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mmorpg의 한계와 필연적인 인플레이션

게임사는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돈을 번다. 그렇기에 돈을 벌기 위해서 게임은 서비스가 끝나서는 안된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한계가 존재하는 게임과 한계가 무한한 게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계가 무한한 것은 롤, 배틀그라운드이다. 이 게임은 축적되는 것이 없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유저의 실력이 성장할지언정 새로운 판이 시작되었을때 모든 유저는 똑같은 0으로 시작한다.

곁가지로 말하자면 게임캐릭터에 남는 것이 없더라도 유저의 성장이 무한하기에 게임사측에서 제어하지 않는다면 철권같은 뉴비는 진입조차 힘든 고인물 게임이 될 수 있다. 롤은 '협동', 배틀그라운드는 자기장과 템파밍이라는 '운빨' 등의 변수로 이를 일부분 해결했다.


그리고 한계가 유한한 게임. 끝이 나선 안되지만 언젠가 끝이 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장르가 있다. mmorpg다.

롤플레잉게임에서 유저는 용사가 되어 마왕을 토벌하러 간다. 게임에 따라 겉껍질은 다를 수 있으나 기본적인 스토리 배열의 구조 자체는 같다. 그리고 매우 상식적으로 용사가 마왕을 잡는다면 그렇게 모두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고 엔딩이 나며 게임의 막이 내릴 것이다. 여기서 어른의 사정이 나타난다. 게임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서비스는 계속되어야한다. 따라서 게임사는 마왕을 잡히게 두지 않는다. 용사는 잡혀선 안되는 마왕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목표가 달성되어선 안되기에, 게임이 종말을 맞이해서는 안되기에 설령 마왕이 잡히더라도 대마왕이 등장할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게임사는 계속해서 새로운 목표를 제시해야한다. 새로운 레이드, 새로운 스토리, 새로운 컨텐츠. 새로운 보스. 물론 이 과정에서 게임사는 동기 또한 제시해야한다. 명예 등의 비물질적인 것과 골드, 새로운 장비 등의 물질적인 것들. 여기서 생겨나는 다른 문제점이 있다. 캐릭터의 성장이다. rpg는 '축적'의 개념이 존재한다. 내가 접속을 종료하더라도 내 캐릭터의 강함은 남아있으며 이 강함은 내가 플레이를 지속하는한 계속해서 상승한다. 서비스가 오래될수록 신규 유저와 기존 유저 간의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고인물과 신규유저라는 극단적인 양극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mmorpg기에 발생하는 숙명적 문제이자 태생적 한계이다. 또한 유저가 성장할수록 경제적 문제는 심각해진다. 캐릭터는 성장하며 서버 내 재화를 소모하나 일정 이상의 목표치에 도달하여 추가적인 성장을 포기한 캐릭터는 서버 내 재화를 오로지 생산만을 한다. 계정 내 다배럭이 가져오는 골드 인플레이션의 시작이다.


본론: 골드 인플레의 해결방안들

이제 보편적 이야기에서 로아의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로스트아크 운영진은 게임 경제를 유지시키기 위해 크게 2가지의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었다. 

1. 골드 생산량의 감소

2. 골드 소모처의 추가적인 제공


먼저 1부터 살펴보자. 골드 생산량의 감소는 골드의 공급 측면에서의 접근이다. 그리고 운영진은 골드의 주 생산처가 알발비임을 내부지표를 통해 알고 있었다. 이때 운영진은 알발비의 너프 방안으로 두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1안 - 알발비 골드 너프

알발비가 주는 3300골드를 2000골, 2500골 또는 무언가로 너프하는 방향이다. 모든 유저에게 피해가 되는 방향이나 신규 유저에게 더욱 치명적인 방향이다.
고인물이야 배럭 수익의 감소지만 신규유저는 본캐 하나가 벌어다주는 수익에 직격타가 되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진다.
신규유저 유치를 위한 진입장벽 해소를 위해서 게임사는 또 2가지의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하위 구간의 제련 완화. 골드를 너프시켰으니 제련도 완화하는 방향이다. 다만 이 방향은 큰 단점이 있는데 제련을 완화했으니 배럭 키우기가 더 쉬워진다. 피로도 등의 문제로 그럴 확률은 적으나 어쩌면 골드 너프한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둘째, 이벤트. 일정 주기(보통 방학)로 기존유저를 따라잡을 수 있게 이벤트를 실시하는 것이다. 로아의 경우는 점핑+하익이다.


