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장편소설은 메인 스토리와 창작을 엮어만들었습니다.


이후 이어지는 창작 소설은 본편과 상관이 없습니다.




https://arca.live/b/lostark/58507019 <-1편


https://arca.live/b/lostark/59381426 <-2편



7. 실체화되는 염원, 희망


아침 늦게 일어나 도서관에 가길 준비하는 이나카일, 메데르, 알로스.


방학동안 카일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에만 계획을 준비해놓았다.


그러기 전에 먼저 읽어야 할 것은, '마력의 근원을 알 수 있는 책'.


실린여왕 아제나가 준 특별한 출입증으로 자유로이 오갈 수 있다.


누구에게도 넘겨주거나 빼앗겨서는 안된다고 충고를 주었으니, 절대로 소중히 간직해야한다.


준비가 끝났냐는듯이 물어보는 메데르, 알로스.


"단속 잘하고, 빠진거 없지, 카일?"


"다시한번 잘 챙겨보고!"


"빠진거 없어!, 어서 가보자!"


모두 준비가 끝났고, 도서관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


도서관에 도착하고 나서 안내원이 인사한다.


"도서관 내에서는 정숙을 유지해주세요."


준비해두었던 반짝이는 출입증을 조심히 꺼내드는 이나카일,


"..! 그건 어디서 난거죠..?"


출입증을 보자, 놀란듯이 조용히 속삭이는 도서관 안내원,


"여왕 아제나님이, 특별히 저에게만 하사하신 출입증이에요."


"일단,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흩어지게된 이나카일, 메데르, 알로스.


"우린 여기서 조용히 있을테니까, 너무 늦게나오지 말라고 카일!"


"무리하면 안돼, 알았지?"


"응!"


....


안내원과 함께, 가장 아래층에 있는 특별한 결계로 봉인되어 있는 그 문 앞에,


그 책이 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안내원은, 반짝이는 출입증을 살짝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도 문이 열린다고 한다.


살짝 가져다 대었더니, 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방.


안내원은, 문이 닫히면 다시 가져다 대기 전까진 아무도 문을 열수가 없으니 주의하라고 한다.


"찰칵"


안내원이 문을 닫자마자, 문은 굳게 닫혔다.


생각보다 비좁을 듯한 공간이라 짐작했지만, 의외로 다른 책들도 있었고,


비상상황을 대비한 편의기구도 있었다..


있는 이유는 제쳐두고, 아제나 여왕님이 말한 '마력의 근원을 알 수 있는 책'을 찾아서, 앉아 펼쳐보았다.


...


'이 책을 펼쳐보는 자, 그대는 실린이 아닌 다른 종족이라면, 그녀의 선택을 받은자로 간주한다.'


첫장의 표지에 대한 문구는, 이나카일의 정체를 간파하듯 쓰여있었다.


책은 의외로 얇고 가벼웠다.


깊은 뜻을 갖고 있는 것이라면, 뭔가 두껍고 무거운 책일 줄 알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듯하다.


계속해서 읽어보는 카일,


'태초의 실린들은, 마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 한가지의 사명을 통해 점차 깨달아갔다,


사명 아래, 실린들은 마력에 대해 점차 깨우치고, 발전해 나가며,


실린들이 살아나가기 위한 대지를 지키기 위해 마법을 연구해나갔다.


그들의 사명은, 엘조윈을 지키는 것,


엘조윈 또한 마력의 근원이다, 그러나 모든것은 영원할 수 없기에,


계속되는 연구로 엘조윈을 유지하는것 또한 그들의 사명.'


읽다보니, 누군가의 흔적을 담은 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책이라고는 했지 누군가의 자서전이라는 설명은 하지 않았으니..


'엘조윈은, 실린들이 밟고 있는 이 땅 로헨델을 풍요롭게 하며 마력을 부여한다,


하지만, 엘조윈이 점차 약해지고 있었던 어느 날, 혼돈의 신이라고 불리는 자가


이곳 저곳에 뒤틀리고 불온한 생명체를 풀어놓아,


자신들이 찾던 무언가를 탐색하고, 로헨델을 오염시키며,


엘조윈을 서서히 시들게 하고 있었다.


실린들의 마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것이 보였지만,


일부 몇몇 실린들은 더 강대한 마력으로 그 생명체들을 쫓아내고 퇴치하기 시작했다.


로헨델을 지켜내고자 하는 일념 아래, 실린들은 힘을 모아 더 강렬하게 저항했고,


혼돈의 신이라 불리는 자와 그가 거느린 생명체들은,


하늘에 나타난 광휘의 빛무리에 의해 후퇴하고 만다.'


이나카일은 다음 장에 더 중요한 정보가 있을까 하며 계속 읽어간다.


'그 이후로, 점차 시들어가는 엘조윈을 보며, 실린들은 슬픔에 잠겨있었지만,


일부 몇몇 실린들은, 그들이 지닌 강력한 마력으로, 엘조윈을 다시금 치유하기 시작했고.


예전과 같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허나, 아직 혼돈의 잔재가 이 땅에 남아, 아직도 알 수 없는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계속 분주하며, 로헨델의 완전한 정화를 위해 힘쓰고있다.


그들을 보며 깨달은건, 굴하지 않는 일념 아래 로헨델을 영원토록 수호하며 유지하고,


우리같은 후대 실린들을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는 숭고함, 엘조윈을 대대손손 지켜내기 위한 신실함.'


책에는 마력에 대한 정보 외에도, 로헨델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던 이유도 적혀있었다.


일부 문자는 아직 읽을 수 없는듯,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 실린들이, 어떻게 엘조윈이 시듦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강력한 마력을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확실한건, 일념 하나로는 부족한듯 하지만.. 그 외에도 뭔가 있을것이다,


당시에 엄청난 활약을 해내었던 그 실린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수 밖에..'


