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사 인격 세계관에선 사내연애 관계인 뫼르소와 돈키호테가 인격 동기화 부작용을 좀 세게 겪는 썰

※순애 그 이상(not Yi Sang) 그 이하도 아님

※어긋난 설정 있을 수 있음






  "임무 완료, 절차에 따라 귀환하겠습니다."

  "나 승진시켜주시오, 관리자 나리!"


  버스로 귀환하는 수감자 일행의 선두에는, W사 인격을 뒤집어 쓴 뫼르소와 돈키호테가 있었다. 유난히 길었던 하루의 마지막 임무이기에, 함께 적지로 향했던 관리자 단테는 위풍당당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조금 감격할 정도였다. 그래봤자 들리는 것은 평소보다 좀 빠르게 돌아가는 시계 초침 소리 뿐이지만.


  <하아... 이제야 한숨 좀 돌리겠네. 아, 잠깐...>


  그런 단테를 다시 업무중으로 돌아가게 한 것은, 수감자들의 인격이 원래대로 돌아올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추가적인 시간을 들여 본래의 인격들로 돌아왔는지 일일히 확인하는 수고까지 하고 나서야 단테는 완전한 업무 종료를 선언할 수 있었다.


  <...수감자들의 업무 종료를 승인합니다.>


  버스 뒤편의 웅장한 문이 열리고, 수감자들은 왁자지껄 복도의 방들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불침번을 서기 위해 기다리던 단테의 옆에는 파우스트가 조용히 서 있었다.


  <파우스트, 안 들어가는 거야?>

  "파우스트는 지금은 사색에 잠기고 싶군요."

  <어... 그래.>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다채롭기도한 수감자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인 파우스트의 말에, 단테는 딱히 받아칠 생각없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그날 새로이 알게 된 것을 개인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필기구만 사각대는 소리가 빈 버스를 한참동안 채운 끝에, 단테는 특정 수감자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찾았다.


  <협회... 매번 헷갈린단 말이지. 돈키호테가 아직 깨어있을테니...>

  "단테."


  마찬가지로 자신의 자리에서 꼼짝않던 파우스트가 돈키호테를 찾으러가려던 단테를 불러세웠다.


  "지금 그녀를 찾는 것은 좋은 결정이 아닐거에요."

  <어? 왜?>

  "오늘, 저와 돈키호테, 그리고 뫼르소 씨에게 W사 인격을 특히나 오래 사용했었죠?"

  <응, 그랬지.>

  "그리고 인격이란, 사용하고 나서도 한동안 영향이 남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알고요."

  <응...>


  그것은 피부로 와닿게 배운 것이기도 했다. G사의 인격을 걷어내고도 계속 빠릿빠릿한 군인처럼 행동했던 그레고르나, 눈길 닿는 이들마다 슬쩍슬쩍 입맛을 다시던 가게 주인 료슈나, 검계와 흑운회 일원으로서 서로에게 칼날을 들이대려던 이상과 로쟈 등등... 


  <그런데... 지금 그건 왜?>

  "...파우스트는 알아요. 도시 속 사람들의 관계에는 꼭 갈등만 있는게 아니라는걸요."

  <...?>


  단테는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파우스트의 말이 시사하는 바를 도저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지금 돈키호테를 찾으러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결국 단테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선 갈등의 반대를 뜻하는 단어들을 골똘히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자기 방을 찾아가는 수감자들의 각기다른 왁자지껄한 틈을 타, 한 방에는 두 명의 수감자가 재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그들이 입고 있는 것은 림버스 컴퍼니의 사원복이었지만, 그들의 정신은 약간의 미열같은 혼란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마치 출발할 때는 깔끔했던 워프 열차 객실의 끔찍한 진실을 서른 다섯 번째로 마주할 때처럼.

  그날 뫼르소의 방은 수많은 눈이 그려진 검은 벽에 둘러싸인 감옥이 아닌, 온통 햐얗고 깔끔한 가운데 소파들이 작은 테이블을 둘러싼, W사의 직원 휴게실로 변해 있었다. 표정 변화 하나 없는 뫼르소 옆의 돈키호테는 이를 보고 어딘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뫼르소 선배, 아니, 군..."


  복도의 방들은, 수감자의 정신 상태에 따라 변화하곤 한다. 만약 수감자가 자신에게 내내 덧씌워졌던 거울 세계의 자신에게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면, 방 역시 그에 맞추듯 '익숙한' 풍경을 보여준다.


  "지금은 아무도 없는 것 같군."

  "그런... 가 보오."


