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프로젝트 문 세계관과 연관된 미디어의 스포일러를 포함해

스포일러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읽지 않는 것을 추천함


나 자신도 헷갈리는 설정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한 글인 만큼, 오류나 논리의 비약이 있을거야

그래도 "뇌피셜"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최대한 쳐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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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림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욕망에 대해 알아보자. 위의 그림에 나온 것처럼 모든 사람은 다양한 종류의 욕망을 가지고 있어. "맛있는 밥을 먹는 것"처럼 단순한 욕망도 있고, "사회적 인정"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것"처럼 다소 복잡한 욕망도 있지. 이 중에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최상의 상태인 "이상"을 이루려는 욕망은 매우 충족시키기 어려워. 


하지만 도시 사람들은 이상은커녕 단순한 욕망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야. 언제든지 내 장기를 털어갈 준비를 하는 쥐들, 끊임없이 실적을 요구하는 상사, (문자 그대로) 사람을 갈아 넣는 특이점이 있는 상황이거든. 더군다나 이런 무질서를 유지하는 건 사실상 무한한 힘을 가진 머리이기 때문에 상황을 바꾸는 건 불가능해. 이 때문에 대부분의 도시 사람은 자신의 이상과 이를 이루려는 욕망은 마음 한쪽에 묻어둔 게 현실이지. 


하지만 7일간의 백야 흑주로 인해 사람들은 더 이상 이들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어. 빛 속에 담긴 미덕 때문에 자신과 제대로 마주 보게 되었거든. 이루지 못한 욕망과 강제로 1대1 면담을 하게 됐다고 할 수 있네. 이루지 못한 욕망은 곧 절망이고.


절망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빛에 담겨있던 "마음을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특이점"에 의해 마음이 죄종/뒤틀림/에고 중 하나로 발현돼. 이때 절망에 대한 심상조차 못 만들면 죄종, 심상을 구성하는 데 성공하면 뒤틀림 혹은 에고를 각성해. 


이처럼 죄종/뒤틀림/에고를 구분하는 핵심 키워드는 욕망, 절망, 이상이야. 


그리고 림버스 컴퍼니에서 조명되기 시작한 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림버스 컴퍼니에서 말하는 죄는 자세히 살펴보면 사회적으로 보는 죄보다는 개인이 자기 행동을 돌아보고 느끼는 죄책감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어. 죄책감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절망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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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죄종

절망이 충분히 성숙했지만, 마음이 너무 빠르게 무너지면 죄종이 돼. 구체적으로는 "절망에 대한 심상을 만들기 전에" 마음이 무너지는 거지. 절망이라는 입력은 있지만 마음이라는 기계가 고장나 심상이 출력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어. 이때 절망한 사람은 그대로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절망만이 특이점과 합쳐져 죄종의 형태로 다시 태어나. 이 때문에 죄종은 사람이 죄에 잡아먹힌 찌꺼기라 불려. 


죄종으로 변하는 사람의 심리는 리바이어던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 아래는 평행 세계에서 롤랑의 분노를 체험하고 친구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분노 죄종이 되어가는 가넷의 심리를 묘사한 구절이야. 


미안해, 모두… 내가 너무... 늦었어…

이제…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자.


‘바깥’으로부터 고함이 들려오지만 점점 희미해진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 다시는 떠지지 않기를 바라며.


내가 나를 버리게 된다면, 그저 눈을 감고 나를 구석구석 파먹어 버리려는 이 굶주린 죄악들에게 그저 내 몸을 맡기면 되는 것을.


죄종의 생성 과정과는 크게 상관없지만 재밌는 점은 앤젤라의 두 번째 백야 이후에야 죄종이 생겨났다는 점이야. 두 번째 백야가 원래 뒤틀림까지 갈만한 사람들을 죄종에서 브레이크를 건 것인지, 아니면 뒤틀림의 임계점을 낮춰 나약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쉽게 뒤틀려 죄종이 되기 시작한 것인지 궁금한 부분.


아쉽게도 죄종의 탄생을 자세히 묘사한 경우가 가넷의 경우밖에 없어서 더 이상의 추론은 힘들지만, 만약 아무것도 보고 듣고 말하기를 거부했던 필립이 플루토 없이 두 번째 백야 이후에 뒤틀렸다면 죄종이 되지 않았을까? 


또한 죄책감이 죄종의 원인이 된다면 죄책감이 없는 절망으로는 죄종이 탄생하지 않는 것일까? 죄가 오직 일곱 가지 형태만 띄게 된 것도 앤젤라의 영향인지 의문이 드네. 


스트레스로 인한 절망을 마음이 견뎌냈다면 "마음을 물질로 구현하는 특이점"이 더 큰 힘을 발휘하기 시작해. 절망에 대한 사람마다의 다른 반응이 개성을 가지고 서로 다른 모습으로 구체화하는 것이지. 