'그 실린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들에게 돌아온 대답을 정리해 보자면..


'하나의 간절함은 소망이 되고, 소망이 모여 염원이 되리라, 염원이 다시모여 희망이 되고, 희망은 기적을 행하리니,


희망은 곧 바라고자 하는 염원을 실체화 할지어다.


그러쥔 희망은, 그 판단에 따라 가치를 부여하면 힘 또한 달라지리라,


자신을 위한 힘 또한 강력하지만, 타인에게 위한 힘은 그보다 강력하나,


모두를 위한 힘은 하나의 기적을 행하리라.


기적은, 모든 힘을 뒤바꿀 수도 있는 미지의 힘.


힘을 행하고자 한다면, 힘의 무게를 알아야 하리니,


실체화 하려는 염원은 누구를 위한것인지,


실체화 하려는 희망은 무엇을 위한것인지,


그것을 깨닫고 끌어낸다면, 실체화 할 수 있는 힘은 그대의 것이 된다,


실체화에 필요한 촉매는 당신의 의지와 지혜,


실체화에 이루고자 하는 힘은, 지금껏 쌓아온 당신의 경험.


그것을 이룩한 자, 엘조윈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엘조윈이 내려준 축복보다도, 더 위대한 힘을 지니게되리라.'


깨달은 듯한 이나카일은, 로자리오에 숨겨진 펜던트 안의 자신의 가족들과 같이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고,


그리움에 살짝 눈물을 흘리며, 손에 쥐고, 가슴에 품으며 명상하듯 생각한다.


"모두를 위한 힘, 그건 모두가 행복하게 평화를 바라던 어머니의 이상..


모두를 위한 힘, 그건 모두가 고통받지 않도록 이루려던 아버지의 관대함.."


깊이 생각할수록, 신성력의 흐름이 따스한 에너지로 바뀌는걸 느끼는 이나카일,


"..이건..?"


푸른빛이 감도는 에너지와, 신성력이 감도는 하얗고 누르스름한 빛.


에메테스에게서, 레네게오에게서 전수받은, 가장 강한 신성력은,


이나카일이 실체화 하고자 하는 마력의 가장 큰 그릇이 되듯,


강한 빛을 내뿜고있었다.


"이게.. 내가 바라던 염원.. 희망.. 모두가 바라던 힘..?"


양손에 비춰지는 강한 빛은, 몇번을 봐도 감탄스러울만한 빛,


하지만, 아직 실험해 볼 수는 없다.


아직 도서관 내부라서 함부로 할 수 없는 힘.


이곳을 나와, 메데르, 알로스에게 서둘러 보여주고자, 이나카일은 빠른 발걸음을 재촉했다.


'과연, 친구들은 어떤반응일지도 궁금하다!'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이려는 생각에 이나카일은 즐거운듯한 미소로, 지하층을 올라가고있었다.


....


올라가보니 메데르와 알로스는 독서에 열중하고 있었다.


둘을 방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카일은 자신도 아직 배울것이 많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서 그들을 지켜보니,


메데르는 하프를 이용한 마법에 대한 학습을,


알로스는 원소를 이용하는 마법에 대한 학습을,


카일은 다른곳에 가서 마법에 대한 이론을 더욱이 다져나갔다.


실린들이 활용할 수 있는 마법이라 해도, 자신 또한 쓸 수 있을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면서,


그 항구에서 카일을 구해준 그들에게, 카일이 여왕님께 빚진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이 마을에 카일을 받아준 실린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비록 이나카일의 겉모습은 다를지 몰라도, 지식을 배우기 위해 만든 도서관이나 지식을 쌓을 수 있게,


허락된 것 들을 모두에게 사용할 수 있게끔 해준 그들에겐 더할나위 없이, 감사할 뿐이었다.


분명, 처음엔 모두가 수군덕 거렸던 그가 인간이라는 것에 대한 편견은 처음엔, 그에게 압박을 주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이 그를 경계하지 않게 되었고, 평범한 일상속에 녹아들게끔 되어,


실린들이 그를 받아준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도 '인간' 이나카일을 꺼려하고 겉잡아 보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것은 아직도 마음 깊숙히 뿌리박힌 편견에 불과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


늦은 점심...


알로스와 메데르 이나카일은, 도서관에서 나오면서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카일은, 마력을 쓸 수 있을것 같다고 얘기한다.


"한번 보여줄래?"


"네가 어떻게 마력을 쓰는지 보고싶어!"


카일은 정신을 집중하며, 신성력을 끌어내며 마력으로 전환한다.


그때 지하 도서관에 있던때와 똑같이,


한손에는 푸른 빛을, 다른 손에는 노란 빛을 발하는 카일.


"와.. 이건 나도 처음보는건데.."


"너 말고는.. 이런경우를 본적 없는것 같은데..?"


메데르와 알로스는 입을 모아 감탄한다.


"그런데, 어떻게 활용할지는 생각해봤어?"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먼저 품고 질문한 알로스.


"이론에는 자신 있지만..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잘 모르겠네.."


치유마법을 제외한, 다른 마법을 쓸 수 있을지 아직 모르는 카일은, 고민에 빠진다.


그때, 고민에 빠진 카일의 모습에, 손에 있는 마력이 조금씩 다르게 반짝인다.


"카일, 네 반짝이는 마력은..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던데.. 한번 다양한 생각을 해보는게 어때?"


"음.. 구체적으로는..?"


"뭐랄까..? 너 아니면 우리.. 혹은 여왕님을 포함한 우리 마을 모두를 생각해봐!"


"...."


첫번째로는 이나카일 자신에 대한 생각.


작은 빛은, 더욱이 밝게 빛난다.


"오, 조금 더 밝아졌네?"


