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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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트레이너 회의가 끝난 뒤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덧 7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 되었다.

게다가 햇빛이 밝게 내리쬐던 오후와는 정반대의, 가랑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날씨.

"아ㅡ... 우산 안 가져왔는데 말이지."

혼잣말을 흘리며 퇴근 준비를 하기 위해 트레이너 실에 돌아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역시, 먼저 가버린건가ㅡ..."

예상했던 대로, 트랜센드는 트레이너 실에 없었다.

그도 당연한 일, 그렇게 잔뜩 날이 선 말을 면전에 직접 해버렸으니.

문득, 손님용 테이블 위에 올려진 컴팩트 PC를 바라본다.

'...이게 뭐라고, 그 정도의 말을 해버린거냐, 나란 녀석은...'

트레이너 회의 시간때도 아까의 그 일이 계속 떠올랐었다.

오늘 직접 찾아가 사과를 해야할 지, 아니면 시간을 두고 내일까지 기다려야 할 지 생각하며, 다시 켜지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컴팩트 PC의 전원버튼을 무심코 눌러보는데ㅡ

"...!? 켜졌... 다...?"

분명 고장났을텐데, 끝났을텐데.
그런 생각을 정면으로 깨부수고, 컴팩트 PC는 켜졌다.

충격으로 인해 OS를 제외한 파일은 전부 사라졌고, 화면과 프레임에 금이 갔긴 했지만, 작동에 문제가 없는 건 확실했다.

"이게, 어떻게..."

상황 파악이 안되던 그 때, 테이블 가장자리에 놓인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분명ㅡ

"트랜센드가, 내게 부탁했었던..."

바로 그 전자기기, 같은 시리즈에 세대만 다른 컴팩트 PC의 박스.

이게 왜 남겨져 있지 라고 생각이 들자마자 뇌리를 스친 하나의 경우의 수.

"설마...!"

곧바로 박스를 열고 안에 놓인 PC의 뒷면을 확인해보니, 뒷판이 열린 채 하드나 램이 빠져있었고, 거기에는 작은 쪽지가 하나 들어있었다.

그 쪽지를 펴서 내용을 보니ㅡ

'미안해, 트레 쨩'

쪽지를 보고, 감정이 북받혔다.

내가 내뱉은 겨우 몇 마디가, 내가 제일 소중히 여기는 한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새겼다는 것이 뼈에 사무치도록 느껴졌다.

"미안하긴 뭐가...! 진짜로 미안해야 할 건, 누가 봐도 나인데...!
...이 바보가...! 왜 나같은 바보 자식을 위해 이렇게까지...!!"

이 광경을 보고 결심이 선 나는 곧장 껍데기만 남은 트랜센드의 컴팩트 PC를 집어들고는 개인 책상 앞에 앉는다.

'어떻게든 고쳐내자, 그리고 사과하자...!
무릎을 꿇던, 도게자를 하던, 오늘 당장...!'

그렇게 서랍에서 공구와 여분으로 가지고 있던 부품등을 꺼내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약 1시간 30분이 지났다.

필요한 모든 부품을 더하고, 전원 버튼을 누른다.

기동음과 함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켜지는 PC.

"좋았어... 성공이다...!"

잠시동안의 안도감을 뒤로 하고, 겉박스에 모든 구성품을 다시 넣어 내 배낭에 넣고 트레이너 실을 나서 트랜센드가 있는 기숙사로 향하려던 찰나ㅡ

"트랜센드 네 트레이너, 있어!?"

드르륵, 하고 급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우마무스메.

기숙사 사감, 후지 키세키였다.

"후지 키세키? 무슨 일로..."

"큰일이야, 트랜센드가 없어졌어."

"...뭐라고!?"

시계를 확인해본다, 8시 30분을 넘긴 상태다.

점호 시간은 7시 30분, 즉 1시간 이상 자리를 비운 상태라는 것이였다.

"PT 룸이라던가, 식당이라던가... 다른 곳은?"

"그 곳들도 포함해서 그루브나 브라이언이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그렇다면, 아예 학원 밖으로 나가버렸을 가능성도...!"

그 순간 해야할 일을 깨달은 나는, 후지 키세키를 뒤로 하고 트레이너 실을 박차고 뛰어나간다.

"내가 찾아올게! 반드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 잠깐ㅁ...!"

후지 키세키가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 말을 들을 새도 없이, 나는 그저 학원 정문을 향해 달려나갔다.




"...정말.

남자라면, 하물며 한 우마무스메의 전속 트레이너라면ㅡ

말은 신중하게 하는 게 좋을텐데 말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오후 9시 07분.

"하아... 하아...!"

쉴 새 없이 달렸다.

너와 내가 처음 만난 곳.
네가 자주 가던 곳.
네가 갈 만한 구석이 있는 곳.
너와 네가 함께 다니던 곳.

모든 곳을 쉴새 없이 달려 둘러보았지만ㅡ

"어디에도... 없어...!"

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 속에 구멍이 난 것 같이 공허한 느낌과, 죄책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나 때문에...! 내가 조금만 더 생각해서 말을 했어도...!'

어느덧 비는 가랑비에서 장대비로 바뀌어, 우산도 가지고 나오지 않은 나는 빗물 때문에 온 몸이 흠뻑 젖어버린 상태.

하지만, 그건 아마 그 녀석도 같을 것이다.

'대체 어디 있는거냐고... 트랜센드...!'

멈추지 않는다, 멈추고 싶지도 않다.
그 녀석을 찾기 전 까지는.

그렇게 계속 달리다가 지쳐 잠시 숨을 고르던 그 때, 내 뇌리를 스치는 기억의 한 조각.

'ㅡ그러니까, 트레 쨩에 대한 거, 더 알려주지 않을래?'

"마츠리가 있었던 날..."

'ㅡ트레 쨩에 대한 거, 업데이트하게 해줘.'

"...신사!"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마지막 남은 기운을 다해,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숨이 넘어갈 듯 괴로웠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녀석이 받은 상처는, 이거보다 더 아프고 슬플 것이라고.

녀석은 분명,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원래 3파트로 나누려고 했는데, 이거 계속 내용 생각하다 보니 4파트까지 늘어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노...

어쨌든 뇌 최대한 짜내서 파트 3 준비해오겠음

파트 3나 4 중 하나는 19탭으로 갈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