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장편소설은 메인 스토리와 창작을 엮어만들었습니다.

이후 이어지는 창작 소설은 본편과 상관이 없습니다.


https://arca.live/b/lostark/58507019?category=%EC%B0%BD%EC%9E%91&target=all&keyword=%EC%84%A0%EC%97%AD&p=1 <1편


https://arca.live/b/lostark/59381426?category=%EC%B0%BD%EC%9E%91&target=all&keyword=%EC%84%A0%EC%97%AD&p=1 <2편


https://arca.live/b/lostark/60278399?category=%EC%B0%BD%EC%9E%91&target=all&keyword=%EC%84%A0%EC%97%AD&p=1 <3편


https://arca.live/b/lostark/62503645?category=%EC%B0%BD%EC%9E%91&target=all&keyword=%EC%84%A0%EC%97%AD&p=1 <4편



10. 그늘지는 운명


휴학을 하느라 한동안 보이지 않던 알로스가 방과 후에 이나카일을 제외한 아무도 없던 교실에, 그의 앞에 나타났다.


반갑게 맞이하려는 카일, 그런데..


"쉿, 조용히..."


"왜..?"


"그냥.. 너랑 잠깐동안 할 얘기가 있고, 보여주고 싶은게 있어서.."


"음..?"


알로스는 손에 장갑을 끼고 있었고, 그의 가방에는 수상해보이는 책이 있었다.


이나카일에게 수상한 책을 전해주는 알로스,


"이 책은 뭐야..?"


"아르테미스 대륙에서, 뭔가 흥미로워 보이길래 찾은 책인데.. 우리 로헨델에서는 전혀 못보던 지식이 담겨있더라고.


혹시 사령술이라고 들어봤어..?"


"확실히.. 우리 로헨델의 도서관에서도, 찾을수 없었던거 같은데.."


"안에 있는 내용은, 내가 로헨델로 급히 돌아오느라 마저 읽지는 못했지만..


네가 책을 많이 읽는 모습에 뭔가 해줄건 없을까 하고 가져온거야."


카일은, 알로스가 넘겨준 책의 일부를 훑어보았다.


카일은 책 안에 있는 내용을 보고 흥미로워 하기도 했고, 충격적인 내용도 접했다.


죽은 자를 강제로 부활시켜 수족을 부리는 등, 불완전한 형태의 모습으로 다시 일어서게 하는 등,


로헨델의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록들 뿐이었다.


예외사항도 있지만, 사령술을 부여하려는 희생자가 어떤 상태가 되었든 간에 죽어있기만 하다면


그 어떤것에도 주술을 부여하여 강제로 일어서게 하는것과,


사령술에 숙달된 자는, 한번에 사역할 수 있는 죽은 자의 제한이 더더욱 늘어나게 된다고 적혀있다.


그 외에도, 눈에 담기 힘들만한.. 사령술을 부여한 시체들의 경과 기록들,


자세히 적혀있는 그 잔혹하던 기록을 접하다가 끝내 책을 읽는것을 주저했다.


카일은 한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알로스는 왜 이런 책을 나에게 줬을까..? 그저 순수한 호의인가..? 아니면 뭔가 의도한 부분인가..?'


안색이 좋지 않은 카일에게 알로스가 말한다.


"카일, 왜그래?"


"아냐, 아무것도.. 그저 이 책에 있는 내용들이 좀 보기엔 거북해서.."


'아마 내가 잘못 생각했을거야, 한동안 돌아오지 않은 알로스에게 함부로 의심을 비칠 순 없어.


처음 여기 오기 전에 날 받아들여 준것도 알로스, 메데르 덕분이니까.


그리고, 친한 친구니까..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머나먼 아르테미스 대륙까지 찾아가서 얻은 책까지 줬잖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책은..'


이나카일은 알로스에게 건네받은 책을 돌려주었다.


"카일? 왜..?"