"이번에는, 우리에 대한 생각을 마음에 담아보자!"


두번째로는, 알로스와 메데르에 대한 생각.


더욱 밝게 빛나는 빛은 조금씩 몸에 스며들어 카일의 몸을 빛낸다.


"신기한 반응이다.."


"마지막으로, 로헨델에 대한 네 생각을 마음에 담아봐!"


점점 더 궁금해지는 둘의 모습과 카일의 기대감,


이전 반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카일의 몸은 찬란하게 빛난다.


"이렇게 밝게 비추는데도... 눈부시지 않네..?"


"멋지다.."


"그렇게.. 밝아..?"


"밤그늘 숲에 햇빛을 잔뜩 내리쬘 것 같이 밝은 빛이야!"


"인정할게, 정말 멋있어.."


둘의 칭찬에 카일의 얼굴은 분홍빛을 띄며 부끄러워한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이제, 가벼운 실전 한번 해봐야지?"


"실전이라니.. 무슨..?"


"겉으로 마력을 드러내기만 하긴 뭣하잖아, 뭔가 배운것도 한번씩은 써먹어봐야하지 않겠어?"


"내가 할수있는게.. 흠..."


"정령이라도 불러내보는게 어때?"


"종류가 워낙 다양한데.. 파우루, 마리린, 물의정령, 엘씨드, 바람의정령.."


"하나만 소환해도 되니까."


"그러면.."


몸에 흐르는 마력으로 마리린을 소환해본 카일, 그런데 그 마리린은 다른 마리린보다 조금 더 커보였다.


"뭔가, 크기가 좀 더 크지 않아?"


"그런것 같기도.. 다른 학생들이 소환한 마리린보다 더 강해보이고, 털도 더 부드럽고, 발톱도 보다 날카로워 보이는데..?"


"아마, 마력을 많이 보유한 만큼.. 소환한 정령들도 마력의 주인에 따라 강해진 모습으로 소환되는건가..?"


"대단하다고 해야하나..? 아마 이대로 계속 성장하면.. 카일은, 학교 학생들을 전부 꺾고 올라가는건 시간문제같은데?"


"그래도, 저렇게 성장하는걸 보면 나도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들어, 분명 우리랑 다른 종족이라 해도..


같은 친구로서 성장한다는걸 옆에서 지켜보기 때문일까..?"


"음... 그런가..?"


알로스와 메데르는 각자 자신만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카일은 마리린을 안고 쓰다듬으면서, 교감을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저녁놀이 저물고, 집에 들어가서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셋.


.....


몇달 후...


방학이 끝나고, 다가오는 시험날 카일은 자신만만한 듯한 표정으로 등교하기 시작한다.


등교길에 이야기하며 지나가는 셋.


"이번 시험은, 앞으로 어떤 실전마법시험이 온다 해도, 다 이겨낼 수 있을것같아!"


"한달동안이나 계속 도서관에서 공부했으니까, 잘 할수 있을거야 카일."


"그런데, 넌 지치지도 않았나봐? 난 계속 하려다가 때려쳤는데.."


"알고싶은걸 배워나가는건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때문이기도 하고!"


"네네, 그러시겠지.. 근데 한동안 뒹굴거리다가 이제 막 시험치려니까 귀찮아서그래.."


"기운이 없어보이는데.. 내가 도와줄까?"


"아냐 됐어, 너 여왕님이 한말 잊진 않았을거아냐.. 네 몸을 위해서라도 그런 능력은 잘 안쓰는게 좋다고 하잖냐..


방학동안 도서관에서 책읽고 남는 시간에 너 정령들이랑 교감하느라 계속 지쳐하는것도 메데르가 보기 안좋아했었잖아."


"윽,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네 남는 시간동안엔 너먼저 잘 챙기라고, 여왕님이 또 걱정한다.."


"그것도, 그렇네.."


"...너무 진지하게 듣진마, 오늘 컨디션이 영 흐려서 그런걸지도.. 아무튼, 내가 한 얘기 그냥 흘려버리던가 해,


그렇다고 해도, 널 생각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적당히 쓰는게 좋을뿐이라고 얘기한거야, 알겠지?"


"알았어!"


...


뭔가 뾰로통한 말투의 알로스,


이나카일이 나타나기 전까진 알로스는, 메데르의 애정도 받고, 여왕님의 총애도 차지할뿐만 아닌 마법학교의 자랑이자,


최우등생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이나카일이 최우수 학점을 받는 연승사태가 벌어지면,


알로스는 자신이 도태될까, 작은 질투심과 불안함이 피어오를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것이었다.


최근에, 메데르와 아제나 여왕님, 그리고 마법학교의 친구들도 카일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보이기 시작할 때,


알로스는 도태되는 감정을 처음 느끼기 시작하고, 그렇게 이나카일에게 질투심을 살며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나타나기 시작했을때, 알로스에겐 관심과 애정이 덜해지는걸 느꼈다.


알로스는 카일에게, 한쪽은 잘되기를 한쪽은 나보단 덜 되기를 바라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미래라고 해도.


끝없이 노력하는 이나카일의 모습에, 그는 자신이 한 말을 되새겼다.


'대단하다고 해야하나..? 아마 이대로 계속 성장하면.. 카일은, 학교 학생들을 전부 꺾고 올라가는건 시간문제같은데?'


학교 학생들을 전부 꺾고 올라가는건 그들 뿐만이 아닌,


메데르, 알로스도 포함된것이었다.


