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꽤나 늦은 밤이었다.

 

메피스토렐레스의 엔진소리가 수면을 타고 퍼져나가는 것 말고는 호수 위에 배가, 아니, 버스가 있다는 사실도 알기 힘든 그런 어두운 밤이었다.

 

시시각각 모습을 바뀌는 호수들이 얼기설기 얽혀서 마치 누더기 괴물처럼 사람을 삼키는 곳이 대호수라지만 그런 곳에서도 쉬어갈 곳은 있었던 것인지, 이번 호수 구역은 퍽이나 잠잠하다.

 

이스마엘의 말로는 이 구역의 파도는 내일 오후 즈음은 되야 올 것이라고 하였다.

 

꽤나 잔잔한 물결이라 모두가 편히 잘 수 있을 것이다.

 

몇몇 수감자를 제외하곤.

 

 

 

 

 

한 수감자가 빈 복도를 걸어 관리자의 방으로 향했다.

 

관리자의 방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크게 하였다.

 

문 건너의 방 안의 소리가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았으나,

 

관리자의 방 안이 어지간히 분주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방음이 제대로 안 되는 건가. 이 놈의 복도.

 

관리자는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앞으로 다가올 일을 대비하고 있는 것일까.

 

수감자들의 뒤처리에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것일까.

 

혹은 그저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늘 만지작거리던 업무용 단말기로 무엇인가를 기록하고 있을 지도 몰랐다.

 

문득, 수감자는 관리자가 자신에 대한 것은 어떻게 기록했는지 궁금해졌다.

 

오묘한 느낌이 가슴 주변을 맴돈다.

 

수감자는 크게 심호흡을 한다. 의외로 긴장을 하고 있던 것일까.

 

그 졸여지는 마음이 티나지 않게 호쾌하게 노크를 하였다.

 

 

쿵.쿵.쿵.

 

 

“관리자님? 저에요. 이스마엘.”

 

 

“뎅. 째깍째깍”

엣. 어어. 어. 잠시만.

 

 

안에서 덜거덕 서리는 소리와 함께 시계 울리는 소리로 단테가 응답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하지만. 상담이라고 해야할지... 면담이라고 해야할지...”

 

 


“째깍째깍”

어어. 그래그래. 잠깐만.

 

 

“...”

 


“하여간 안에 들어가서 얘기 좀 나눠도 될까요?”

 

 

그 말과 함께 이스마엘은 고개를 내려 관리자 방의 문고리를 보았다.

 

또한 잠금장치도.

 

갸웃거리던 이스마엘은 문고리를 잡고 돌리었다.

 


 

“실례합니다. 관리자님”

 

 

의외로 문은 쉽게 열리었다.

 

이스마엘은 그제야 복도의 방음이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았다.

 

애초에 관리자 방의 문이 처음부터 살짝 덜 닫혀 있던 것 같았다.

 

 






“째깍...째깍째깍째깍”

왓. 그. 이스마엘. 문이... 열려있었어? 우왓.

 

 


관리자. 단테는 자신의 자리에서 엉거주춤하게 일어났다.

 

급하게 일어나다 발을 헛디뎠는지 뒤편의 낡은 영사기에 부딪히기까지 하였다.

 

방 안이라 그런지 코트도 벗고 있는 채로.

 

붉은 코트는 옷걸이에 걸쳐져 있었다.

 

아무튼 단테는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 냄새가’

 

 

 

“뭐하세요? 이렇게 늦은 밤까지 자지도 않고. 문은 또 왜 열어놓으셨어요?”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하하... 그러게 그냥 잠이 안와서 거던 같이 돌 인격들이나 정리하고 있었어. 방... 문은 평소에도 잘 안 잠가 놓아서... 하하.. 가끔 돈키호테나 싱클레어가 밤 늦게 이런저런 이유로 찾아오거든.

 


 

“헛.”

 

 

이스마엘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대-단하시네요 관리자님. 회사에 대한 애정이 엄청 나신가봐요?”

 

 

그 말을 하며 이스마엘은 방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이스마엘이 손으로 가볍게 문을 당기니 찰칵. 하고 닫히는 소리가 났다.

 

 

“째깍”

하하하...

 

 

단테는 멋쩍게 웃는다. 아니. 어설픈 시계소리가 그러는 듯 보였다.

 

 

“아, 그 아무튼 죄송해요. 어찌되었건 업무시간도 아닌데 갑자기 불쑥 찾아와서.”

 

 

“째깍째깍째깍째깍”

아니아니. 이스마엘이 밤에 이렇게 찾아와 준다면 나야 좋지.