읽다보면 게임 하나가 생각 날 것이다. 맞다. 메이플이 이 방향을 택했다. 메이플은 로아로 치면 알발비의 포지션에 놓여있는 카루타의 골드를 너프하고 진입장벽 해소를 위해 일정주기로 로아로 치면 스익+하익의 포지션인 테라버닝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2안 - 알발비의 원정대 제한

영속적인 방안이자 1안보다 더 위험한 방향이다. 로아는 다배럭 권장게임이었고 캐릭터 확장권도 판다. 그런 상황에서 고객이 투자한 재화를 서비스 상의 이유로 제한을 거는 것이다. 1안보다 더 큰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좀 무서운 것은 신규 유저와 배럭이 상대적으로 적은 유저는 피해가 없다. 오로지 게임사가 제공하는 6칸이 모자르다 판단해 만원을 주고 확장권을 산 유저만 피해를 본다.
갈라치기도 가능하다 아무런 피해가 없는 라이트 유저들 vs 피해를 보는 헤비유저들의 구도부터 로아온뽕에 찬 유저들 vs 지들 골드 손해 봤다고 징징거리는 악질쌀먹충까지 유저들간의 분란이 생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좀 감동했는데 이 갈라치기를 조금이라도 덜하게 만들기 위해서 할 필요 없는 짓까지 했다.


가볍게 쓰려고 했는데 글이 존나 길어지고 있다. 템포 따라오십셔 다음은 골드 소모처의 추가적인 제공이다. 수요측에서의 접근이다.

게임 내에 존재하는 재화의 가치를 유지시키기 위해 게임사는 시스템적으로 재화를 서버 내에서 삭제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게임사는 2가지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1안 - 새로운 성장의 등장

기존의 성장 시스템을 벗어난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해 그것을 강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골드가 소모되도록 유도하는 방향이다. 계속 메이플 예시를 드는 것 같은데 메이플의 아케인 심볼이 이런 시스템이다.


2안 - 기존 시스템의 변형

로아는 장비 파괴가 없었다. 팔찌 변환도 실링으로 한다. 이걸 다 해버리면 된다. 고대등급부터 파괴 만들고, 팔찌 골드로 변환하게 하고. 수리할때 골드 들게하고 각성돌 골드로 팔고


근데 로아가 선택한 방향은 1안도 2안도 아닌 제 3안이었다.


3안 - BM의 포기

기업이 수익을 포기할줄은 몰랐다. 캐시로 하는걸 인겜 재화로 바꿔버린 것이다.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금강선 디렉터가 아니고 그 윗선 의 허가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권혁빈 회장이 로아를 캐시카우로 안보고 본인 명예욕을 위한 컬랙션으로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금강선 디렉터가 이게임을 자식처럼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고


결론: 로스트아크의 경영전략

이번 로아온 경제 대책은 두가지의 시사점을 보여준다. 먼저 스마게에게 있어 로아는 캐시카우가 아니며, 앞으로도 그렇게 만들 생각이 없다는 것. 다음으로 디렉터가 이 게임에 가지는 애정이 정말 크다는 것


사실 스마게는 원정대 6회 제한만으로 경제 정책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편이 다른 게임사에서 보편적으로 취하고 있는 방식이다.
수요적인 측면에서 2안은 유저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고 3안은 입에 담기만 해도 윗선에서 털릴 확률이 100퍼기 떄문이다. 그나마 1안 정도가 해볼만한데 이것도 조절 잘못하면 반발 크게 일어난다.
6회 제한은 갈라치기가 가능하니 매우 효과적인 해법이다. 유저가 싸워야 기업이 이득을 본다. 소수의 헤비가 희생하여 다수의 라이트와 기업이 이득을 보니 이 얼마나 경영적으로 아름다운가. 근데 로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먼저 기업이 포기하는 걸 언급했다. 매출 17%를 포기하겠노라 이야기했다. 이익집단이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다. 잼민이 있는 게임도 아니고 대다수가 사회생활하는 성인게임에서 저 발언이 가지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다음으로 지표를 제시했다. 소수의 헤비가 생산하는 골드의 비중을 제시함으로 패치의 당위성을 어필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끝낼수도 있었다. 이것만해도 사실 충분했다. 근데 금강선 디렉터는 여기서 감성의 영역을 담았다.

우리 모두 로아를 사랑하고 로아가 오래 가기를 원하고 있다. 우리도 많은걸 포기했으니 조금의 양보를 바란다.

감성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감성을 담아 전달함으로 다배럭 유저의 양해를 구해냈다. 갈라치기할 생각이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고객이 개돼지가 되었고 게임의 발전이 오롯이 BM의 것이 되버린 시대 진짜 게임이 무엇인지 아무도 신경쓰지 않게되어버린 시대에 로아의 경영은 유저와 게임사, 고객과 기업의 관계 정립에 있어 경종을 울린다.

여튼 우리 로아 최고다.




원래 이렇게 무겁게 쓸 생각 없었는데 쓰고보니 이렇게 되어버렸고 이렇게 되어버리니 제목 막 거창해야할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