메데르 또한 상위권에 속해있긴 하지만, 자신의 선에서 노력하며 만족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의 그녀로선


누군가에게 관심과 애정에 목말라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알로스는.. 자신이 쌓아올린 노력과 가치에 만족감을 느끼지만,


뭔가 허전함이 느껴지면 불안해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끝없이 쌓아올린 노력 덕에, 여자친구 메데르와 여왕의 총애,


다른 친구들의 애정까지 모두 자신의 힘으로 쌓아올린것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어느 항구에서 꾀죄죄한 몰골을 한, 우리와는 다르게 하등 마법을 못쓰는 종족이


짧은 시간에 이론마법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신성력까지 마력으로 치환하여 마법을 쓰기 시작하는데,


알로스가 쌓아올린 모든 것을 차근차근 빼앗아가는 듯한 모습에 질투가 나지 않는다면 이상할것이다.


"괜찮겠지..?"


등교길에 다가서는 알로스는 혼자서 작게 속삭였다.


.....




한편 세이크리아 제국에선..




테르메르 3세와 그의 최측근은 여섯 '아크'의 행방을 찾아내었으며, 이후 아크를 손에 넣기 위한 작전을 진행중이었다.



"드디어.. 2세께서 그토록 갈구해오시던 아크의 행방을 찾아내었군.."


"많은 이들의 희생은, 헛된 것이 아니었군요.."


"당연히 그렇겠지.. 그들은 그토록 이루고자 하는 우리 제국의 이상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한것이라네,

그들의 희생은 대대손손 자랑스럽게 여겨지며, 먼저 간 이들을 우러러 볼걸세..


2세께서 세운 업적은 절대 헛된 것이 아니었군.."


"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나머지 아크 두개가 문제군요, 하나는 로헨델에 숨겨져 있지만.. 나머지 하나는.. 아직도 정보가 입수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분명 일곱 아크라고 했었던가... 나머지 하나는 상관없다, 여섯 '아크'만으로도 신을 증명하고, 우리 제국의 정의를 실현시킬만한 충분한 힘이니까."


"로헨델은 어떻게 하실껀지요..? 도메메크가 살해당한 직후 우리가 그 거인을 죽였다는걸 덜미를 잡혀서, 이 빌미를 전제로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면.."


"상황을 지켜보고, 적절한 때를 기다리도록 하지.. 그 이후에는 우리쪽에서 계획이 있으니까.."


"그 계획이라 함은..?"


"로헨델의 실린들을 회유시켜보는거지.. 아크에 대한 소문을 엿들은 이들이,


자기들 멋대로, 소원을 이뤄주는 성물이라고 착각해 거인 도메메크를 살해하려 들었다고 말이지..


그들이 생명이 다하기 직전인 도메메크를 죽이려 들었을 때,


도메메크가 세이크리아 근방까지 도망치면서 저항하고,


질서를 지키고 수호한다는 명목 아래,


우리 세이크리아 제국이 그 거인을 살해하려던 자들로부터 도메메크를 도와 항전했으나, 결국 지키지 못했다고말이야..


그걸 빌미로 로헨델에 칙사를 파견하는거지, 그 여왕은 거인 도메메크와 친분이 깊을테니..


여왕 아제나에게, 그를 기리자고 그의 심장을 가져다 주는걸세..


그때를 틈타서, 우린 로헨델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아크를 찾는거지, 절대 실패해선 안되는 계획이지..


실린들의 마력은 절대 얕봐선 안될 정도로 강력한 마법을 지닌 종족들이니까 말이야..


특히나 실린여왕 아제나는 더욱더.."


"만약 거기서 실수라도 하게 된다면.. 모든것이 수포로 돌아가는겁니까..?"


"..전면전을 준비해야겠지.. 실수를 대비해서, 우리와 합류 의사가 있든 없든, 로헨델에 대항할 수 있는 전사들을 닥치는대로 긁어모아야 한다..


여기서 절대 무너질 순 없어.. 2세께서의 업적을 물거품으로 만들 순 없다..


절대로, 무슨일이 있어도, 아크를 찾아옴과 동시에, 실수하는일이 없도록 하라.


그곳에서 실수는, 무슨 변명이나 수를 써도.. 만회할 순 없을테니.."


"명심하겠습니다, 테르메르 3세님."


....


8. 피어오르는 질투


시간은 흐르고 흘러..


알로스가 예상했던대로, 이나카일은 무서운 속도로 영재들을 뒤따라 잡고 올라가고 있었다.


처음엔 운인가 싶었지만, 멈출줄 모르는 카일의 연승행렬은 멈출줄 몰랐다.


알로스는 불안함에 떨기 시작했고, 이나카일과의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친구에서 라이벌로, 라이벌에서 숙적으로..


하지만, 이런 관계는 알로스 혼자서 앓고있던 일직선상의 대립이었고, 이나카일은 이렇게 변해가는 관계를 알지 못했다.


알로스 말고도 영재들은 많았다. 그중 대표적으로,


'피엘라' , '에아달린'


피엘라는 남다른 정령 사역으로 이름을 과시하고,


에아달린은 공간이동 마법의 영재로 이름을 날렸다.


자신감이 충만하고, 기세등등한 피엘라는 이나카일을 견제하려는듯한 움직임을 보였고,


에아달린은 이나카일을 흥미로운 대상으로 여겼다.


피엘라는 누구와도 친밀한 친구관계를 맺지않고 혼자서 연구하며, 빠른 속도로 힘을 길러왔다.


그런 피엘라는, 일개 인간따위가 방대한 마력을 어디서 얻었는지 그만한 방대한 마력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싶기도 했지만,


자존심도 하늘이 찌를듯 높았던 피엘라는 그런 행태를 실린의 수치라고 여기며 이나카일에게 호기롭게 도전하는데..


"어이, 거기 너!"


"응?"


"인간주제에 제법인데? 그렇게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우리를 박차오르고 말이야?"


"아, 칭찬 고마.."


"누가 칭찬이래? 진짜, 너때문에 우리 실린들 위상이 떨어지잖아!"


"...?"