 


 

“예?”

 


“째깍?”

어?

 

 

이스마엘의 표정에 잔잔하게 당혹감이 보였다.

 

단테도 자신의 말을 곱씹더니 급하게 째깍이기 시작한다.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아니 잠깐, 뭐 그런 게 아니라. 

예전처럼 혼자서 꿍하고 있는 거보다는 이렇게 속터놓고 얘기하러 와준 게 고맙다는 의미로...

에... 그러니까 예전이 나쁘다는 말도 아니고... 그러니까..

 


“째깍”

미안해.

 

 

“풋.”

 

이스마엘의 얼굴이 얕게 상기되었다.

 

“하핫. 뭔 사과까지. 신경 안써요.”

 

“아뇨. 뭐, 저야 관리자님께서 늦은 밤까지 이렇게 환대해주니 감사하죠.”

 

 

“째깍”

하하...

 

“째깍째깍”

아. 일단. 그. 여기.

 

 

단테는 다리로 좁은 방안의 서류가방을 슥 밀치고 앞으로 나와서는

 

책상 앞에 놓여있는 의자를 빼어 이스마엘에게 권하였다.

 

 

“앗. 감사해요.”

 

 

이스마엘이 앉는 것을 보고 단테는 대충 옆에 쌓여있는 서류 박스들 위에 걸터앉았다.

 

 

“째깍째깍” 

그래서, 뭐 때문에?

 

 

“그러게요. 뭐 때문에 이렇게 늦은 밤에 다른 사람의 방에 쳐들어 왔는지 참...”

 

 

“큼. 관리자님. 오해하지 말고 들으세요.”

 


 

“...”

 


 

“제가 잘 곳이 필요해서 그런데 오늘 하루만이라도 좀 재워주시면 안될까요?”

 



 

“데-엥”

 

단테의 입이 벌어졌다.

 

아니, 애초에 시계대가리에 입이 있을 리가 없지만, 

꽤나 큰 시계의 종소리가 그를 대신하고 있었다.

 

 

“아니, 좀 그러니까 오해하지 말라니까요!”

 

 

“단테님, 제 방 구조는 대충 아시죠? 저번에 파우스트씨 한테 여쭤봤더니 파악하고 있으시다던데.”

 

 

“째깍...”

그런...데?

 

 

“어휴... 제 방안이 전부 물바다 잖아요.”

 

 

“처음에야 제가 고래인지 뭔지에 눈이 돌아가서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그때는 신경을 안썼는데.”

 

 

“이제 정신도 좀 차렸겠다. 아무리 뱃사람 출신이라고 해도 더는 부목 하나에 의지해서 기절하듯이 자는 건 사양이에요.”

 

 

“희한하게 방 밖으로 나오면 막 물이 넘처흐르거나 옷이 물에 젖어버리거나 그런 건 아닌데, 솔직히... 자라고 만든 방은 아니지 않아요?”

 

 

“째깍째깍.”

에...? 아직도?

 

 

“아직도라뇨?”

 

 

“아... 네... 아직도. 네요.”

 

“파우스트씨가 이 복도의 방은 사람의 마음을 투영해서 만든다는 얘기는 얼핏 들어있지만, 뭐.”

 

“제 사냥이 아직 완전히 끝난 거는 아닌가 봐요.”

 

 

“이래저래 털어냈다고 생각했는데 방에 물은 안 빠지네요.”

 

“하여간!!!”

 

“그래서 방에서 자기가 너무 힘들어요. 물웅덩이에서 떠서 자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니까.”

 

 

“....”

 

 

“그러니까! 며칠이라도 좋으니까 방에서 좀 재워 주세요!”

 

 

“여기 말고 복도에 다른 곳 문을 열어봐도 파우스트씨가 뭔 짓을 해놓았는지 저한테는 다 똑같은 물바다란 말이에요!”

 


 

“째깍”

저기...

 

 

“뭐요?”

 

 

 


“째깍째깍째깍째깍”

이스마엘 너. 그래서 히스클리프 방에 가서 자던 거 아니었어?

 

 

 

 

 

 

 

 

 

 

 

 

 

 

 

 

방 안을 침묵이 가득 메웠다.

 

아니, 단테 방의 몇 개 안 되는 전등들이 비집고 들어오는 새까만 침묵들을 겨우 막아내고 있는 듯한 형국이었다.

 

 

그리고 단테는 보았다.

 

깊고 어두운 침묵 한가운데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공허한 눈동자를.