"알로스, 네가 준 책은 정말 고맙게 생각해. 그런데.. 이 책은 아무래도 나랑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먼곳에서까지 가져다 준 책에 대한 정성은 느낄 수 있어.. 하지만.. 미안해.


훑어봤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은 받을 순 없을것 같아.


그리고..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해 알로스."


"..그래.."


....


돌아가는 알로스는 살짝 후회하는 듯 한 감정을 되새기며 생각하며 카일과 같이 지낸 장소로 향했다.


'..내가 생각이 너무 지나친건가..? 같잖은 질투였던건가..? 여왕님의 총애도.. 메데르의 애정도 뺏기기 싫어했던 이유때문에..?


그리고, 반 친구들에게 '인간'이라는 종족에게 추월당하는게 싫어서..?'


알로스에겐 복잡미묘한 감정이 뒤섞인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쌓아온것들.. 지금 뒤집을 수 없는 일들.. 뒤늦게 말해봤자 앞날은 어수선해질 뿐..


그저, 덮고 넘어갈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그럼에도.. 그냥 그 책은 내가 몰래 책임지고 처리해야겠어..


카일한테도 말해야겠다.. 같잖은 질투심 때문에 짓궂게 말한걸 미안하다고..'


카일도 돌아가면서 생각한다.


'알로스가 그 책을 나에게 준 이유가 따로 있을까..? 왜 나에게 그 책을..?'


카일은 매번 그들의 집에서 꾸준히 사별한 가족에게 기도를 올리다가,


가끔씩 가족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그리움에 슬픔을 느끼고 조용히 흐느낄 때가 있었다.


함께 살고 있던 알로스가 그걸 듣고 의도한 것 처럼 카일에게 그 책을 넘겨준게 아닌가 의구심을 품었지만,


'..아니야 의심하지 말자, 그들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어.. 진짜 이유를 묻고싶지만.. 은인에겐 그럴수 없어,


마음속에 묻어두는게 나을것 같아..'


....


다시 돌아온 카일을 맞이하는 메데르.


"돌아왔구나 알로스! 그동안 어디 가있었던거야?"


"어, 요즘 소란스럽다는 아르테미스 지역에 잠깐 다녀와봤지."


"거긴 요즘 강제적인 포교 활동 때문에 굉장히 시끄럽다고 하던데.. 별일 없었어?"


"음.. 딱히 건드는 사람도 없었어. 병사들이 더 굳은 표정으로 굳건히 서있는거 말곤, 특별한점도 없었지.


최근에는 사령술사들 문제때문에도 더 시끌벅적하다고 하더라."


"사령술사..?"


"응, 그들의 목적이 뭔진 몰라도.. 죽은 자들을 강제로 되살려내서 뭔가를 꾸미는 듯한 움직임이 많대,


아르테미스 지역 내에서는 불법이자 이단이라고 여기나봐, 아무래도 죽은 사람을 강제로 소생시켜서 수족을 부리는건 불경한 짓이라고 소문으로만 들었어."


"나같아도 꺼림칙하게 여길 것 같아.."


"우리같은 실린들도 꺼림칙하게 여길껄..?"


"그렇겠네.. 아무튼,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알로스!"


"그래, 다녀왔어.."


....


며칠후..


거인 도메메크가 죽었다는 세이크리아 칙사의 전언을 통보받은 로헨델 대륙..


곧 그의 심장을 가지고 그의 영혼을 기리는 의식을 로헨델에서 행하기 위해 그들이 이 대륙으로 온다고 하여, 마법학교는 휴일을 가졌다.


이 사실을 알고있는 자는 여왕과 그의 신하들뿐, 학교에선 재량휴업일이라는 명목으로 휴일을 맞았다.


그시각, 카일과 메데르는 이곳저곳 다니며 산책하고있었다.


알로스는 도서관에서 빌릴 책을 대여한 후에 어디론가 다녀온다고 했다.


...


한편..


로헨델 대륙으로 향하는 황혼의 사제단과 테르메르 3세에게 전향당한 새벽의 사제단..


