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은 밥을 정말로 못해.

간신히 라면만 끓이는 수준인데 자기 입맛에 맞다고 한강 라면을 만드는게 다반사이니 이것도 좀 애매하긴 해.

뭐 어쨌든 그 덕분에 여친은 배달이나 포장 음식을 많이 찾는데 이런 것들이 대부분 영양 밸런스는 개나 준 것들이 많잖아?


그때문에 예전부터 어느 정도 요리를 할 줄 알던 내가 여친 자취방에 가서 반찬을 다 해주고 갈 때가 많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보통 본가에서 자취중인 자식들한테 반찬 같은 것 좀 챙겨 줄 텐데 왜 여친네는 그런 게 없을까?

여친 가족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하고 여친한테 함 물어봤어.

근데 돌아온 답변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


알고 보니 여친 어머님이 요리를 정말 못하신다는 거..

그래 가지고 반찬을 못 챙겨주고 오히려 여친 어머님이 가끔 자취방에 놀러 오시면 내가 여친 먹으라고 해놓은 반찬이 맛있다고 소량으로 좀 챙겨 가신다 하더라.


그 이후로 나는 여친 부모님도 드시라고 반찬을 많이 해두는데 내가 해놓은 반찬이라는 걸 알게 된 어머님이 나중에 시간 되면 요리 같은 것 좀 알려 달라고 부탁까지 하셨어.

그리고 여친이 본가 갈 일이 있어서 인사 드릴 겸 같이 방문한 적이 있는데 직접 하셨다는 진미채의 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탕후루급으로 너무 달고 쓴맛도 느껴져서 그때는 아무 말도 못 했지만 정말 끔찍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