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1,3장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


세상이 온갖 흰색으로 덮여있는 곳, 마치 텅빈 공허와도 같은 설원, 그곳에서 그는 눈을 떴다.


"<여긴....어디지.?>"


단테는 대자자세로 누워있던 자신의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베르길리우스? 오티스? 얘들아?>"


단테는 뒤늦게 수감자들과 안내자의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것은 울려퍼지는 자신의 시계소리뿐이었다.


"<....여긴...나혼자인건가?>"


단테는 그대로 홀린듯 앞으로 걸어나갔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모름에도, 그저 앞으로 나아갔다.

한발자국,한발자국, 단테는 쉬지않고 나아갔고, 그렇게 어느덧 단테가 걸음을 멈추었을때, 그곳은 하얀 설원이 아닌 여러 색채로 둘러쌓인 숲이었다.


"<.....여긴..숲?>"

"단테님, 오랜만이에요."


그곳에서, 분명 전에 잃어버렸을 인연이었던 이들이 단테를 반겨주고 있었다.


"<너희들...분명...>"

"죽었는데 어떻게 살아났냐 묻는다면, 여긴 너의 꿈속이니까"

"<...꿈....그렇구나.>"

"일단 여기 앉아서 차라도 한잔 하시는건 어떻세요?"

"<....미안 나 차 못마셔.>"


그러자 소드는 머뭇거리는 단테가 웃기다는 듯,가벼운 웃음을 지으면서 단테에게 말하였다.


".ㅎ..어짜피 차 못마실건 아니까 그냥 앉으세요."


단테는 순간 머뭇거리다가 그들이 준비한 자리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았다.


"...뭘그리 빤히봐?"

"<너희들은....내가 밉지 않아?>"

"....밉지않아요."

"<....정말...밉지 않아?>"

"그럼, 우리가 널 미워할 이유라도 있냐?"

"<...따지고 보면, 너희들은 나때문에 죽은 거잖아..>"


단테는 보통 그들은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까맣게 잊은 채로, 그들에게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유리, 넌 내가 명령을 좀 일찍하거나 너를 붙잡아 말렸더라면 사과한테 녹아 죽는 일은 없었겠지, 에피, 넌 내가 명령하지만 않았어도, 다른 방법을 찾기만 했어도 널 구할수 있었겠지, 소드, 넌 내가 버리고 가지만 않았어도, 아니, 귀도의 몸을 뒤져서 k사 혈청을 찾아내기만 했어도 살 수 있었겠지.>


단테는 하나씩, 하나씩 자신의 후회를 그들에게 노래하였다. 마음 한켠에선,그것이 궤변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이 만약에라는 것도 알고 있음에도 단테는 후회를 그들에게 털어놓았다. 단테는 그러지 않는다면, 그들이 자신을 반성도 하지않는 쓰레기로 여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설령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그것을 털어놓지 않는 한 자신의 마음이 계속 아려올것이라고 생각했다.


"<너희가 죽은건,전부 나때문이야, 내가.. 내가 미안해, 내가...더 좋은 선택을 했더라면...내가...더 유능한 관리자였다면...>"



그렇게 단테의 후회가득한 말이 끝났을 때, 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단테님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녹아 죽은건, 오로지 저의 실책이였는 걸요."


그다음으로 에피가 입을 열었다.


"넌 내가 편해질 방법을 택해준것 뿐이야.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마지막엔 꽤 편하게 갔으니까, 난 만족해."


마지막으로 소드가 단테에게 입을 열었다.


"그곳에 남겠다고 한건 제 선택이었어요. 에피가 죽은 이상, 저에게도 살 의미가 사라진거니까, 그렇게 죽은 걸, 전 후회하지 않아요."


그것이 단테의 무의식적인 강력한 소망으로 만들어낸 환상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들의 혼이 자신을 위로하는 것인지 단테는 몰랐지만, 그들의 말만으로도, 단테는 구원받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북받쳐오는 감정을 견디지 못한 단테는, 눈물이 흐르진 않았지만,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고마워 얘들아....그리고...내가...내가 미안해 얘들아..내가..>"

"에이.. 뭘 그렇게 울고 그래요.. 저희는 괜찮아요, 단테님은 잘못 없어요."

"설령 정말로 잘못이 있더래도, 우리가 용서해 줄게."

"그러니... 너무 괴로워하지 말아요.. 단테."

"<....고마워..얘들아...>"

"고맙긴 뭘."

"그럼 이제 가봐야겠네요. 오랜만에 만나서 즐거웠어요."


그들은 단테의 눈물을 닦아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뒤, 찬란한 햇살 속에서, 마치, 햇빛에 녹아들듯, 사라져버렸다


"<...이젠...가봐야지.>"


단테는 자리에서 일어서곤, 원한서린 손들이 가득한 문을 열고, 지옥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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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단테가 눈을 뜬 곳은 자신에게 너무도 익숙한 공간인 메피스토펠레스였다.


"<난 분명 몸이.... 아 맞다. hp탄.>"


사경을 해메다 눈을 뜬것인지, 단테의 하반신은 말을 듣지 않았지만, 단테의 가슴에서 활발히 뛰는 심장이, 그가 살아있음을 증명해주었다.


"관리자님! 일어나셨습니까!"


단테가 깨어난지 얼마 되지않아,밖에서 대화하던 오티스가 곧장 단테에게로 달려왔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아..좀 못움직이는 것 빼곤 괜찮아, 고마워 오티스.>"


단테는 오티스에게 감사를 표하듯,손을 오티스에 어깨에 두고 툭툭두드렸다


"괜찮으시다니 다행... 관리자님?"

"<응? 왜?>"

"관리자님 시계구멍에서..물이..."

"<어? 아 기름샜나...>"

"금방 닦아드리겠습니다."

"<아냐, 내가 닦을게.>"


단테가 오티스에게 손수건을 받아 새는 기름을 닦는 사이, 오티스가 단테에게 질문을 던지었다.


"근데...꿈에서 누군가를 만나셨습니까?"

"<음? 그건왜?>"

"중얼거라면서 미안하다고 사죄하시길레..."

"<아.. 그냥...>"


단테는 고개를 돌려, 저 멀리, 찬란히 빛나는 햇살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리운 얼굴들을 만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