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만약 삼조가 눈물 원액에 빠져도 멀쩡했다면?)
#4장 스포 주의#
"하... 그러니까 이 눈물이, 사람을 죽인다는 말씀입니까?"
"이미 몇 번이나 보고도 믿지 않는 너 같은 자에게는 더 할 말이 없네."
체념한 듯 울려 퍼지는 동백의 말에, 삼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앞 머리를 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차갑던 감상실의 공기가 더 차가워지기 시작할때쯤, 삼조가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여기 들어왔다가 나오면 증명되는 건가요?"
"뭐?"
동백의 당황한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삼조는 이미 겉옷을 벗고 있었다.
"근거 없는 트집이나 잡으며 동랑 님을 모욕하지 마십시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기술로 완벽하게 살아났단 말입니다."
"뭐, 뭐하는 거야, 삼조 씨?"
삼조는 자연스럽게 벗은 겉옷과 안경까지 로쟈에게 넘기고는, 고여 있는 눈물의 원액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어렸을 때 둥지 수영 선수가 꿈이었거든요. 이 정도 높이는 문제없습니다."
"저번엔 도시 야구 선수라며.."
"하하, 삼조씨 또 오바한다. 그게 무슨 생고생이야. 괜찮으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
삼조의 표정에서 불길함을 감지한걸까. 가만히 서 있던 동랑이 작게 웃으며 삼조를 말렸다.
동백은 어디 한번 해보라는 듯 팔짱을 끼고 원액 근처에서 삼조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생이라뇨. 동랑 님과 알폰소 님, 그 외 수많은 연구원들의 노력이 담긴 K사의 재생 앰플이란 말입니다."
"이 기술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이.. 제가 여기 있는 이유입니다."
"금방 돌아올 수 있습니다. 지켜봐 주시죠."
"...잠깐, 삼조 씨?"
동랑의 만류에도, 삼조는 곧바로 눈물들이 가득 담긴 통 안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청량한 물소리가 터져 나오고, 동랑과 동백의 눈빛에는 당황함이 비춰졌다. 정말 뛰어내릴 줄은 몰랐다는 듯이.
"아..."
"이거 참, 곤란하게 되었네.. 삼조 씨는 눈물 원액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몰랐단 말이에요."
동랑은 기포가 작게 올라오는 원액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결국 일이 벌어졌다는 듯한 말투였다.
"어느정도 예상하곤 있었지만.. 정말일 줄이야."
원액 근처에 서 있던 동백은 무표정으로 동랑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에요? 삼조 씨는 왜 안나오는 건데요?!"
"확실히.. 이쯤 되면 나올 만 한데 말이죠."
수감자들조차 더 이상 기척이 없는 삼조의 행방에 당황하고 있었다.
"시체는.. 못 건질 거에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저희를 자랑스러워해서 다행이네요."
"....."
"원액은 무슨 기능을 하는 것이오, 동랑?"
상황을 지켜보던 이상이, 수감자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동랑을 향해 발을 옮겼다.
"....."
"말하시게."
이미 눈치 챘다는 듯 단호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이상에게, 동랑이 마지못해 입을 열려던 그 순간.
"푸핫!"
삼조가 원액을 흩뿌리며 통 안에서 빠져나왔다.
"?"
"???"
"?????"
뜬금없는 삼조의 등장은 방금까지만 해도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던 셋에게 당황을 주기에 충분했다.
"푸흡.... 후우.. 원액 안은 썩 편안하진 않군요."
"삼조 씨! 무사하셨네요!"
"네? 당연한 소릴 하시는군요. K사에서 만들어지는 앰플의 원액인데, 사람을 해칠리가 없잖습니까?"
삼조가 아무렇지 않게 머리카락에 묻은 원액을 털고, 로쟈에게 옷까지 받아가자 셋, 특히 동랑의 눈에서 당황을 넘은 경악이 서렸다.
"이게... 무슨...."
"삼... 삼조 씨?"
"동랑 님도 절 걱정하고 계셨던 겁니까?"
