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도시에서 분란은 끝이 없이 계속되기 마련이다. 


어둑한 뒷골목에 붉은 네온사인으로된 광고판과 각종 사업체, 무뢰배같은 조직들은 이런 것들을 운영하기위해 자연스레 많은 돈이 필요하다.


특히 뒷골목에서 무력으로 일어선 놈들은 반드시 도전을 받게되고, 오늘도 여느때와 같이 뒷골목의 조직들끼리의 싸움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이윽고 승패가 결정된 것인지 길가의 쥐같은 시정잡배 무리들과는 비교도 하기 힘든,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하얀 정장을 걸친 조직원들이 분투한 끝에 싸움을 정리했다.


“이쯤이면 충분하군.”


“멋대로 우리 백룡회의 구역에 쳐들어와서 껄떡거리길래 기대했건만... 고작 이게 다였나?”


시체로 쌓인 뒷골목, 눈이 감겨가는 와중에  백룡회의 보스로 보이는 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커흑, 제발 사... 살려줘...”


그는 살고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는지 있는 힘껏 외쳤지만, 류가는 무정하게 상대 조직원을 밟아 으스려뜨렸다.


“하! 누가 보면 우리가 나쁜 새끼들인줄 알겠군? 먼저 깽판을 쳐놓고 뭐가 어째?”


“처리해 타카야, 더 말을 섞어볼 가치도 못 느끼겠군.”


“알겠습니다. 두목.”


“넵! 알겠습니다! 두목.”


류가의 말에 고개를 깍듯이 숙인 조직원들의 우렁찬 목소리들이 울렸다.


“으아아아악!”


마침내 마지막까지 남았던 조직원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 잔인한 죽음에도, 자신이 입고있는 고급스러운 하얀 정장에 피가 튀는것조차 신경쓰지 않았다.


“근래에 들어 점점 이곳에 오는 어설픈 놈들이 늘어나고 있는것같습니다. 손가락 걸기의 소문이 퍼지고 나서부터 점점 심해지네요 두목.”


“뭐, 자리하나 차지해보려고 하는거겠지.”


“자기네들의 힘을 과시해서 이번 기회에 손가락 휘하에 들어가보고 싶어하는 놈들은 많으니까.”


타카야가 담담히 답했다.


더군다나 이번 손가락 걸기에선 지난번과는 달리 거친 피바람이 불것이라는 소문마저 들려왔기에 유독 꺼림직했다.


“두목, 그럼 이제 저흰 어떻게 해야 하죠?”


“새삼스럽게 뭘, 늘 하던대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지금 우릴 지켜보는 쪽의 심기가 불편해 질게 뻔한거 아닌가?”


타카야를 필두로 아오이와 조직원들이 돌아본 골목에는 한 남자가 허연 담배를 태우며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언듯 보면 가벼워보이기도 자유로워 보이기도 하는 남자는 이내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자신을 발견한 그들의 앞에 섰다.


“이야, 아무 소리도 안 냈는데 어찌 그렇게 눈치가 빠르시나?”


“네 기척이 느껴졌다.”


“구태여 이곳에 찾아온 이유는 있을 터, 사실을 고하는것이 좋을거다.”


이스티온이 순진한 척 감탄하며, 한쪽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살기가 짙은 타카야에게 다가서자 그는 허튼짓하면 베어버리겠다는 듯 검에 손을 얹었다.


“하하, 그쪽도 말 섞기 힘든 건 여전하시네. 그간 모두 잘 지냈습니까? 백룡회 여러분?”


싸움을 마쳐 방금까지 왁자지껄하게 떠들던 조직원들 또한 그를 경계하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 꼴을 보고도 자네는 그런 말이 나오는 건가? 나 참... 언제부터 우릴 보고 있었나?”


“맞아요, 은방패 사무소의 간부씩이나 되시는 분께서 여긴 또 왜 오신건가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가 거창한 대접을 해주는건 어려울 것 같은데... 괜찮으시려나?”


비아냥을 늘어놓는 그들은 앞에서 웃음을 흘리는 이스티온이 반갑지않다는 투로 답했다.


“말했잖아? 순찰 중이었다니까.”


