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메 시!” 


쾅!

하늘에 갈색 빛을 띈 거대한 창 하나가 떨어지고 거대한 푸른색 구미호의 울부짖음이 짙은 안개능선을 가득 채웠다.

 

“얼마 안 남았어! 조금만 더 힘내자고!”

“조금만 있으면 곧 넘어질 것 같아요, 3버블 준비됐어요!”


험상궂게 생겼지만 호쾌한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는 슈샤이어 출신의 디스트로이어와 주황색 고깔모자에 거대한 리라를 들고 항상 우리를 상냥하게 보살펴주는 나와 같은 실린족 바드가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지금 우리 눈 앞에서 서슬 퍼런 눈으로 불을 쏘아 대는 녀석의 이름은 흑야의 요호.

약 2주정도 전에 짙은 안개 능선에서 처음 발견되어 일급 가디언 조사관들의 면밀한 조사 하에 오늘 토벌 의뢰가 떨어진 녀석이다.

기존에 아크라시아 대륙에 서 출몰하던 붉은색 구미호인 홍염의 요호에 비해 더 빠르고, 신출귀몰하며, 아군을 매혹시켜 삼미호로 변신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 여러가지로 추가적인 위험요소가 존재했다.

 

“이 녀석 걷는다! 워킹! 워킹!! 별똥별 조심!!”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아르데타인 출신 블래스터의 경고소리와 함께 우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에 집중하여 공격들을 피해냈다.

 

내 불쌍한 소환수들… 

푸른 색의 산호석 정령 마리린과 불의 정령 파우루… 우직하게 흑야의 요호를 공격하던 정령들은 요호의 별똥별에 맥없이 쓰러졌다.

 

‘미안해… 다시 정령의 힘을 불어넣어서 불러줄게’

 

“젠장맞을 더럽게 안 죽는구만. 이놈 조사한 놈들 죄다 시말서 쓰고 조사관직 내려내야 된다니까”

“시끄러워, 루나가 우리를 위해서 얼마나 고생해서 모아다 준 정보인데.”

“어이구 어이구 예~예~ 루나바라기님 있으신걸 제가 까아아암~빡했네요~”

“뭐 임마?”

“그만! 그만! 지금은 눈앞의 녀석에게 집중해요!”

 

정신없는 와중에도 서로 투닥대는 남자 둘을 바드가 끼어들어 중재하며 우리는 공략을 계속해나갔다.

이미 공략을 시작한지 꽤 시간이 지나고 자리이동도 이미 세번째.

이 녀석도 곧 있으면 쓰러질 터.

우리의 노력이 보답받는 것일까, 맹렬히 공격하던 요호가 순간적으로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지금이에요, 표창던지고 화염병!”

“받아라 이 요물놈아!”

“진실된 용맹!”

“망치 맛좀 봐라!”

 

넘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우리는 치명물약을 빠르게 마시고, 요호의 꼬리에 서슬이 서린 절단 표창을 던진 뒤 화염병을 던졌다.

깨진 화염병에서 치솟은 불길들이 요호를 뒤덮었고 우리는 가장 강력한 기술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네명이 모두 절단 표창을 던졌으면 요호의 꼬리가 잘리고 요호가 다시 쓰러져야할텐데, 요호의 꼬리에는 미동도 없었고, 넘어졌던 요호가 오히려 시퍼런눈을 부릅 치켜뜨고 다시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깨닫는데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돈!!!!까!!!스!!!!!!!!”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주변에 엄청난 기세를 내뿜으며 자기 몸만한 망치를 뿅망치 마냥 위 아래로 쾅쾅 내려찍는 디스트로이어의 광기어린 망치질에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거 이번에 공략 실패하면 다 너….”

 

블래스터의 체념한 듯한 중얼거림이 채 끝나기 전에, 디스트로이어의 망치는 요호의 머리를 수차례 더 내려쳤고, 요호가 힘을 잃고 완전히 쓰러졌다.

 

“해치웠….”

“그만 거기까지”

 

망치질을 멈춘 디스트로이어가 씨익 웃으며 우리를 뒤돌아보면서 외치는 플래그를 제지하고, 나는 조심스레 접근하여 상황을 확인했다.

 

“잡았어요! 주변에 영혼이랑 파편이 생겼어요!”

 

뒤에서 환희에 찬 바드의 외침과 함께 요호의 몸 주변에서 푸른색의 파편조각과 금빛의 영혼이 생겨났다.

