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런걸 쓰는 이유는 4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까지의 림버스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서 쓰는거임. 특히 마지막 눈물의 정체부터 시작한 동백 보스전을 거치고 동백의 최후까지 느낀 전율과 고양심은 림버스를 넘어서 프문 전부를 따져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음.


그렇기에 아래에 쓰는 것들은 "좀 더 완벽했으면"이란 감정에서 시작한 불평임. 너무 사소해보이는 것도 있으니까, 그냥 이놈이 까다로워서 그런갑다 하고 넘겨줬으면 좋겠음.



중간의 로쟈의 말이 한마디 끊긴걸 제외하면 이 스샷들은 이어지는 대화문임. 처음 이걸 봤을땐 로쟈가 싱클레어에게 주의를 주자마자 갑자기 저 컷신과 싱클레어의 대사가 나와서 도대체 뭔 상황인지 바로 이해하기 좀 힘들었음. 한 3초간은 드론이 공격했나 싶었지만, 드론이 무기가 없다고 앞에서 말했으니까 아마 히스때처럼 황소 날뛰던것에서 불똥 튄것에 맞은 상황일거임.


컷신이란건 스토리 전개에서 나름 중요한 인상을 남기는 포인트일텐데 로쟈의 경고와 컷신 사이에 최소한 뭐에 맞았는지는 알려줘야 하는게 아닐까 싶음. 참고로 싱클이 뭐에 맞았는지에 대한 서술은 이후로도 전혀 나오지 않기에 황소때문에 다첬다는 추측도 틀릴 수 있음.


그리고 이 장면에 전개를 요약해보면, 싱클이 드론의 이상함을 느낌 -> 우연히 황소의 난동으로 인한 불똥이 싱클에게 튐 -> 싱클은 맞자마자 다른 말보다 "이거봐라 드론들이 나를 찍는게 이상하지 않냐?" 라는 말을 가장 먼저 입에서 꺼냄. 이렇게 굴러가는 상황임. 위의 불친절함과 별개로 전개 자체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듬. 



여기서 로쟈는 환상체가 더 끔찍해졌다는 표현을 함. 내가 이해를 잘못한건지는 몰라도, 몇번이나 돌려본 아직도 뭐가 더 끔찍해졌는지 모르겠음. 이 파트 설명에서 드러나는 황소가 그동안에 환상체랑 다른점은 정체 불명의 파란색 엑체가 몸에서 흐른다는 말밖에 찾지 못함.

그러니까 로쟈가 이 환상체가 "더" 끔찍해졌다고 여길 요소는 여기 나오는 파란색 액체말고 없는데, 이게 이상하다던가 다르다는 표현이면 몰라도, "평소보다 끔찍하다" 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음. 이스마엘같은 애들은 평소와 다르다 정도만 언급을 하고 말아서 별 문제 없는데, 로쟈만 끔찍하다고 말함.



이 두개는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 지금까지 스토리에서 제대로 언급한적이 한번도 없는 거던과 철도에서의 경험 언급을 갑자기 메인 스토리에서 언급하는게 이상했음. 거던이면 몰라도, 철도는 지금 시점에서 한번도 간적도 없고, 지금 갈수도 없는 유저가 있는 컨텐츠임.


그러니까 프문은 어서 거던과 철도에 버스 맴버들과 대화로 구성된 튜토리얼을 만들어라.



싱클과 이스가 사육되는 닭을 절단하며 재생시키는걸 부자연스럽게 느끼는 파트임. 이 장면도 스토리에서 보는 시점에서 뭐가 부자연스럽고, 비효율적인지 알아채기 힘듬. 이스마엘이 자기가 생각하기에 이거보단 효율적인 수단을 언급하지 않아서 생기는 일임. 대표적으로 배양육 같은거.


이 장면의 의도 자체는 왜 이런 방식을 쓸까? 로 가졌던 의문이 -> 아, 눈물의 원리가 이거니까 이랬던거구나. 로 흘러가는 전개인데, 솔직히 뇌가 도시화된건지는 몰라도 닭을 살려둔채로 절단과 재생을 반복하는게 불쌍해 보일수는 있어도 이게 비효율적이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음. 


