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수행.
끝나지 않는 수련.
사문을 몰살한 악마를 죽이기 위해.
나는 수련을 거듭하고 또 거듭했다.
두 번 다시는 이렇게 무력하게 무릎 꿇지 않겠노라고.
죽은 사형과 사제, 그리고 스승님의 무덤 앞에서 맹세했었으니까.
강해져야만 했다.
반드시.
목숨을 건 수행.
뼈를 깎는 고행의 끝에 손에 넣은 무력.
사문을 몰살했던 악마들이 다시 한번 내 앞에 찾아왔을 때, 그들은 더 이상 내 적수가 아니었다.
단신으로 사문을 몰살했던 악마들을 모조리 학살한 내게 찾아온 건 허무함과 후회였다.
'내가 일찍이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조금 더 노력했었더라면.'
내게 남은 것이라곤 그저 사문의 피로 쌓아올린 무력 뿐.
나아갈 곳을 잃은 나는 계속해서 떠돌았다.
끊임없는 수행.
끝나지 않는 단련.
그리고 계속되는 학살.
그저 악마를 학살하는 것을 반복하며 지쳐가던 내게 찾아온 것은 한 여인이었다.
'어째서 그렇게나 자신을 내모시나요.'
연꽃 향을 흩뿌리며 다가온 그녀는, 내게 그리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계속해서 물었다.
'이렇게 당신을 희생한다 해도 그들은 당신을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제서야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내가 여지껏 보아왔던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었다.
단아하면서도 요염하고, 청순하면서도 음란하다.
세상 모든 여인의 아름다움을 집약해 놓은 듯 한 모습의 여인.
그러나 이미 지칠대로 지친 내겐 그녀의 외모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내 심정을 꿰뚫는 듯한 그 말이 더욱 가슴을 옥죄었을 뿐.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창천으로 돌아가 창천제일검이 되었음에도 나는 그 자리를 인정받지 못했다.
'모든 악마를 쓰러트리고, 평화를 가져오겠다.'
오직 이 일념만으로 수많은 악마를 학살하고 수많은 이를 구원했지만 이를 알아주는 이 따윈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걷는 것은 수라의 길.
누군가 나를 알아보기를, 나를 인정하길 바랬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상관없다.'
'누군가 나를 인정하길 바라고 걸은 길은 아니니.'
그의 대답에 그녀의 검붉은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이윽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밀었다.
'....잠시 걸으시겠습니까.'
'거절하겠다.'
'어차피 이 인근에는 더 이상 악마가 없습니다. 그대도 알지 않습니까.'
'......'
'그조차 싫으시다면, 그저 저를 바래다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델파이 현. 거기까지만이면 충분합니다.'
평소의 그라면 그조차도 거절했겠지만, 어째서였을까. 그는 머뭇거리다 끝내 수락의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러지.'
잠깐의 동행.
달빛조차 들지 않는 숲길을 걸으며, 나와 그녀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어째서 악마들을 그렇게 학살하고 다니셨는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고혹적인 표정을 지은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악마를 죽이는 데 이유가 필요한가.'
'하지만 이유 없이 당신처럼 맹목적인 분노를 보이는 이는 드물죠.'
'.......'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회한과 후회에 젖은 표정으로 가만히 발걸음을 옮길 뿐.
그런 그의 표정을 본 그녀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띤 채 그의 뒤를 좇을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다시금 이어지는 침묵을 깬 것은, 이전과는 달리 그의 쪽이었다.
'어째서 내게 그리 물었지.'
'....네?'
'어째서 내게 그리 물었는지 물었다.'
'...별 이유 아닙니다. 그저 궁금했을 뿐이니까요.'
'무엇이?'
'어떤 것이 당신을 그렇게 불사르게 하는 지.'
'또 무엇이 당신을 그리 내몰았는지.'
'그저 알고 싶었습니다.'
그는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무심한 듯 그를 쳐다보는 검붉은 눈동자.
빨려 들어갈 것 처럼 깊은 눈동자 속에서 희미하게 엿보인 것은 연민이었다.
어째서 나를 연민하는 것일까.
나는 누군가에게 연민을 받을 자격이 없는 이이거늘.
하지만 계속해서 그를 바라보는 검붉은 눈동자에 담긴 그 감정은.
지칠대로 지친 그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는 데에 충분했다.
'...알아 봤자 딱히 좋을 이야기는 아니다만.'
'상관 없습니다.'
'그럼에도 듣고 싶다면.....들려주지.'
어째서였을까.
그는 홀린 듯이 그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사문이 몰살당한 일.
복수를 위해 미친듯이 수련을 거듭했던 나날.
사문을 몰살했던 악마를 학살하고, 수많은 악마들을 학살해 온 나날들을.
'언젠가. 수많은 악마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던 모습을 본 적이 있었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모두 홀린 듯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 날 그곳에 있던 악마들을 몰살시켰긴 했지만, 그 악마들이 향하려던 목적지는 알 수 없었지.'
그녀는 그 말을 듣고는 슬쩍 웃었다.
'정말이지...감사할 일이네요.'
'무슨 말이지?'
'그날 악마들을 몰살시키신 덕분에, 저도 살아 있는 게 아닐까 싶더군요.'
그녀는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며 그리 말했다.
다른 이였다면 어딘가 싱겁다고 할 만한 반응이었지만, 그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어두운 숲길의 끝, 델파이 현의 등불이 눈에 들어오자 그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했군.'
'감사합니다. 무사님.'
감사를 받고자 한 일은 아니다.
그리 말하려 했으나, 그가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야를 가득 메우는 검은색.
어지러울 정도로 진한 연꽃 향기.
그리고 입술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말캉한 감촉.
그녀가 내게 입을 맞췄다는 사실을 눈치채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
영원과도 같은 찰나가 지난 후, 그녀의 얼굴이 천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미친듯이 두근거리는 가슴.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어째서 내게...?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그의 당황하는 표정을 본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혀로 입술을 햝았다.
요사스럽게 휘어진 눈웃음.
그의 입에서 이어진 타액의 실이 그녀의 붉은 입술에서 길게 늘어진다.
'이건. 그날의 보답입니다.'
'잠깐...!'
'내일 다시 만나죠.'
'오늘과 같은 그 자리에서.'
그녀는 손으로 실을 훔치며 슬쩍 웃었다.
마치 봄날의 꽃이 피는 듯 화사한 그 미소에 잠시 넋을 잃은 것도 잠시, 그녀는 어느 새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그녀가 사라진 그 자리엔, 은은한 연꽃 향기만이 남아 맴돌고 있었다.
쓰고보니 길어지네....
글재주가 부족해서 조금 중구난방일 수 있긴 하지만 적당히 감안해줘잉
야스는 다?음 편에 계속
다음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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