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5장 下의 초반부를 진행하던 당시


"5대 재앙 중 하나인 모비딕의 백화 현상을, 그것도 그 뱃속에서 그냥 에이해브 믿는걸로 막았다고? 그게 말이 되나?"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5장 엔딩을 보고 나선 가설 몇개를 세우고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음


아침에 스토리 후기글들 살펴보다가 그때 당시 했던 생각들이 생각났고, 이참에 한 번 글로 정리해두려고 쓰는 글임



당시 세웠던 가설


1. 모비딕의 백화현상을 비롯한 고래들의 인어화는 프문 세계관에 존재하는 '다른 존재에게 침식당해 그 하위개체로 종속되는' 현상 중 하나다.

2. 이러한 침식 현상은 물(=사람)에 소금(=침식)을 부어서 더이상 소금이 녹지 않는 포화상태(=변이완료)까지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게 이루어진다.


3. 그런데 에이해브는 자아가 너무나도 강해서 침식에 저항할 수 있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침식할 수 있는 사람이다.

3-1. 일반적인 사람은 그냥 물인데, 에이해브는 처음부터 '에이해브'라는 소금(=침식원)이 녹아있는 소금물(조건이 달성되면 타인을 자신의 하위개체로 만들어 종속시킬 수 있는 존재)인 셈이다.


4. 그리고 피쿼드호의 선원들은 이미 정신/마음을 에이해브에게 침식당해 있었기 때문에 인어화가 온전히 진행될 수 없었다.
4-1. 백화현상이 선원들이라는 물에 인어화라는 소금을 부어서 인어소금물로 만들려고 하는데, 이미 에이해브라는 소금이 녹아든 에이해브소금물이었기 때문에  인어&에이해브 소금물 = 백화가 진행하다 멈춘 상태로 유지되는것이다.


5. 에이해브와 피쿼드호 선원들은 이러한 원리를 알아냈고,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선원들이 작중 대사로 선장님을 맹목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에이해브를 의심해서 믿음을 잃으면 그 마음의 빈 자리를 '인어화'가 채우고 금새 인어가 돼 버리니까.

5-1. 어쩌다 한 번씩 피쿼드타운으로 흘러들어온 표류자들은 이딴데서 마을 짓고 사는 이상한 새끼들과 그 우두머리를 믿을 이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어화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6. 단테와 수감자들이 모비딕의 백화를 아예 무시할 수 있는것은 단테가 에이해브와 비슷하지만 일개 개인인 에이해브보다 훨씬 강력한 '황금가지'라는 침식원을 가진 존재이고, 수감자들은 그런 단테에게 종속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에이해브와 피쿼드호 선원들, 버스팀이 백화를 버틸 수 있었던/무시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가설임


근데 인어화나 황금가지의 힘은 물리적인 현상이고, 에이해브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그냥 마음이고 심리적인건데 그게 그런식으로 작동이 되나?


됨.


프문 세계관은 원래 마음/정신이 얼마든지 물리적인 실체를 갖추거나 현상을 일으킴.


당장 에고와 뒤틀림이 그렇고, 엔케팔린과 환상체가 그렇고, 황금가지와 자아심도가 그럼.


그러니 고래와 인어도 그러지 못할게 없고, 앞으로 어떤 괴물이나 현상 등이 나와서 마음과 정신을 매개로 온갖 초현실적인 개지랄을 해도 설정상의 개연성은 충분함.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