“뭐... 우리들 업무에 순찰이 끼어있는게 이상한건 아니잖아? 이뢰뵈도 나름 츠바이 협회의 지정 사무소인데.”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류가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싹 지워졌다.


“허, 그럼 조금은 우릴 거들어주지 그랬나?”


그는 곧 표정을 관리하더니 조직원들 앞에서 호탕하기 짝이없게 웃어젖히며 답했다.


이스티온은 황당한 듯 눈쌀을 조금 찌푸렸다.


“어허! 당연히 안 되지! 우리가 어떤 조건으로 당신들과 계약했는지 알고있으면서!”


“그래, 23구 뒷골목의 남쪽 구역을 장악해서 다른 조직들의 싹을 자르는 대신 우리의 근본적인 활동에는 관여하지 않기로 했지.”


“제대로 기억하고 계셨네. 뭐, 우리들 쪽에서도 당신들 쯤 되는 조직이 갑자기 무너지면 꽤 곤란하니까 말이야.”


류가는 호탕하게 웃어젖히며 그런 이스티온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더니 이내 시큰둥하게 손을 저었다.


“됐어, 이제 끝난 모양이니 그쪽도 할 일이나 마저 하시지.”


“뭐, 좋습니다. 그럼 나중에 또 보자고요.”


그리고 그가 떠난 자리에는 고급스러운 검은 종이 하나가 책상에 남아있었다.


“어라? 두목, 저쪽이 책상에 뭔가 떨어뜨리고 간거 같은데요?”


“나중에 만났을 때 돌려줘라.”


류가가 소파에 누워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적거렸다.


아오이는 책상에 놓여있는 종이를 보고는 떨려오는 목소리로 류가에게 말을 걸었다.


“...두목 이거 말인데요.”


“아아. 또 뭔데? 왜 그러는거야?”


투덜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나려던 차 아오이는 침착하게 류가에게 답했다.


“도서관의 초대장이에요, 요즘 유명하다는  그...”


“아 그래, 요즘 한창 시끄러운 그거 말하는건가?”


“그런데 왜 그렇게 떨어? 뭐 별거라고, 요즘도 발견되는 경우가 꽤 있다잖아.”


“이 초대장에 걸려있는게...”


류가는 아오이의 손에있던 초대장을 낚아채더니 마찬가지로 표정이 심상치않게 굳었다.


‘W사 그리고 R사의 정보...’


류가는 눈을 비비고 다시 자세히 초대장을 들여다보았다.


허나 변하지 않은 내용은 여전히 당황스럽게만 느껴졌다.


“날개가 두개나 엮여있다고?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하지만 이 초대장을 누군가 위조해냈다는 말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어요.”


아오이는 당황한 표정을 최대한 숨기려했으나  좀처럼 침착함이 돌아오지 못했다.


“...좋아. 그 초대장, 잘 보관해서 가져와.”


류가의 얼굴에서 호쾌하게 웃던 모습은 싹 사라지더니 보관된 초대장을 유심히 바라봤다.


마치 큰돈에 당첨된 마을주민이 된 것처럼 하얀 백지같은 집이 마치 금으로 도배된것만 같았다.


‘어쩌면 다신 없을 기회일지도 모르지.’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그곳은 도시의 별입니다. 희생을 각오해야 할겁니다, 두목.”


타카야가 탐탁치 않아하며 입을 열었다.


“겁먹기라도 한 거냐, 타카야? 도시의 별이란 것들이 이 도시에 몇개나 있는지 너도 잘알고 있잖나? 일부를 빼곤 대다수가 거품같이 불려진 놈들이었지.”


“그리고 내가 아는 타카야는 이런거에 겁이나 먹고 내빼는 그런 놈이 아니야.”


“저는 괜찮으나 사실은, 부하들이 걱정입니다.”


류가는 타카야의 대답이 만족스럽다는 듯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건 내가 녀석들에게 잘 이야기 해보마, 그리고 걱정하지 마라.”


“나도 같이 갈 거다 부하들이 고생하는 걸 뒷짐지고 구경하는 못난 두목이 아니니까 말이야.”


마침내 그의 앞으로 백룡회의 조직원들이 모이자 류가가 마침내 본론을 말했다.