이해할 수 없었던 이나카일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잘 못알아들은 모양인데.. 나는 네가 그렇게 쳐올린 점수는 난 인정 못하겠으니까! 마법대결해서 내가 정해보이겠어!


누가 더 위에 있는지, 누가 더 훌륭한 마법사인지 말이야!"


"대결이라하면.. 너랑 둘이서, 실력을 겨뤄보는거야?"


"당연한거 아냐? 이번 주말에, 연습장에서 너랑 나랑 누가 더 잘났는지 겨뤄보자는거야!"


마법대결을 받아들인 이나카일, 주위 다른 학생 실린들은 만류하려는 분위기다.


"알았어! 그러면 주말에 연습장에서 기다릴게, 좋은 대결이 되었으면 좋겠네!"


피엘라의 도발의 의미도 모른채, 미소지어보이는 이나카일.


"..그래.."


피엘라는 이나카일이 지은 미소를 떠올리며 괜히 허공에 화풀이한다.


"..진짜.. 순해빠진건지 멍청한건지.. 그런 표정은 또 뭔데..?


씩씩거리는 나만 손해본거같잖아..


확실히 뭉개버리겠어.. 그 실실거린 얼굴하고, 실력하고 자존심까지.. 확실하게.."


계단에서 걸터앉아있던 알로스는, 피엘라라면 확실히 이나카일을 이겨주기를 바라면서, 방관하고있었다.


...


피엘라가 나간 이후로, 반 친구들은 카일에게 괜찮겠나는 반응과, 만일 카일이 지게 된다면 반 전체가 어떻게 될것같다는 의견이 오고갔다.


"와.. 카일 쟤한테 찍힌거같은데.."


"아무리 치고올라갔다고 하지만.. 피엘라 쟤 너무한거아냐..?"


"하필 찍힌게 제대로 독종인 피엘라한테 찍혔네.."


"카일, 진짜 이길수 있으려나..?"


"쟤가 한 결정이잖아.. 내버려둬.."


"..??"


주변에서 제대로 된 소문을 들었을 리 없는 카일은 의아해했다.


"피엘라가 왜?"


카일의 의문에도 반 친구들은 침묵했다.


마치, 전에 무슨 큰 사건이 있던것처럼.


아마 메데르나 알로스면 알수 있을것같다는 생각에 먼저 메데르를 찾아가서, 피엘라의 과거 행적에 대해 물어보기로 한 카일.


하지만, 알로스는 찾아가서 물어보려해도 알 수 없었다.


그가 카일을 피해다니듯, 어디서도..


마주친 메데르와 카일은, 피엘라의 과거 행적에 대해 이야기한다.


"음.. 피엘라.. 걔는 분명히, 공부도 잘하고 마법에 대해서도 뛰어난 친구였어..


에아달린이랑 같이 공부를 할 정도로 친하고, 다른애들이랑 사교성도 좋았는데,


뭐랄까.. 잘난체 하는듯한, 콧대가 좀 높다시피 행동했달까..?


심하게 말하자면, 오만했거든..


마법에 대한 어떤 실험에 몰두하다가, 체력문제로 시험에 한번 낙제를 당했는데..


피엘라보다 뛰어난 점수를 받았던 상급생들이 우습게 보고 피엘라를 무시하면서, 심한말을 한게 화근이 되었었지..


많이 쉬고 난 후에 돌아온 피엘라는, 그날을 잊지 못하고..


그자리에서, 그 상급생들을 당분간 일어나지 못할때까지, 보란듯이 두들겨팼다고해..


당연히 아제나 여왕님에게, 제지를 받고 경고까지 받았지만..


그뒤로 피엘라에겐 강박증 비스무리한 집착이 생겨났고,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못한, 놀랄만한 마법을 연구하다가...


에아달린마저 만류할 정도로, 위험한 마법이라.


그자리에서 의견이 충돌했고, 에아달린은 피엘라와 결별했지..


그때부터.. 반 친구들이랑 교류를 끊고.. 혼자서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


지금은, 피엘라만의 새로운 스승님 '라사키엘'이란 분 아래서 지도를 받고있기도 하고."


"그런일이 있었구나.."


"피엘라에 대해서 아는 친구들은 적진 않지만.. 굳이 얘기를 해서 불똥이 자신에게 튀는걸 두려워하고있는걸꺼야..


누구나 그렇겠지.. 자신에게 불이익이 되는걸 굳이 건드려서 볼 이유는 없으니까.."


"..."


"그런데도, 너는 피엘라의 도전을 받아들였구나. 잘 할수 있겠어?"


"시험도 몇번 치르긴 했는데.. 아직은 잘.."


"네가 할수있는, 네가 자신있는 능력들을 믿어보면, 잘 할수 있을거야. 조금 도와줄까?"


"괜찮을거야, 이건 내가 받아들인 도전이고 결정이니까.


혼자 해내보려고 해. 마음은 고마워, 메데르."


...


주말 당일,


중천에 떠오른 태양 아래, 피엘라는 카일을 응시한다.


그 양옆에는 그들의 시합을 구경하러온 실린들.


그 속에는, 카일을 진심으로 응원하러 온 메데르, 그가 패배하길 바라는 알로스도 섞여있었다.


연습장은 아주 넓고 깔끔하게 정리된 초원.


"딱 맞춰 왔네, 처참하게 패배할 준비는 됐나봐?"


"지는건, 잘 모르겠고.. 재미있게 시합을 할 준비라면 얼마든지!"


"한결같네.. 그런 얼빠진듯한 태도만큼은, 순수한 척은 그쯤해둬. 네 얼굴에 가득한 미소도 내가 아작내줄테니까."


이나카일은 피엘라의 매도에 굳이 말대답 하진 않았다.


....


