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던을 돌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뻘글을 쓰기로 한 나.


이번에 쓸 뻘글의 주제는 환상체가 만들어지는 조건을 작중에서 밝혀진 것 기반으로 추론해보자는 것이다.


1. 환상체란?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스토리에서 앤젤라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의 제일 밑바닥에 흐르는 강(인간이 잊고 있는 모든 것의 근원)이 있고 몇몇 장소에 강과 통하는 작은 틈이 있는데 이곳에서 기어나온 것들이 바로 환상체다.


즉 밑바닥에 흐르는 강에서 자연 발생하는 것이 원래의 환상체인데 앤젤라는 여기서 더 덧붙인다.


우리의 특이점은 환상체로부터 에너지를 추출하는 것이 아닌 환상체를 창조하는 것.


이것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라오루에서 더 정확하게 나오는데


로보토미의 특이점은 무정형의 개념을 물리적으로 실체화 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나온다.


즉 환상체는 원래 세계 밑바닥에 흐르는 강에서 틈을 통해 기어올라오는 괴물이지만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은 이것들을 인공적으로 창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이용해 환상체를 찍어내 관리하며 친환경 에너지 기업이 되었다.


이 환상체는 어떻게 인공적으로 창조되는가. 그것은 로보토미 추출팀 스토리에서 볼 수 있는데


카르멘의 뇌와 척수를 이용해 만든 두레박이라는 물건으로 세계 밑바닥에 흐르는 강과 이어진 우물을 통해 코기토를 길어올려 직원에게 주입하면 그 직원은 환상체 혹은 시련이 된다.


이 두레박이라는 물건은 빛의 씨앗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데 아인(로보토미의 설립자)이 엔들리스 피프티를 통해 빛의 씨앗을 뿌리려고 했던 이유가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두레박으로 각자의 코기토를 길어야 했기 때문이다.


즉. 환상체는 카르멘의 두레박으로 길은 코기토를 타인에게 주입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종의 부작용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환상체는 두 종류로 나눠질 수 있는데


밑바닥에 흐르는 강에서 기어올라온 자연 환상체


카르멘의 코기토를 주입해 사람에게서 만들어진 인공 환상체


이렇게 나눌 수 있겠다.


2. 로보토미 몰락과 백야, 흑주 이후


로보토미 본사가 빛의 씨앗을 뿌리며 백야와 흑주 현상이 나타나고 아인과 두레박(카르멘)은 한없이 빛으로 화했다.


그 이후 도시에는 뒤틀림 현상이라고 하는 새로운 재해가 등장하는데 이 현상은 환상체와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환상체는 기본적으로 불멸의 존재라 제압은 가능할 지언정 죽지는 않는데 뒤틀림은 그렇게 변했어도 어디까지나 사람을 기반으로 하는지라 죽이면 죽는다.


이는 아인이 목표로 했던 자신의 두레박으로 자신의 코기토를 길어올린 결과 중 하나로 보이는데 라오루의 마지막에서 이를 종용하는 것이 사실 카르멘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아인이 진정으로 목표한 것은 바로 뒤틀림이 아닌 EGO의 발현으로 뒤틀림이 꺾여버린 자신에 대한 긍정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 EGO는 꺾여버릴 것 같은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관철했을 때 발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EGO와 뒤틀림의 발현으로 더 이상 환상체는 새로 만들어질 수 없겠구나 하고 라오루 까지 나왔던 당시에는 모두가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라고? 알았다....


3. 2차 백야 이후


라오루 진엔딩에서 앤젤라는 빛의 씨앗을 온전히 뿌린다. 이것이 바로 2차 백야다.


