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군. 권태롭기도 하고."
아이는 따분함에 지쳤다는 듯한 목소리로 공허하게 말했어.
장소는 어느 둥지 지하의 하수구에 자리잡은 은신처. 품위와는 거리가 먼 장소였지만 아이에게 품위란 그런 것이 아니었어. 본인의 강함만이 품위를 정의한다고 생각했지.
"맛보는 것은 언제나와 같이 묽고 악취가 나는 피. 이러한 것들을 바치는 것에 수치도 느끼지 못하다니."
"선조시여. 둥지를 건드린 후로 해결사들의 추격이 날로 심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상황 속에서는 끼니를 떼우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는 변함없이 권태롭다는 표정을 유지하며 다른 아이를 바라보았어.
어떤 말도 없었지만 그 침묵 속에는 수많은 꾸중과 나무람이 있었지.
"... 실언을 했군요. 부디 용서를."
"충언이라는 이름의 무례를 넘기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버릇없는 놈."
"그 무례는 사냥의 결과를 통해 되갚겠습니다."
"그 약삭빠름이 너의 심장을 터뜨리지 않은 이유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 앞에서 숨을 쉬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알을 테니."
"드디어 안방에 도착했구만."
검은 가면을 쓴 자가 아이에게 검을 겨누었어.
"이곳에 오기까지 꽤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그 파트너로 보이눈 여성 역시 아이에게 무기를 겨누었지.
"너랑 나는 끈질기게 살아남었지만 말이야."
"운이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여성의 의문에 답을 던진 것은 검은 가면의 사내가 아니었어.
"좋다고 하는 편이 옳겠지. 나에게도 너희에게도."
아이는 물러서기는커녕 자리에서 일어서서 둘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어.
"너희는 평생을 할애해도 볼 수 없는 나를 만났으며."
"나는 조금이나마 이 권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너희를 만났으니까."
아이의 주변에서 피가 요동치기 시작했고 아이는 광기에 찬 미소로 불청객들을 맞이했지.
"놀아주마. 어디 한 번 최선을 다해 발버둥을 쳐보도록."
제 1권속에 속한 아이는 그렇게 두 해결사와의 싸움을 시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