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부터 이야기해야 하나... 아, 구인회가 해체되고 내가 구보를 따라 N사로 갔을 때였소.



 "자, 이상. 이제 네가 당분간 지낼 방이 어디 있는지 알려줄게."


 "고맙소, 구보."


 "자, 여러분. 모두 이 쥐는 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잠깐, 저 자는 누구요?"


 "저 여자? 쥐는 자라고 이단심문관들의 수장인데 미친 놈이 따로 없더라."


 "..."


 쥐는 자는 망치들을 불러 모은 뒤, 인간의 순수함에 대한 연설을 하기 시작했네. 광기 어리면서도... 불쾌한 연설이었지.


 "구보, 궁금한 게 하나 있소."


 "뭔데?"


 "왜 N사에 저런 정신 나간 부서가 생긴 것이오?"


 "이단심문관 놈들은 의체를 사용하는 것을 엄연히 중요한 경험 중 하나인 고통을 피하려는 행위로 간주해 의체 사용자들을 상당히 경멸해. 원래부터 N사에서 의체 사용자들을 경멸하는 건 흔한 일이긴 했지만 저렇게 부서를 만들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의체 사용자들을 이단이라고 부르며 말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흠, 혹시..."


 "잠깐, 이상. 너 뭐하려는 거야?"



 구보가 말릴 틈도 없이 난 아무렇지도 않게 쥐는 자가 연설하는 단상 위로 올라가자 수많은 망치들이 이에 경악해하고 분노하기 시작했소. 물론 그때의 나는 전혀 이에 신경쓰지 않았네.


 "저, 저 자가 감히!"


 "괜찮으니까 멈추세요. 제가 잘 설득해서 돌려보내겠습니다."


 "질문할 게 몇 가지 있는데 답해줄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그대들이 의체 사용자들을 경멸하는 것은 중요한 경험의 일부인 고통을 피하는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 아니오?"


 "네. 여기에 더해 인간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것은 오직 살과 피, 그리고 뼈. 그 이외의 것은 불결할 뿐이죠. 그렇기에 저는 이들을 모아 불결한 이단들을 정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대들은 엄연히 N사 휘하의 직원들 아니오? 분명 N사에서는 경험을 중요시한다고 하는데 경험은 분명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통해 키워나가는 것 역시 중요한 것 아니오?"


 "흐음, 그래서요?"


 "비록 내 소견이긴 하오만 의체 사용자들과의 상호작용 역시 여러분들의 경험을 키워나가는데 중요한 요소로 생각되오. 그런데 그대들이 '정화'라는 행위를 통해 의체 사용자들을 말살한다는 건 도리어 그대들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 상호작용하며 경험을 키워나갈 싹을 죽이는 행위로 보이오."


 나름대로 친절함을 유지하던 쥐는 자의 표정이 슬슬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망치들은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소.


 "여기에 더해 그대들이 그렇게 집착하는 순수한 육체가 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이오? 결국 정신이 인간답지 못하면 육체도 무의미한 것 같소만."


 "선배, 대체 어떻게 해야..."


 "이 불경한! 감히 어디다 대고!"


 "후후, 진정하시죠. 회사가 항상 정답은 아니랍니다. 때로는 스스로 개척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렇소? 그러면..."


 "일단 예상치 못한 변수에 시간을 너무 잡아먹었군요. 사상적인 토론은 나중에 따로 불러서 진행할 것이니 일단은 돌아가서 준비를 하시죠. 큰 망치, 이분을 안전하게 돌려보내세요."


 "명령대로 따르겠나이다."


그때 눈치를 보던 구보가 나타나 날 데려가기 위해 달려들면서 큰 망치의 얼굴을 밀쳤고, 그러면서 큰 망치가 쓰던 가면이 땅에 떨어졌소.


 "야, 이상! 갑자기 단상 위로 올라가서 뭐하는 거야?"


 "미안하오 그런데 구보, 저 큰 망치라는 이가 얼굴에 달고 있는 건 대체 무엇이오?"


 "응? 아니, 저건..."


 "..."


 큰 망치라는 이가 얼굴에 달고 있는 건 분명 K사의 재생 앰플을 흡입하는 장치였소. 이는 분명 인간의 순수한 육체를 갈망한다는 이들의 간부가 의체를 쓰는 어이없는 꼴이었지.


 아무튼 가면이 벗겨진 큰 망치는 조용히 어딘가로 사라졌고, 쥐는 자는 당황한 표정으로 망치들을 달래려 했지.


 "아니, 다들..."


 수많은 망치들이 경악하던 그때, 한 노랑머리 아해가 대뜸 다른 큰 망치에게 달려들어 가면을 벗겨버렸고, 마찬가지로 얼굴에 달라붙은 재생 앰플 흡입 장치가 드러났소.

 

 "이단이다! 이단!"


 경악한 아해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이단심문관들은 내분에 휩싸이게 되었소. 수많은 망치들이 의체를 사용하는 큰 망치에게 달려들거나, 큰 망치를 해하려는 동포들에게 못을 박는 일이 벌어졌네.


 결국 내분은 수많은 사상자를 남기고 끝났고, 일부 망치들과 쥐는 자만이 살아남았소. 쥐는 자는 정신이 나간 듯 가만히 주저앉아 헛소리조차 중얼거리지 못한 채 말 그대로 살아만 있을 뿐이었지.


 "젠장, 역시 이 따위 부서에 있는 게 아니었는데. 지금이라도 빨리 캐서린에게로 돌아가야겠어."


 "아이고, 대체 이 도시에 정의는 어디로 간 것이오?"


 "대, 대체 왜..."


 그 사이 구보는 내게 달려드는 망치들을 막아내는데 집중했소. 내분이 끝난 뒤, 구보는 내게 따지려 들었네.


 "이상,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아, 아니. 난 그저 궁금한 걸 물어보려던 것인데... 그리고 구보 때문에 이단심문관들이 서로 내분을 일으킨 것 아니오?"


 "...그래. 그건 내 탓이 맞네. 일단 저 여자는 N사에서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네가 지낼 방부터 알려줄게."


 나중에 들린 소식에 의하면 살아남은 이단심문관들은 큰 망치의 가면을 벗긴 노랑머리 아해를 중심으로 자신들만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무슨 기사단을 설립해서 N사를 떠났다고 하는데 아직도 그들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하더군.


 "자, 여러분!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네. 쥐는 자 따위는 내버려두고 이제 우리는 우리의 새로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여정을 떠날 것이네!"


(망치들)

 "와아아!"


 그리고 쥐는 자는...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