 

 

초점이 풀린 듯한 눈에서 흘러넘치는

 

스멀거리는 적의가

 

단테의 발목을 타고 등골을 오르자,

 

관리자는 발끝에서 소름이 거미처럼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서둘러 걸터앉았던 서류박스에서 살짝 일어나 엉거주춤하게 섰다.

 

마치 무언가에서 도망가고픈 것처럼.

 

그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작살잡이는 침묵을 깼다.

 

 

 

“누가 얘기했어요?”

 

 


“째깍째깍”

아니. 그. 그러니까.

 

“누구냐고.”

“히스 그 새끼에요?”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아니아니아니 나 평소에 불침번 대신 서주는 경우가 많아서, 머리 바꾸고 나니 잠이 별로 없다보니, 아니, 애초에 잠은 자나? 그래서 평소에 자지 않고 있을 때 복도에서 무슨 소리가 나면 가끔 순찰하듯이 들러서 보기도 하거든. 그래서,

“봤어요?”

 



 

“째깍”

어쩌다가... 몇 번...

 

“언제”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어... 꽤 돼긴 했는데 그 뒤론 쭉 그냥 히스클리프 방에서 자는 구나해서 그 뒤로는 소리가 좀 나도 그냥 안봐서... 잘...

 

 

“...”

 

 

“째깍째깍”

아니었어...? 내가 오해한건가?

 

 

“관리자님.”

 

 

“....”

 

 

“관.리.자.님.”

 

 

“째깍”

아. 응!

 

 


“진짜잠이오질않아서가서잠깐잠만잔게전부에요그외에관리자님이생각하는이상한짓은일어나지않았어요무슨쓰레기같은생각을했어요?됐어요말걸지마세요.자살할까요?죽을까요?내일그냥버스천장에작살줄로목매달아서죽을꺼니까그렇게아세요.애초에생각해보세요저빼고열한명의수감자가있는데그중에이상이랑파우스트씨는맨날떡치니까가서둘이서방하나쓰면남는거하나주라고얘기해도파우스트그년이절대안된다고지랄을해서안되었고돈키호테는잘못걸리면밤새도록씹덕얘기만들으니까차리리물에잠겨서자는게낫고,로슈씨는자다가귀한쪽잘라갈것같아서싫고뫼르소씨는같이자면뭔가미쳐버릴것같고홍루씨는‘네?방을두명이서같이쓴다구요?서민들은신기하네요~’라고방을빌려줬다가다음날이상한소문이돌아서가보면‘아,이스마엘씨어제는잘잤어요?둘이서같이자는것도잘만하네요~’라고아무렇지도않은듯이뻘소리를해대면서사람속을다엎어놓을것같아서넘어갔어요.솔직히관리자님이생각해도홍루그새끼는그럴거같잖아요.로쟈그년은진짜로가서같이자봤는데씨발사람코고는소리가무슨차라리바다에서운전하는배기관실에서자는게더조용하겠더라구요다시는절대같이안자요.싱클레어?걔는.하.씨발제가그애새끼랑같이한방에서잠을자면무슨소리를처듣겠어요?저도사람인데.아니그렇다고히스클리프랑자는건괜찮다는건아니고제말무슨말인줄알죠?됐어요알아서생각하세요.죽을까요?목매달까요?호수로다이빙해서인어라도될까요?아.더남았나요?그레고르씨?제가진짜죄송한데사람차별하는건아닌데벌레는진짜아닌것같아요.죄송해요.죽을게요.자살하면되는거잖아요.오티스씨?그대가리가짬으로가득찬년은한번물어봤더니병사가지정된자리에서수면을취하지않으면탈영이라고별개똥같은소리를해대는데도저히아가리에서나는짬내를참아줄순없어서그냥넘어갔어요.이제아시겠어요?저한테선택지는히스클리프그새끼밖에없었다구요.저를믿으세요아무일도없었어요.정말로아무짓도안하고잠만잤어요진짜에요믿어주실꺼죠관리자님은관리자니까믿어주실꺼라고생각해요.”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믿어. 이스마엘. 그런 생각 절대 안했어. 응. 진짜야 믿고말고. 이스마엘 말이 맞아. 우리 수감자들은 그게 문제야. 응 파우스트한테 한번 물어보고 재고해볼게.

 

 

뱀 앞에서 떨고있는 쥐새끼마냥 단테의 시계소리가 떨리었다.

 

 

“푸우우우우우우우.....”

 

 

“흐으으으읍”

 

 

움찔

 

 

“단말기”


 

“째깍”

기록안했어.


 

“진짜?”