연습장 안에 들어서자, 구경꾼들은 조용해지고 피엘라와 카일만이 서로를 응시한다.


떠도는 긴장감 속에 피엘라가 먼저 말을 꺼내고..


"시작하기 전에, 규칙먼저 정할게.


일단, 사역에 필요한 정령들만 사용할 수 있고, 소환/사역에 필요한 마력만 사용할 수 있어.


단, 소환은 시합이 시작과 동시에 한번만.


직접적으로 정령들에게, 그리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마법은 사용 금지야.


너라면 알아듣겠지? 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고 겸 충고해두는데."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으니까 내 앞에서 설설 기어, 그리고 나에게 무모하게 도전한걸 뼈저리게 후회하고, 당장 항복해.


그러는게 네 남은 학교생활에 더 보탬이 되지 않을까?"


"사양할게, 지금 이순간이 어떻게 변할진 너도 나도 모르지만, 내 생에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인걸.


이 기회를 내칠 순 없을것같아, 그러니 난 네가 내밀어 준 도전을 포기하진 않을래."


"뭐 그럼 결정된거네... 네 남은 학교생활도, 네 열정도.


내 선에서 확실히 널 땅에 쳐박아줄꺼니까."


누군가의 호각 소리에, 둘은 동시에 정령들을 소환한다.


본적 있는 소환수들,


마리린, 파우루, 엘씨드, 물의정령, 바람의정령


그러나, 이나카일이 소환한 정령은, 피엘라가 소환한 정령보다 더 커보였다.


"뭐야.. 너 어떻게.."


"수련의 결과물이랄까.."


"수련의 결과물이건 뭐건, 크단건 때릴 곳이 더 많다는거 아니겠어?"


피엘라의 소환수들은 카일의 마리린을 향해 집중공격한다.


막아서는 마리린과, 돌풍으로 보호해주는 바람의 정령.


피엘라는 카일의 바람의 정령을 견제하라고 지시를 내리지만,


카일쪽의 바람의 정령이 오히려 승기를 잡는다.


더 날쌘 카일쪽의 바람의 정령은, 공중에서 피엘라의 바람의 정령을 유린하고, 계속해서 날개로 맞고있었다.


그때, 카일의 물의정령이 마리린 뒤쪽에서 물대포를 뿜어, 마리린은 신호를 기다린듯 달려나가며, 몸을 둥글게 말아


피엘라의 적진으로 뛰어든다.


세찬 물줄기에 가속이 붙은 카일 쪽 마리린은 피엘라의 정령들을 받아버리고,


동시에 피엘라 측 마리린과 카일 측 마리린이 힘싸움을 한다.


체구만 큰게 아닌지, 힘도 강력한 카일 측 마리린은 피엘라 측 마리린을 압도하고,


카일측 마리린은 피엘라 측 마리린의 다리를 붙잡아, 붙잡은 마리린으로 피엘라 측 정령들을 후려친다.


순간, 피엘라는 바람의 정령으로 어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이미 피엘라 측 바람의 정령은 카일 측 바람의 정령에게 제압되어, 힘을 쓸수도 없는 상황.


카일은 물의 정령과 파우루에게 서로에게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불과 물을 뿜어, 안개를 만든다.


신호를 알아들은 마리린은 높게 도약하여, 바람의 정령의 다리를 붙잡아 탈출한다.


이어서, 바람의 정령은 난장판이 된 피엘라측 진영의 주위를 세차게 돌고돌아 안개를 유인시켜서,


그들의 시야를 차단한다.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한체 갈팡질팡하는 피엘라 측 정령들은,


쏜살같이 치고들어오는 카일 측 바람의 정령에게 맞기만 할뿐.


반격할 수 조차 없는 피엘라 측 진영.


이어서 카일은 엘씨드에게 씨앗을 가득히 준비하라는 사역 명령이 내려지고,


파우루에게 불을 뿜을 준비를 하라는 카일.


안개가 걷히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씨앗을 난사하는 엘씨드.


그틈에 파우루가 엘씨드가 난사하는 씨앗들을 불태워, 화력을 보강한다.


수작을 부릴 수 없게, 계속해서 견제하는 바람의 정령.


씨앗 난사가 끝날때 쯤, 다시금 마리린이 돌격한다.


거의 무력화된 피엘라 측 진영에 쐐기를 박을 때.


카일 측 마리린이 파우루를 잡아. 하늘 높게 던지고,


던져진 파우루를 잡은 바람의 정령.


공중제비를 돌며 정확히, 적진에 파우루를 던진 바람의 정령.


던져진 파우루는 격렬한 화염을 휘둘러 적진에서 화려하게 자폭한다.


피엘라 측 정령들은 미동도 하지 않은채로, 숨만 남아있는 상황.


피엘라는, 눈을 크게 뜨고 힘이 축 빠진 채로 무릎 먼저 바닥에 닿아, 처참해진 자신의 진영을 바라본다.


그을려진 정령들은, 피엘라를 한번 바라보고 눈을 감았다.


양손마저 바닥에 닿은 피엘라는, 지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부정하듯.


"어떻게.. 어떻게 인간따위에게..


ㅇ..이..럴순 없..어..


이럴순 없어.... 이럴 순 없다고.. 내가 얼마나 쌓아왔는데...


힘도..실력도..마력도.. 모든 걸 다 쏟아부어서...


근데 듣도보도 못한... 저런 인간따위에게.. 이럴 순 없다고...


이럴순 없어.. 어떻게.. 이딴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건데..?"


억울하고도, 비통한 마음에 손을 바닥에 연속으로 내리치는 피엘라.


"이럴 순! 없어!  말도! 안돼!  속임! 수야!


어떻게!  저딴!  애한테!  내가!  질!  수가!  있냐고!!!"


쉼없이 내리치는 손엔 어느새 피가 흥건하고,


머리까지 바닥에 내려치고 있었다.


