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나는... 모든 히스클리프를 죽여야 해.
너라도... 그랬을 테지..."


갑작스럽게 K사에 나타난 마왕 히스클리프는, 히스클리프에게 말했다.

이상한 우산이 꽃힌 겉옷을 걸친 그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우산을 손에 쥐었다.

"아니, 너는......나는 참으로 무식한 녀석이었군."

"모든 세계의 히스클리프를 지운다고? 그것이 정말 네가 원하는 길이었던가?"


차갑게 박히는 독설에도, 마왕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검을 들고, 히스클리프를 향해 다가갈 뿐이었다.


"너가 무엇을 안단 말인가. 나는, 수많은 길을 찾아보았지."

"그럼에도 바뀌지 않아! 모든 세계의 캐서린은, 반드시 히스클리프에 의해서 불행해진다!!!"


마왕의 말에, 그는 그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너무나도 하찮고 무식한, 그러나 자신과 비슷한 그 말을.

"그것이 정말로 캐서린이 원하던 것이었다고? 웃기는 소리."

"나는 모든 캐서린과 히스클리프가 만든 모든 기술을 지운다!"

"그것으로, 우리는 그 시절의 순수함을 다시 되살리는 것이다!!!"

그의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기술해방연맹의 그 누구도, 그들이 만든 병기조차 전부 부숴진 상태였디만.

그는 마왕에게 달려가, 그의 우산을 휘둘렀다.

치열한 전투 끝에, 그는 마왕의 칼에 온 몸이 난자당했다.


"모든 세계의 히스클리프가 죽어갈 때, 그 곁에서는 울어주는 사람조차 없지."

"그러니, 내가 대신 울어줄 것이다. 네 무덤에 흙을 덮고."


"흐....흐흐...그래, 다시 땅에 묻어두는 거야."

"우리는.....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니까."


갑작스럽게 허공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광경에, 마왕은 그를 쳐다보았다.

그를 향해 다가갈수록, 오히려 밀려나는 느낌.

검을 휘둘러도 닿지 않는 감각에, 눈을 찌푸렸다.


"모든 캐서린은 히스클리프 때문에 불행해진다. 그러니.....우리는 결국 죽음으로 속죄할 수밖에 없는거라고."


"아니.....하지만, 그래도 우리는....그 날로 돌아갈 수 없을지라도....."


그의 중얼거림이 더욱 심해졌다.

옷자락에서는 꽃봉오리가 피어올랐으며, 그의 정신은 더이상 온전하지 않은 듯 했다.


".....마음이 무너졌나."

마왕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뒤돌아섰다.

어차피 마음이 무너진 히스클리프는, 죽음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거나, 타인에게 죽거나.

그렇게 생각한 마왕의 뒤에서, 그는 일어났다.


"아니, 오히려 홀가분해진 기분이로군."

".....뭐?"

"난 언제나 모든것을 찢어발기는 꽃봉오리가 되고 싶었어."

"이것이 누군가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마음 아픈 나만의 길일지라도..."

"캐서린과 내가 이어지지 못해도.....결국 고통속에서 죽어가더라도....!"

"나를 이어서, 나의 후손이. 그 후손의 후손이라도, 캐서린의 후손들과 이어지게 된다면....."

"그것이 우리들이 바라던 행복한 미래의 가능성이라는 뜻이다.....!!!"


갑작스럽게 주변을 꽃봉오리로 물들여버린 히스클리프.

마왕은 갑작스러운 그의 공격에 적잖게 당황했지만, 마왕을 당황시킨 것은 따로 있었다.

폭풍이 치는 하늘.

그리고, 보랏빛 꽃이 가득한 바닥.

저 멀리 보이는 워더링하이츠까지.


"여기는....."


온 몸에 보라색 꽃을 피우고, 꽃을 손에 든 그를 바라보며, 마왕은 검을 들었다.


"이 꽃의 이름은 히스."

"우리는....언제나 스스로의 마음에 솔직하지 못했지."

"그러니, 이것은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이자."

"새로운 미래를 피우기 위한 꽃봉오리다."


마왕과 그가 다시 한번 전투를 시작했다.

비록 그 끝은 아무도 모를지라도, 그것은 분명 하나의 변화였을지도 모른다.

히스클리프가 행복해질 수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