 

“째깍”

진짜.

 

 


“푸우우우우우우...”

 

 

“네. 아무튼 그렇고요. 본론만 다시 말할게요.”

 

 

“재워줘요. 잘래요. 피곤해요.”

 

 

“...”

 

 

이스마엘의 눈이 빛을 다시 찾은 것은 단테에게 고비를 넘긴 것이었으나

 

곧이어 새로운 고비가 찾아왔다.

 

단테는 다시 서류박스에 몸을 기대어 잠시 생각했다.

 

 

“째깍째깍째깍째깍”

아니... 그... 재워주는 건 좋은데.

 

 

“...데?”

 

 

“째깍째깍”

방을 봐.

 


 

그 말과 함께 이스마엘은 단테의 방을 훑어보았다. 낡은 벽 밖으로 튀어나온 파이프들. 문득 시대가 지나버린 목조 건물 같아 보이는 그 방은 전형적이라고 보긴 애매했으나 아늑한 사무실의 느낌이었다. 그렇다 사무실. 이스마엘은 단테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했으나.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째깍째깍째깍”

보시다시피 제대로 된 침대가 없달까...

 

 

“...근데요?”

 

 

“째깍째깍”

아니, 그러니까 침대가 없다고.

 

 

“제 방에도 침대는 없는데요. 적어도 여긴 물은 없구요.”

 

 

“...”

 

 

“재워줘요.”

 

 

“...”

 

 

“관리자님이 쓰던 의자가 편하시다면, 저는 이 나무 의자에다가, 지금 기대신 서류상자들 쌓아서 대충 잘 곳 만들 수 있어요. 그래도 제 방에 비하면 완전 호텔인데요?”

 

 

“...”

 

 

“안되나요?”

 

 

“째깍”

아.

 

 

“...?”

 

 

“째깍째깍째깍”

오늘 오티스가 불침번 당번일거야. 아마.

 

 

“...그래서요?”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그럼 오티스 방이 비어있는 거 아니야?

 

 

“...”

 

 

“째깍째깍”

그러면 지금 가서...

 

 

단테가 서둘러 문으로 가려고 몸을 움직였다. 이스마엘이 한숨을 쉬었다.

 


 

“아니, 잠겨있는 문을 어떻게 여는지는 둘째치고, 제가 오티스씨 방문을 열어봐도 물이 가득한 제 방이 보일 껄요? 아까 설명한 거 이해가 안되세요?”

 

 

“째깍째깍째깍”

그... 사실 내가 수감자들 개인실 문을 열 수 있어.

 

 

“....? 예?”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혹시나 수감자들이 출근을 거부하거나, 방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를 대비한 거라고 파우스트가 얘기하던데, 어찌되었건 나는 수감자들의 방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어.

 

 

“.....”

 

 

“째깍째깍째깍째깍”

마침 오티스가 불침번이니까. 내가 가서 잘 설명해 놓을게. 그러니까 지금 가서...

 

 

단테는 그 말을 하면서 방문으로 다가갔다.

 

손을 뻗어, 서둘러 방의 문을 열려고 하였다.


 

 

 

“오티스씨 불침번 안 서고 있던데요?”

 

 

멈칫.

 

문고리를 향하던 단테의 손이 멈추었다.

 

이스마엘은 단테의 손이 옅게 떨리우는 것을 눈으로 훑으며,

 

말을 이었다.

 

 

“오티스씨. 불침번 안서고 있다고요.”

 

 

“째깍째깍째깍째깍”

어... 뭐? 오늘 오티스가 당번... 아니던가?

 

 

“제가 관리자님 방 오기 전에 버스 좌석 먼저 샅샅이 확인하고 왔거든요.”

“오티스씨는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없던데요? 그 대가리에 짬통만 찬 년. 입만 나불대고 방에 틀어박혀서 쳐 자고 있는거 아닐까요?”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아하하... 그럴 리가.. 다른 건 몰라도 오티스는 성실한데...

 

 

“없다니까요!!!!”

 

 

“...”

 

 

“그러면 오티스씨 방에도 못가겠네요?”

 

 

“그럼, 잘까요?”

 

 

그 말을 끝으로 이스마엘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박스을 몇 개 들고 옮기었다. 의자에 발 받침대를 만드려는 듯. 당연하다는 듯이.

 

 

“...”

 

 

단테는 뒤돌아 있었지만. 시계 위의 불길이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째깍”

이스마엘.

 


 

“네?”

이스마엘은 시원한 표정으로 밝게 답했다. 지지부진한 체스 게임에서 체크를 건 사람처럼.