"..테르메르 3세께서의 거듭된 강조는 잘 들었겠지, 형제 자매들이여.. 이 계획을 실패하면 우리 세이크리아 제국은


로헨델과 피할 수 없는 전쟁을 맞게 될 것이다.


덜미를 잡히지 않게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서, 아크가 있는 곳을 샅샅히 뒤져야한다, 주로 밤에 움직이도록 한다."


칙사를 비롯한 소규모의 세이크리아 사제와 기사단들, 그들은 거인 도메메크의 심장을 들고, 작전에 대한 중요함과 위험성을 다시한번 되새긴다..


"추가로, 수소문에 따르면.. 몇년전 우리 세이크리아 제국 내에서 이단시 되어왔다가, 그 자손의 손에 살해당했던 한 가족 레네게오와 오포테아의


마지막 자손 '이나카일'이 생존해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허나, 지금도 우리 제국이 행하는 주변 국가에 대하는 강압적인 태도때문에, 그놈이 자신의 가족을 살해했다는


그런 말도 안되는 헛소문은, 로헨델의 실린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그를 강제로 세이크리아 제국으로 후송하려 해도 그는 이미 그곳의 주민이 되어있거나,


아니면 없다 하더라도 다른곳의 발자취를 수소문 하면 될일이지만,


만일 그가 거기 있다면, 로헨델 대륙의 실린들에게 믿지 않을 수 없게끔 하겠다.


제발로 나가게 만들어서 기회를 봐두며 붙잡는게 최선일지도, 그놈이 거기에 있다면..


운이 좋다면, 우리 제국의 앞잡이로 이용할 그릇과 아크를 둘 다 손에 넣을수 있을지도 모른다.


양쪽 다 그리할 수 없고 아크라도 확보했다면..


최후에 최후까지, 단 한명이라도 살아남아서 우리 제국에 아크를 가져다놓아야 한다. 탈환하기만 해도.. 우리의 승리다..


모두 준비해라, 우리 제국의 위대한 뜻을 전파하기 위함이자.. 전지전능하신 루페온님의 이름으로.."


소규모 세이크리아 제국의 기사단장 중 한명이 말을 마쳤다.


...


다음날..


메데르와 이나카일은 재량휴업일날로 인해, 로헨델 대륙 내 이곳 저곳을 놀러다녔다.


그동안 휴학했던 알로스는 혼자 공부한다며 빠지기로 하고 놀러갔다 오라면서, 혼자 독학에 전념하기 위해 따로 방을 잡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로헨델 대륙의 은빛물결 호수 쪽 카일과 메데르..


"늘 똑같은 경치라도.. 정말 좋지 않니 카일? 이제 알로스도 같이 왔으니까 지루할 일은 없겠다!"


"그러게, 언제까지고 평화로웠으면 좋겠어.."


알로스가 의문을 품었던 것처럼 메데르 또한 이나카일이 방에서 무언가를 읆조리는 기도문에 대해 신경이 쓰였는지 메데르는 카일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하나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는데.."


"음?"


"네 방에서 자기전에 조용하게 수군거리는 듯한 네 목소리.. 뭔가 주문이라도 외우고 있는거야..?"


"아.. 그게.."


그러자 갑자기 큰 뱃고동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은 은빛물결 호수 관문 너머,


로헨델 선착장에, 클레멘티아 호 옆에 있는 배에 시선이 쏠렸다.


카일과 메데르도 똑같이.


둘은 조금 더 내려가서, 사람들 사이에 거리를 두고 인파에 섞여 조금 더 지켜보았다.


비좁은 사람들 틈에서, 카일과 메데르는 세이크리아 기사들과 사제단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세이크리아 기사들과 사제단은, 도메메크의 심장이 들어있는 상자를 들고 로헨델 대륙의 실린들과 아제나 여왕 앞에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메데르는 무슨 큰일이 일어난 듯 짐작하며 여왕님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카일은 세이크리아 기사단의 인장을 보면서, 눈동자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황혼의 기사 및 사제단의 인장이었고, 그날의 끔찍했던 일이 다시금 그의 머릿속을 스쳐간다.


