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찌머크라는 말을 아는가?

 

여기에 그 단어를 형상화한 게임이 있다. 라스트오리진.

 

그래, 내가 지금 사이버 트럭에 치이고 한 번 더 치여서 전생해온 게임.

 

 

가끔 커뮤니티에서 내가 하던 로아랑 줄임말이 비슷해서 미아가 자주 발생했던 게임이라 들어 본 적은 있다.

 

그때는 대충 캐릭터나 글이나 몇 개 읽고 숙제하러 떠났지만, 그때 그러면 안 됐다.

 

적어도 스토리 요약본이라도 보고 오는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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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폐하 오늘의 부관은 저 아르망입니다. 오늘 하루 잘부…."

 

"어, 아르망 어서 와 오늘 하루 잘 부탁해!"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르망은 사령관을 보자마자 오늘 하루에 일어날 일들을 예지했는지 눈살을 찌푸렸지만 숙련된 배우답게 금방 표정을 다잡았다.

 

 

 

"오전 일정으로, 먼저 지휘관 회의가 있으니 회의실로 가시죠."

 

"알았어~."

 

그렇게 사령관과 아르망은 필요한 자료를 챙겨서 회의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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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럼 이번 주 일정은 이렇게 진행하고 만약 특이사항 있으면 연락해줘."

 

"예,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왜 그래 마리?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그…. 오늘 옷이…."

 

그제야 사령관은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아, 원래 옷 지금 세탁 중이어서 예전에 입었던 옷 입고 왔어. 어때? 이거 내가 좋아하는 옷이거든."

 

 

 

 (사령관의 모습)

 

 

 

"예… 잘…. 어울리십니다."

 

"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사령관은 이해가 간다는 듯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용이랑 마리는 안목이 좋다니까? 알아볼 줄 알았어."

 

"폐하? 오전 중에 처리하셔야 할 서류가 있습니다. 지금 이동하시면 여유 있게 끝마치실 수 있을 겁니다."

 

"오, 알았어. 그럼 난 먼저 일어날게."

 

 

 

사령관과 아르망이 회의실에서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휘관들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사령관이 입은 저 옷…. 아니 애초에 저거 옷인가?"

 

"소인은 옷…. 이라 생각하오. 좀 특이할 뿐이지."

 

"하지만 용, 너도 봤을 텐데? 사령관이 물을 마셨다니까? 저 이상한 탈을 쓴 상태로 벗지도 않고 물을 마셨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나는."

 

 

아스널의 말에 다들 그녀를 주목했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스널 준장,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봐도 될까?"

 

"당연한 것 아닌가? 다들 뇌파로 느꼈을 것 아닌가. 그는 틀림없는 사랑스러운 사령관이다. AGS나 정체불명의 적이 아닌 우리의 매력적인 사령관. 그리고 그는 재주 또한 차고 넘칠 정도로 많지, 내가 오르카 호에 기록보관소에서 사령관에 대한 자료를 열람했을 때 내 눈을 의심했다네, 프레데터 1:1 힘 싸움에서 승리하고, 트릭스터의 속도를 눈으로 좇는 것으로 모자라 그것보다 한 발짝 먼저 움직여서 싸움을 이끌어간 인간? 지휘 또한 다른 이들이 도와주었다 해도 흠잡기 힘들지, 또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과의 침대 싸움에서도 전승했고 말이야. 어떤 옷을 입고 있든 간에 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남자일 뿐이다."

 

 

아스널의 마지막의 대담한 말에 다들 얼굴을 살짝씩 붉히고 헛기침을 하더니 레비아타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죠, 확실히 주인님은 대단하신 분이에요."

 

"음…. 사령관은 그만한 능력과 매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자 아스널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도 일어나보겠다. 오늘 에밀리가 부대원들과 같이 피크닉을 가자고 해서 말이지."