  늘상 있는 일처럼 걸음을 옮겨 소파에 앉은 뫼르소. 그러나 돈키호테는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었다. 돈키호테 자신조차 무엇을 이리 불안해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


  돈키호테는 잠시 뫼르소를 바라보았다. 자신에 비해서 모든 곳이 한참이나 거대한 남자가 소파에 기대어 앉은 형상 중에서도, 유독 무릎 위가 눈에 들어왔다. 한두 사람이 충분히 앉을 수 있을만큼 넓은 그 위에 시선이 꽂힌 돈키호테는, 자기도 모르게 뫼르소의 무릎 위를 독차지했다.


  "...의도도 효과도 불분명한 행위라고 판단된다."

  "앗! 미, 미안하오. 뫼르소 군..."


  하지만 내뱉은 말과는 달리, 돈키호테는 여전히 그의 무릎에 올라타 있었다. 오히려 뫼르소를 향해 몸을 돌리고 앉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이럴때면 늘 하던 것이 있잖소...?"


  늘 하던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두 사람 모두 뚜렷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안개 너머의 무언가처럼 흐릿한 그것을 갈망하던 돈키호테는 끝내 조바심이 나, 뻣뻣한 기계같은 뺨에 입을 맞춰대기 시작했다. 뫼르소는 여전히 입꼬리 한번 씰룩이지 않았지만, 약간 고개를 돌려 이유모를 절박함에 휩싸인 돈키호테를 바라보았다. 돈키호테가 그것을 알아차리고 시선을 맞췄다.


  "돈키호테, 정말이지 곤란한 직원이로군."

  "지금이라면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오..."


  두 수감자는 입술을 맞추고, 나아가 혀를 섞었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커다란 혓바닥을 돈키호테는 열심히 핥고 얽어댔다. 고작 입맞춤만 했는데도, 돈키호테는 서서히 나른한 감각을 느꼈다. 이따금씩 아랫도리가 욱신거리기도 했다.


  "푸핫─... 뫼르소, 뫼르소 군..."

  "얼굴은 붉게 상기되고, 다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으로 미루어 판단했을때, 심화한 자극을 원하는 모양이군."


  굵직한 손가락들이 돈키호테의 하의를 벗겨내 떨구자, 속옷에 주욱 묻어나올 정도로 흥분한 증거가 여실히 보였다. 구멍 둘레를 조금 넘어갈 듯한 굵기의 손가락이 따뜻한 안쪽을 파고들었다.


  "하윽...!"


  손가락은 안에 들어간 채로 휘어지다 펴지기를 반복하면서, 제일 기분좋은 곳을 원없을 만큼 긁어댔다. 손가락이 바깥으로 당겨질때마다 애액이 뽑혀나와 손을 타고 흘렀다.


  "하아... 으, 으응─"


  돈키호테는 뫼르소의 목을 끌어안고, 그의 귀 바로 옆에서 신음을 토해냈다. 점점 통제를 벗어나는 얼굴은 민감한 곳에 충격이 가해질 때 마다 일그러지려고 했다.


  "뫼르소 군... 이제 손장난은, 읏... 그만해주시오..."


  뫼르소의 손은 명령대로 뚝 멈췄다. 돈키호테는 한두번 숨을 고르더니, 이번에는 그녀가 뫼르소의 바지를 벗기고, 탄탄한 기반으로 우뚝 서있는 양물을 손에 쥐고 미약한 고동과 물기를 느꼈다. 늘 무표정인 얼굴과는 비교될 만큼 위협적인 자태의 그것은 본능적인 동물로서의 인간의 욕망을 자극했다.


  "성교 직전의 사정은 비효율적인 행위로 판단된다."

  "나도 같은 생각이오..."


  돈키호테는 서로의 배를 맞닿게 할 생각으로 뫼르소에게 가까이 붙어, 그 작은 몸을 완전히 뚫어버릴 작정으로 서 있는 물건을 품기 위해 천천히 허리를 내리며, 정말로 꿰뚫릴듯한 약간의 아픔을 견뎌내느라 애를 썼다. 뫼르소의 두 손은 자칭 해결사치곤 가냘픈 허리를 붙잡아 내리누르며 돈키호테가 흐느끼게 만들었다.


  "흐윽... 아프잖소...!"

  "천천히 움직이겠다."


