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TH] 꿈꾸는 토끼


<꿈꾸는 토끼의 환상체 기록>


어릴 때 들었던, 어렴풋이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어.

달에는 토끼가 산다는 그런 옛날 이야기.

토끼들은 그곳에서 늑대를 걱정할 일도 없이, 매일같이 떡을 찧으며 즐겁게 살아가.


다른 토끼들처럼, 나에게도 그건 한낱 이야기일 뿐이었어.

꿈자리 속 이야기에 대한 환상보다는 오늘 먹을 풀이 중요하니까.

어린 시절의 추억, 그저 그것일 뿐이었지.


어느 날, 대나무 숲에서 문득 멈춰선 날이 있었어.

왜 거기에 있었는지는 몰라.

풀을 좇아 갔던 거 같기도 하고,

늑대를 피해 숨어들어간 거 같기도 하고,

어쩌면 그냥 아무 이유도 없던 거 같기도 해.


너는 숲 한가운데서, 하늘을 올려다본 적 있니?

아무 생각없이 올려다본 하늘 한가운데서, 달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어.

그 아름다운 모습에, 나는 꿈을 꾸고 말았지.


꿈 속에서, 나는 달에서 뛰놀고 있었어.

그곳에서 나는 늑대도, 먹을 풀도 걱정하지 않고, 매일같이 떡을 찧으며 즐겁게 살아갔지.

하지만 꿈결같은 기억만 남은 채, 나는 어느새 다시 숲속에 있었어.

아니, 어쩌면 나는 아직 달에 있는게 아닐까?

사실 나는 악몽을 꾸고 있는걸지도 몰라.


네가 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어.

달을 보기 전에는 나도 그랬을테니까.

하지만 만약 너도 달을 올려다본다면, 너도 나를 이해할거야.






https://www.youtube.com/watch?v=-qe54-ZOkC4 (3단계 트럼펫)


<어느 직원의 기억>

그날의 일을 기억한다.

그날 들은 사람들의 비명, 지옥같은 풍경,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울한 멜로디를 기억한다.

그날의 일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쐐기처럼 박혀있다.


지옥도를 체현한 것 같은 그 풍경 속에서, 나는 그저 살아 도망치고 있었다.

어떻게 살아남은 것인지조차 떠올리지 못한채, 그저 달리고 있었다.


달리고 달려서 어딘지 모를 부서에 도착했을 때,

내 앞으로 어떤 작은 무언가가 다가왔다.


그것은 토끼였다.

촉수가 나 있거나, 눈이 셋 달리거나, 근육질이거나 한 것이 아닌,

정진정명 평범한 토끼였다.

책에서만 본 적 있던 그건, 부서 한가운데서 천진한 눈망울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곧 그게 환상체라는걸 깨달았다.

이 지부에서 환상체 외에 동물을 키운다는 얘긴 들은 적 없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관리한 적 있는 환상체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게 어떤 환상체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저 긴장한 채로 보고 있자니,

그것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 어디선가 은은한 빛이 나는 돌 하나를 꺼냈다.

그러고선, 그 돌을 그대로 나에게 휙 하고 던졌고,

나는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그것을 무심코 잡아버렸다.

그리고 내가 그 돌을 잡자, 내 눈 앞에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그것은 달이었다.

한평생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풍경이었지만,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한순간에 그 풍경이 달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풍경 속에서, 나는 걱정할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마음껏 뛰놀고, 자고, 먹고 마시고,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였던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눈 앞엔 다시 익숙한 풍경이 나타났다.


그 풍경을 자각하자, 곧 기억에 없는 상처들이 내게 고통을 호소했다.

언제 생겼는지 모를 그 상처들에 당황에 주변을 보자니,

주변에는 전투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환상체들은 어느샌가 알로 돌아가 있었고,

직원들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주변에 널브러져 있었으며,

내 한손엔 무언가가 질척하게 묻은 에고 무기가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다른 손에는 기억에 있는 그 돌이 빛을 잃은 채 쥐어져 있었다.


그 다음 일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에고 무기고 돌이고 다 던져버리고 출구를 향해 뛰었던 것 같다.

어째선지 거기까지 가는 길에 그 많던 환상체들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고,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저 탈출하는 것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날의 일을 기억한다.

피범벅이 된 복도와 시체들, 그리고 환상체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정말로 내 머리에 박혀 떨어져나가지 않는 건,

그날 처음 본, 그러나 기억 속 익숙한, 달에서의 기억이다.


-------------------------------------------------------------------------

꿈 속에선 어떤 괴물이라도 손쉽게 해치울 수 있는 것처럼,

에깊을 가지고 있는 동안은 달의 꿈을 꾸면서 현실도 꿈처럼 물러지지만

꿈에서 깬 후에도 그 꿈의 기억이 지독하게 머릿속에 들러붙는다 라는 컨셉.


대회 참여 이런식으로 하면 되는거 맞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