 

 

“째...깍...”

난... 나는...

 

 

“째깍...째깍째깍”

저기... 나는 잠도 안오니까 버스에 가있을게...

 

 

“....네?”

 

 

예상 못한 수에 이스마엘의 목소리가 살짝 튀었다.

 

 

“째깍째깍째깍”

오티스가 땡땡이를 쳤다면 지금 불침번 서고 있는 사람도 없으니까 나라도 서게.

 

“....”

 

“째깍째깍째깍째깍”

그... 이스마엘 자는데 방해 안하려면 그게 더 나을 거 같고.

 

“.....”





 

                                                         

“째깍째깍째깍째깍”            

불은 다 꺼놔도 돼! 응! 나 그럼 나가볼게! 푹 자!               




“관리자님.”

 


언제 다가왔는지 이스마엘이 단테의 어깨를 붙잡았다.

 

단테는 깜짝 놀라 어깨를 들썩인다. 시계에서 작은 종소리가 울린다.

 

잠깐의 잠잠함이 찾아왔다.

 

 

“코트. 가져가요.”

 

 

“째깍”

어...?

 

 

“지금 호수. 밤 되면 추우니까. 코트 챙겨가시라구요.”

 

 

“째깍째깍”

아. 그래. 그럴까? 하하. 고마워.

 

 

단테는 빠른 걸음으로 서류 박스 사이와 이스마엘을 지나쳤다.

 

그리고 옷걸이에 걸린 코트를 낚아채고는 

 

코트를 손에 꽉 쥔 채 서둘러 다시 방문으로 걸어갔다.

 

 

단테가 굳게 닫히었던 문의 문고리를 돌릴 때 즈음.

 

 

“관리자님.”

 

 

“째깍”

어....? 왜?

 

 

“잠이 안 오면, 찾아가도 되나요?”

 

 

“째깍...”

그...럴래?

 

 

“... 좋은 밤 되세요.”

 

 

쾅.

 

단테는 응답도 없이 서둘러 복도로 나가 문을 닫았다.

 

 

 

“읏차”

 

 

이스마엘은 기지개를 켰다 그러고는 팔을 꺾거나, 허리를 돌리거나 여기저기를 움직였다.

 

본격적으로 몸을 푸는 모양새였다.

 

 

“그럼.”

 

 

 

 

그러고는 이스마엘은 똑바로 관리자의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다리를 크게 들어.

 

 

 

 


 

구두 뒷굽으로 책상을 엎어버릴 기세로 걷어찼다.

 

 

 

 

 

 

쿠광, 우당탕탕.

 

 

 

 

 

책상이 뒤로 크게 밀리면서 많은 물건들이 밖으로 흩날렸다.

 

 

 

거기에는

 

 

 

책상 밑에서 굴러나온 오티스도 있었다.

 

 

 

 

“크으읏! 젠장할!”

 

“셔츠 단추나 똑바로 잠가요. 쳐진 젖탱이 훤히 보이니까.”

 

“빌어먹을 물개자식이! 대체 언제부터!”

 

 

“하. 아니, 방에 들어올 때부터 닭장 냄새가 펄펄 풍기는데 누가 모르겠어요?”

 

“오티스씨, 아래 좀 씻죠? 아님 그짝 군인들은 안씻는 게 군법인가?”

 

“그래선 매일 밤 관리자님이 얼마나 고생이시겠어요?”

 

 

“아아, 관리자님 머리가 시계였죠? 그래서 그랬구나. 하긴, 누가 이런 냄새나는 암탉이랑...”

 

 

“익...이이익... 물개가 못하는 말이 없”

 

 

“매일밤..... 매일밤.... 매일바암!!”

 

 

“그 추찹한 몸뚱이에서 나오는 욕정을. 관리자님이 받아주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실 텐데.”

 

 

“냄새까지 맡으셨다면 바로 쓰러지셨을 거에요. 다행이네요? 오티스씨?”

 


 

“이 머저리가.... 이건 그런 게 아니다! 부관으로서 관리자님의 유능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데에 성욕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내가 적절히 처리하고 있던 것 뿐이다... 네 저열한 생각과는 다른 거란 말이다!”

 

 

 

“아하... 하핫... 하하하.. 크큭..큭. 그런 거셨어요?”

 

 

“그거. 아줌마보다 내가 더 잘할 꺼 같은데.”

 

 

 

“헛! 물고있던 그 좀도둑 좆이나 쪽쪽 빨지 왜 관리자님을 탐하는거냐?”

 

 

 

“.....뭐?”

