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19년 


지금도 그렇지만 RPG 게임을 워낙 좋아하던 나는 디아블로 3와 패스 오브 엑자일을 섭렵한 후 또 할 RPG 게임이 없나 하고 두리번 두리번 거리던 중 국산 RPG의 혁명이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하던 로스트아크를 보게 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뛰어난 그래픽에, 평가도 사람들의 기대감도 모두 높던 초창기였기에 나는 한 눈에 로스트아크를 하기로 결심을 먹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는 내 개인 데스크탑이 아닌 랩톱 하나만을 가지고 있던 실정이었고, 애초에 게임용이 아닌 랩톱인지라 롤은 구동하는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당시 최신식 게임인 로스트아크를 구동하기에는 수많은 애로사항이 꽃 피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훌륭한 그래픽에 이미 매료되어 있었고 결국 나는 집 근처 피시방에서 플레이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네이버 계정으로 연동 계정을 만든 뒤 피시방에서 로아를 키자 마자 반겨주는 뱃고둥 소리... 그리고 지금도 볼 수 있는 전사 클래스의 거친 대검을 휘두르는 모션이 나의 첫 플레이를 환영하고 있었다 


"쒸바! 남자라면 대검이지!!"


나는 다른 직업은 볼 필요도 없이 주저 없이 나를 첫 번째로 반겨주는 버서커를 골랐다 


아 참고로 내가 고른 서버는 이그하람 서버였다 뭔가 이름이 ㅈㄴ 멋져 보여서 골랐었음


어차피 피시방에서밖에 플레이 할 수 없으며 디아블로3와 패스 오브 엑자일 모두 스토리만 섭렵하고 방생시켜 주는 극한 스토리충인 나였기에 그냥 마음 가는대로 고른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로아의 스토리를 본 소감은...


"씨바 ㅈㄴ 재밌어..."


영광의 벽은 어린 모코코의 마음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주인공이 쇠사슬을 타고 적진에 홀로 뛰어들던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 끝까지 이 로스트아크의 스토리와 함께하겠노라고 다짐했다


중간중간에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아만이 손절치기는 했지만, 어차피 친하지도 않았던 터라 엥 우리 친구였었나 하고 나는 내 갈 길을 떠났다


그렇게 창천제일검도 되어 보고


아르데타인의 감사관도 되어 보고


베른 북부에서 고르곤 둥지도 없애고 피시방 시간 줄창 잡아먹는 숲을 뱅뱅 돌아보기도 하고


예가티를 물리쳤던 내 고향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로헨델에서 아제나 눈나와 아브렐슈드 눈나도 만났다


당시 기준으로 최신 업데이트가 로헨델까지였기에 난 거의 엔드컨텐츠에 도달한 상황, 그제서야 나는 로스트아크의 스토리가 전부 다 한꺼번에 업데이트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도에 있는 곳은 다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생각 외로 빠른 클리어에 아쉬웠던 나는 이제부터 뭘 하면 좋을지 그 동안 한 번도 보지 않았던 게임 내 가이드를 기웃기웃하기 시작했고 이제부터는 전투 레벨이 아닌 아이템 레벨을 올려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아이템 레벨을 올리려면 상위 아이템을 획득해 장착하면 된다는 정보 또한 입수한다


그러면 그 상위 아이템을 어디서 입수하느냐? 바로 어비스 던전에서다


당시 어비스 던전은 지금의 어비스 던전과 달리 귀찮음 가득한 숙제 중의 숙제가 아닌 준 엔드 컨텐츠에 속하는 상위 컨텐츠였다 그에 걸맞게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둠강선 독재하에 놓여 있던 시즌 1의 사악함을 가득 가득 품고 있는 온갖 흉악한 보스들이 즐비했다


내가 첫 번째로 맞이한 보스는 얘였다




생긴 것만 봐도 그 흉악함을 짐작할 수 있다


아마 애니츠에서 욕망 군단이 등장하기 때문인지, 애니츠의 한 던전을 배경으로 한 곳에서 최종보스로 등장했다 이름이 뭔 결계였던 것 같은데 잘 생각은 안난다


스토리 기준 강함을 생각하고 갔던 나는 무시무시한 수치의 피해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속으로 온갖 비명을 질러가며 한참 동안 혼자 잡은 후에야 겨우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래도 주는 아이템을 장착하니 확 오르는 레벨 


그래 이 정도면 충분히 그 고생을 값어치라 할 수 있지... 다음 보스도 이런 식으로 잘 회피하면서 잡아 보자...