세이크리아 제국에서, 그의 부모님이 독살당하던 그때.. 자신은, 자신의 부모님이 방에서 절대 나오지 말라고 했던 말들과,


그의 부모님은 같은 신도들에게 죽임당할 수 밖에 없었고, 혼자 도망쳐야했던 그날.


이나카일은, 그 끔찍했던 괴로운 기억들과 함께 머리를 싸매면서, 동시에 조용히 뒷걸음질 쳤다.


혼자서 부모님의 복수를 할 수는 없었고, 다른 이들을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수풀 뒤쪽으로 조용히 뒷걸음질 치면서, 몸을 숨겼다.


"...저들이 여길 왜 찾아온거지..? 설마 몇년이 걸려서라도 나를 세이크리아의 앞잡이로 쓰려고 여기까지 빌미를 꾸며서 찾아온건가..?


제발 나를 내버려뒀으면 했는데.. 그 일이 내 부모님을 죽여서라도, 뜻을 따르지 않는 자들을 내쳐서라도 이뤄야 했던 음모인건가..? 대체 왜..?


다른 상관없는 사람들을 끌여들일 수는 없고.. 복수를 한다 해도 언젠간 그 후에도 나를 끝없이 찾으려들거야...


나는.. 어떻게해야하지..? 그렇게 나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계획이야..?


나는 싫어.. 너희들 손에서 놀아나기 싫다고.. 제발 이땅에서 나가버려..


제발.. 꺼져버리라고!!"


수풀속에서 터져나온 카일 혼자서 외친 소리는, 시끌벅적한 인파속에 있는 메데르의 귓가에 들려왔다.


"카일..?"


소리는 정 반대쪽에 있는 수풀에서 들려왔다.


메데르는 옆에 카일이 자신 옆에 있다 생각했지만, 그는 어디론가 사라져있었고, 소리가 나는 방향 쪽으로 걸어갔다.


수풀속에서 그를 찾은 메데르는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 카일을 보며 무슨 일인지 물어보아도 답하질 않았다.


그는 긴 시간동안 비를 맞은듯한 동물처럼 떨고 있었다.


"....메데르..."


"...무슨일인진 묻진 않을게, 하지만.. 업힐 순 있겠어..?"


"..알았어.."


메데르는 카일의 등을 쓸어내리고, 안아주면서 그를 말없이 위로하고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를 업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찰나의 순간, 병사 한명이 그를 업고가는 메데르를 목격했었다.


"그분의 예상대로, 그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기회를 봐서 사로잡을까요..?"


"두마리의 토끼를 잡긴 어렵겠군.. 원래 목적은 아크였으니,


어쩔 수 없지, 내버려 둘 수 밖에.."


아쉬움을 토로한 기사단장은 멀리 떨어져가는 카일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카일은 굵고도 짧은, 슬프고 괴로운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일어날 수 없었다.


마음속에 품어 두었던 독과 같았던 기억은 세이크리아 기사단 갑옷에 새겨진 황혼의 인장에 의해 다시 되살아나,


그의 마음과 생각들을 헤집듯이 자신을 괴롭게 만들었다.


메데르는 그를 처음만난 그때처럼, 카일을 부축하며 침대에 눕혀 간호해주었다.


알로스는 그자리에 없어서 메데르는 더 힘들어했지만, 그의 친구로서 못 본 체 할순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거인 도메메크를 기리는 의식은 진행되어가고 있었고,


메데르는 참석할 수 없게 되었다.


소중한 친구가 괴로워 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는 없으니까.


....


11. 함께할 수 없는가


그날의 갑작스런 충격으로 카일은 메데르의 간호를 받으며 다시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메데르의 정성어린 간호는 그를 다시금 활기찬 모습으로 바꿔놓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거인 도메메크를 기리는 의식은 계속되고있었고,


카일 또한 슬퍼하고 괴로워하기만 해선 안된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극복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릴때부터 아로새겨진 끔찍했던 일들은, 마음속 깊은 흉터로 남아


스스로도 털어버릴 수 없는 일이란건..


