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는 용서라 하면 보통 기껏해야 작은 실수. 작은 오해. 작은 악행에서 비롯되잖아?
누가 훔쳐 간 연필, 실수로 엎지른 커피, 잘못 배달된 택배.
학원을 빼먹고 간 피시방. 몰래 베낀 숙제.
우리가 보통 하거나 받는 용서는 이런 것들이겠지.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에게 "용서"란 단어는 자칫 가벼워 보일 수도 있어. 무의식에서도 그렇게 느낄 수도 있고.
하지만 김지훈한테 "용서"라는 단어는...
김지훈한테 용서는, 그저 웃어넘기거나 잠깐 혼내거나 혼나고 넘길 수 있는 우리의 용서랑은 차원이 달라.
용서가 비롯되는 악행이, 그 누구도 인정할 수 없는 큰 죄니까.
용서하고 싶어도 마음속 상처가 욱신거려 용서할 수 없는, 용서할수 없으나 용서하고 싶은. 이 딜레마까지 생길 정도로 김지훈에게 용서라는 건 되게 깊은 단어였을 거야.
그리고 결국 김지훈은 어머니를 용서할 수 없었지. 그래서 뫼르소한테 오늘 어머니를 죽였다는 슬로건을...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어머니를 용서하고 사랑하고 싶다는 희망이 있고 말이야.
김지훈 말마따나 이 감정은 그대로 라오루에 반영되었지.
앤젤라는 아인과 롤랑을 용서하고.
롤랑은 앤젤라를 용서하잖아.
사실 둘의 행동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말이 안 되지.
나를 한 번도 바라봐 주지 않고 그 개지랄을 시킨 아인을 네가 텅텅이라면 용서했겠어?
슬픈 사연이 있다 한들 너의 반쪽을 앗아간 텅텅이를 넌 용서할 수 있었겠어?
난... 적어도 난 못하겠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잖아.
그래.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둘이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기란 불가능에 가깝겠지.
하지만.
게임 속에서만큼이라도, 아무리 세상이 잔인해도 용서라는 작은 희망은, 적어도 게임 속에서라도 피워낼 수 있어.
김지훈과 그의 어머니는 롤랑과 앤젤라의 현실적인 엔딩, 베드 엔딩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는 마음가짐을 버리지 못하고.
어머니가 어쩌다가 가정폭력까지 저질렀는지. 김지훈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자신의 상처가 너무 아파 타인의 상처를 봐주지 못하고.
결국 둘이 갈라지고. 서로 고통밖에 없는 베드 엔딩- 현실.
가장 사실적이지만 그렇기에 끝없이 잔혹하고 슬픈. 그런 엔딩.
그러나.
아무리 불가능해 보여도 둘이 서로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김지훈의 희망은.
롤랑과 앤젤라가 서로를 용서한, 아무리 억지스럽다 해도 행복한 해피엔딩으로 그려진 거 같아.
둘이 서로를 용서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
과거의 아픈 기억이 상처를 쑤셔 용서를 방해할 수도 있고.
용서보다는 욕망을 쫓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도 있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이것도 그거고 그것도 이거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용서를 하는 게 쉬울 리가 없잖아.
용서는 확실히 외면과 증오보다는 어려워.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하지만 그 끝의 서로를 받아들인 둘은, 서로를 용서하지 못한 때보다 훨씬 행복해해.
이게 김지훈이 바라던 어머니와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그 과정이 험난하고 거칠고. 어쩌면 멍청해 보일지라도.
그럼에도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는... 그게 김지훈이 어머니와 이루고 싶은 현실은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그게 불가능하단 걸 또 알기에. 그 욕망을 풀어낼 수 있는 게임의 스토리에 녹아낸 건 아닐까?
뭐... 말은 거창하게 했다만.
이건 내 나름대로의 인터뷰 후기야.
내가 이런 글을 쓴 이유는 결국 김지훈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그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알아가고 싶고. 그를 이해하고 공감해 주고 싶어서.
그의 미래와 결말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난 김지훈이 행복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