감정이 북받쳐 울먹이기 시작했고, 결국 피엘라는 울분을 터트린다.


"끅...끄흑...으흑.....흑..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내가...최고인..줄..알았는데.."


순간 머리까지 바닥에 내리찍고 있었던 눈 아래서,


빛이 흘러들어온다.


"결국..다 똑같아..카일 저놈은.. 분명 자기네들 진영 정령들을 치료해주는..거겠지..


안봐도 뻔..."


카일 측 파우루의 자폭에 그을려진 정령들이 이나카일의 치유를 받고 원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왜..? 지금까지 적이었던 쟤가 대체 왜..?"


그때 피투성이가 된 피엘라를 카일이 발견한다.


"헛.. 피투성이잖아..? 왜그런거야?


설마.. 파우루가 자폭했을때 파편이 너한테 튄거야..?


아니면.. 뭐지..?"


카일의 손길을 내치는 피엘라.


"..저리치워, 네 정령들 때문이 아니야.


피가난건.. 나때문이야..


내가 바닥에 손을 내리치고, 내가 머리를 찍었어.


분통한 마음에."


"왜 그런거야.."


"니가 날 이겨먹었으니까! 한낱 인간주제에 날 이겨먹은 너!


너때문에! 이러는거라고!! 참! 대단한 마력을 가진! 너한테!


....이제 난 다 끝났어.. 인간한테 져버린 나는.. 그들 앞에서 떳떳하지 못해..


..넌 날 비웃고싶겠지..? 선전포고하듯, 크게 비웃어. 이제 난 아무것도 아니니까.."


"..내가 왜..?"


"..네가 이겼고 난 졌으니까.."


"다 끝났잖아."


"..내 인생이..?"


"아니, 시합이."


"..그게 무슨말인지 제대로 좀 말해."


"그저, 시합일 뿐이야."


"나에겐, 모든게 달려있었어."


"너에겐 그렇겠지만, 나에겐 그저 시합일 뿐이야. 시합이 끝나면 모든건, 일상으로 돌아가.


승자건 패자건 그건 갈라칠 문제가 아니야.


그걸 갈라쳐서 판정을 정하는건, 아무 의미 없다고.


나에겐 찰나의 기회일 뿐이겠고, 너에겐 의미가 크다고 말하지만.


승자건 패자건 중요한게 아니라, 서로가 뭔가 얻은게 있다면.


난 그게 시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해.


승패를 갈라 얻는것을 쟁취하는게 아니라.


서로에 대해서 무언가를 배우고 깨닫는게 있는것을.


지금 말하는건 뭣하지만.. 넌 뭘 깨달았어 피엘라?"


"..아무것도.."


"진심이야?"


"....인간이라고 해서 무조건 깔보면 안된다는거..


그게 니가 깨달음이라고 준거면.. 너의 승리네.."


"의도된 건 아니지만.. 난 그저 즐거웠을 뿐인데.."


"그러면 심심풀이로 날 이겨먹은 거라는거야?"


"전혀."


"그러면 무슨근거로 내 도전을 받아들인건데?"


"난 하나의 기회로써 받아들인거야.. 물론 두렵긴 했지..


그렇다고 피해다닐수만은 없잖아, 언젠간 도전을 받아들여야 하는 날은 반드시 와.


그래서 난 너의 도전을 받아들인거고, 지금 이렇게 마주하고 서로에 대해서 시합하면서,


두려움도 마주하고. 결국엔 끝났어. 그저 그것뿐이야."


"니가 얻은건 뭐고?"


"즐거움. 단지 그것뿐."


"서로 하나씩 먹은거네.."


"그렇네.."


카일은 피엘라의 상처를 치유해주면서,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고.


악수하며, 서로를 존중하는듯한 눈빛으로 인사를 나누고.


환호성이 들려왔다.


달려오는 메데르, 이나카일을 칭찬한다.


"대단했어!, 정말 굉장해!


너한테 그런 재능이 있을줄은.."


"..뭐야.. 아는사이..? 네 친구야?"


서로 마주치는 메데르와 피엘라.


"안녕? 경기 잘봤어, 카일이랑 경기하느라 수고했어!"


"너도, 꽤나 상위권으로 올라온거 아냐..?


넌 얘가 네 순위를 추월해도 뭐 느끼는거 없어?"


"음.. 난 전혀?"


"왜?"


"난 순위권에는 관심 없어, 언젠간 다들 나보다 날 추월할 뛰어난 실린들은 얼마든지 있어.


순위권에만 매진해서, 매번 고민하는 삶은 싫어서말야."


"너, 별난실린이네."


"시합 정말 고생했으니까, 뭐좀 먹으러가자!


달팽이 롤케이크 어때? 너도 가자!"


"그래도 되는거라면.. 나도."


그리고, 알로스는 못본체로 먼저 지나갔다.


알로스는 이빨을 뿌득거리면서, 이번에는 에아달린이야말로 그를 이겨주기를 원하며..


....


주말이 지나가고, 한동안 돌았던 소문을 정리하고.


피엘라에 대한 평가도, 카일에게 있던 평가도.


평온히 정리되나 싶었지만..


부추겨지는 소문은 겉잡을 수 없이 계속 불어나고.


에아달린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공간이동 마법의 달인이라고 불린 에아달린은,


피엘라와는 달리 예의바르고 정중한 실린이다.


"당신이 바로 피엘라를 이긴 그 인간이군요,


소문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 힘을 자세히 알아보고 싶습니다.


피엘라가 권했던 도전을 청하지만.


답을 당장 바라진 않아요, 당신도 준비할 때가 있어야 할 테니,


준비가 되신다면, 저에게 귀띔을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도전을 받아들이시는건 카일, 당신의 몫이지만 그때가 결정된다면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확답을 드리긴 어렵겠지만.. 저도 준비할 시간이 꽤 길게 걸릴것같습니다.