경험했던 자가 더 잘 알고 있을것이다.


며칠씩이나 걸리는, 도메메크를 기리는 의식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세이크리아 제국에서 파견된 그들의 헌신적인 듯한 의식을 보면서, 이난나/아제나를 비롯한 로헨델 대륙의 모든 실린들은


그들을 다시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수군거림이 일렁였다.


하지만, 카일은 그들을 가까이서 본 사람으로서 잘 알고 있다.


세이크리아 제국의 뜻을 이루기 위해선, 그들은 어떤 수단이든 행할 준비가 되어있다는것을.


헌신이라는 위선의 가면을 쓴 그들은, 로헨델 대륙의 실린들에게는 잠깐이나마 잘 먹혀든 듯 했다.


카일이 회복을 하고있는 동안에도, 세이크리아 제국의 기사와 사제들은 아크가 있을법한 여왕의 정원에서,


흘깃눈으로 아크를 찾아보고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제나가 로헨델을 관리하는 틈을 타서


여왕의 정원 내 어딘가에 아크가 있을 것이란 단서를 찾아내고 있었고,


결국 그들은 찾아냈다.


세이크리아 제국의 전대 주교 테르메르 2세의 위선에 가득 찬 교섭에 넘어가 포섭된 새벽의 사제들을 앞장세워,


가장 정찰이 느슨한 시간대인 동트기 전 새벽에 아크를 강탈하기로 했고, 결국 성공했다.


하지만, 여왕의 정원을 지키던 여덟명의 실린 정찰병에게 발각되었지만,


그들에겐 어떠한 변명이나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그 실린들을 죽여버리기로 했다.


....


여덟 실린의 처절한 저항에도, 결국 아크를 보호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무력과 강력한 신성력 앞에서 여덟 실린들은 죽임을 당했지만, 오직 한명의 실린이 가까스로 숨만 붙어있는 상태였다.


세이크리아 측은 가까스로 숨만 붙어있는 실린을 죽이려 들었으나,


여왕의 정원 경비대 중 한명이 교대를 대기하고 있던 중 늦어지는 걸 수상하게 여기다가,


처참히 죽어있는 여럿 실린들을 목격하고는, 즉시 대기하고 있던 경비대들을 불러들였다.


세이크리아 제국군은 망설일 시간 따윈 없었고, 가장 발이 빠른 한명을 끝까지 보호하여, 선착장으로 즉시 달려나갔다.


그들은 그 선박에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신성마법을 걸어, 아크를 소지한 한 제국군을 보호하고 로헨델 대륙을 빠져나가게 하는데 성공했고,


남겨진 그들은 즉시 저항하며 뿔뿔히 흩어졌지만, 그들이 사로잡히는건 시간문제였다.


그중 한명은 탑이 보이는 쪽을 향해 죽을 힘을 다해서 도망갔다.


한명이 그 탑에 다다르자, 실린들은 추격을 포기하고 돌아가버렸다.


은빛물결 항구에서 여왕의 기사단에게 사로잡힌 그들은, 곧 끝이 다다랐음을 몸서리치게 느끼고 있었다.


결국 사로잡힌 세이크리아 제국군들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아제나 여왕 밑에서, 심판의 때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네놈들, 이게 대체 뭐하는 짓거리지?"


"..."


"어디 변명이라도 짓걸여봐라."


"무지한 놈들.."


"뭐..?"


"너희들은 이미 늦었다, 모든 아크가 세이크리아 제국군 성지 '라사모아'에 모였으니, 이제 너희들에게 교리를 따르지 않은 대가를 치를 것이다.."


'짝!'


끝까지 화가 치민 아제나는 맨 앞에 서있던 제국군 기사단장의 뺨을 후려갈겼다.