  이윽고 한계까지 자신을 뫼르소에게 내어준 돈키호테는, 두 팔과 두 다리로 그에게 되는대로 꼭 매달린채로, 허리를 붙잡은 채 위아래로 흔드는 움직임을, 뱃속을 깊숙히 넓히고 물러갔다 다시 오는 교접의 느낌을 무력히 실감했다. 중간중간, 성기가 깊은 곳을 강하게 부딪혔을땐 숨이 턱 막히는 듯한 신음을 뱉었다.


  "아윽── 으으윽..."


  그러한 자잘한 아픔들 마저 허리 흔드는 속도가 빨라짐과 동시에 쾌락으로 바뀌어갔다.


  "아, 아아─ 으응, 아♡"


  살끼리 맞부딫히는 파열음에 맞춰 제대로 되지 못한 목소리가 멋대로 터져나오던 끝에, 뫼르소의 손은 돈키호테의 안쪽이 성기에 매우 강하게 찔린 직후 멈추었다.


 "아아──♡♡"


  오금이 강하게 저리는 동시에, 품은 것의 모양이 느껴질 정도로 세게 조이는 절정을 맛본 돈키호테는, 타의로 인해 허리가 들어올려지며 품었던 것을 다시 뱉어냈다. 여전히 꺾이지 않고 서 있는 물건 위로 돈키호테의 안쪽에서 정액이 흘러나와 뚝뚝 떨어졌다. 


  "후읏... 후으..."


  아픔과 쾌감이 섞인 한숨소리를 내면서, 온몸을 떨고 있는 돈키호테는 다시 뫼르소에게 입맞춤을 요구했다. 쪽쪽 혀를 빨아대는 소리가 벽에 부딫혀 되돌아올 무렵, 뫼르소가 입을 떼고 그녀에게 물었다.


  "속행을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다."

  "...부탁하오... 뫼르소... 선배...♡"









  두 수감자는 W사의 정리요원이자, 숨이 붙어있는 동안의 모든 것이 절실한 연인들로 여전히 자신들을 혼동하고 있었다. 게다가 직원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휴게실에서 남에게 보여선 안 될 행위를 틈만 나면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그것을 알면서도, 한쪽을 완전히 알몸으로 만들고서는 소파에 눕히고 음행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애무를 이어나갔다.

  돈키호테 직원은 선배 직원인 뫼르소가 부드러워진 안쪽을 그 굵직한 손가락으로 휘저어주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휴식이 그리 길지 않을때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피와 살이 난무하다 못해 그것들이 기괴한 형체를 이루어 눈에 띄는 건 뭐든지 찢어발기려 드는 끔찍한 일상을 견딜 수 있는 활력소가 되곤 했다. 


  "으으읍─♡"


  윗입도 아랫입도 전부 틀어막힌 돈키호테는 꽉 막힌 입으로 교성을 내질렀다. 반쯤 감긴 꼴로 초점을 잃어버린 눈은 눈물만 줄줄 흘리면서 자신이 그토록 애정하는 선배의 모습을 담기 위해 움찔거렸다. 돈키호테는 언제나 기계적으로 묵묵히 일만 처리할 뿐인 그에게서 도데체 어떠한 점을 이렇게 사랑하게 된 것인지, 반대로 뫼르소는 어떻게 이런 방정맞고 소란스럽기만 한 그녀를 향해 욕정하게 되었는지는, W사 인격의 영향이 좀 더 희미해진 지금은 떠올릴 수 없었다. 그저 정신을 흐물흐물하게 녹여버리며 힘들었던 하루를 전송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제, 이제 넣어 주시오... 빨리...♡"


  시작할 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양의 액으로 소파를 적신 돈키호테가 또 다시 조바심을 내비치고, 이전보다 쉽게, 더 우악스럽게 안을 파고드는 감각에 눈이 까뒤집히기 직전까지 갔다. 그럼에도 위태로운 신호는 아니기에 뫼르소는 개의치 않고 허리를 흔들었다.


  "앗, 윽♡ 뫼르소, 선배앳♡♡"


  붙잡을 옷자락조차 전부 벗어버린 돈키호테는, 자신이 베고 있는 소파 팔걸이를 힘겹게 붙잡고 버텼다. 수감자의 인격으로는 한번도 상상해 본적이 없는, 누군가와 잠자리를 가지는 자신의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던 돈키호테는, 갑자기 상대의 움직임이 느려진 것을 느꼈다.


  "뫼르소... 선배?"


  상대는 대답대신 몸을 숙여와 부드러운 입맞춤을 했다. 가까이서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무표정 같지만 한껏 성욕에 휘둘리며 상기된 얼굴에 늘 납작하게 쓸어올린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조금씩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변화가 거의 없어보이는 뫼르소 또한 사실은 흐트러지기 직전에 다다랐다는 모습에, 돈키호테는 작게 웃었다.