답을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때까지도 기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그럼."


다소곳히 인사를 나눈 둘,


그리고 방과후, 카일은 공간이동에 대한 마법들을 찾아보러


도서관이나 다른곳에 조언을 구해보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히 공간이동만으로는 이길 순 없을테니,


승패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지만, 피엘라가 해준 조언들도 떠올려본다.


"승패에 연연하는건, 다들 각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있고, 그걸 뽐내서 다신 도전하지 못하게끔하는


하나의 울타리 같은거야, 메데르가 했던 말 중에서도. 언젠간 나를 뛰어넘을 실린도 존재해.


근데 그건 너도 예외가 아닐껄?


솔직히 너도, 하나의 인간으로 무시당한것도, 네가 마법에 대해서 뭘 몰랐다고 선입견을 굳게 밀고나갔던 애들때문에 그런거고,


나도 그중 하나였지.


물론 알아, 네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란거. 시합으로 증명됬으니까 두번말해봐야 입만아프지.


네가 한 말 중에서도, 시합에서 서로 얻을게 있는건. 깨달음이나 어떤 감정 말고도,


승패에 연연하는건, 다 같은 마음이야. 넌 그러지 않을 진 몰라도, 누군가들은 그 승패에 연연하는 마음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상 이상이라구."


일리있는 말이긴 하다, 그렇게 승패에 연연하는 감정에 첫 불이 지펴졌고,


그게 지금 카일이 공간이동에 대한 마법을 찾고자 하는 원동력이 된건 이번이 처음이다.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카일은, 도서관 이곳 저곳을 찾아보고.


뭔가 관련된 마법에 대한 서적을 찾아보기도 했으나. 눈에 띄질 않았다.


그래서 대신 찾아낸건.. '할족에 대한 책'


할족은 공간이동 보다도 더 뛰어난 차원간 이동과 동시에, 전투에 대한 지략과 강한 힘을 지닌 종족.


하지만 어느날 모두 멸족했다고 한다.


아크를 훔쳐, 다른 종족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고, 신을 기만하고 능멸한 죄로 루페온에게 천벌을 받았다고..


허나, 카일은 의구심이 들었다.


그렇게 뛰어난 지성을 가진 종족들이, 모두 멸족한게 아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과.


그들이 가만히 당하진 않을 것이란 생각,


또한.. 모든것을 알고도 그런 짓을 벌였을 것이란 것도..


많은 생각이 교차하고 있는 카일의 머리속은 점점 쌓아온 지식들로 인해 피곤해지기 시작했고,


카일은 점점 잠이 들었다..


.......


피로에 잠긴 눈을 서서히 뜨자,


눈앞엔 청백색의 피부, 검은색과 붉은색의 머리가 교차하는 머리.


어디서도 보지 못한 수상한 눈동자.


턱을 괴면서 기다렸다는듯. 능글맞은 표정을 하고있는 수상한 사람...


카일은 깜짝놀라 곧바로 일어났다.


"헉! 누구.."


"조용, 여긴 도서관이잖아."


입에 검지손가락을 대고 '쉿'하며, 카일을 조용히시키는 그.


"음... 재밌는 책을 읽고있으시군.. '할족에 대한 책' 이군..


초장만 읽고 잠든것같은데.. 그책은 굳이 오래 읽어봤자 좋을건 없을텐데."


그는 살짝 찡그린 듯한 얼굴에,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던 이나카일.


"..왜죠?"


"세상엔.. 알아설 안될 지식도 있는법이지..


굳이 알려고 했다가 무슨 일에 도달할지 모르거든,


그래서, 그걸 사람들은 '금단의 지식'이라 부르기도 하고..


그저 그런것 때문에, 자신들이 알아냈다고 해서 꼭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모르니까 '금단'이라고 치부하고,


망각속에 묻어두는거지.. 좀 재미없는 얘기 아니겠어?


그 책이 바로 그런거지."


"그런것보다도, 당신은 누구고.. 저를 기다린듯한 모습인데.. 또 목적은 뭐죠..?"


재밌다는 듯이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


그는 대답한다.


"이거, 인사가 늦었군..


나는 카마인, 세상을 유랑하는 사람이고.


난 그냥 잘나게 생긴 네 모습을 좀 보러온거랑,


마법학교 순위권에 꼭대기점에 도달한 그 유명인을 만나러 온거지."


"굳이 다른사람들을 두고 저를..?"


"실린들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경계심이 좀 심해서,


유일한 인간인 네가 맘놓고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랄까.. 뭐 그렇거든..


보아하니.. 뭔가 더 대단한 마법을 찾고있는것 같던데.. 그래서 그 책을 보고있던건가?"


"어떻게..?"


카마인은 지팡이를 살짝 휘두르며, 카일의 머리를 한번 '툭'하고 쳤다.


"윽, 뭐하시는 거에요.."


"척보면 척이지, 너같은 인상을 하고있는사람들은, 알고싶은게 있으면 제일먼저 가장 쉬운방법을 찾곤 하거든.


하지만, 도달하지 못한다면 갈증은 점점 커져만 가지.


갈증을 축이지 못하면, 몸이 부서지더라도 끝내 찾고싶어 하게 되겠지.


마찬가지로, 너에게 첫만남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물을 줘봤다."


"아무것도 없는데.. 그게 무슨.."


"형상으로만 보인다고 해서, 그게 다 선물이라 할 순 없지. 조만간, 알게될거다.


그럼 이만, 허락도 없이 들어온거거든."


"잠깐.."


말도 끝나기도 전에 카마인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행적을 알수없는, 청백색의 피부를 한 그는 어디로 간것인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