"지금 네 처지가 어떤지 모르는 건가? 너는 이 여왕의 심판을 받고있는데 망발을 내뱉다니, 주제를 알아라 멍청한것."


"..흐흐.."


"뭐가 우습지?"


"너희들 중 둘이 데려온 그 인간 꼬맹이에 대한 소문이 우스워서 그렇다.."


"하고싶은 소리를 하려면 입을 똑바로 열고 짓걸여라.."


"발뺌하시긴, 사교도이자 세이크리아의 이단자 '그'를 말하는거지.."


"이나카일.."


그후, 기사단장은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부모를 죽이고 도망쳐나온 미친놈이다.


원인은 모르지만.. 우리 세이크리아 제국은 테르메르 1세께서 제국을 건립하고 살아계셨을 적 부터,


우리 제국이 악마가 오고가는 틈새를 봉하고 다닌건 알테지? 그곳으로부터 마기가 그놈의 몸을 휘감아 점점 미쳐간거라고 볼 수 밖에.."


그러자 아제나가 기사단장의 목덜미를 잡고 혈기오른 눈초리로 쏘아보며 말했다.


"그런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 하는 소린가? 죽고싶어 작정한 거라면 어디 계속 짓걸여봐라.."


"흐흐.. 꼴에 흥분하시긴, 믿든 안믿든 우리가 추론한 결과물이다. 앞서 말했듯이 그놈은 마기에 씌여 인간으로서 해선 안될 짓을 하고 다닐지도 몰라,


이건 놈을 걱정하는게 아니라 나름 여왕님을 위한 충고라고.. 그는 도망치기 전에 부모의 시체를 가지고,


어떤 불길한 연성진을 그려 무언가를 소환하려는걸 목격했지만, 때마침 우리가 저지했기에 더 큰 피해를 막은것이다.


그런데 그런놈을 마을에 들이다니, 멍청하기 짝이 없군요 여왕님?


그렇게 발끈하는 것만 봐도 그놈을 싸고도는것 같은데, 언젠간 후회하게 될껄?


그놈이 자네의 대륙에 파멸을 뿌리고 다닐지 모른 체 말이야..


아 그리고, 마지막 비밀을 알려드리지..


거인 도메메크를 죽인건, 우리의 짓이었다..


보수적인 네놈들의 땅을 들이려면 나름의 빌미가 필요했는데,


아무런 의심없이 발을 들여준 너희들이야 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멍청한 족속들인지 이제야 알겠나..?"


말을 마치고 난 뒤에 그는 실성하듯 웃는다.


분노에 눈이 뒤집힌 아제나는, 불의 대정령 에페르니아를 불러 그들을 흔적도 없이 밟아 으깨버리라고 명했다.


커다란 몸집을 이끌고 이글거리는 불을 두른 그는 여왕의 명령대로,


포로가 된 세이크리아 제국 기사단을 양손으로 모조리 붙잡아, 자신이 관리하는 대지로 돌아가서


그들을 용암처럼 이글거리는 자신의 발로, 흔적이 없어질 때 까지 밟아 으깨버리고 있었다.


갑옷과 인간의 살이 타들어가는 악취와 뼈가 부서지는 소리, 그리고 숨통이 완전히 끊어질 때 까지 멈추지 않는 비명은,


에페르니아가 관리하는 대지를 돌고 돌아 울려 퍼졌고,


오랜 시간이 지나며 그들은 단 한줌의 재로 변해버려, 끝을 맞이했다.


에페르니아의 심판 이후에,


여왕 아제나의 곁에서 보좌하던 근무병들도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밖에 없었고,


근무병들이 수군거리던 발없는 소문은 로헨델 대륙의 모든 실린들에게 과장되어 퍼져나갔다.


분노와 원망의 눈길은 카일에게 집중되었지만, 그가 로헨델 대륙에 지내면서 보여주었던 선량한 모습에 의해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착잡함에, 실린들은 모두 불안해하고 답답해 했다.


....


그리고 다음날 낮..