2차 백야 이후로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자세한건 리바이어던을 직접 보는 것을 권하며 우리는 리바이어던 최종부분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약지의 마에스트로 점순이는 유리창을 통해 뒤틀림으로 각성하여 배길수 씨와 치열하게 싸운다. 이 때 각성한 능력은 평행세계의 관측. 본인이 관측하기도 하고 상대에게 관측시켜 과부하를 일으킬 수도 있는 무서운 능력인데 그렇게 싸우고 점의 아름다움을 설파하며 배길수 씨를 몰아붙이던 도중 배길수 씨가 EGO를 각성하고 역으로 털린 뒤에 점의 아름다움을 모순으로 논파당하며 갑자기 침묵을 한다.


그리고 여기서



이놈이 점순이의 몸을 찢고 튀어나온다. 리바이어던을 보던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을 갑툭튀인데 정말 뜬금없이 튀어나왔다. 이 샤덴은 배길수 씨가 알아서 잘 무찔렀으며 이후 림버스 컴퍼니에서 회수한 듯 보인다.


그럼 본격적으로 추론을 시작해보자.


4. 로보토미의 환상체와 점순이를 찢고 태어난 환상체의 공통점


로보토미에서 환상체를 추출하는 법은 '카르멘의 두레박'을 통해 세계 밑바닥에 흐르는 강에서 끌어올린 코기토를 직원에게 주입하는 것이었다.


뒤틀림과 EGO는 '스스로의 두레박'을 통해 끌어올린 코기토로 인해 발현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자연발생하는 환상체는 세계 밑바닥에 흐르는 강에서 올라온다.


로보토미의 특이점이 무정형의 개념을 물리적으로 실체화시키는 것이었음을 감안하면 환상체는 높은 확률로 무의식 속에서 끌어올려진 무언가이다. 그것은 공포일 수도, 슬픔일 수도 있고 아니면 사랑일 수도, 외로움일 수도 있다.


무의식이 물리적 형태를 가지는 것이 환상체라면 뒤틀림과 EGO와의 연계성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EGO와 뒤틀림은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원한 형태다. 이는 의식 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무의식의 정 반대에 있는 형태이기도 하다. 즉 EGO와 뒤틀림은 의식의 형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타인에 의해서든 스스로가 모순을 깨달아서든 모종의 이유로 완전히 무너진다면 어떻게 될까? 의식은 무너지고 온전한 무의식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뒤틀림과 EGO가 두레박으로 코기토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는 행위라고 본다면 의식을 붙잡고 있을 때는 계속 무의식과 싸워가며 스스로를 붙잡아야 한다. EGO가 계속 스스로에게 속삭인다고 말했던 칼리의 대사에서 EGO나 뒤틀림을 발현한다는 것은 무의식과 계속 싸워야만 의식을 붙잡을 수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두레박으로 코기토를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의식을 붙잡고 있던 신념이나 의지가 무너진다면 어떻게 될까? 계속 의식에 코기토를 부어 뒤틀림 혹은 EGO를 실체화 시키고 있던 상황에서 의식이 무너진다면 코기토는 어디에 닿게 될까?


그렇다 무의식이다.


즉 이를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1. 로보토미의 정수 코기토는 세계 밑바닥에 흐르는 강에서 끌어올린 것이다.


2. 코기토가 무의식과 닿으면 환상체가 탄생한다.


3. 코기토가 의식과 닿으면 뒤틀림 혹은 EGO가 된다.


4. 뒤틀림과 EGO의 발현은 두레박으로 코기토를 계속 끌어올려 의식에 부어 의식을 실체화 시키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5. 그렇게 계속 코기토를 끌어올리던 와중 의식이 무너지면 코기토가 무의식에 닿게 된다.


6. 그렇게 사람에게서 환상체가 탄생한다.


이렇게 정리해보면 머리가 영혼 치료 연구를 외곽까지 찾아와서 막으려 했던 이유 또한 추측이 가능한데 머리는 세계 밑바닥에 흐르는 강에 대한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이것에 닿게 되는 어떠한 행위도 전부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뇌피셜을 싸질러봤다. 다른 의견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면 좋겠다. 반박시 님말이 다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