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억...허억..."


상처투성이인 몸, 날아가버린 오른 팔.


이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부상.


'...뭐, 벌레 인간 상대로 이 정도면, 기적이나 다름 없지.'


점점 피가 몸에서 빠져나가 식어가고 있었다.


눈 앞에서 이미 죽어버린 벌레인간이 사후경직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도...곧 저렇게 되려나...'


그러던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걸어왔다.


'......누구?'

"...미안하구나."

"....뭐?"

"..미안해."


내 눈 앞의 중년의 여성은 나에게 계속 사과하고 있었다.


'...뭐가 미안한지... 말이라도...ㅎ....'


그렇게 난 의식을 잃고 말았다.


----------------------------------------------


"....으음..."


겨우겨우 눈을 떴다.


여긴, 지옥인걸까, 아님 천국?


일단 바닥이 푹신하지도, 거칠지도 않은 걸 보면, 내가 상상한 공간은 아닌 것 같았다.


"...여긴?"

"깨어났니?"


그리고, 나에게 사과하던 여성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자신을 헤르만이라 소개한 여성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 벌레 인간은 자신이 만든 것이었고, 인간 고기를 원동력으로 살 수 있는데, 그게 기어코 탈주해서 나를 습격했다고 한다.


그리고, 날 살리기 위해서, 나를 그 벌레 인간으로 만들었다고도 했다.


"....너의 의견을 들었어야 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아니야, 오히려 내가 감사인사를 해야지."


비록 오른 팔이 흉측한 벌레가 되었지만 뭐, 나머지 부분은 깔끔하고, 무엇보다 꽤 멋들어진 팔이었으니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구나."

"그래서, 뭐, 나한테 원하는 거 있어?"


날 살린 걸 보면 그냥 호의로 살린 건 아니었다.


이 도시 속에서 비싼 시술을 공짜로, 그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말도 안되지.


"....이건, 너가 들어주지 않아도 되는 거야."

"들어줄게, 빚지고 사는 건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럼, 날 도와서, 벌레 인간들을 회수해주겠니?"

"...그거야 뭐, 쉬운 일이구만."


그렇게 내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솔직히 일자리도 없고, 취준생이었기에, 이런 식의 대우는 나야 환영이었다.


"크윽....꺼..꺼져!!"

"후, 그래 그래, 귀찮게 하지 말고..."

"억...!!"

"엉?"

"저기....당신도 벌레인간이신가요?"


그리고, 나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도 꽤 발견했다.


뭐, 이 쪽은 탈옥수를 막으려는 모범수 느낌이었지만.


"...그레고르..라 했나?"

"어, 정규직은 아니지만 말이지."

"...나도, 너희들과 같이 동족을 붙잡는데 힘을 보태도 되겠나?"

"저는 환영이지만..."

"음...좋지, 우리야 사람은 늘 부족하니까."


그렇게 날개와 사마귀 양팔을 가진 토마, 그리고 음파와 염동력으로 공격하는 사슴벌레씨(이름은 안 알려 줬다)가 합류했다.


어느덧 꽤 시간이 흘렀고, 모아둔 벌레 인간들과 연기 전쟁에 나갔다.


"..설마 전쟁까지 나갈 줄은..."

"..뭐, 자네만큼 제격인 인물이 없었으니."

"..방심은 금물인거, 다들 아시죠?"

""물론이지""


그렇게 전쟁에서 크게 활약했다.


비록 잃은 것도, 괴로움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이겨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g사가 망하고, 다시금 패잔병들을 모으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 사이, 헤르만은 n사의 대표이사가 되어 꽤나 바빠졌다.


뭐, 덕분의 n사의 정규 팀으로서 패잔병들을 모을 수 있으니, 전보다 사정은 나았다.


"이야, 출세했네, 벌레 엄마?"

"그 말버릇은 언제 쯤 고칠 련지, 머리는 꼴이 그게 뭐니?"

"아이, 이게 패션이란거지~"

"솔직히 잘 안 어울린다."

"..뭐? 다시 말해 볼래, 사슴벌레씨..?"

"싸..싸우지 마세요 두 분!!"


그래도, 이런 생활도 나쁘진 않았다.


적어도, 동료들과 왁자지껄 했으니.


그리고,


"...뭐야, 민간인?"

"구...구해주셔서 감사...히끅."


어느 날, 빨간 머리의 소녀와 만나게 되었다.


구L사의 직원이었던 소녀는 갈 곳이 없었고, 결국 얼떨결에 우리 팀에 합류했다.


"여러분! 파이 다 만들었어요!"


그래, 마치 사과같다.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사과.


지금 상황은 조금 시긴 해도, 맛있는 사과 같았다.


"오, 그럼 어디.."

"야! 먼저 다 먹으려 하지마 이 사슴벌레야!!"

"그..그레고르씨!!"

"난 이만 가보마, 사과 파이는 좀 이따 먹어야 겠네."

"하하, 많으니까 싸우지 마세요!"


비록 언젠가는 상해버릴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맛있으니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