2. 뒤틀림과 에고

어떤 사람의 절망이 임계치를 넘었고 마음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다양한 심상을 만들어내. 이 심상과 특이점이 합쳐지면 뒤틀림과 에고가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럼 무엇이 뒤틀림과 에고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카르멘의 말에 따르면 "뒤틀림은 절제하지 않고 온전한 나를 드러내는 것", 아인의 말에 따르면 "에고는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싸우기 위한 수단"이라고 해. 카르멘의 말은 지금까지의 뒤틀림들이 자신의 욕망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는 걸 보면 그럴듯해 보이기도 해. 하지만 진짜 그런지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야.


비유를 위해 한 무리의 난쟁이들이 흰 벽에 멋대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자. 모든 난쟁이는 각자 생각하는 아름다운 그림이 다르지만, 각자 가진 재주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협력해야 궁극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 한편 하얀 벽 구석에는 슬픈 난쟁이가 있어. 이 난쟁이도 자신의 그림을 많이 그리고 싶지만, 다 같이 힘내서 궁극의 그림을 만들고 싶어 하기도 해. 하지만 모두 각자의 그림을 그리느라 하얀 벽은 엉망이 되었고 애써 그린 그림도 바로 덧칠되기 일쑤야. 이 때문에 슬픈 난쟁이는 궁극의 그림을 만들기 너무 힘든 현실에 절망하게 돼.


이때 슬픈 난쟁이가 절망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뒤틀림이 될지, 에고를 각성할지가 결정돼.



2-1.뒤틀림

슬픈 난쟁이가 절망에 굴복해 궁극의 그림을 포기하면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해 다른 난쟁이들과 함께 만들 수 있는 모든 그림을 포기하면 어떻게 될까? 만약 슬픈 난쟁이가 너무나도 절망했다면 절망을 해소할 단 한 가지의 욕망에만 집착하겠지? 이럴 경우 슬픈 난쟁이는 욕망의 모습 그 자체를 한 뒤틀림이 돼. 이 경우에는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의 뒤틀림이 됐다 생각해보자. 


슬픈 난쟁이는 궁극의 그림은 진작에 포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슬퍼할 필요가 없어. 이제는 오직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데에만 집중하면 돼. 마침 뒤틀리도록 유도한 어떤 아름다운 목소리가 L사의 특이점으로 힘도 줬으니 이제는 온전한 나 자신을 드러내라고 하겠지. 하지만 뒤틀림이 이토록 좋은 것이라면 뭐가 문제일까?


먼저 심술쟁이 난쟁이가 자신의 그림으로 벽을 덮은 순간 너도나도 온 벽을 자신의 그림으로 채우려 하겠지. 이러면 먼저 방아쇠를 당긴 심술쟁이 난쟁이도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끝없이 싸워야 할거야. 그리고 서로 싸우게 된 이상 모두가 협력해 궁극의 그림을 그리는 건 물 건너간 거지. 결국 자신의 가장 중요한 욕망을 외면한 거야. 이랬을 때 과연 온전한 자신을 드러냈다 할 수 있을까? 이는 오히려 절망에 굴복해 자신의 다른 모든 욕망을 오려낸 거야.


결론적으로 절망에 굴복해 결국 인간일 때의 수많은 욕망 중 단 하나만을 남겨놓은 것. 이것이야말로 뒤틀림의 본질이야. 그리고 이 하나만 남은 욕망만이 뒤틀림의 행동 원리가 되는 거고. 여러 욕망을 가진 인간과 달리 뒤틀림에게는 한가지 욕망만이 남았기 때문에 인간의 모습이 아닌 욕망의 모습을 하게 돼.


2-2.에고


슬픈 난쟁이가 절망과 마주하고도 궁극의 그림을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절망을 마주한 다음 궁극의 그림을 그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되고도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 거지. 이렇게 온전한 자신의 욕망을 마주한 슬픈 난쟁이는 이를 L사의 특이점으로 구현해 에고를 각성할 수 있어. 


그리고 여기에 더해 단 한 가지 욕망이 아닌 자신의 모든 욕망을 골고루 채우기 위해 욕망을 이성으로 절제한다면, 비로소 욕망은 재단된 의복과 도구의 형태를 갖추게 되는 것이지. 


어쩌면 제삼자가 보기에 에고와 뒤틀림은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어. 비교적 온전한 자신의 욕망을 지켜낸 에고 각성자도 어느 정도 타협한 욕망을 가질 수도 있고(동랑), 이성을 갖추고 약간의 대화가 가능해 보이는 뒤틀림도 있으니까. 이건 욕망을 잘라낸 정도의 차이라고 봐. 



한줄요약:

뒤틀림과 에고는 온전한 자신의 욕망을 마주하냐의 차이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잘 읽었다고 댓글 달아주면 다음 글을 쓰는데 힘이 날 것 같아

다들 좋은 하루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