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나요?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군요.
그 시침과 분침은 참 신기해요.
보고 있자면, 표정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달리 말을 해주시지 않더라도 티가 납니다.

아, 대단히 큰 오해를 하고 계시는 군요.
단테, 파우스트도 감정을 느낍니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거나,
단테와 함께 별을 바라볼 때면 기쁘고 벅찬 감정을 느껴요.

네. 달리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기뻤어요.

반면에, 메피스토펠레스에 생채기라도 나는 날에는 하루종일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아요.

처음 엔진을 개발할 때부터, 겉의 철갑을 두를 때까지 모든 과정을 저는 기억해요.

어쩌면,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겠네요.

직접 만들었으니, 가슴이 아니라 손 아니냐고요?
단테.
표현이 그렇다는 거예요.
평소에 시도 때도 없이 실없는 농담이나 던지면서, 왜 이럴 때는 모든 표현을 일차원적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죠.

단테.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나요?

사랑은 사전적 의미도 여러 갈래로 나뉘는 대단히 신비로운 감정이에요.

유명 사전에 의하면 ‘이성’의 상대에게 ‘성적’으로 이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의 상태라고 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동성’에게도 느낄 수 있다고 해요.
파우스트는 아직 여성에게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은 없어요. 그런 날이 오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군요.

‘파우스트,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긴 거야?’ 라니.

이럴 때는 꽤 눈치가 빠르시군요, 단테.
그래요.
요즘, 신경 쓰이는 상대가 있어요.

누구냐니…….
하아, 그래요.

파우스트가 먼저 도움을 요청했으니, 숨기는 행위는 무척 비효율적이겠죠.

상대는 이상 씨예요.
어떤 면을 사랑하게 되었냐니.
꽤 짓궂은 질문을 하시는군요.
대답하지는 않겠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의 대화에는 전혀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아무튼, 파우스트는 이게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분명 사전적 정의와 크게 동떨어지지 않으니까, 아마 높은 확률로 사랑과 수렴할 거예요.

하지만, 파우스트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요.
사랑이라는 이 비효율적인 감정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도 스스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라요.

파우스트는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꺼려요.
서로의 몸에 존재할 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세균이 오가는 연결 다리를 놓고 싶지 않으니까요.

파우스트는 타인의 시답잖은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인간은 짧은 세월을 살면서도 많은 정보를 놓치고 살아가요. 그런데 어째서 타인의 말을 들어야 하죠?

파우스트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요,
파우스트의 완벽한 유전자가 반으로 나뉘는 것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단테, 그래서 저는 ‘사랑’을 표현할 수 없어요.

그 누구보다 사랑과는 거리가 멀기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지만, 그 사랑을 표현할 수 없는 겁니다.

그래서…… 괴로워요.

그래요, 단테.
표현할 수도 없는 수수께끼의 감정 때문에
파우스트는 괴로워하고 있어요.

네……?
있는 그대로를 전하라니…….

단테.
파우스트가 비록 사랑에 있어 문외한이지만, 저런 말을 그대로 전한다면 미움을 받게 되는 건 알아요.

사랑받을 수는 없더라도, 미움받고 싶지는 않아요.

저 모든 말을.
저 모든 감정과 모순을 하나로 아우르는 한마디의 말.

그런 게 존재한다는 말인가요?

그렇다면, 알려주세요.


* * *


이상 씨.

할 말이 있어요.

아, 업무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파우스트는 효율을 중시하지만, 수감자들의 휴식 시간까지 빼앗을 정도의 무뢰배는 아니거든요.

잘 들어 주세요.

파우스트는 당신과 교제하고 싶어요.

…… 이해하지 못했나요?

괜찮아요.

파우스트는 몇 번이고 말할 수 있으니까.

당신과 교제하고 싶어요, 이상 씨.
파우스트는 당신과 함께 미래를 가꿔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