“아까 간단하게 말해둔 대로 이번에 우리는 도서관으로 간다.”


“두목, 정말 우리가 살아 돌아올 수 있는건가요?”


그는 두려워하는 조직원들을 향해 그들의 감정을 자극하듯 말했다.


“그래 불안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생각해봐라. 언제까지고 이렇게 뒷골목의 조직으로만 쳐박혀 있을 테냐?”


“이건 아주아주 큰 건이야. 순조롭게 풀리기만 한다면 우린 직접회사를 운영할 수도 있어.”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해결사 놈들하고 부딪힐 일도 없고 은방패 놈들과도 붙어먹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백룡회의 조직원들은 그의 말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그에게 물었다.


“...보스 그럼 저희도 드디어 평안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요?”


“그래, 적어도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지겠지.”


그의 곁에 묵묵히 서있던 타카야는 준비를 끝마쳤다는 듯 검집을 허리에 찼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긴하지요, 두목께서 하시는 말씀은 잘 이해됐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준비는 철저하게 하고가는것이 좋겠습니다.”


“당연하지, 결국 조직과 조직의 명운을 건 거나 다름없는 총력전이 될테니.”


“자, 좋아. 다들 준비해라! 각오들 단단히 하고 들어가는거다!”


“네! 두목!”


***


“역시나... 이런 녀석들이 꼬이는군.”


“하긴 W사랑 R사가 엮여있으니 저게 당연한거지만.”


롤랑이 씁쓸한 현실에 혀를 찼다.


더군다나 W사 옆에는 23구 뒷골목이 자리잡고 있으니 어찌보면 23구 뒷골목의 조직이 직접 나서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게 도시에서는 아주 가치있는 정보들인가봐? 나에게는 와닿지 않지만.”


롤랑은 당연하다는 듯 무심한 말투로 그녀에게 답했다.


“그렇지, 그도 그럴게, 특이점의 정보니까 예전에도 한번 있지않았나?”


“아, 지팡이 사무소였던가?”


앤젤라는 은연중에 기억에 남았던 손님들을 되새기며 고개를 기울였다.


“확실히 손님들 중에서는 막강한 편에 속했어.”


“그래, 그런 셈이야.”


그는 상황을 주시하듯 훑어보더니 이내 더는 확인할게 없다는 듯 책으로 펼쳐졌던 기억을 덮었다.


“그나저나 저 이스티온이라는 녀석 말이지, 뭔가 숨기는게 있을거야 예의주시해서 조심하는 것도 나쁠건 없겠어.”


“애초에 저런 값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초대장을 실수로 흘리고 다닐리가 없어, 저건 분명 일부러 두고 간거겠지 저 조직의 인원들이 이곳에 들어오도록 유도한거라고.”


앤젤라는 실감이 잘 안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딱히 배신할 것 같지는 않아보였는데?”


“소름 끼치도록 영악한 방식이지. 저들은 배신당한게 아니야, 스스로 이 무덤에 기어 들어온거지. 적어도 표면상으론 말이야.”


***


“여기가 도서관, 생각보다 도시에서 보기 드물게 깨끗한 곳이네요?”


아오이가 감탄하듯 도서관을 둘러보던 때, 핀잔섞인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오이, 긴장을 늦추지 마라.”


“타카야의 말이 맞다. 이곳에선 왠지 한기가 느껴지는군.”


백룡회의 조직원들 사이로 스산하고 찬 바람이 옷자락을 타고 느껴지자 마치 뼈마디를 울리는 것만 같은 충격에 자연스레 등골이 곤두서는 느낌마저 받았다.


“하잘것없는 직감이기는 하지만, 이곳에서 죽어나간 놈들이 꽤나 되나보군.”


“환영합니다 손님. 저는 이 도서관의 관장이자 사서, 앤젤라라고 합니다.”


고아한 목소리에 흠칫 뒤돌아서있던 그들이 앞을 바라보자 마침내 도서관의 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종 소문의 중심이 된 도서관의 창백한 사서, 

허나 의아하게도 그 별칭과는 달리 창백하다는 느낌은 받지못했다.


“여기서 네 년의 목을 치면 우리가 승리한게 되나?”


