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생각을 해봐. 그저 간단한 취미 생활이었던 구인회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기억해?"


"... 갑룡, 그자가 돈이 궁해 기술을 팔다가 날개에 구인회의 존재가 알려진 후-


"아니지! 아니지 이상! 잘 좀 생각해봐!"


"겨우, 진짜 겨우 지식인들 몇 명 모인 모임을, 왜 T사가 그렇게 강압적으로 막았겠어?"


"그리고 좋게 봐줘도 그건 구인회의 해체 이유지 우리가 이지경까지 온 이유는 아니잖아."


"... 그럼. 정녕 무엇이 원인이란 말이오?"


"너 때문이야 이상."


"그게 무슨...?"


"네가, 너가 영지형의 간단한 기술을 그렇게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거울로 만들어서 그런 거야."


"왜 그게 전부 내 탓이란 말이오! 거울 기술은 또 뭐가 잘못됐다는 것인가?"


"다른 날개가 직접 가져갈 만큼 거울 기술은 엄청난 기술이었지. 그걸 차지하고 활용하기 위해 T사와 N사가 개입했고. 너도 알듯이 말이야, 아니면 또 다른 날개가 우리도 모르게 그 기술을 노렸을지도 모르지."


"그런 특이점 급 기술을 구인회같은 조그마하고 잡아먹히기 좋은 곳에서 만들었으니..."


"뭐, 그것의 결과는 너가 더 잘 알겠지. 박살난 구인회. N사로 넘어간 구보와 아세아, 뒤틀린 림. 실종된 영지형..."


"그리고.. 우리의 기술을 지키려다 화상 자국까지 생겼던 동백."


"이 모두가, 너의 그 거울 기술을 먹기 위해 싸우던 고래 사이에 짓눌려 죽은 새우들이라고."


"네가 고래들에게 그렇게 맛있는 먹이를 뿌려주지만 않았더라도, 우리가 이렇게까지 파국의 길을 걸었을까?"


"그래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말이오?"


"비록 구인회의 파멸이 내 거울 기술 탓이라 해도, 난 그저 기술을 사랑했을 뿐이오.. 그런 목적은 아니었소..."


"그래서? 그럴 뜻은 없었다고 너의 과오와 업이 사라지니?"


"그건... 그건 아니지만.."


"그래, 뭐 의도는 아니었다 쳐."


"그럼 그 이후는?"


"뭐라 하였소?"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너 때문에 구인회가 망한 후. 넌 어디서 뭘 했지?"


"동백은 머리가 하얗게 세고 죽어가고.. 영지형은 실종되고, 아세아와 구보는 쓰레기가 되고 림은 뒤틀리고... 그렇게 모두가 파멸이나 타락의 길을 걸을 때! 넌 어디서! 뭘 한 거냐?!"


"그저 하얀 방 안에서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자기위로하고 있을 뿐이었지!"


"그러는 동안 난 뭘 한 줄 알아? K사의 이 자리까지 올라왔어."


"비록 영지형의 기술을 훔친 거에 불과하지만, 난 저 괴물 하나만 고통받게 하며 수천, 수만의 사람들을 죽음에서 구해냈다고, 네가 너의 과오를 외면하는 동안 말이야!"


"네가 영지형의 거울 기술로 수많은 친우들을 고통받게 할 동안! 나는 영지형의 기술로 사람들을 구했다고! 저 괴물 하나만 고통받게 하면서!"


"이레도 내가 악이야? 네가 아니라?"


"..."


"네 탓이야, 이상."


"아니오.... 아니오....."


"차라리 너도 동백처럼 네가 만든 기술을 없애버리려는 노력이라도 하지 그랬니?"


"그런데 아직도 너는 정신 못차리고 거울을 다른 회사에서 쓰고 있더라."


"하하! 진짜... 넌 정말..."


"네 탓이야, 네 잘못이고, 네가 악인 거야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