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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돈키호테》는 기사도 문학에 심취한 나머지 편력 기사가 되겠다는 망상에 빠진 알론소 키아노의 이야기다.

여기서 핵심은 "망상"으로, 알론소 키아노, 자칭하길 기사 '돈키호테'가 만나는 이들은 모두 기사도 문학의 등장인물로 보인다.

객잔 주인은 기사 서임을 해주는 왕이고, 시골 여자인 알돈사는 아름다운 공주이며, 풍차는 기사로서 맞서야 할 거인이다.


한편, 《Limbus Company》의 돈키호테는 머릿속에 인지 필터가 걸린 수준은 아니지만, 정의로운 해결사에 대한 비정상적일 정도의 신뢰와 집착이 존재한다(이제껏 쌓인 떡밥을 보면 이것도 연기라는 설이 있다).

아무리 돈키호테라도 도시의 실태를 보고도 동화에나 나올 법한 세상을 망상하는 것은 힘들었던 것일까?



아무튼, 개인적으로 돈키호테의 현 상태는 아직 "한창 기사도 문학에 심취한 알론소 키아노"라고 생각된다.

정의로운 해결사를 동경하고, 다소 현실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을지언정 아예 도시를 보는 관점 자체가 뒤틀리지는 않았다.


6장에서 외우피 협회로 위장한 약지 연구원이 저지르는 악행에 충격을 받을지언정 현실을 부정하지는 않는 것이 그 예다.


(before)

(after)


그리고 그 '알론소 키아노'가 완전히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돈키호테"가 되었다가, 다시 망상에서 깨어나는 것이 7장의 주요 내용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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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돈키호테가 '망상'에 빠지는 계기는 무엇일지 예상해보자면, 바로 "거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3장의 크로머, 4장의 동랑, 6장은 뭐 죄다 거울 관련이고...이렇듯, 거울 기술이 림버스의 스토리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설정인 만큼, 7장 역시 거울 기술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가 할 행동은..."돈키호테가 정의로운 특색 해결사인 거울세계"를 파괴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원전에서의 망상이, 거울 세계의 가능성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시작은 모종의 이유로 돈키호테에게 본인이 그토록 바라던 '정의로운 특색 해결사'의 인격이 입혀지는 것이다.

엄청나게 강해져 적들을 팍팍 썰어버리는 돈키호테의 모습에 처음에는 수감자들도 "인격 가챠 SSR 떴네~." 라며 딱히 문제 삼지 않지만, 이 '해결사 돈키호테'의 인격은 그나마 현실 감각이 있는 듯하던 원본과는 달리 완전히 망상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결국 일단 인격을 해제하기로 하지만...장비를 정지합니다. 어? 정지가 안되잖아!

어째서인지 인격이 해제되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해결사 돈키호테'를 매개로 삼아, 도시가 '해결사 돈키호테의 거울세계'에 침식당하기 시작한다.


"시골 촌부를 공주로". "여관 주인을 왕으로".  

하루아침에 거울 세계와 뒤바뀐 사람들로 인해 혼란이 일어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리고, 풍차를 거인으로."


마법소녀, 증오의 여왕의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의가 있기 위해서는 "악"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결사 돈키호테의 세계"는 그런 "악"이 넘쳐흐르는 지옥이나 다름없었으니.

거울 세계의 인격이 씌워져 하루아침에 악당으로 변한 사람들로 인해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는 카오스 상태가 찾아오게 된다.

도시가 원래 지옥이기는 하지만.

 

결국 수감자 일행은 침식 현상의 근원인 해결사 돈키호테의 인격을 파괴하기로 결정하고,

닿을 수 없는/닿아서는 안될 꿈에 도달해버린 돈키호테의 꿈은 그렇게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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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써놓고 보니 3장하고 6장 파쿠리한 느낌이라 영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