 

아스널을 시작으로 다른 지휘관들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회의실에서 떠나갔다. 사령관의 인형 탈에 대한 의문은 버리고 그 자리에 그 애 대한 애정과 추억을 다시 세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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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은 오늘 일과를 끝내고 개인실의 소파에 기대어 누웠다.

 

여전히 인형 탈을 쓰고서.

 

 

 

"으어… 지친다…. 아르망도 오늘 수고했어."

 

"아닙니다. 폐하께서도 수고하셨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꽤 즐거웠어. 생각보다 이 옷의 반응이 좋았단 말이지? 아르망도 처음 봤을 때 당황했지?"

 

"예…. 처음 보는 옷이기에…."

 

 

사령관이 가끔 어디선가 처음 보는 물건과 음식을 꺼내는 것은 보았지만 설마 저런 옷까지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였다.

 

그런 아르망의 속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듯이 사령관은 머리를 드디어 벗더니 앓는 소리를 내었다.

 

"어으, 이제 갈아입어야지 아르망 등 뒤에 지퍼 좀 내려주라 피곤하고 귀찮아서 움직이기 힘들어."

 

"예, 기꺼이."

 

 

아르망은 사령관의 등 뒤로 돌아가서 지퍼를 내렸다.

 

사령관은 갇혀있던 옷 속으로 공기가 들어오자 몸을 살짝 떨었고, 더 내려가지 않는 아르망의 손에 의아해하며 뒤를 돌아보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르망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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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무슨?'

 

예상했던 데로 폐하의 맨몸은 매우 멋졌습니다. 폐하는 다른 분들과 잠자리에 드실 때도 상의를 입고 자리에 드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마 이 오르카 호에서 폐하의 상의를 탈의하신 모습을 본 건 제가 처음일 것입니다.

 

사실 오늘 아침에 여기까지는 예지했습니다. 그리고 폐하의 옷 안쪽의 맨살을 관찰할 수 있다는 흥분이 느껴졌습니다.

 

폐하의 몸에 있는 수많은 상처를 보기 전에는요.

 

 

한 사람의 몸에 있는 상처라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상처, 지금은 상처가 다 나았지만, 그 흉터들만 보아도 그 상처들이 원래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니 애초에 저런 상처를 누가 낸 것일까요? 폐하께서는 연결체와 1:1로 싸우실 때조차 생채기도 겨우 나시는 분이십니다. 그것도 저희에게 쏠리는 관심을 대신 받으시다가 손등이 벽에 쓸려서 그렇게 되신 것이지요. 그런 폐하가…. 이런 상처라니…. 도대체 어떤 고난과 역경을 견뎌오신 걸까요.

 

 

이럴 때만큼은 저의 예지에 가까운 연산능력이 원망스럽습니다. 폐하가 느꼈을 고통을 계산한다는 것이, 폐하가 싸우셨을 존재를 상상한다는 것이 그런데도 결국 확신에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결국 폐하께서 느끼셨을 고통조차 공감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흘렀고, 제가 손을 멈추고 눈물을 흘리는 그 짧은 사이에 폐하는 뒤를 도시고는 저를 안아주셨습니다….

 

 

정말…. 폐하께서는 정말로 무르시고 상냥하시네요…. 저도 그런 점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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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좀 진정이 됐어?"

 

"예….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야. 그래서 왜 운 거야?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돕고 싶은데."

 

 

아르망을 소파에 앉혀서 진정시키고 옷을 갈아입고 온 사령관은 따뜻하게 데운 음료를 건너면서 물었다.

 

아르망은 컵을 받아서 한 모금 마신 뒤에 입을 열었다.

 

 

"사령관님…. 몸의 그 상처는 어쩌다가 얻으신 건가요…? 혹시…."

 

혹시 저희 때문에 얻으신 거냐는 말을 뇌는 말하고 싶어 했지만, 가슴이 먼저 움직여 입술을 깨물어 나가지 못하게 막았고, 사령관은 눈치를 챈 듯이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 전에 살던 곳에서 다쳐서 생긴 거야. 여기 와서는 딱히 다친 적이 없으니까."

