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그리 먹고 있소, 히스클리프 군"

"(쩝쩝)보면 모르냐? 밥 먹고 있지"

"오, 이건 피쉬 앤 칩스 아닌가, 직접 만든 것이오?"

"아니(우물우물), 주황머리가 지난번에(쩝쩝) 싸운 거 미안하다며 주더라, 하하"

"사이가 나아진 것 같아 다행이구료."


(꼬르륵)

그 때, 갑자기 이상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 밥 안먹었냐"

"그다지 생각이 없어서.."

"쯧.. 자, 한입 줄게, 먹어라."

"아니아니, 괜찮소. 공복은 익숙한지라."

"에이씨 빨리! 나중에 달라 하지 말고!"

"고맙소, 잘 먹겠소"

(쩝쩝)

"어때? 맛있지, 안 그러냐?"

"이..."

"응? 뭐라는 거야?"

"이이.."

"이런 씨발!!"


돌연 이상은 히스클리프를 향해 책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으악! 뭐하는거야, 미친 새끼야!"

"죽으시오! 어서 빨리 죽으시오!"

"뭔 샌님이 힘이 이렇게 쎄!!"

"그대는 죽는 편이 오히려 더 나을 것이오!"

"야, 말이 너무 심한거 아니냐!!"

"아니,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주황 머리, 잘 왔다! 얘 좀 막아 봐!"

"어서 머리 딱 대시오!!"

"아니.. 이게 무슨.."

"파우스트씨!!"

"그이가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군요."

"상끼야아악!"


파우스트는 능숙한 솜씨로 이상을 제압하고 아달린을 먹였다.


"휴, 죽는 줄 알았네."

"죽일 수 밖에 없었소..(중얼중얼) 나의 마지막 자비였거늘.."

"뭐? 이 새끼 뭐라고 하는 거냐?"

"고마워요, 파우스트 씨. 덕분에 사고는 면했네요."

"별 말씀을. 그럼 파우스트는 다시 방으로 돌아갈게요."


파우스트가 이상을 끌고 방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때, 아직 의식이 남아있던 이상이 외쳤다.


"음식.."

"음식 속에.."


"음식 속에 아달린이 들어있소!!"


그 후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방문은 닫히고 말았다.


"... 뭐?"

"휴, 다행이네요. 히스클리프씨가 죽었으면 큰일날뻔 했는데 말이죠."

"잠..잠시만, 방금 그건.."

"아, 아달린이요?"

"파우스트씨에게 빌렸어요. 조금만 넣어도 잠이 잘 올거라 하시던데요."

"킥, 그나저나 이상씨도 대단하네요. 얼마나 많이 먹었으면 맛만 보고 아달린이 들어있는걸 알아챘을까요?"

"너 이 새끼.."


낌새를 눈치챈 히스클리프는 도망치려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다리엔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오히려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어이구, 괜찮아요?"

"너,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하핫, 별 거 아니에요."

"막상 히스클리프씨 음식을 사니까, 제 걸 사는 걸 깜빡했더라고요?"

"주,주황머리, 배고픈거면 나도 뭐 하나 사 줄게, 그러니까.."

"아뇨아뇨, 뭘 굳이 사러가려하세요."

"여기 눈 앞에 먹을게 떡하니 있는데."

"씨발.. 씨바아알..!"

"슬슬 약효가 다 퍼진 것 같네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곧 히스클리프 또한 외마디와 함께 방으로 끌려들어갔다.

존나 추운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