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06-20-TE
모든 것이 있는 이단 심문관
TETH

외형관찰 기록


관찰 단계 0단계
글쓰는 건 귀찮지만, 시키는 걸 안 할 수도 없지.
탓이나 하지 말라고. 난 꾸미거나 그럴듯한 글은 못쓰니까.
일단… 그 새끼들은 생긴 것부터 역겨워.
팔이든 다리든 이상한 점토 같은 게 들러붙어 있는데… 거기에 개 같은 눈동자도 박혀있어.
그리고 뼈가 튀어나온 건지, 아니면 그 찰흙 같은 게 굳은 건지 모르겠는데 그게 칼날처럼 생겨있더라고.
그거로 여기저기 쑤시고, 찌르고, 자르나 보지?
아, 맞아. 우리 쪽에 벌레 양반 있잖아? 그 벌레 양반 팔하고 닮았다.
그 녀석한테 물어보면 뭔가 더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

→ …대체 어디서부터 화를 내야 할지 모르겠네. 내 팔에 애정을 갖고 있는 건 아닌데, 아무리 그래도 저 괴물 찰흙이랑 비교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 불만이면 직접 와서 말하던가.
→ 히스클리프 씨. 분란을 조장하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관찰 일지에 비속어나 욕설은 자제하세요.
→ 귀찮은 걸 억지로 하는데 글도 내 마음대로 쓰지 말라고? 그럼 딴 놈 시켜.
관찰 단계 1단계
머리 하얀 녀석이 자꾸 뭐라고 하는데, 나는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쓸 거야. 안 그래도 오늘 그 새끼들이랑 한판 붙었다가 기분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 뒤룩거리는 눈깔… 아, 일단 그것들은 찰흙이 아니었어.
근육… 분명히 근육이야, 그거. 떨거지 놈들 찢어봤을 때 느낀 감각이랑 똑같아.
그 근육이 놈들의 팔 다리에 붙어서 자기 몸인 것 마냥 행세하는 것 같더라. 그 놈들 눈동자는 그대로 있고 팔에 붙은 눈만 뒤룩거리더라니까.
그래서 싸우는게 좀 힘들었어. 눈동자를 보고 움직이는 걸 예측해야 하는데, 팔뚝에 그게 붙어있으니 익숙해지기가 어렵던데. 뭐, 그래봐야 한대 맞고 세대 휘두르면 그만 이지만.
그리고… 그것들은 감정이 있는 것 같던데. 맞을 때 마다 근육이 떨렸어. 눈도 찌푸리고… 빡치는 거 같던데? 하여간 웃기는 짬뽕이야.

→ 웃.짬은 무슨 맛이 나지? 맛이 예술적인가? 흥미가 돋는데.
→ 그냥 뒷골목에서 흔하게 나도는 말이에요… 어이 없다는 뜻이요.
→ 알고 있다. 조크.
관찰 단계 2단계
보통 이런 것들은 부서지면 부서지는 대로 회복되는 거 같던데, 그 근육 덩어리들은 아닌 것 같아.
팔에만 근육이 뭉텅이로 붙어있는 걸 집요하게 때리니까, 으깨지던데?
뭐, 부서졌다고 그걸로 공격을 안하는 건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위협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아, 빡치다 못해 한 놈을 잡아 뜯어버리는 공격을 했었는데 그게 없었던 것 같기도 한데.
생각해보니까 그 칼 같은 걸로 쑤셔 터트리는 건데, 없으면 못할 수 밖에 없긴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