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02-04-13-TE
네 발 짐승
TETH


외형관찰기록

관찰 기록 0단계
그것보다 역겹고 무서운 것들은 많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해둬야겠어요. 그건 끔찍하게 생겼어요.
멀리서 보면 그냥 짐승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까이 갈수록 혐오에 다가서죠. 외곽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것들처럼요.
근섬유 다발이 밖으로 빠져나온 건지, 짐승의 털처럼 빠져나와서 온몸에 솟아있고, 갈비뼈가 반대로 뒤집혀서 뚫고 나와서 등 전체가 터져있는 것 같아요.
팔… 아니, 다리라고 해야겠네요. 그 네 개의 다리들은 분명히 인간의 것은 맞지만 인간처럼 움직이지는 않았어요.
그래, 맞아요. 그건 짐승 같았어요.
→ 외곽에는 정말 저런 것들이 있소?!
→ 저런 건 없죠.
→ 에엥… 그러면 왜 저렇게 쓴 거요?
→ 그거보다 더 심한게 있었죠.
관찰 기록 1단계
그것들은 너무 재빨라요. 평범한 인간의 반응 속도가 아니라고요.
게다가 교활하죠. 눈에 보이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
가장 몸이 약할 것 같은 존재, 그러니까 뒤를 노리고 재빨리 도망가는 전략을 쓸 줄 알아요.
저번 전투에서도 그랬어요. 너무 많이 공격 받은 수감자를 관리자 님이 뒤로 빠져서 싸우라고 말씀하셨는데, 마치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 처럼 그 분의 동맥을 할퀴고 바람처럼 도망갔죠.
들려봐야 어차피 째깍 거리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을 텐데…
아, 어쩌면 뒤틀린 자들은 다르게 반응하는 걸지도 모르죠.
관찰 기록 2단계
떼로 덤비더라도 한 마리씩 침착하게 대응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는 동안 수감자들이 죽을 수는 있겠지만… 어쩔 수 없죠. 살아날 수 있다는 게 어디에요.
저번에는 골고루 공격을 했다가 모두가 죽어버려서 관리자 님이 꽤 고생을 하셨던 것 같아요. 그것들은 맞으면 맞을 수록 강해지는 힘이라도 있는 것 같아요.
아, 죽어버렸다는 이야기를 해서 생각난 건데…
그것들이 제 배를 내장 째로 물어 뜯어 삼켰을 때가 생각이 나요.
아프다는 걸 느낄 새도 없이 죽어버렸던 것 같은데, 무언가… 끊임 없는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뜨겁거나, 괴롭지는 않았고…
불과 함께 하는게 당연하다는 느낌이었을까요, 그게.
더 경험하기 전에 살아나서 다행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자리를 빌어서 인사드려요. 고마워요, 관리자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