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그니까 이상이 내 간식을 가져갔다니까?"

"센슈얼한 사탕이 내 의자에 있으니, 의심치 않고 집어버렸소. 미안하오."


<아이고... 나중에 하나 더 사줘 이상.>


남들이 듣기에는 시계가 짹깍일 뿐인 소리지만, 수감자들에게는 내 의사가 그대로 전해진다.


"어? 단테. 시간 다 됬다."


<어. 수감자들의 업무 종료를 승인합니다.>


"하아암... 나는 잠이나 좀 자야지."


"싱클레어군? 췌에쓰 한판 어떤가?"

"네, 좋아요."

"체스라면, 나도 함께하겠소"

"이상씨, 미리 말하지만 훈수는 안되요."

"어련하겠소."


각자 왁자지껄 떠드는 수감자들을 보니, 참 많이도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방가서 쉬어야겠다.>


잡동사니가 늘어진, 내 망 끝트머리에 있는 침대에 나는 몸을 뉘었다.


"안녕?"


그리고 그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


갑작스럽게 끝없는 흰 공간으로 온 나는, 눈앞에 어떤 여성을 보았다.


"단테, 맞지? 잠시 얘기나 할까해서"

<환상ㅊ->

"그만두고 싶지?"


갑자게 들어오는 질문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게.. 무슨소리야?>

"그냥, 지금 이 림버스 컴퍼니의 관리자를 그만두고 싶냐고 물어보는거야.

<내가 그럴리가 없잖아?>

"진짜? 니가 살려줄꺼라는 안일한 확신으로, 너가 느낄 고통은 무시한채 싸우는 수감자들이 싫지 않아?"


솔직히,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죽음을 온몸으로 수백수천번을 느끼며, 지옥에 사는 듯한 나날이었으니까


<그래도 모두 날 많이 아껴줘, 그 길잡이도 우리에게 마음 연듯 하고.>

"물론, 지금은 아끼고 달래주겠지. 문자 그대로 너는 저들의 생명줄 이니까. 그런데, 과연 모두 자신의 목표를 이룬 뒤에도 그럴까? 생각해 본적 없어? 왜 수많은 거울세게에, 너는 존재하지 않을까?"

<그건, 딱히 찾아보지 않아서...>

"모든 수감자는 필연적으로 이어질 운명이야. 피쿼드 호 선장이 이스마엘이면, 그 작살잡이가 히스클리프인듯. 자연히 12 명은, 아니 어쩌면 일부난 서로 만나지, 하지만 넌? 자신의 목적을 이룬 그들은 왜 너와 만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적 없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나를 제외한 모두는 어떻게든 만났다.

검계에서 뫼르소는 돈키와 이상, 오티스, 파우스트, 싱클레어를

세븐 혐회에서 오티스는 히스클리프, 이상, 파우스트를

시협회에서 돈키는 히스클리프 이스마엘을 만났다.

그러나 이 세계를 제외한 어느 세계에서도, 내 이름은 나오지 않있다.


깊은 고뇌 탓일까, 그녀의 입가에 미묘한 웃음이 피어오르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내 손을 잡아, 내가 너의 희망을 이루어 줄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카르멘, 뒤틀림을 불러 일으킨다는 걸

그녀는 신이나 의사보단, 악마에 가깝다는 걸.


나는 잠깐의 고민을 거치고, 손을 뻗어 잡았다.

이윽고, 눈앞이 컴컴해지더니, 머릿 속이 멍해졌다.


흰 도화지가 아닌 빼곡한 흰 글씨였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