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머와의 싸움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다음 장소로 출발하기 전 그들은 버스를 정차하고 여독을 풀고있었다. 모두가 피곤함에 쩔어 단잠에 빠져있다.


그러나 단테만은 잠에 들지 못했는데, 크로머와 대치하던 싱클레어를 본 이후부터 마음속에서부터 들끓는 욕망 때문이었다.


악에 받쳐 몇번이고 죽어가면서 이단심문관들을 찌르던 싱클레어, 돈키호테에게 한껏 맞고는 진정한 싱클레어, 팔다리가 녹아가며 크로머에게 다가가는 싱클레어.


단테의 시계 머릿속엔 싱클레어가 가득했다. 다른 생각을 하려해도 그 속에서도 싱클레어가 나타났다. 어느 순간부턴 단테 자신을 크로머에 대입해서 망상하기까지 이르렀다.

이러다가 잠에 들지도 못할것 같단 생각을 한 단테는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 문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단테의 발은 단테의 의도와는 다르게 싱클레어의 앞쪽으로 단테를 이끌었다.


새근새근.


잠에 든 싱클레어를 바라본 단테는 욕망에 휩쌓였다.


저 아기새를 길들이고 싶다. 내 것으로 만들어 나에게 의존시키고 싶다. 아기새의 뽀얀 살갖에 자신의 흔적을 새기고 싶다.


단테는 자신에게 입과 코가 없다는 것에 처음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그렇지 않았다면 흥분으로 인해 거칠어진 호흡으로 싱클레어를 깨우고 말았을테니까.


천천히, 싱클레어에게 손을 뻗던 단테는 순간 정신을 차리곤 뒷걸음질 쳤다.


'내가 무슨 짓을.... 싱클레어는 방금 막 트라우마를 직면한 상태인데.'


단테는 그리 생각하며 제 발을 놀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러나,


뽀각.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져있던 꼬챙이를 밟고는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매너없이 바닥에 쓰레기를 버린 사람은 분명 료슈일것이다.


"으음..."


비몽사몽한 목소리. 단테는 마음속으로 료슈를 욕하며 싱클레어를 바라보았다.


"관,리자님...?"


어느샌가 단테는 자신도 모르게 한 손으로 싱클레어의 작은 입술을 막고 있었다. 단테는 시계를 돌리는것 빼고는 아무런 힘도 없는 일반인이었자만 갑작스레 솟아난 힘이 싱클레어의 입을 막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시침과 분침, 초침이 어지러이 돌아간다. 그러나,  싱클레어에게 의미가 전달되진 않았다. 아니 전달되어도 이해하지 못할것이다.


도당체 무슨 뜻인지도 모를 난잡한 욕망과 죄책감의 덩어리였으니 아직 어리고 순수한 싱클레어는 이해하지 못할것이다.

단테는 희망적으로 생각했다. 지금 다른 수감자들은 모두 깊은 잠에 들어있다. 유독 잠귀가 밝은 싱클레어만 깨어났을것이다. 그렇다면, 싱클레어만 조용히 시키면.


"째깍(싱클레어. 같이 바람 좀 쐐러 가자.)"


밤은 위험한 시간이다. 그러나, 단테가 방금 세운 계획만큼 위험하진 않을것이다.


"네?!"


단테는 거칠게 싱클레어의 손목을 붙잡아 버스 밖으로 끌고 나갔다.


터벅터벅.


버스에서 대충 6~7분 정도 걸었다. 이제 버스에서 충분히 멀어졌다 생각한 단테는 뒤에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단테를 보며 걷고 있던 싱클레어를 바라보았다.


'너는 이런때에도 나를 걱정해주는구나.'


처음부터 자신을 걱정해주는건 싱클레어밖에 없었다. 자신의 고통을 헤아려주는건 싱클레어밖에 없었다. 자신과 함께 고통을 나누어 주는건 싱클레어밖에 없었다.


단테는 싱클레어의 머리채를 잡고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찌르르한 느낌이 주먹에 깃들고, 싱클레어의 고개가 크게 흔들린다.


"관리자,님...?"


싱클레어가 당황한 눈으로 단테를 바라본다. 어찌나 강하게 맞았는지 새하얀 뺨이 붉게 달아오르고 입안쪽이 터져 입술사이로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단테는 저 피를 핥아먹을 혀가 자신에게 없다는것을 아쉬워하며 싱클레어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싱클레어도 그에 따라 뒷걸음질 쳤다.


"관리자님! 갑자기 왜 이러시는...!"


마침내 싱클레어의 뒷걸음질이 벽에 막혔을때, 단테는 싱클레어의 복부, 그중에서도 옆구리. 잘못 맞는다면 늑골이 부서지겠지만 자신과 싱클레어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빠각.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끕...!!!"


늑골이 부러진 싱클레어가 한껏 일그러진 얼굴로 비명을 지른다.


단테는 비틀거리는 싱클레어의 몸을 붙잡고는 셔츠를 찢는듯이 벌렸다. 떨어져 나간 단추 몇개가 바닥에 나뒹군다.


그리곤 아까 때린 옆구리를 살살 어루만진다. 자신의 머리색과 비슷한 검붉은색으로 물들은 옆구리를 말이다.


"끄윽... 커읍......! 흣!!"


싱클레어의 처량한 신음이 단테의 귀를 달콤하게 적신다. 단테는 확신했다.


'이게 내가 새기고자 했던 성위.'


단테는 정신을 못 차리는 싱클레어의 몸을 몇시간이고 때리고, 꼬집고, 할퀴다가 새벽녘이 뜰때서야 멈췄다.


단테는 시계를 돌려 싱클레어의 상처를 치료했다. 자신에게 느껴지는 고통보단 자신이 새긴 흔적이 사라진다는것이 고통스러웠지만 상관없었다.


자신의 성위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 새기는 것이니까.


단테는 죽은 눈으로 바닥만을 쳐다보는 싱클레어에게 명령했다.


"째깍(앞으론 매일 저녁마다 나를 만나러와. 싱클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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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 성기묘사는 없으니까 야설은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