 

 

 

“머저리는 꼭 설명을 해줘야 하나? 히스클리프한테 가서 안기라는 말이다!”

 

 

 

“이..... 이....이 씨이발...”

 

 

 

“개씨발 짬통년이이이이이!!!!”

 

 

 

이스마엘이 비명을 지르듯 목을 긁어대며 오티스에게 돌진했다.

 

 

 

“더 이상 긴말은 필요없다! 이 발정난 돌고래 자식!”

 

 

 

오티스는 단테의 코트가 걸려있던 묵직한 옷걸이를 들어 바닥에 내리찍었다.

 

 

그리곤 순식간에 양손에 적당한 나무 몽둥이 두 자루를 만들어 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그야말로 관록이 넘치는 군인 그 자체였다.

 

 

바지 벨트가 풀려서 바지가 슬쩍 내려가 있다는 점을 빼면.

 

 

그리고 셔츠가 완전 개방적인 것도 빼면 말이다.

 

 

또한 복부와 여기저기 좀 붙어있는 군살들도 뺀다면.

 

 

아무튼 오티스는 몽둥이의 한쪽은 아래로 내리고, 한쪽은 위로 치켜든 뒤,

 

 

한 마리의 고래처럼 달려들고있는 이스마엘을 향해 당당히 외치었다.

 

 

 

“와 바 랏 !” 

 

 

 

 

 

 

 

 

 

 

 

 

 

 

 

 

 

 

 

 

 

 

 

 

 

버스의 안은 참으로 어두웠다.

 

어둠 속에 보이는 것은 구석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단테의 불빛 뿐이다.

 

단테는 버스의 좌석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두 손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 시계 양쪽을 붙들고 있었다.

 

고뇌하는 것처럼, 혹은 기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자세로

 

단테는 오직 하나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끼그득.

 

 

 

그러나 단테의 작은 바램을 들어주기에는

 

복도와 버스를 연결하는 문은 너무나도 얇았다.

 

 

 

드르르륵. 쿵.

 

 

복도의 문이 거칠게 열리었다.

 

단테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누구인지 알고있기 때문에.

 

그 사실이 너무나도 두렵기 때문에.

 

 

버스 통로를 걷는 소리가 들린다.

 

단테가 앉은 버스의 좌석으로 발이 향하는 소리와 함께

 

살짝 발을 끄는 소리도 났다.

 

다가오는 상대는 다리를 살짝 다친 듯 하였다.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한 단테는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기 시작했다.

 

머리 위의 불길도 그에 맞춰 일렁이기 시작한다.

 

단테는 고개를 더욱 숙였다. 마치 숨으려는 듯.

 

하지만 곧

 

단테의 머리를 붙잡고 있는 양손 위에

 

살포시

 

다른 이의 손이 올려졌다.

 

 

 

어떻게 보면 포근하게 올려진 그 손은 

 

단테의 시계 머리통을 살며시 들어

 

단테의 숙인 고개를

 

굽은 등을 펴

 

좌석의 등판에 붙이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단테의 시계 머리에 대고

 

아찔하게 속삭임을 불어넣었다.

 

 

“관리자님. 정말로 안자고 있었네요.”

 

 

작은 웃음 소리가 들렸다.

 

자신이 원하는 조약돌을 손에 꽉 쥐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웃음.

 

“저를 기다리고 있었나요?”

 

 

단테의 시선은 공황에 의해 사방 팔방으로 튀고 있었다.

 

그러다 그는 자신이 걸친 코트에

 

뭐가 

 

 

뚝. 

 

 

뚝. 

 

 

떨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시선은 곧 그리고 향했고.

 

거기에는 검붉은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손 위에 포개진 피투성이의 손에서 떨어진 것이리라.

 

단테는 알았다.

 

물론 논리적인 추론으로도 쉽게 알수 있기도 하지만,

 

단테는 그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 너무나도 많이 보기에

 

그저 알 수 있었다.

 

다른 수감자들 중에서

 

이는 오티스의 피라는 것을.

 

 

 

 

“기뻐요.”

 

“저도 관리자 님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끈적하게 스며드는 목소리에는

 

욕정 그 이상의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성은 이미 휘발되어 눅진하게 눌러붙은 목소리였다.

 

 

 

 

“째깍.”

이스마엘.

 

 

 

단테는 떨리는 시계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위험한 실험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썩어빠진 동앗줄이라도 붙잡고 싶었던 것일까.

 

단테는 결국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던졌다.

 

 

 

“째깍....”

묻고 싶은 게 있어...

