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더링하이츠에서 길잡이가 보여준 활약에 모두가 그의 주위에 모여 떠들석한 분위기를 담은 버스 안에서 한 사내가 조용히 멀리 있는 바다, 아니 대호수를 담은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


...프, ...클리프


...?


히스클리프?


어 뭐야 시계대가리, 불렀어?


세 번정도 불렀는데 대답이 없어서.


미안하다, 잡생각이 좀 생겨서.


저택 일 때문이겠지...내가 기억이 없지 눈치가 없진 않으니까.


잠깐 쓸데없는 고민 좀 했을 뿐이야. 별 거 없어.


그래 그렇게 말한다면야, 베르길리우스가 좀 모이란다.


끄응...벌레 양반 이후로 황금가지는 잘 탈환했다 내 차례에 또 뺏겼으니 오지게 혼나겠구만.


모두가 모인 자리.


뭐 때문에 제가 집합을 요청했는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다들...


미안하다 길잡이...


...흠?


내가 못배워 먹은놈이라도 눈치는 어느정도 있거든.

기껏 그쪽이 회사와의 계약까지 어기면서 우릴 도왔는데

저택에 황금가지가 두 개나 있었는데도 하나는 빼앗기고 나머지 하나는 다 써버려서 탈환 실패한거 때문에 이런 거잖아...


(토닥토닥)히스클리프씨...


침울해진 히스클리프의 등을 두드려주는 싱클레어.


저기 길잡이양반, 나 때는 뭐 혼날 이유야 많았다지만, 저 친구는 거기서 뒤틀림까지 갈 정도로 심적인 고통이 엄청났잖아?

이번은 좀 봐주는 게 어때?


뭐, 두 개나 있던 황금가지를 하나도 얻지 못한 건은 우리 입장에서도 회사 입장에서도 큰 손실임은 잘 아는군.


게다가 회사에서 내게 계약을 어긴 대가로 어떤 불이익을 내릴지는 잘 모르지.


하지만 착각하는게 있나본데...


엉?


난 오히려 날 지하실로 이끌게 만든 너에게 참 고마운데 말이지.


(째깍갸웃)고맙다고? 방금 베르길리우스가 감사인사를 한거야?


어...그러니까 왜?


자세히는 말을 못해주지만...


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 그 지하실에서 일어났던 빌어먹을 실험을 예전에도 경험해 봤거든.


그 길에서 얻은 거 없이 그저 잃는 대가를 꽤 많이 치뤘지...


(뿅)그렇기에 오히려 네 덕에 그 망할 실험에 대해 조금이나마 정보를 얻었으니 내 쪽에선 꽤 고맙지.


어...그러니까, 고생했습니다?


별 말씀을...


소.뒷.쥐


소가 뒷걸음질 하다 쥐 잡았다 하시네요.


(뿌듯)


그럼 우린 왜 부른거야?


..라고 하십니다.


아 그거...


별 거 없습니다. 오늘 저녁은 특별히 음주를 허가하니 저녁 메뉴나 좀 정해놓으라고 말해 놓으려고요.


에라이 씨발 개 쫄았네...


뭐...뭐! 나 안혼내?


내가 너희들 혼낸다고 다 타버린 황금가지가 복구되는 것도 아니고 뺏긴 황금가지가 도둑놈인지 년인지 모를자를 쳐죽이고 우리한테 돌아오는 것도 아닐텐데?


어차피 저택에서 벗어나자마자 회사에서 자유시간을 주라는 고지가 내려와서 그것도 알려줄 겸 부른거다.


...언쇼씨한테 죄송한데 길잡이 양반, 댁을 잠깐 아빠라고 불러도 돼?


성인 남성을 아들로 둔 미혼남으로 살긴 싫으니 그건 거절하지.


차피 난 먹지도 못하지만, 다들 수고많았으니 저녁거리나 좀 준비해놔.


아세아 그 인간말종 싸이코패스 씹샊... 덕분에 심적으로 지쳤는데 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구료.


그래도 그대의 벗이었는데 그리 말할 수 있소?


더한 수식어를 붙이려다 참았소. 그가 만든 결과물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기억하지 않소 돈키호테양.


그대와 같은 구인회 소속 기술자인데 이리 다를 거라 누가 예상했겠소...


...


야호! 음주까지 허락 됐으니 일단 술부터 사자! 괜찮지? 난 보드카로 시작한다!


아까 말했지만, 자유시간 보장에 음주까지 허락됐으니 굳이 나한테 보고할 필요는 없지.


(LED on)대신 술처먹고 사고치다 발견되면 내 친히 1대 1 면담을 진행할 생각이니 처신 잘 하도록...


카론도 술 먹을래.


(데엥데엥)안돼!!!


안돼지...


힝...


완전 아빠랑 삼촌이 조카딸 말리는 느낌인데 이거...


(...그래.)


(길잡이 말대로, 이들과 나아가다보면 해결되겠지.)


