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신입~

일등 대... 

아잇, 옛날 버릇이...

불렀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지 좀 마시죠, 사수님. 응?

한두 번도 아닌데 왜 매번 비웃고 그래.

-네가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관등성명 대니까 그렇지.

우리 일등 대리 그레고르야, 이 자료나 좀 읽어라. 교육팀에서 전해달라더라.

뭡니까, 이건? 

신입용 매뉴얼?

-환상체 등급별 분류, 직원 능력 수치에 따른 패닉 유형 분류, 환상체 작업법... 뭐 그런 게 적혀있나 본데.

다 읽고 외워. 나 간다~

...어째 이등 대리 때 수첩 베껴쓰라던 맞선임이 생각나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야, 그레고르.

공부는 잘 되어 가냐? 그거 빨리 외워라. 너 후배 생겼다.

응?

후배? 갑자기요?

-그러게 말이다. 사실 말이 후배지 네 동기이기는 한데, 기수상으로는 후배가 맞으니까 네가 사수다~

아잇, 진짜. 무책임하게 그러기야, 사수님?

내가 아는 게 뭐가 있다고 사수 노릇을 해!

-꼬우면 너도 무책임한 사수 되던가~

네 후배는 내일 도착하니까 얼른 외워라~

미치겠네, 진짜. 난 왜 저런 사람이 사수로 걸려선...

-형 아직 안 갔다~

...

ㅡㅡㅡㅡㅡㅡㅡㅡㅡ

무슨 일이지, 졸개?

그, 오티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한데...

직원 수치라는 거... 어떻게 확인해?

사내 pc에서 검색하면 실시간으로 갱신되어서 나온다. 그건 왜 묻지?

내 패닉 유형을 좀 알고 싶어서...

...

말 나온 김에 지금 확인해보지.

신입 직원 그레고르. 가장 수치가 높은 분야는... 용기이군. 근소하게나마 높다.

용기라는 건... 내가 패닉에 빠지면 주변 사람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지?

높은 수준이 아니라, 확실하지.

직원 능력 수치에 따른 패닉 유형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젠장, 그렇군.

고마워, 오티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뭐냐, 너? 어딜 쏘다니다 온 거야?

사수님. 그, 혹시 지금 내 수준에서 작업을 들어갈 수 있는 환상체가 있나?

본능 작업만 빼면 뭐든 좋아.

-왜?

...꼭 말해야 돼?

-응. 말 안 하면 안 알려줄 거거든.

그... 내 팔, 보이지?

-그래, 뾰족뾰족한게 아주 잘 보인다.

나, 패닉 유형이 용기 패닉이래. 주변 사람들 죽이고 다니는 거.

입사한지 얼마나 됐다고 졸지에 사수 노릇 하게 생겼는데, 후배 가르치다가 환상체 마주쳐서 패닉이라도 하면 어떻게 해.

그렇게 되면... 내 손으로 후배를 찌르게 될 거 아니야.

-음.

계속 말해봐.

환상체 작업을 통해 직원 능력 수치가 바뀌면, 패닉 유형도 바뀐다며?

그러니까, 용기 수치를 좀 떨어뜨리고 싶은데... 그것보다는 작업을 들어가서 다른 수치를 높이는 게 낫다던데?

-그러니까, 네가 폭주해서 애먼 사람 죽일까봐 무서워졌다 이거네? 중2병 걸린 것마냥.

사수님, 나 진지하게 말하고 있잖아. 좀 들어줘.

이 벌레 손으로 사람 배에 구멍 내는 건... 이젠 그만하고 싶다고.

-그래?

단악수선으로 가. 뭘 줄인 이름인지는 알지?

본능 작업 빼고 뭐든 해. 작업 피해 입으면 제때 치료받고 다시 해.

많이 반복해. 직원 수치는 작업 할수록 는다.

단악수선? 지휘팀 부서에 있는 그거?

좋아. 고마워, 사수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이고, 빡세다...

그래서 목표하던 바는 이뤘나?

응, 그럼. 이뤘지.

이제는 용기 수치보다 정의 수치가 더 높아. 패닉 유형도 바뀌었을 걸.

웃기는 해결법이군.

패닉에 빠져서 남을 해칠까봐 두렵다면,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정신력을 기르면 될 것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줘, 오티스.

네가 그랬잖아. 이 회사에서는 나 자신의 바닥을 보게 될 거라고.

언제 어디서 미칠지 모르는 판국에 맘 편히 내 정신력만 믿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

그건... 그래, 맞는 말이군.

네가 사수 노릇 해야 한다는 후배는 어떻지?

응? 아, 그 친구? 나쁘지 않아.

사정이야 어쨌든 후배가 생겼으니... 앞으로 잘 챙겨보려고. 

그 후배는 복 받았군.

사수를 맡은 선배가 후배를 위해 능력 수치를 바꾸기까지 하다니.

하지만 안일하다, 졸개.

그런 물렁한 마음가짐으로 부하를 대했다가는 얕보이기 십상이다.

...오티스는 왜 L사에 온 거야?

군인이 아주 천직 같은데.

나 같은 인재에게는 어느 일이건 천직이 될 수 있지.

그래, 뭐...

난 이만 유리 씨 챙기러 가야겠네. 고생하라고.

그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시리즈는 추천 30개 받고 별 달면 다음 화가 올라갑니다.

처음엔 분명 옴니버스였는데 어쩌다 서사가 생겨버려서...

전 편을 읽어야 이해가 되는 콘문학이 되어버렸네요.

어쨌든 오늘도 감사합니다.

아래는 덤입니다.

어디 보자, 단 한 가지의 악행과 수백 가지의 선행.

이상하게도 생겼네.

작업 방식은, 격리실 안으로 들어가서 죄를 고해야 한다.

단, 없는 죄를 꾸며내거나, 죄의 내용을 임의로 변경하면 기억을 잃을 수 있으니 주의...

안녕, 단악수선 씨. 작업하러 왔어.

죄를 고하라던데... 꼭 어디 종교단체에서 하는 고해성사같네, 그렇지?

내가 지은 죄라... 많지. 너무 많아.

그 지독한 연기 속에서 지은 죄만 수백 가지는 될 거야.

그것들을... 이런 고해성사로 없앨 수 있나?

그게 말이 돼?

...됐어, 그만 중얼거릴게. 괜히 우울해지네.

흠흠, 이제 작업 시작할게. 잘 들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