그리고 내가 맞이한 보스는




이것과 비슷하게 생긴 얘였다 아마 필드 보스 카스피엘의 모델링을 당시 어비스 던전 보스의 모델링을 재활용한 듯 싶다 내 기억이 맞다면 당시에는 필드 보스라는 것이 없던 것으로 기억하니까


들어가자 마자 육중한 공격으로 내 피를 빈사 상태로 만들어주는 보스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ㅈ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을 삼켰다 실제로 내 캐릭터를 압사시켜 버릴 수준의 공격을 겨우 피한 나의 최고의 피해량을 자랑하는 공격을 꽂아넣었는데....


이게 무슨?


피가 무슨 평타 친 것보다 더 안 주는 것이다 이 황당한 상황에 어버버하고 있던 나는 그대로 보스에게 깡! 당하고 퇴장하게 된다 


아마 내가 뭘 잘못했겠거니 싶어서 다시 한 번 도전한 역시 반복되는 상황에 아찔해진다 결국 그냥 이대로 공격을 회피하면서 조금이라도 얕은 피해량을 쑤셔 넣다 보면 죽겠지 라는 심정으로 어떻게든 공격을 이어나간다 


그런데 그때 등장한 이 새끼



이 시발 새끼가 나한테 다가오더니 갑자기 자폭을 시전하는 거다 씨발 뒤지려면 혼자 죽지 왜 나까지 뒤지게 만드냐고



어처구니 없던 상황이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결국 최후의 수단인 외부 사이트에서 공략을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당시 나는 이상한 고집이 있었는데 극한의 몰입의 스토리충이었던 나는 모든 공략과 요소들을 내 손으로 해결법을 안 보고 직접 다 찾아아먄 직성이 풀렸던 것이다 


그렇게 알게 된 공략 저 좆 같은 씨발 새끼를 보스 근처로 유도하고 자폭시키면 무력화 게이지가 소모되는데 전부 다 소모시킨 후 공격을 넣으면 오지게 쭉쭉 잘 들어간다는 것이다


좋다 이제 공략도 알았으니 시험해 보자 그렇게 해서 어찌 저찌 공격을 모두 피하고 유도시켜 무력화 게이지를 소모시키는데 성공 그리고 회심의 일격인 각성기를 넣으면...!!!


닳기는 닳았다 내 기억상 스무 줄에서 고작 두 줄 씨발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어떻게든 해보자 해서 계속 시도를 했는데...'


저 씨발 페블링 닮은 거라고는 귀여움 밖에 없는 새끼가 가면 갈수록 소환되는 빈도도 더 많아지고 들어오는 피해량도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는 거다 


나는 이 빌어먹을 상황에 오기가 생겼고 삼일을 연속으로 피시방에 출두하여 트라이를 했고


실패했다 시발


그와 더불어 나의 항전의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리는 소식이 들려온다 바로 그 무시무시한


이드 즉완권


둠강점기의 폭정은 기어코 극에 닿고 말아 나조차도 처음 들어보는 개념인 현재까지도 금기의 단어로 취급되는 그것 레이드 즉완권이라는 괴물을 탄생시키고 만 것이다 


레이드 즉완권은 현재의 가디언 토벌의 가디언을 한 번 잡는 조건을 완료한다면 이후 즉완권을 돈으로 구매해 그 즉시 잡은 것과 같은 보상이 들어오는 정말 시즌 1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발상의 물건이었다


이 소식이 들려온 이후 로스트아크의 평가는 곤두박질 치기 시작하고 더 이상 플레이할 의지조차 남지 않은 나는 그대로 계정을 삭제하고 로아를 접었다 




이후 시간이 흐르고 흘러 페이튼과 욘이 업데이트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