  "훗, 후후... 선배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오?"

  "..."

  "이래서... 나는 선배를 사랑하나보오..."


  어떤 부분이 기폭제가 되었던 것인지, 뫼르소는 몸을 숙인 자세 그대로 난폭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아?! 자, 잠깐, 뫼르── 아앙♡"


  이성을 잃은 것만 같이 상대를 몰아붙이는 뫼르소 밑에는, 그의 열기와 무게를 받아들이고 있는 돈키호테가 날카롭게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었다. 더 이상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그녀는, 자신을 끌어안은 억센 손과, 마찬가지로 뫼르소를 겨우 끌어안고 있는 자기 팔에만 의지한 채로 다시 찾아올 격렬한 절정을 한껏 고대했다.

  이윽고, 최후의 강렬한 충격 끝에 돈키호테의 허리가 휘었다.


  "아그극───"


  발끝에서부터 머릿속까지 온 신경을 태우듯 발작하게 만드는 쾌락에, 신음이라 하기에도 애매한 목소리가 찢어지듯 허공에 내뱉어졌다. 생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된 발작이 조금 사그라들었을 때, 돈키호테는 작게 앓는 소리를 들었다. 뫼르소의 목소리였다.


  "하... 흐읏..."


  감정이 거의 거세된 언행만을 보이던 그가 원초적 욕망에 강렬히 만족하는 모습을 본 것이 낯설고도, 그 속에는 왜인지 계속 봐온 것 같은 친밀감이 느껴졌다. 아마도 인격의 잔재일 것이다. 돈키호테는 땀에 흠씬 젖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뫼르소 선배..."

  "...정말... 흣... 이해하기 어렵군."








  밤이 저물고 새벽동이 틀 무렵, 파우스트는 사색에서 문득 벗어났다. 몇 번을 돌아봐도 눈을 감은 채 움직이지를 않던 탓에 그녀가 자는 줄만 알았던 단테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우왓 깜짝이야... 일어난거야?>

  "파우스트는 잠들어 있던게 아니에요."

  <그렇겠지... 그럼 왜?>

  "파우스트가 무언가를 알았기 때문이에요."


  단테는 약간 놀라웠다. 무슨 일이든 다 알고 있다고만 하던 파우스트가, 이번에는 무언가를 알게 되었다니. 하지만 내용을 캐물어봤자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올 것 같지는 않아 그냥 고개를 돌렸다.


  "기상 시간까지 약 30분 남았군요."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


  말을 마치기도 전에 버스 뒤쪽의 문이 열리더니, 돈키호테가 튀어나왔다.


  "림버스 컴퍼니!!!!!"

  <으악 시끄러!! 저건 언제 들어도 귀가 터질거 같아...!>


  평소같은 분위기로 소리 한번 질러준 돈키호테는 버스 안을 성큼성큼 가로질러 왔다.


  "좋은 아침이네, 관리자 나리! 간밤은 평안하였는가?"

  <어... 응. 근데 웬일로 제일 먼저 나왔네?>


  평소대로라면, 돈키호테는 수감자들이 한창 몰려 나올 시간대에 모습을 비추곤 했었다. 단테의 의문이 가시기도 전에 돈키호테는 속사포로 자기 할 말을 해대기 시작했다.


  "있지, 들어보게나! 내가 어젯밤에 도움을 찾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꿈을 꾸었네! 그래서 나는-"

  <아, 맞다. 어제 기록 정리 중에 네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었는데...>

  "그랬소?? 그런데 왜 바로 나를 찾지 않았소?"

  <그게...>


  단테는 뒤쪽의 파우스트를 흘깃 바라보았다. 파우스트는 조용히 버스 뒷문을 바라보며 앉아있기만 했다.


  <...어제 네가 일찍 잠자리에 든 것 같아서.>

  "─딸꾹."


  순간의 평정심을 잃을 뻔했지만, 돈키호테는 다시 멀쩡한 자신을 연기했다.


  "그, 그럼 자리에 앉아서 자네에게 도움을 주도록 하겠네!"


  그 가면은 자리에 털썩 앉자마자 다리 사이로 파고드는 통증에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아윽─..."

  <왜,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큭... 여, 영웅이 이 정도로 쓰러질 순 없는 법! 어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말해주시오!"

