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관리자님! 여기 계셨군요."

'어,어! 어떡하지?'

'단테! 침착하고, 일단은 아까 연습처럼 행동하시오.'

<뭐야, 오티스잖아? 찾고 있었나?>

"운전수가 곧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한다기에, 상태도 확인할 겸 알려드리려 찾고있었습니다."

"음? 저들은.."

"오,오티스양! 안녕하시오?"

'제발눈치채지마라눈치채지마라눈치채지마라눈치채지마라눈치채지마라눈치채지마라눈치채지마라눈치채지마라눈치채지마라눈치채지마라'

"길잡이랑 1번 수감자와 함께 계셨군요."

"실례지만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다행이다! 눈치 못챘나봐!'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길잡이 양반이 그대 흉내를 잘내는 모양이오.'

<신경끄도록. 너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

'미친놈아!'

"..."

"아,알겠습니다. 그럼 이 오티스, 먼저 나가있도록 하죠."

"오,오티스양, 같이 가지. 본인도 곧 나가려 했던 터인지라.."


오티스와 이상이 허겁지겁 방을 나선 후에야, 단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미쳤어? 거기서 그렇게 반응하면 어떡해!"

<하아.. 뭐 잘못되기라도 했습니까, 단테.>

"아, 맞다. 나 지금은 얘 말 안들리지.."

"어쨌든, 단순한 질문에도 그렇게 대답을 차갑게 하면 어떡해? 오티스가 눈치챌 뻔 했잖아."

"앞으로 말할 때는 좀 따듯하게 좀 말해. 이러다가 너가 가장 먼저 들키겠구만."

<쯧.. 까다롭군, 그래.>


한편 방을 나선 두 수감자가 복도를 걷는 사이, 갑자기 오티스가 이상에게 말을 걸었다.


"이상, 아까의 관리자님 말인데, 무언가 분위기가 달랐다. 혹시 안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그,그게.."

'뭐라고 핑계를 대야하지? 무언가 좋은 변명이..'

'아, 그렇지! 좋은 생각이 났소.'

"왜 뜸을 들이는 거지?"

"아, 미안하오. 사실 아까 전부터 단테가 화가 나있었는데, 그것 때문인 것 같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관리자님의 기분이 상하신 거지? 얼른 말하도록!"

"그게, 아까 잠시 거울을 사용하다 있었던 일인데.."

"단테가 실수로 이 인격을 4동기화 해버려서.."

"..."

'드,들킨건가?'

"그렇군, 이제 이해가 간다. 관리자님께서 속이 많이 상하신 모양이야."

'이걸 속는구려..'


그 동안 어느새 메피스토펠레스는 목적지에 도착하였고, 수감자들은 업무 준비를 끝마쳤다.


"하암~ 단테는 뭐하는거야,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

"그러게. 그러고보니 오늘따라 길잡이 양반도 안보이는데?"

"그러게요.. 두분 다 무슨 일이 있으신걸까요?"

<조용, 지금부터 이번 업무 설명을 시작하겠다.>

"음? 베르길리우스 나리는 어디 간 것이오?"

"시계대가리, 베르길리우스는 어디가고 너가 설명을 하냐?"

<...>

'큰일이오, 이런 상황은 예측하지 못하였는데..!'

<오늘은 베르길리우스가 나보고 설명을 하라 하더군. 관리자면 한번쯤은 해야하지 않겠냐며 말이야.>

"..그래? 별일이 다있구만."

"뭐, 누구나 한번쯤은 하루 정도 쉬고 싶은 거 아니겠어?"


다행히 베르길리우스의 연기력 덕분에, 수감자들은 그저 쉬쉬 넘어가는 듯 하였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그 사람 목소리를 안들어도 된다니."

"동감이야. 아침마다 목소리 깔며 분위기 잡는거 맘에 안들었거든."

"덕분에 오늘은 좀 편안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겠어."

<..너희가 그렇게 생각하는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하,하하! 모두 농이 심한 것 같구료."

"야, 뭐가 농담이냐? 너 그 또라이가 맨날 아침부터 눈에 라이트키고 지랄하는 거 기억 안나?"

"특.아.바.모.날"

"특색만 아니었더라면 바로 모가지 날라갔다고 하시네요.."

"애초에 회사에선 왜 그런 사람을 길잡이로 임명했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관리자님이 그 허여멀건한 작자보다 백배, 천배 나으십니다."

"어머, 부관 언니. 왠일로 나랑 생각 똑같네."


모두가 베르길리우스의 뒷담을 까며 웃음꽃이 활짝 피었으나, 이상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좆됐소.. 이러다 길잡이 양반이 정색하기라도 하면 바로 들통날 터인데..'

<..하하. 생각을 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군.>

"그치?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니까!"

'오오, 정색하지 않는군! 역시 특색은 감정조절에도 익숙한 것인가?"


그렇게 안심하는 이상의 눈에, 한가지가 스쳐지나갔다.

단테의, 정확히는 단테 속 베르길리우스의 꽉 쥐어져 있는 주먹이..


'아, 그랬던 것인가.'

'명복을 비네, 벗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