카일은 메데르의 정성스런 간호 아래 일어났지만, 로헨델 대륙 내의 모든 실린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럼에도 카일은, 로헨델 내의 가장 가까운 곳을 산책하고 있었다.


곧 머잖아, 사람들의 눈초리를 받게되는 카일.


실린들의 눈에 섞인 원망섞인 눈빛, 복잡한 감정.. 그리고 피해자들의 눈동자 속 슬픔..


그럼에도, 아무도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다만 지켜보면서 수군거릴뿐..


"저놈도, 세이크리아랑 한패라며..?"


"지금까지 성실한 모습은 가식이었던건가..?"


"언제 본성이 튀어나올지도 몰라, 저놈 또한 세이크리아의 일원이니까.."


"우리 로헨델의 안위를 위해서도, 조용히 나가줬으면 좋겠는데.."


"부모를 죽이고 달아났던 미치광이라며..? 여왕님은.. 대체.."


다시금 그날의 악몽이, 카일의 머릿속을 헤집는다.


초조해하면서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는 카일..


그리고 메데르와 이야기 해보기로 한다.


"카일? 산책은 벌써 끝난..? 안색이 좋지 않은데 무슨일이야?"


"메데르, 그때 의식이 있던 때..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메데르는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잇는다.


"..네가 그때 갑자기 쓰러진 날 기억하지..? 그 이후로 나는 알로스에게 슬픈 소식을 들었었어.."


"그러고보니, 알로스의 부모님중 아버지께선 여왕님의 정원 보초병으로 일하신다고.."


"...중상이셔.."


"..뭐..?"


"그날 이후로 일곱 실린이 전사하고.. 세이크리아 제국에게 아크를 빼앗겼대..


알로스 아버지는 간신히 살아나셨다고 하지만.. 상당히 위독하시다고 하셔.."


"병문안 갈 순 없을까..?"


"알로스가, 카일 넌 오지말라고 하더라고.. 진심인가봐.. 그의 장난기 어린 얼굴에서 그런 섬뜩한 표정이 나올줄은.."


"....."


"지금 로헨델 내에선 너에 대한 안좋은 소문이 너무 멀리 퍼져있어.. 아마 나가지 않는게 좋을 것 같은데..


그래도 나는 널 믿어, 가장 가까이서 널 봐왔던 친구니까. 하지만 알로스 걔는..


너무 심한 충격탓에 널 믿지 못할지도.."


"나도.. 일단은.. 세이크리아 소속이야.. 그곳에서 나고 자랐지만, 난 부모님을 살해한적이 없어..


당한건 나야.. 그곳에서 부모님을 잃고 도망쳐나왔어.. 하지만 네덕분에.. 나는 살아남았지.."


"그래, 간호하면서 악몽에 시달리면서 네가 말한것들, 난 다 들었어.. 하지만 지금은, 소문이 가라앉을 때까지..


당분간 집에 있는건 어떨까..?"


"...."


메데르의 말대로 카일은 집에 있기로 결정했지만, 혼자만의 자책은 가슴속에 맴돌면서


목적없는 이타심을 더욱이 부추기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피곤에 침대에 드러누워버린 카일은 잠들어버렸고,


집에 메데르가 없는 사이에, 허름한 로브를 쓰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일곱 실린의 죽음을 슬퍼하는 실린들 사이를 따라가 보면서,


아크를 지키다 전사한 일곱 실린의 무덤가를 찾은 카일은, 로헨델 대륙 내의 이곳 저곳을 다니며,


오랜 시간에 걸쳐 형형색색의 꽃을 따다가, 한아름 꽃다발을 만들어 다시 그들의 무덤가로 찾아갔다.


저녁놀이 지고있는 사이 비구름떼가 드리우면서, 무덤가 앞에 진심어린 기도를 올리는 동시에 비가 쏟아진다..


그의 눈에도 빗방울이 섞인 눈물이 흘러나온다..


동시에, 혼자만의 자책이 시작된 카일.