 

사령관의 말에 아르망은 안심한 듯이 숨을 뱉었다. 그 한숨에 사령관은 웃으면서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었고 아르망은 볼이 살짝 빨개진 상태로 보았다.

 

 

"이건 마수 군단장의 도끼를 피하다가 풍압에 배인 거야, 일격에 산조차 무너뜨리는 공격이다. 보니까 풍압도 매섭더라고."

 

사령관은 쇄골부터 명치로 이어지는 긴 상처를 가르치며 말했다.

 

"그럼…. 이 흉터는 어쩌시다가?"

 

"욕망군단장이 휘두르는 검에 대신 끌려가면서 생긴 거야."

 

"이건요?"

 

"이건…."

 

 

 

아르망은 사령관의 몸을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물었고, 사령관은 아이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처럼 이야기를 해주었다. 점점 알려주는 상처의 수가 늘어갈수록 아르망의 마음속의 불안 또한 사라져갔고 손놀림은 대담해졌다. 결국, 등에 있는 몽환 군단장과 싸움에서 얻은 상처까지 설명이 끝나자 아르망은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아래로 향했고, 사령관의 장난스러운 웃음을 시작으로 질문자와 대답을 하는 목소리가 바뀌며 곧, 서로를 향한 질문 대신 서로를 탐하는 소리만이 개인실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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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응…. 아르망."

 

"감사해요."

 

"뭐가?"

 

"저희에게 마음의 짐을 씌우려 하지 않으신 것부터, 지금까지의 일 그리고 오늘 있던 일, 앞으로의 일까지 모두요."

 

"뭐야, 너무 광범위한 거 아니야? 이러다가 앞으로 아르망한테는 감사하다는 말 듣기 힘들겠어."

 

"후훗. 그럴 지도요. 하지만…."

 

 

 

아르망은 마치 한 마리의 뱀처럼 사령관에게 다가가 그의 귀에 얼굴을 대고 요부처럼 웃으며 속삭였다.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든지 들으실 수 있다고요?"

 

 

 

사령관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듯이 아르망을 쳐다봤고 아르망에 웃는 얼굴에 같이 웃으며 서로를 껴안았다.

 

"나도 사랑해 아르망, 그리고 고마워."

 

"알고 있어요."

 

"어떤 걸 고마워하는지는 안물어 보는 거야?"

 

"사령관님에 대한 건 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럼 내가 뭘 원하는지도 알고 있겠네?"

 

"네…. 하지만 내일의 일정이 있으니 너무 늦게 주무시면 안 돼요."

 

"노력할게."

 

사령관과 아르망은 서로 약속한 듯이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입을 맞추었다. 그의 몸에 생긴 어떤 약으로도 완전히 낮게 할 수 없었던 상처를 그녀들의 사랑으로 치유하려는 듯이.

 

 

 

아르망과 사령관이 결국 같이 늦잠을 자게 된 다음 날, 사령관의 상처에 대해서 알게 된 다른 바이오 로이드 들에게 사령관은 수많은 걱정과 눈물과 간호를 받으며 강제로 며칠 동안 병실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리제야? 나 진짜 괜찮다니까?"

 

"주인님? 아직 감ㅅ…. 검사 중이니까 얌전히 누워 계세요."

 

"다프네? 나 산책가고 싶은데…?"

 

"주인님? 얌전히 계셔주세요. 내일이시면 퇴원이시니까 그때 켈베로스씨와 맘껏 하세요."

 

"알았어…. 그럼 같이 뭐라도 하자 나 심심해."

 

"어머 좋아요, 아쿠아가 가져온 보드게임 하실래요?"

 

"좋아!"

 

아직 그녀들의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는 사령관이었지만 그녀들의 그런 관심과 사랑이 그의 상처로 도려내진 영혼을 다시 채워주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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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이란 건…. 힘드네요. 창작활동을 하시는 모든 분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