 

‘드디어….’

 

토벌의뢰를 수락하고 벌써 몇 번째 공략이였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

처음 보는 공격유형에 당황하고 사방으로 순간이동하고 점프하는 발에 찍혀 쓰려지고, 디스트로이어가 삼미호로 변했을 때 당황하면서도 변한 외형에 깔깔대고.

공략자체는 힘들었지만 모두 즐거운 시간이였다.

 

“자자자 막타친 이 몸이 한번 수확해봅니다~”

“어이 멈춰!!”

 

블래스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디스트로이어는 주머니춤에서 꺼낸 칼로 수확을 시작했고 달려가며 소리를 지르는 그 둘의 모습을 보며 나와 바드는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오늘의 트롤상은 디스트로이어 너야~ 오늘은 너가 쏘는거지?”

“크하하 이몸이 오늘은 네리아의 주점에서 쏜다!” 

 

내가 짓궂게 놀렸지만 디스트로이어도 기분이 좋은지 크게 소리치며 수확을 계속했다.

 

“저번에 간 레온하트는 아니겠죠..?”

“이번엔 아르데타인으로 가자고. 네놈들에게 케나인들의 멋짐을 보여주지”

“오우~ 그럼 오늘은 우리 루우우나니이임도 동석하시나?”

“시.. 시끄러!”

 

오늘은 또 어디에서 뒤풀이를 할지, 주점에서 저 둘이 또 얼마나 자랑을 할지.


"자자 그만그만~ 우리 이녀석 오늘 두마리나 더 잡아야 된다고요~"

"17분이나 걸렸는데 이걸 언제 또 두마리나 잡지..."

"어이어이 내 망치만 믿고 따라오라고!"


내가 얕게 한숨쉬며 투덜거리자 디스트로이어가 호탕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

.

.

.

 


“…….너…”

 

“서…너…”

 

“서머너님..!”

 

눈 앞이 흐릿했다.

내 옆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드가 나를 부축하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옆에 있던 내 귀여운 정령들인 파우루와 마리린 역시 걱정스러운 듯이 날 지켜봤다.

 

“어이 서머너 일어나라고, 오늘의 MVP가 이렇게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으면 쓰나?”

“자자 일어나서 저 둥둥 더 따니는걸 수확하고 네리아 주점에서 한잔하자고”

“블래스터씨, 그렇게 술 좋아하다가는 루나씨한테 차인다고요?”

“이… 이번일은 비밀로 해줘…”

 

아아 그랬지.

오늘은 가디언 조사협회에서 의뢰한 레바노스 변종 소나벨의 토벌을 수행하고 있었다.

다들 쓰러져서 이판사판으로 마지막에 고대의 창과 아키르를 소환하다가 내 옆에서 코어가 폭발한 것 까지는 기억나는데…

사실 그 뒤로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다들 내주변에서 웃으며 떠드는 걸 보아하니 어찌저찌 의뢰는 달성한 모양이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천천히 일어나서 씨익 웃은 후 호흡을 가다듬고 외쳤다.

 

“자 그럼 오늘은 질풍 떴냐!!!!”

“떴냐!!!!!!!!!!”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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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벨 4~5분씩 잡는거 더럽게 오래 걸린다고 투덜 거리다가 

하루에 가토 3번씩 수확하던 시즌1 때 당시 끝판왕 요호 한번에 15분 이상씩 잡던 것이 생각나서 한번 끄적여 봤음.


그때랑 비교해보면 서머너는 소환수들도 다 외형 리메이크되서 훨씬 정겨운(?) 모습이 됐고 고대의 창도 1개짜리에서 3개짜리 쓰는걸로 바뀌고, 그 때 있던 절단표창, 치명 물약 같은건 다 사라지고 당시의 끝판왕 화염병도 이제는 예능템이 되어버렸네.


작년말에 로아온 윈터 보고 복귀하면서 서머너 비싸다고 해서 블레이드로 스익/하익 새로 시작해서 본캐가 바꼈었는데 결국 다시 내 OBT부터 함께한 서머너로 돌아오게 되더라. 


중간에 퐁퐁가죽의 시발점이였지만 나중에는 꽤 많은 사람이 사용했던 파우루 자폭 고창 콤보 얘기도 써볼까 했는데 너무 뇌절 같아서 뺐음 ㅋㅋ


우리 퐁퐁이 많이 사랑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