"걱정 하실 필요 없습니다. 둥지 수영 선수를 꿈으로 가졌던 사람인 만큼, 물에서 3분 정도 버티는 건 기본이니까요."
"그거 진짜였어..?"
삼조는 말을 잇지 못하는 동랑을 왜 그러냐는 듯 바라보다가, 곧 뒤에 서있는 동백에게 시선을 옮겼다.
"잘 보셨습니까?"
"이걸로 눈물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 되었군요."
"......"
"왜 말이 없으십니까?"
동백은 삼조의 말을 무시하곤 그대로 그를 지나쳐 눈물 원액이 고여있는 통으로 향했다.
그러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뚫어져라 원액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리가."
뭐라 알 수 없는 말을 작게 중얼거리면서.
"하... 설마 속임수 같은거라도 썼을거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의심이 굉장히 많으시군요. 그럼 그렇게 가만히 보고만 있지 말고.."
어느새 동백의 뒤를 따라온 삼조는,
"직접 들어가 보시지요."
원액을 바라보던 그녀의 등을 그대로 밀었다.
"윽?!"
예상 못한 충격에 동백의 몸이 그대로 기울어 지더니, 곧 원액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푸왁!
처량한 물소리가 들려오고, 원액 속에 빠진 동백은 고개를 원액 밖으로 들고는 팔을 허우적 댔다.
"푸웁..! 푸엑....!"
원액에 입수하면서 물을 머금은 건지, 동백의 입에선 의성어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몸에 무언가 이상이라도 생기는 것 같습니까?"
"당연히 아니겠지요. 이걸로 충분히 알아 들으셨을 거라 믿겠습니다. 더 이상 K사와, 동랑 님을.. 모욕하지 마십시오."
"윽... 그나저나.. 이거 꽤 끈적이네요. 동랑 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자신에 옷에 달라 붙은 원액을 쳐다보던 삼조가, 화장실이라도 가려는 듯 빠르게 뛰쳐 나갔다.
그때까지도 동랑은 멍한 표정으로 삼조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동...동백..!"
오직 근처에 서 있던 이상만이, 원액에 빠진 동백에게 관심을 주고 있었다.
"푸흐읍...!!"
원액이 담긴 통이 꽤나 깊은 탓인지, 동백은 물에 빠진 후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이런... 동백은 수영을 할 줄 모른단 말이오. 서둘러 꺼내줘야겠소..!"
"야.. 그래도 너를 한 번 죽였던 놈인데. 그걸 바로 구해준다고?"
뒤쪽에 서있던 히스클리프가 묻자, 이상은 잠시 침묵했다.
"....."
"그건 내가 원했던 일이오.."
이상은 뭐라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지만, 한마디로 축약하고는 곧바로 원액이 담긴 통으로 향했다.
그때쯤, 동랑 역시 이상을 따라 원액으로 향하고 있었다.
"말도 안돼... 분명히 뭔가가...!"
포커 페이스가 완전히 무너진 채, 창백해진 몰골로 달려가는 그의 모습은 당황 그 이상의 무언가로 뒤덮여져 있었다.
"동백...! 여기.. 내 손을 잡으시게..!"
"크후우웁...!!!"
창백해진 동백이 이상을 향해 손을 뻗고.. 이상은 성공적으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잡았소. 이제..."
하지만, 이상이 한 가지 간과 한 것이 있었다.
물에 빠진 사람은, 본능적으로 붙잡은 모든 것을 자신에게 끌어당긴다는 사실을.
"어어엇..?!"
상상을 초월하는 동백의 힘에 이상은 힘 없이 끌려가고,
"음..?"
갈 곳을 잃은 이상의 반대쪽 손이 심각한 눈빛으로 원액을 살피던 동랑의 옷가지를 붙잡는다.
그 결과...
푸아악!
이상과 동랑까지 사이 좋게 원액에 빠지고 말았다.
"프우웁...!!"
"콜록..! 푸흡...!"
"우웁...!!"
그렇게 세 사람은 졸지에 함께 수영을 하게 되었다.