 

 

“관리자 님이 명령하신다면 뭐든지 답해드리죠.”

 

 


“째깍째깍째깍”

요즘 히스클리프랑은 잘 되어가?

 


 








 

꽈악.

 

 

 

 

단테의 손을 으스러뜨릴 듯이.

 

그너머 시계 머리를 찌그러뜨릴 기세로.

 

자신의 앙다문 이빨과 같은 힘을 주는

 

이스마엘은 손의 힘조절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관리자님이 말하신 거라면.”

 

 

 

“뭐든지 답해드려야겠죠?”

 

 

“저는 잘못 생각했어요. 전부 제 탓이죠.”

 

“앞으로 긴 항해가 될 것 같은데, 기왕이면 좀 더 끈끈한 동료가 있다면 좋겠다 싶었죠.”

 

“그때 그새끼가 괜한 짓만 안했어도....”

 

“그새끼가 저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호수에서 나침반이 서로 같은 곳을 향한다 생각했죠.”

 

 


 

“아뇨아뇨아뇨... 아니었어요.”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어.”

 


 

“나와 같이 뒹굴 때에도 다른 곳을 보다가, 기껏 잘만 박아대고는 일끝나면 픽 돌아누워서 질질짜질않나,”

“눈 떠있을 부터 쳐 잘때까지, 닭꼬치를 처먹을 때도, 버스에 대가리를 박아대면서도, 호수바닥을 쳐다보면서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도, 버스에서도 방에서도 화장실에 처박혀서까지.

”씨발 말하다가 뜬금없이 그 반지를 만지락대면서도...”

“특히나 저번에 그딴 편지를 받고 나서는 더더욱.”

“맨날천날 그여자 이름.”

“캐서린캐서린캐서린캐서린캐서린캐서린캐서린캐서린캐서린캐서린캐서린캐서린캐서리인!!!!”

“생판 얼굴도 모르는 딴년 이름이나 외고 있는 그새끼는”

“단 한번도. 나와. 같은 곳을 향하고 있던 게 아니었어요.”

 

 


시계 머리의 부품이 비명을 지르며 끼긱대었다.

 

시계의 앞면에 금이 가기 직전, 손아귀의 힘이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재깍 소리가 났다.

 

단테가 자그마하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이리라.

 

 

 

“어짜피 그딴 새끼 죽여봤자 관리자님만 고생하시니까. 그러진 않았어요.”

 

 

“시시껄렁한 관계를 접으면서 깨달았죠.”

 

 

“쓸데없는 사람과 같이하는 것은 내 항해에서 너무나도 큰 손해라고요.”


 

“두 번이나 그런 짓을 했잖아요? 병신같이.”


 

“세 번은 안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저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같은’ 사람 말고.”

 

 

“언제나. 나와. 언제나 같은 곳을 바라봐줄. 그런 사람이 필요했어요.”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죠.”

 

 

“하하... 하하하하....”

 

 

“저는 얼마나 멍청했던 걸까요?”

 

 

“베르길리우스씨가 벌써 친절하게 정답을 알려줬는데 말이에요.”

 

 








“‘관리자가 가고자 하는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곧 내가 원하는 곳에 다다른다.’”

 

 

“평생 서로의 나침반이 같은 곳을 가리키는 사람을 찾는다고요?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히히... 히히히힛 병신같이... 진짜.”

 

 

“관리자님. 관리자님이 제 나침반이었어요.”

 

 

“품고 있기만 하면 내가 갈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

“넓디 넓은 호수에서 언제나 내 항해를 이끌어 줄 나침반.”

“평생을 같이 해줄 나침반.”

 

 

“지금 가는 곳이 잘못된 곳이 아닐까, 이 사람은 나와 갈라져야 되는 것 아닐까.”

 

“항해를 하면서 겪을 수많은 아픔과 고통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두려워할 필요도 없었어요. 머리 아프게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그저 내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면 되는 항해.”

 

 

“이 얼마나... 단순하고도 완벽한 항해인가요. 저는 평생 이걸 바랬던 거에요.”

 

 

 

단테는 이스마엘의 손아귀에 다시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그 손은 관리자의 시계통을 자신의 쪽으로 확 돌리었다.

 

이스마엘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아니, 너무나도 지나치게 가까운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도 내 줄 수 없어요.”


 

 

“당신이 원하는 여자가 될 게요. 연인이 필요없다면 몸이라도 대드리죠. 그마저도 필요없다면 그냥 개처럼 관리자님의 말에 따를게요." 