“아서라. 타카야, 이곳도 나름의 규칙이 있을테니 우선 가만히 있도록.”


“...알겠습니다 두목”


앤젤라는 불만스러운 듯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사과하도록하지, 인사가 꽤 험악했군. 그래서 우린 어떻게 하면 되지?”


“도서관 안쪽으로 나아가다보면 상대를 마주치게 되실겁니다. 여러분이 승리하시면, 원하는 책을 손에 넣으실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패배한다면... 아 여러분들께는 따로 말씀 드릴 필요가 없어보이는군요.”


“뭐, 이러니 저러니해도 어설픈 각오로 여기 들어온건 아니니까요.”


“그럼 이만 가보겠네, 우리도 필사적으로 싸울거란건 알아두라고 도서관장.”


그는 호탕하게 웃어젖히며 마침내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선 그곳은 도서관이라는 이름과 어울리게 복도 아래가 책장으로 가득 차 있고 저 멀리서도 거대한 책장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것이 보였다.


도서관의 사서들이 입은 붉은 복장과 특유의 금박으로 된 용 무늬가 요란스럽게 빛났다.


백룡회의 조직원들은 숨을 죽이고는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봤다.


“복장으로 보아선...”


“리우 협회겠지, 최근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있긴했지만 결국 당했나보군.”


곧 사서들은 전투를 준비하듯 검을 들고 손님들을 맞이하였다.


***


아오이는 날붙이로 사서의 목을 찔렀으나 사서는 마지막으로 발악을 하려듯 검으로 그녀의 목을 그었다.


마침내 사서에게 박았던 단검이 도서관 바닥에 박히듯 떨어지자, 결국 힘을 다해 쓰러진 아오이는 마치 인형의 실이 끊어지듯 주저않고 말았다. 


“아군을 잃은건가... 상황이 나쁘게 돌아가는군.”


점점 더 격화되어가는 상황 속.


타카야는 잠시 상황을 주시하더니 언월도를 든 긴 갈색머리의 사서가 지휘하는 듯 다른 사서들을 보조하며 이끄는 것을 보았다.


‘찾았군.’


검을 들어올려 언월도에 내려찍자 그녀는 간신히 타카야의 검을 쳐내고 뒤로 빠졌다.


곧 체력이 상당히 고갈된 말쿠트를 지키기 위해선지 곁에있던 사서 둘이 검을 들고 그에게 맞서 시간을 벌었고.


마침내 말쿠트가 휘몰아치듯 일격을 날리며 타카야의 몸을 베어냈다.


“이 정도는 상대가 상대인 만큼 각오했던 일이다. 꼭 갚아주마...!”


믿음직스러운 부두목이 쓰러졌으나, 다른 사서의 머리가 깨지면서 둔탁한 타격음이 도서관 내부에서 우렁차게 들렸다.


‘이제 남은 사서는 2명...’


자신의 몸상태를 확인한 류가는 더는 가망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마지막으로 주먹을 쥐고는 각오를 다진다.


이내 류가의 목이 말쿠트의 언월도에 베이며 오직 피가 흥건하게 적셔진 책1권으로 변했을 뿐이었다.


***


조직치곤 강렬한 놈들이었어, 중지 녀석들과 맞붙었을 때가 생각나네.


그가 추억하며 내뱉은 한 마디에 앤젤라는 의아감에 롤랑 물었다.


“중지? 중지하고도 싸워본 적이 있어?”


그는 이윽고 말 실수했다는 듯 곧바로 말을 주워담아 수습했다.


“뭐... 조금 있지.”


롤랑은 이내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그나저나 이게 끝은 아닐거야, 은방패 사무소라는 녀석들이 판을 깔아놓았다면 앞으로도 더 많이 찾아오겠지.”


“상관 없어, 더 많은 손님들이 오면 도서관에는 오히려 득이 될거야.”


“그리고 그걸 상대하는건 내 몫이고?”


“잘 아네, 잘 부탁할게.”


ㅡ ㅡ ㅡ


아직은 초보인 글쟁이가 적어본 장면묘사라 디테일하지는 않음, 문제가 된다면 내릴 예정.


오랜만에 재미있게 즐긴 모드라 시티 오브 드라마 모드팀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 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