여러 둥지가 올려진 그 고래는 노란 새와 같은 인어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둥지 고래의 인어가 노인에게 날아왔다.

인어는 새처럼 노인에게 애교를 부렸다.


"유일하게 아무도 싸우지 않는곳, 그곳에 서식하는.. 아무도 해치지 않는 고래, 참으로 이질적이군.'


그것은 대호수 뿐만이 아니라, 도시에서도 허용되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노인이 조심스레 둥지 고래의 인어를 쓰담듬으려던 순간, 파도가 끝나고 청새치고래가 다시금 몸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 이런..."


갑작스런 흔들림에 노인은 호숫물을 조금 마셔야했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며, 이미 사라져 버린 둥지고래를 뒤로 하고, 쇠뇌를 바로잡았다.


"..이제 내 일에 집중해야겠군."


 노인은 입에 다랑어를 던져넣었고, 소금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생각하며 다시금 작살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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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후우...후우...."


수시간이 넘는 사투끝에, 노인은 고래를 죽이고야 말았다.

수많은 상처와 누런 해초로 뒤덮인채, 고래는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보람있는 사냥이었어."


노인은 청새치고래의 심장을 확인하려했고, 고래의 옆구리를 가른 그 순간, 무언가가 청새치고래의 시체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 상어고래 인어!"


수많은 상어고래의 인어들이 청새치고래의 고기를 탐하고 있었다.

노인은 서둘러 조각배를 타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미 상어고래인어와 싸우기엔, 노인은 너무 지쳤기 때문이었다.

멀리서 청새치고래가 머리와 뼈만 남아가는 걸 보며, 노인은 중얼거렸다.


"...행운을 파는 곳이 있다면 지금 당장 좀 샀으면 좋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