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무슨 일이야?"


 : "거울의 오작동으로 인해 다른 세계의 인격과 우리의 인격이 섞인 것 같소."


 :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음? 여긴 어디오?"


 : "실제로는 한 인물에 두 인격이 공존한다는 컨셉이지만, 가독성을 위해서 림버스 컴퍼니 수감자의 발화는 얼굴콘으로, 다른 세계의 인격은 다른 아카콘으로 표기하도록 하겠소."


 : "그렇군....그런데 어떤 세계의 인격과 합쳐진 거야?"


 : "나를 이스마엘이라 부르라."


 : "어? 내가 왜 이런 말을?"


 :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불길한 꿈에서 깨어난 뒤 자신이 끔찍한 벌레 한 마리로 변해 있는 것을 침대 속에서 발견하였다."


 : "이중 인격들의 대사를 통해 어떤 세계와 합쳐졌는지 대충 짐작이 가네요."


 : "아무래도 림버스 컴퍼니의 원작 소설 세계관의 자신과 동화가 된 것 같습니다."


 : "일단 나는 멀쩡한 거 같긴 한데...."


 : "해결책을 생각할 때까지 거울 세계의 자신과 대화라도 하고 있는 건 어떨까? 나름 신기한 경험 아닐까?"



그렇게 수감자들은 평행 세계의 자신(원작소설 속 자신)과 대화를 하게 되는데....



1. 파우스트(1)


 : "파우스트에요. 도시 내 최고의 천재죠."


 : "그렇군. 일단 본인도 파우스트라네. 이러한 모습이 된 연유를 알 수는 없지만."


 : "누군가가 저희 세계의 장비를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발생한 일 같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겠습니다."


: "그런가, 한평생을 남자로 살아왔건만 갑자기 회춘하지를 않나, 여자가 되지를 않나, 기구한 인생이군 그래."


 : "그보다 이 근사한 마차의 이름은 무엇인가? 유토피아를 만들던 중 세계의 훌륭한 물건이란 물건은 전부 모아 보았는데, 이런 마차는 처음이군."


 : "메피스토펠레스랍니다. 파우스트의 역작이지요."


 : "메피스토....펠레스?"


 : "이 또한 악마의 농간이었단 말인가. 오, 주여...."



2. 싱클레어(1)


 : "만나서 반가워요. 싱클레어라고 해요."


  : "분명....나는 폭격에 맞고....그리고 데미안이 내 옆에 있었을 텐데....데미안은 어디 있는지 못 봤나요?"


 : "그쪽 세계에서도 데미안은 절 도와줬군요."


 : "분명 데미안이 나한테 입을 맞추는 것 같았는데...."


 : "????"


 : "그쪽 세계에서 저는 게이였던 건가요?"


 : "게이는 아니에요!!"



3. 돈키호테(1)


 : "그래서 내가 그 사악한 거인에게 창을 들고 달려들었지."


  : "그 세계에서 나는 멋진 해결사인 모양인가 보군! 내 자신이 아주 자랑스럽소!"


 : "해결사? 그보다는 기사라고 해야지. 아무튼 이 몸이 이렇게 된 것 또한 기사로서 이 세상에 정의를 구현하고, 아름다운 둘네시아를 구하기 위함일 터! 그대라는 동료를 만나 아주 기쁘네!"


 : "내, 내가? 그대 같이 위대한 해결사의 동료가 되어도 되는 것인가!!!"


 : "또 다른 세계의 나일지라도 우수한 기사인 것은 당연할 터! 자! 어서 사악한 마법사를 무찌르고 이 세상에 평화를 가지러 떠나세!!"



4. 그레고르(1)


 : "그, 반갑다. 너도 그레고르지? 나도야."


 : "이 세계의 나는 정말 부러운 것 같네. 특히 그 팔 말이야."


 : "초면인데 다짜고짜 너무 무례한 거 아니야?"


 :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하네. 뭐, 이 쪽은 팔 뿐만 아니라 온 몸이 벌레라서 말이지."


 : "아.......미안."


 : "보니까 좋은 친구들도 여럿 있는 거 같던데, 여긴 새삼 행복한 세계 같아."


 : "나머지 몸이 멀쩡할 때 잘해줘. 가족들도....친구들도....이런 몸이 되어 버리면 아무리 잘해주고 싶어도 못 하니까 말이지."


 : "미안하다....."





5. 이상(1)


 : "반갑소, 또 하나의 나여. 상이를 만났던 기억이 생각나 퍽 유쾌하군."


 : "상황은 대충 파악했소. 분명 나는 감기약을 먹고 자고 있었을 터인데."


 : "약이라....좋지만은 않은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구료."


 : "기분이 상하였다면 미안하오."


 : "나 또한 약이 유쾌하지는 않소. 그것을 먹으면 시간이 금방금방 가버리곤 하지, 일어나면 아내는 다시 나에게 약을 주고.....마치 포르말린 속에서 굳어가는 박제의 기분이라고나 할까."


 : "비슷한 경험을 하였던 것 같구료. 나에게 있어서 벗이 주었던 그 약은 진실을 가리우고 있었지."


 : "진실을 가리우는 약이라.....아직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소."


 : "그보다 이 세계의 그대는 어떠하오? 하루는 유쾌하오? 숨은 잘 쉬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오?"


 : "그대의 세계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알더라고 해도 많은 것을 말해줄 수는 없사오만...."


 : "결국 그대도 그대의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보오. 내가 그리 하였듯, 다시 한 번 더...."


 : "한 번만이라도.....그럴 수 있다면....."


 : "미안하오. 어째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그저 어깨 밑 겨드랑이에서 무언가가 요동치는 기분이오."


 : "그대 또한 날개를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내가 그리하였듯이...그대 또한 한 명의 '이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