프문 세계관에서 로보토미 환상체 관리나, 라오루의 접대, 이외의 다양한 특이점들은 이미 현대 사회의 우리 입장에서 사실성과는 별개로, 제대로된 원리를 알기 전에는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것들로 가득함. 로보토미는 감정, 마음과 관련된 시스템상 사람을 고의적으로 갈아넣어야만 에너지 생산이 극대화되는 방식이고, 라오루는 앤젤라의 ego인 도서관의 규칙 안에서 먼저 엔젤라가 책을 미끼로 사람을 초대하고, 접대하는 사람과 자신의 감정을 고조시켜가며 승리해야 좋은 책들을 얻을 수 있음. 이런 세계관에서 기술의 부자연스러움을 지적할려면 적어도 그 세계관 속의 다른 사람이 생각할만한 관점을 보여줘야 했다고 생각함.



첫번째 벌레 모욕 장면은 4장 중까지 전부 깬 시점에서 보면, 사람 뇌에 최면을 걸어서 재생 앰플의 오작동을 유발하는 장면임. 앰플이 뇌에서 기억하는 자신으로 복구시킨다는 원리인 것을 역이용할려던 장면.


근데 그런 최면 치고는 당시 묘사만 보면 너무 약해보인다는게 문제임. 이상 말처럼 밀폐 공간이니 조용한 장소니 하긴 하지만, 저거 좀 들었다고 반드시 벌래 변이가 될 정도면, 재생 앰플은 제품으로서 사용 불가능 수준이라고 생각함. 세상에는 벌레 소리좀 들은 사람보다 훨신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가진 사람은 넘칠텐데 말임. 하지만 재생 앰플은 벌레 변이 이외에 특정 경우에 부작용이 생긴다는 묘사가 단 한번도 없었음.


반대로 벌레 최면 자체가 발동 확률이 100%는 아니지만 그냥 해본것에 가깝다고 보기도 힘듬. 중편 마리르의 언급에 따지면 지사 탈환으로 온 림버스 직원들과 동랑을 죽일려던 슈렌느랑 란의 계획에서는 살인 로봇, 폭탄은 전부 부수적이였을 뿐, 재생 앰플이 핵심이였다고 언급함. 심지어 란은 어떻게든 재생 앰플 한번 맞게할려고 자폭까지 했음.



이건 별거 아니긴 한데, 처음 들었을때 뭔 뮤지컬 찍나? 생각 들었음. 대사부터 조금 오글거리는 감이 있는데, 한사람씩 이어서 말하는게 좀 그랬음. 깡통 레인져 때처럼 뭘 원하는지는 알겠는데, 보고나면 뭔가 얼굴 붉어짐.



이 장면은 싱클과 로쟈 등의 반응을 보면 어둡긴 하나 눈을 감고있는 거대 눈깔이 모두에게 보이고 있는 상황임. 대화 내용까지 고려하면 이 장면은 플레이어도 적어도 저 감긴 눈깔을 보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짜여진 대화문이라 생각함.


근데 어두워도 너무 어둡고, 눈깔도 티비로 전부 가려져 있어서 저 감겨있는 눈이 잘 안보임. 모바일로 이 게임을 했던 나는 모니터들이 뭉쳐있는걸 보고 뭔소리를 하는건지 싶었음.



앞의 것들은 내가 좀 괜히 빡빡하게 트집잡는 느낌이지만, 이 삼조 다이브에 대한 의문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함. 


그냥 저 장면을 봐왔던 플레이어 입장에서 간단하게 요약하면, 그 누가 봐도 위험한 다이빙인데, 그 누구도 들어가라고 한 적 없고, 딱히 들어가야 할만한 상황도 아니고, 거기 들어가서 유의미하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없고, 심신미약이라기엔 딱히 삼조가 감정적으로 격양된 상태도 아니고,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라기엔 들어가서 뒤진 것에 대해 얼탱이 없는 감정밖에 남지 않음.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이해를 해보기 위해 포카리, 마운틴 듀, 후시딘 다이빙이니, 이건 해고 직전 발악이니, 원작 삼조 재현이니 등 노력을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스토리를 보던 시점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상에 관여가 불가능한 시점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함.


개인적으로 삼조가 동료를 죽이는 기해연에 대한 분노를 느끼는 묘사를 추가한 뒤, 동백의 재생 앰플과 동랑에 대한 모욕의 수위를 높이고, 그걸 부정하는 삼조에게 "그러면 다이빙 해보던가" 같이 도발을 하고, 욱한 감정의 삼조는 말릴 새도 없이 다이빙했으면 어땠을까 싶음.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는데, 그만큼 내가 4장을 사랑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해주길 바람.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은 지적해줬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