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그냥 심심해서 이영도 뽕이나 채우려고 소설 글 일부 옮겨적는건데


이건 나름 드래곤라자 마지막 장면이라서 스포일러탭 달았음













이루릴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잠시 후에야 그녀가 내 말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나는 황급하게 말했다.


"그럼, 저, 이루릴. 귓가에 햇살을…"


이를 악물고 그야말로 간신히 말했다. 그래서 내 목소리는 작별 인사라기보다는 결투 신청으로 들리는 목소리였다. 지금까지의 시간도 이미 너무 길었다. 그녀를 더 붙잡아서는 안 된다.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려 그녀의 모습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루릴의 모습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마법을 쓰는 건가? 나는 일렁거리는 이루릴의 모습을 보며 힘들게 말을 짜내었다.


"햇살을… 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고개를 갸웃하던 이루릴이 살짝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자신의 가슴 위로 소담스럽게 늘어진 머릿결을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자신의 머릿카락으로 내 눈가를 조심스럽게 닦았다.


나는 눈을 감은 채 수도 없이 많은 머리카락들이 눈가를 스쳐가는 것을 느꼈다. 매끄럽고 가는 머리카락들이 수없이 눈 주위를 훑어내리는 느낌을. 터무니없이 난폭해지고 싶고, 동시에 터무니없이 차분해지는 그 시간은 가장 짧은 영원이었고 가장 긴 순간이었다.


"웃으며 떠나게 해주겠지요?"


난 눈을 질끈 감아서 마지막 눈물을 짜낸 다음 눈을 떴다. 이루릴의 하얀 얼굴에 어리는 미소, 그리고 그 하얀 얼굴 앞으로 스쳐 떨어져 구분이 잘 안되는 눈송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난 웃어요. 웃겠어요."


 "고마워요."


이루릴은 그렇게 말하며 뒤로 걷기 시작했다. 나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얼굴 근육을 힘들게 움직이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천천히 멀어지던 이루릴은 살짝 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띄고 돌아와 마침내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