...아니, 수영이라기엔 살기 위한 몸부림에 더욱 가까웠지만.
세 사람이 모두 들어가기엔 통의 크기가 충분하지 않았던 탓에, 세 명은 몸이 이리저리 엮인 채로 허우적 대고 있었다.
"저놈들 뭐하냐?"
"아무래도... 세 사람 다 수영을 못하는 것 같은데요..?"
"단.허.꿀.말."
"단체로 허우적 대는 꼴이 꿀에 빠진 말벌 같으시다고.."
"..저대로 두면 안될 것 같지?"
"살... 살려...!"
"푸으읍..."(꼬르륵)
"네.. 아무래도 제가 구해야 할 것 같.."
"굳이 그럴 필욘 없어 보이는데?"
"수영 챔피언께서 오고 계시거든."
"잠시 자릴 비운 사이에.. 무슨 소란..."
"동랑 님?!?!"
"푸헉.. 삼...조 씨...."
그렇게 뜬금 없이 벌어진 세명의 물쇼는, 삼조가 달려들어 모두를 구함으로써 마무리 되었다.
그렇게 원액에 빠졌던 세 명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을 무렵.
'정말 아무렇지 않잖아...? 대체 어떻게 된거지?'
가장 먼저 구해진 동랑은, 의구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원액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리저리 돌아가던 그의 눈과 머리가, 마침내 한곳에서 멈춰섰다.
통 위에 고정된 채로 공중에 붙잡혀 있던 '눈물 흘리는 것'의 상태가, 뭔가 이상했다.
그것은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았다. 그것의 눈알 근처에는, 자그마한 상처와 함께 처음보는 푸른빛의 무언가가 원액에 한방울씩 뚝 뚝 떨어지고 있었다.
동랑은 그것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피....'
그 액체가 피가 맞다는것을 증명하듯 '눈물 흘리는 것'의 근처에는 떨어지는 액체와 똑같은 것이 살짝 묻은, 깨진 유리창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을 고정시키던 장치 역시 약간 망가져 있었다.
정황 상 저것이 어떻게든 장치를 약간이나마 망가뜨리고, 주위에 있던 유리창 하나를 깨트리고는 직접 상처를 내 피를 떨어뜨리고 있는것 같았다.
피가 떨어질수록, 점차 같은 색으로 변해가는 원액.
"....."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랑은, 마침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답은 한 가지 뿐이었다. 저 '눈물 흘리는 것'이 흘리는 피는, 눈물과는 다르다.
그것은 부정한다. 정확히는, 특이점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야 근원으로 육체를 변형 시켜 버리는 저 눈물 원액이 평범한 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어째서 저것의 피가 그런 성질을 띄고 있는 것인진 알 수 없지만.. 동랑에게는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저것은 스스로 상처를 내어 피를 흘렸다. 그 행동이 뜻하는 건..
'자신의 눈앞에서.. 생명이 꺼지는걸 어떻게든 막고 싶었던 거겠지.'
"하...하하하....."
동랑은 여전히 피를 흘리고 있는 그것을 조용히 응시했다.
"넌.. 여전히... 상냥하구나."
"눈물은 모든 것을 근원으로 되돌리고. 그것을 어떻게 정제하는지에 따라 복구를 하기도, 파괴를 하기도 하지."
"하지만 피는... 그것들 자체를 의미 없게 만들어."
"모든 걸 부정해. 원액만이 지니고 있던 것도.. 앰플만이 지니고 있던 것도...."
"......"
"하아... 하아...."
"후우...."
"...동랑?"
"....."
작게 중얼거린 동랑의 목소리는, 그 누구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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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조가 되게 마음에 들던 캐릭터라 한번 써봄. 당연하지만 눈물 흘리는 것의 피가 특이점을 없앤다는건 내가 지어낸 설정.
어떻게든 설정 그럴듯하게 맞춘다고 위키도 참고하면서 썼음. 뭔가 이상해도 양해 부탁함다.
..열심히 적었는데 추천좀 부탁해요..
맞다 혹시 써줬으면 좋겠는 소재 있으면 댓에 적어주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