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바둑 관련 용어가 많은 검뫼

오늘은 그의 바둑 관련 대사들을 알아보자


"착수하지 않는 겁니까. 음. 돌을 던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군요, 우리는."

착수 - 돌을 놓다


엄밀히 말하자면 바둑 대국 상황으로 이해하기는 힘들다. 

"돌을 던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군요." 라는 말은 '항복해야겠다' 라는 뜻인데

보통 바둑에서 서렌을 상대 차례에 치는 경우는 드물다.

상대의 마지막 수에 대한 수읽기를 진행한 후에 치는 경우가 많으니까.


"착수하지 않으십니까? (근심이 많으신 모양이군) 돌을 던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군요, 우리는."


우의정 측에 의해 안 좋게 돌아가는 상황을 말한 듯



"...음. 초읽기를 시작하지."

방치 대사다. 


일반적으로 주어진 시간을 주고 시간을 다 쓰면 패배하는 체스와 달리, 바둑에는 추가  시간 개념인 초읽기가 있다.

타이젬 바둑 기준, 그리고 대회 기준 일반적으로는 초읽기를 30초, 3회 주는데


제한 시간을 다 쓰고 나면 다음 수부터는 초읽기 시간(30초) 안에 두어야 하는 거다

시간 안에만 둔다면 그냥 넘어가지만

만일 시간 안에 두지 못하면 초읽기 기회를 하나 까고

주어진 초읽기 회수를 다 소진하면 그때 시간 패배된다.


참고로 일반적으로 대회가 아닌 곳에서 둘 때는 초읽기를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저거 초읽기를 하겠다고 하는 건 자신을 방치한 것에 뫼가 기다리는 게 상당히 지루한 모양이다.



"얼마나 자객을 보내든, 결국 내게는 반상 앞의 한 수일 뿐이다. 아직 나의 한 수는 끝나지 않았는데... 응수할 텐가?"


"얼마나 자객을 보내든 네가 취하는 무수한 행동 중 하나일 뿐이다. 아직 나는 생각해둔 수가 많은데 받아보겠는가?"

정도로 해석은 가능하지만

바둑으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말이다.

한 수라는 게 이어지는 게 아니라 끊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한 수가 끝나지 않았다? 이건 좀 이상하다.


바둑 용어로 치환하자면 

'아직 나의 한 수는 끝나지 않았는데' 의 한 수를 '행마'(돌의 움직임), '공격' '노림수' 등으로 바꿀 수는 있겠다만, 원문의 느낌을 살리기에는 어느 것도 애매하다. 그나마 '공격'이 가장 나을 지도



"화점에 두지."

     


현재 바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 각각 화점, 소목(두 위치 중 하나 택), 삼삼이다. (고목, 외목도 있지만 현재는 사장)


"화점에 두지"라는 말은 보통 바둑 시작하고 1~4수 안에 나오는 말이다. 왜냐하면 바둑은 네 모서리에 두 개씩 먹고 시작하는 게 가장 보편적이니까.


그리고 뫼르소가 말하는 화점 바둑은 알파고 등장 이전까지 가장 자주 쓰인, 가장 대중적이고 간단, 무난한 바둑이다.


조선 시대에는 대부분 화점 시작, 종종 삼삼 시작이었다고 하니 어쩌면 고증에 맞을 지도



"착수."

말 그대로 돌을 놓는다는 뜻



"훈수는, 금기다."

훈수충 밴이요



"벤다면, 사활을 건다."

보통 '사활이 걸려 있다.'라고 하지, '사활을 건다.'라는 말은 못 들어본 것 같다.

당연하지만 굳이 목숨을 담보로 싸울 필요는 없기 때문.


'사활을 걸고 싸운다.'라는 말을 쓰려면 양쪽 다 대마가 너무 크게 얽혀서 싸움 한 번이 올인 싸움이 되는 경우에나 적용할 수 있을까?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 라는 바둑 외적인 뜻으로 받아들이자.



"자충... 수인가."

말 그대로 '자기를 찌르는 수' 즉 악(惡)수를 말한다.


다만 대부분의 악수는 그냥 악수라고 하고

자충수라고 함은 보통 사활  과정에서 자기가 자기 수를 한 수 줄이는 악수를 말한다. 

말 그대로 자해하는 수였던 거

(여담지만 바둑에서는 상대를 딸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자신의 마지막 활로를 스스로 메울 수 없는 규칙이 있는데, 이것도 자충이라 부른다)


흐트러짐 대사로 보기에는 살짝 애매하다. 뫼는 교전서 져서 흐트러진 거지, 공절 박은 것처럼 자해하는 게 아니니까.


"묘수로군."

일반적으로 찾기 힘든 좋은 수를 말한다. 일반적인 뫼의 판정 성공 대사인 '해라 해서 했습니다'와는 다른 '오, 좀 잘 둔 듯'이라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자기의 수를 보고 자뻑하는 거거나,

'오, 이게 되네.'하는 걸지도


"악수로군."

안 좋은 수임을 말하는 거다



"치열했으나, 좋은 끝내기였다. 이제 우리의 활로를 찾을 수 있겠군."


치열했으나 좋은 끝내기였다 / 이제 우리의 활로를 찾을 수 있겠군

정도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바둑에서 끝내기는 집의 경계를 확정 짓는 작업이다. 보통 0.5집~5집, 크면 10집 정도도 있는데,


끝내기를 잘했다는 건 선수 끝내기를 적절히 활용해서 여러 개의 끝내기를 연달아 했다는 뜻이다.


A 끝내기 - +7집, 후수(상대에게 턴 넘어감)

B 끝내기 - +2집, 선수(연속 행동 가능)

C 끝내기 - +2집, 선수(연속 행동 가능)

D 끝내기 - +4집, 후수(상대에게 턴 넘어감)


예시로 저기서 A를 먼저 하면 한 턴에 한 번의 행동 밖에 못했는데, 상대에게 턴이 넘어가지만

B와 C를 먼저 한 다음, 마지막을 A로 마무리하면 한 턴에 3번 행동하는 느낌이랄까



"승부수가 먹혀들었군. 판세는 완벽히 우리에게 있었다. 정착지를 찾을 때까지, 이 기세를 잃지 않기를."


엄밀히 말하자면 승부수는 불리할 때 던지는 수다. 보통 승부수가 실패 시 오는 손해를 감수하고 내리는 과감한 결단인데, 유리할 때 그런 승부수 던지면 보통 '악수'라고 부른다.


'판세는 완전히 우리에게 있었다' 보다는

'판세를 완전히 가져올 수 있었다.'가 조금 더 적절할 지도



"패착이 있었나. 이렇게 몸에 칼자국이 하나 더 새겨지는군."


해석하자면 "씁, 나도 모르는 새에 실수했나?" 정도


의외로 계가 바둑(끝까지 서렌 안 치는 바둑)에서 당사자는 패착을 찾기 힘들어 한다.

자기가 알 정도의 패착이었으면 그 자리에서 서렌을 치니까.


사실 런 쳤을 때도 패배 대사가 나오는 걸 감안하면

"패착을 복기해보겠다." 

(왜 졌는 지 알아보겠다)

같은 게 조금 더 분위기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