(일단 마시고 생각하지 뭐!) 난 일단 맥주 예약한다!


저도 맥주요.


우리 로맨스가이랑 이스는 맥주, 나머지는?


본인은 막걸리, 이왕이면 밤막걸리 신청하겠소.


파우스트는 바이엔슈테판 맥주를 원해요.


본인도 맥ㅈ-


우리 병아리들은 술 마시면 안돼요.


이익! 본인은 애가 아니오!


(소곤)그냥 무알콜이면 괜찮지 않겠소?


(속닥)어머 그렇네...알았어 돈키호테랑 파우스트는 (돈키호테만 무알콜)맥주에 이상씨는 밤막걸리?


난.술.없(난 좀만 먹고 들어갈꺼니 술 필요 없다.)


저도 집에서만 먹던 고량주만 취급해서 그냥 밥만 먹을께요.


전 와인이요. 그냥 싼 포도주면 돼요.


...


뫼르소? 넌 어떻게 할거야?


마실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지말고, 그럼 그냥 생각나는 술 하나만 말해. 구비해 놓거나 나중에 줄 테니까.


...


코냑.


오호?


자세히 말하자면 카뮤 코냑이 유명하다는 것이 생각났기에 말했습니다.


그럼 싱클레어? 너도 포도주 대신 한번 코냑 마셔볼래? 포도주 베이스라 크게 거부감은 없을꺼야.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한 번 마셔볼께요.


많이 다ㄹ-


웃긴 일 벌어질 거 같으니까 한 번 냅둬보자고.


알겠습니다.


하여간, 이 졸개들은 어떻게 음주는 커녕 음식도 못드시는 관리자님 앞에서 태연하게 음주를 계획하는 지 모르겠군.


그래서, 부관 언니는 안마시겠다고?


상관이 음식을 드시지 못하는데 내가 먹을 수야 없다. 내겐 그런 사치스러운 음식보다는 관리자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가치있을 뿐!


과연 그럴지...언니 잘 들어봐? 이상씨가 말한 막걸리는 분명 파전과 함께 해야 제맛이란 말이야?


(팝콘)로지온양의 유혹이 시작됬구료.


(팝콘2)이건 봐야지.


김 솔솔 올라오는 파전, 그것도 해물파전이면 더욱 폭력적이겠지? 짭잘하고 바삭한 파전 안에 씹히는 쫄깃하거나 부드러운 해물향에 달달 하면서도 구수한 막걸리 한 잔이면 뭐 끝장이지 안그래?


윽...


그게 끝은 아니지, 맥주에는 뭐다? 돼지고기! 부드러운 수육에 매콤달콤한 막국수 아니면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슈바인스학세!

바삭함과 촉촉함이 공존한다는데 누가 불만을 가져?


난 가끔 로쟈 볼 때마다 외교관 했으면 참 좋겠어...


(꿀꺽)끄응...


그냥 관리자님이 먹고 마시라고 하시면 냅다 뛰어들거 같은데요?


(째깍ㅋㅋ)그냥 로쟈의 유혹에 흔들리는 오티스를 보니까 재미있어서 놔두는 중이야.


아...하하...


이...이런 유혹에 넘어갈 정도로 충성심이 얕을 수는 없-


(다 넘어왔는데 뭘...) 그리고 포도향 풍기는 코냑에 어울리지 않는 음식은 없지.

거기다 녹은 치즈를 뒤집어 쓴 햄이나 스테이크를 먹고나서 코냑 한 잔 마시고 숨 한번 들이키면 극락이 따로 없지 않을까?


(FINISH HER) 그...난...아니 전 그러니까-


(째깍ㅋㅋ)로쟈, 오티스 너무 괴롭히지마.


어머? 단테 그게 무슨 소리야~난 우리 부관 언니가 굶는 게 걱정되서 그렇지.


(째깍피식)오티스? 오늘 만큼은 나 신경쓰지말고 먹어둬. 나처럼 아예 못먹는 경우도 아닌데 안먹고 후회하는 것보다 나을껄?


감사합니다! 졸개 나도 맥주!


이야...진짜 유혹이 엄청 컸구나...나도 놀랬네.


그럼 다들 술이나 안주는 다 정해진거지?


술은 그렇다쳐도 안주는 이미 로쟈가 다 정해놨는데 뭐.


카론은 피자.


아 맞다, 피자도 맥주엔 잘 어울리지.


그러고보니 하와이안 피자도 파는 지 찾ㅇ-


선넘지마라.


선넘지말도록.


(깜짝)예...아니 알았어...


와...버스가 한 순간에 얼어붙었어.


좋아! 다들 마트나 가자!


그 어느때보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수감자들은 각자의 음식을 사러 서로 나뉘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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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놈이 대체 냉장고에 왜 베이컨과 웨지 감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걸로 피자 만들어서 언제 사놨는지 모를 와인을 마신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