'내가 여기 오지 않았다면.. 이 일곱 실린분들은 죽지 않았을까..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면.. 길바닥에서 죽어버렸어야 했을까..


가장 친한 친구 알로스의 아버지도.. 중상을 입으시진 않으셨을까..


내가 태어난게 잘못인건가..


나는, 불행을 옮기고 다니는 존재인가..'


그럼에도,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기도를 계속하는 카일..


그런 카일 뒤에 알로스가 나타났다.


"..여기서 뭐하는거야..?"


"알로스..?"


"왜 기도를 올리는거야..? 너에겐 기도를 올릴 이유가 없지않아..?"


"...."


"주변에 떠도는 소문은 충분히 듣긴 했는데.. 한가지만 말해줘.. 너 정말 세이크리아 소속이야..?"


"세이크리아 소속은 맞아, 하지만 나는 가족을 죽이고 달아난 놈이 아니야.."


"..아니기만을 바랬는데.."


"무슨 말이야..?"


"그걸 곧이곧대로 믿어주진 못하겠네."


확신할 증거는 없었지만, 여왕의 정원을 지키시던 아버지가 중상을 입으신 충격으로 마음이 불안정한 알로스에게 있어선 믿지못할 소리였다.


"난 알아, 너희 세이크리아 제국은 그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루페온의 명을 받들며 신의 뜻을 전파하기 위함이라고.


근데 그게 살인마저 묵인될거라고 생각하는거야?"


"난 그렇지 않아!"


"뭘 믿고? 너희 주신을 믿고 그러시겠지, 아르테미스에서 소문은 들었어,


너희 세이크리아 제국의 사람들은 다른 대륙에서까지도, 신성력이나 무력을 들먹이면서 입단을 강요하는걸."


"나랑 내 부모님은 그러지 않았어.. 새벽의 사제단은 그러지 않아!"


"..여왕님의 근위병들이 그들에게서 뜯어낸 문장이야."


알로스는 카일에게 보란듯이 그 문장을 보여준다.


"봐, 네 묵주의 문양이랑 비슷하다고.


이럼에도 새벽이니 황혼이니 판가름 지으면서 변명할 생각이야?


너희 세이크리아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희생시키고,


얼마나 많은것들을 다른이들에게서 뜯어내야 속이 시원하지?


그러면서, 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들먹이면서 너희들을 정당화시키려는거야?"


알로스의 거침없는 발언에 카일의 정신은 더욱 흔들린다.


"난.. 절대.. 내 이름을 걸고.."


"네 이름이 뭐 대단한 거라도 되는줄 아나본데,


넌 세이크리아의 사제가 낳은 자손이지. 피든 생명이든 어떻든 댓가가 뭐든간에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희생이고 뭐고 마다하지 않는 극악무도한 세이크리아 제국의 자손!"


"...."


고개를 들 힘마저 없어진 카일은, 비를 맞으면서 고개를 축 숙이고 숨죽이며 울고있었다.


"우리 실린들이나, 내 아버지에게 한 짓거리들을 생각하면.


네가 흘리는 눈물마저 내겐 그저 가식으로 보일뿐이야.


그깟 위선따윈 집어치워.


넌 아크를 지키다가 전사한, 죽어간 실린들에게 눈물 흘릴 자격조차 없어."


분노로 속이 이글거리는 알로스는, 카일의 멱살을 잡고 또다시 말을 잇는다.


"이 무덤가.. 아니, 이 땅 로헨델에서 멀리 꺼져버려, 네가 네 발로 나가지 않는다 해도


내가 네 스스로 네 발로 나가게끔 해줄테니까."


알로스는 힘을 쥐어짜서 카일을 무덤가에서 멀리 밀어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쓰러진 카일은 계속 눈물을 흘리며 다시 집으로 절뚝거리며 걸어간다..


-계속-











p.s 4주년 창작 탭에 글젠이 많아지고 건슬 육성때문에 반년이나

창작 의욕이 꺽였었는데,

아직도 프롤로그라 막막..



질질끌어서 죄송합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