  <도움은 네가 필요해보이는데?!>


  다행히도 단테가 더 캐묻기 전, 이른 아침부터 말다툼을 시작한 히스클리프와 이스마엘의 등장으로 상황은 얼버무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머지 수감자들도 차례차례 복도를 나와 자기 자리에 앉았다. 아침 점호할 시간이 되자 단테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감자들을 향해 돌아섰고, 뫼르소의 자리가 빈 것을 알았다.


  <거기 뫼르소 자리 맞지? 혹시 나오다가 본 사람?>

  "글쎄요. 이 자식만 보면서 나오다가 그 사람 방은 못 봤네요."

  "뫼르소 씨면... 항상 제일 먼저 나와 계시지 않았나요?"

  "그 자식, 진짜 기계인줄만 알았더니. 늦잠도 잘 줄 알잖아?"

  "단테 씨, 찾으러 가보는게 좋지 않아?"

  "관리자 님께서는 점호라는 신성한 관례를 해야 하는 몸이시니, 이 오티스가 직접-"


  로쟈의 말대로 직접 그의 방까지 가려던 단테는, 이윽고 뒷문을 열고 나오는 뫼르소를 맞닥뜨렸다.


  "안녕하십니까, 관리자님."

  <앗... 웬일로 오늘은 마지막이네.>


  뫼르소는 그 이상의 대답은 없이 자기 자리에 앉았다. 약간의 돌발 상황이 있었지만, 어쨌든 아침 점호를 무사히 마친 안도감에 단테는 규칙적인 초침 소리를 냈다. 드디어 버스의 출발만 앞두고 시끌벅적하던 그때 뫼르소가 단테를 불렀다.


  "관리자님, 앞으로 업무 종료 후, 거울 인격의 완전한 제거에 대한 방침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힉."

  <...>


  단테는 돈키호테가 숨을 멈추는 걸 보아, 또 그녀로 인해 어젯밤에 트러블이 생겼겠거니 한숨을 쉬었다.


  "...이번은 돈키호테가 원인이 아닙니다."

  "...휴우..."

  <어?>


  단테는 이 모든 상황에 위화감이 들기 시작했다. 왜인지 기상 시간도 되기 전에 나온 돈키호테와 제일 늦게 나온 뫼르소, 어딘가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돈키호테의 반응까지. 알 수 없는 것 뿐이지만 알았다가는 큰일 날 예감이 드는 의문이 공포스러워진 단테는 파우스트를 바라보았다.


  "파우스트는 이것도 알고 있었답니다."


  이번에는 알고 있었다는 대답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결같은 무표정이었지만, 자기 머릿속에서 도출해낸 어떠한 결과가 맞아떨어진 것에 뿌듯해하는 눈치였다.


  <...>


  단테는 한동안 인격을 사용하는 것이 약간 두려워졌다. 특히 W사에 관한 것은 더욱.









  수많은 도시 사람들의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W사. 하지만 W사의 정리요원들은 하루하루가 고되기만 하다. 정리요원 파우스트 또한 그들 중 하나로, 한 가지 특이사항이 있다면 늘 녹음기를 들고 다니며 기록을 한다는 것이다.


  "...이상, 기록을 마칩니다."


  그날도 '정리'와 기록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직원 전용 휴게실로 걸음한 파우스트는 그 안에서 한번도 듣지 못했던 소리를 들었다. 닫힌 문 너머로 살결이 팡팡 부딪히는 소리, 소파가 무게를 감당하며 끼익거리는 소리, 그리고 목소리에 유난히 특성이 있었던 후배 직원의 신음 소리까지.


  "..."


  파우스트는 휴게실 옆 모퉁이를 돌아 등을 기대고 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휴게실 문이 스륵 열리더니, 그녀와 안면식이 있는 두 직원들이 나왔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렸을 것이오, 선배..."

  "휴식시간은 언제나 귀중한 것이니, 신중히 쓰도록."

  "선배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귀중한 시간이란 말이오..."


  약간 흐트러진 두 사람분의 발걸음이 멈추는가 하더니, 이윽고 입 맞추는 소리가, 잔혹한 진실의 분위기만 감돌던 W사 복도에 신선한 위화감을 주었다. 돈키호테와 뫼르소가 반대쪽으로 걸어가고, 파우스트는 휴게실의 문을 열어보았다. 특이한 향취가 잔류하고, 테이블에 놓인 화장지의 양이 꽤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방 안은 평소와 같았다.

  파우스트는 문을 닫고, 상상초월의 일을 해낸 두 사람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며 녹음기를 켰다.


  "○월 ○일 추가 기록. W사에서 가장 예상하지 못한 것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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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홀린 듯 싼 글임

아 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