 


 

“당신은 내 거에요”


 


 

 

“째깍”

이...이스마엘

 



단테의 시계소리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어린아이의 목소리였다.

 

지나치게 무서운 표정을 짓고있는 자신의 어머니가.

 

하루빨리 자신이 알던 어머니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

 

가련한 어린아이의 목소리.

 

그러나 이성을 찾길 바라는 그 울림은 그녀에게는 닿지 못했다.

 

 

“왜 그래요?”

 

 

“관리자님... 왜 울 것 같은 목소리에요? 왜? 어째서? 뭐가 문제죠? 제가 싫어요? 아니잖아요. 그럴 리가 없어. 제가 감히 작살을 던졌을 때 저를 위해 몸까지 던지다가 어깨를 다치셨잖아요. 관리자님이 저를 생각하는 마음을 다 알고 있는데 왜 지금”

 


 


“아아... 아아... 맞다.맞다.”

 

 

이스마엘은 소름끼치게 깔깔대었다.

 

고개를 휙휙돌리면서 웃다가

 

뚝 멈추고는 숙인 고개를 살짝 들어 관리자를 노려보았다.

 


그상태로 눈에서 눈물을 흘려가면서 중얼대기 시작했다.

 

“미안해요.잘못했어요.관리자님.다시는안그럴게요.제가창년같이너무몸을막굴렸죠제가나쁜년이에요한번만봐주세요어떡할까요그새끼를관리자님앞에서찌르고찔러서으깬고기로만들어버리면관리자님이이제제가그새끼를벌레보듯이하고있다는걸알게될까요아니에요그런관리자님만아프잖아요그럼안돼요안돼요안돼요절대안돼그럼어떡할까요?제가어떻게관리자님을향한이마음을증명할수있을까요?죽을까요?죽을게요.아프지않게,천천히목을졸라죽을게요.관리자님이졸라주세요.이밧줄로아프지않게살살하면관리자님도안아프지않겠어요?제발해주세요.그래야관리자님도의심이싹가시지않겠어요?싫어요?싫구나더이상죽는건싫구나그럼어쩌요미안해요전부제탓이에요앞으로다시는안그럴게요관리자님이원하는여자가될께요다음에일부러죽고살아나면그새끼랑몸섞은것도없어진깨끗한몸이되지않을까요다음에거울던전을돌때일부러머리끝부터발끝까지갈려져서죽을게요.아니야아니야죽으면안돼관리자님이아프잖아그럼어쩔까요관리자님관리자님관리자님.그러고보니관리자님도그짬통년이랑놀아났잖아요?그럼서로개좆같은일한번씩했으니까전부없던일로쳐버리면안될까요아니야아니야그건짬통년이억지로관리자님을덮친거뿐이잖아관리자님은잘못이없어.없어.없어.없다고.제말이맞죠관리자님?관리자님은잘못이없어요.전부제잘못이에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관리자님용서해주세요.제가어떤병신같은일을해도관리자님은저를봐주시고언제나같이해주셨잖아요이번에도그럴거죠그래언제나관리자님은그랬어이번에도나를보고있어용서해주셨어용서해주셨어용서받았어용서받았다감사해요고마워요아아아아정말로정말로정말로”

 

 

울다가.웃다가.화내다가.웃다가,화내다가,다시웃다가.

 

 

그녀가 너무나도 빠르게 미쳐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단테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녀가 들을수 없음을 알기에.

 

 

 

 

“사랑해요.”

 

 

 

 

분홍빛 리본에 휩싸인 듯이 거기에 묶여서 질식해버릴 듯이

 

 

끝없이 광기에 침식되어가는 그녀를 보면서.

 

 

관리자는 마음 밑바닥에 남은 한 줌의 의무감을 긁어모아 한마디를 건넸다.

 

 

 

“째까.”

이스마에...

 

“쉿.”

 

 

 

그러나 이스마엘이 그의 말을 끊었다.

 

그의 머리에는 입이 없음에도 

 

통상적으로 입이 있을거라 느껴지는 곳에 검지까지 고혹적이게 가져다 대면서

 

그녀는 끊겨진 말을 이었다.

 

 

 

 

 

“나를... 자기라고 불러주시겠어요?”









p.s. 오해 말아 들으십시오. 글쓴 자는 지지한다 히스와 이스의 성적 관계! 당신은 확인할 수 있다 아래의 글에서.

https://arca.live/b/lobotomycoperation/93133899?target=all&keyword=%EB%B0%94%EC%A7%93%EC%86%8D%ED%8F%AD%ED%92%8D&p=1


롭붕이 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