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lovelove/103342342
2편 -
https://arca.live/b/lovelove/103372629




ㅡ오후 9시 28분.

신사로 이어지는 동쪽 계단을 힘겹게 올라온 나는 숨을 고르며 신사 전경을 눈으로 훑어본다.

"여기 근처에... 분명..."

분명 근처에 있을거라 생각하고 여기저기 둘러보던 도중, 정문 계단 쪽에 세찬 비를 맞으며 홀로 앉은 익숙한 뒷 모습이 보였다.

틀림없이, 녀석이였다.

"찾았다...! 트랜센드!"

드디어 트랜센드를 발견한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아랑곳 않고, 녀석이 앉아있는 곳까지 달려갔다.

"트랜센드... 너, 여기서 뭐 하고 있는거야..."

"...예상한 대로였네, 트레 쨩이라면 여기로 찾아와줄 줄 알았어."

가까이 가 녀석의 상태를 살펴본다.

나 못지않게 완전히 비에 젖어버린 교복, 체온 저하로 인해 약간 혈색이 바랜 입술, 그리고 나를 보며 지어보이는, 쓴웃음.

그 모습 하나하나가, 전부 내 마음에 바늘이 되어 찔리는 듯 하다.

"...기숙사로 돌아가자, 계속 비 맞고 있으면 몸 상해."

트랜센드의 손을 잡고, 조심스레 일으킨다.

그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 트레센 학원으로 돌아가려는 찰나ㅡ

"ㅡ, 괜찮으니까..."

"응?"

"외박 신청서... 제출해서, 괜찮으니까..."

"...뭐?"

순간, 사고가 정지한다.

분명, 후지 키세키는 마치 트랜센드가 영문도 모르고 갑자기 없어진 것 처럼 말했는데...
외박 신청서를 냈다는 건, 그 말인즉슨ㅡ

"...트레 쨩네 방, 가도 돼...?
이야기하고 싶은 거, 많이 있는데..."

"...ㅇ, 응..."

무심코 외마디 답이 흘러나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오후 9시 42분.

후지 키세키와 연락을 마친 나는, 트랜센드를 데리고 내가 사는 방으로 갔다.

둘 다 비 때문에 푹 젖어있었기에, 나는 우선 트랜센드를 욕실로 보내고 소파에 앉아 녀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급하게 오게 된지라 제대로 된 옷을 준비하지 못한 나는, 손에 집히는대로 내 셔츠와 수건을 빌려주었다.

'...무슨 말을 먼저 해야하지, 이 상황에서는...'

그렇게 오랫동안 생각을 한 지 십 여분, 녀석이 욕실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는다.

"...교복, 여기에 둘게."

"...아, 응. 내가 씻고 나올 때 세탁기에 같이 넣어둘게."

그렇게 말하고는, 트랜센드를 거실에 남겨놓고 욕실로 향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오후 9시 56분.


어색한 공기가 방 안을 감싼다.

내가 욕실에서 나온 뒤, 우리 둘은 그저 코코아가 든 컵을 든 채 아무 말도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정적이 계속되면, 결국에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는 입을 열었다.

"...저기, 있잖아, 트랜센드..."

"...응, 트레 쨩.

"오후에 있었던 일... 내가 너무 심했었지."

"...으응, 내가 억지로 트레 쨩의 PC를 뺏으려고 했으니까."

"...그 상황에서도, 나는 더 나은 답변을 할 수 있었어.
그런데 나는... 네 눈을 마주보면서, 한껏 날이 선 말을 뱉어버렸어."

"..."

트랜센드는 잠시동안 말이 없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무서웠어, 트레 쨩의 얼굴.

...내가 본 적이 없는 트레 쨩의 얼굴이였거든.

'싫다, 웃기지 말라' 라고 하는 평소의 표정은, 말은 그래도 결국은 마지못해 내 부탁을 들어주는, 장난스럽고 평범한 표정이였는데...

...오늘 트레 쨩의 표정은, 한순간이지만 나를 향해서 진짜 '싫다' 라는 감정을 드러낸 표정이였어."

조금씩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 트랜센드의 목소리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서웠어, 여태까지 느낀 적 없는 느낌이였어.

오싹오싹하다던가, 두근거린다던가, 그런 느낌이 아닌...

...마음 한 가운데에 뭔가 빠져버린 듯한 느낌...

트레 쨩을 만나기 전에는,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느낌이였는데..."

"트랜센드..."

나 역시 트랜센드의 말을 들으며, 조금씩 감정이 북받히기 시작했다.

"...나,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어...

그래서, 최소한 그 PC를 고쳐놓으면 마음이 편할까 싶었어...

...그치만, 아무리 떨쳐보려고 해도, 텅 빈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어...

...그런데, 트레 쨩이 나를 찾아와주고... 이렇게 옆에, 있으니까...

...그제서야 비어버린 부분이, 차오르는 것 같아서..."

무릎에 대고 있는 트랜센드의 손에, 연신 눈물이 떨어진다.

처음이다.

트랜센드가 우는 모습 같은 거, 본 적 없는데.

그런데 그런 네가, 내 옆에서, 내가 네게 한 행동 때문에 울고 있다.

"저기... 트레 쨩...!"

"트랜센드...!"


"나, 트레 쨩에게 그런 말을 듣고 떨어져 있었더니... 마음에 구멍이 난 것 같이 아팠어...!

내가 한 잘못 때문에, 트레 쨩이 나를 싫어하게 되면...

그 때는... 그 때는...!"

"ㅡ트랜센드!"

마음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나는 내 옆에 앉은 트랜센드를, 품에 끌어안았다.

"미안해... 트랜센드...!

겨우 사소한 물건 하나 때문에, 네 마음 속에 큰 상처를 새겨버렸어...!

네가 내 PC를 직접 고친 걸 알았을 때, 네가 없어졌다고 에어 그루브에게 들었을 때...

나도 너와 같이, 마음에 구멍이 나 휑한 기분이 들었어...!

나도... 트랜센드가 곁에 있지 않으면 안돼...!

너와 같이 함께 계속 오싹오싹하고, 두근두근한 기분을 같이 느끼고 싶어...!"

"트레, 쨩..."



"내 곁에 계속... 나와 같이 함께해줘, 트랜센드...!

언제든지, 어디든지, 계속...!"


"...나도, 트레 쨩하고 계속...

같이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계속...!"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우리는 서로를 한껏 끌어안았다.

지금까지의 트레이너 - 우마무스메의 관계가 아닌, 그 이상의 관계로 나서기 위한 첫 걸음을 디딘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서로 끌어안은 지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정도 진정된 듯한 트래센드가, 먼저 입을 열었다.

"...트레 쨩, 얼굴 보여줘."

"응..."

나는 그 부탁에 응해 트래센드의 눈을 응시하였다.

"...히히, 이제서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트레 쨩의 눈으로 돌아왔넹."

"ㄱ, 갑자기 그런 낮부끄러운 소리를 해봤자..."

방금 했던 고백 때문인지 그 말에 한껏 얼굴이 화끈해졌고, 트랜센드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재밌는 듯이 웃는다.

"...너도 평소처럼 다시 웃게 되었네.

그 능글능글한 웃음, 꽤 좋아하거든."

"ㅂ, 반격을 시도하다니... 트레 쨩, 발전했는걸ㅡ..."

방금 당한 공격을 그대로 받아치자, 꽤나 마음의 벽이 허물어져 있는 상태였는지 트랜센드의 얼굴도 조금 붉게 상기된다.

그렇게 모든 일이 해결되고, 나와 트랜센드 사이의 관계도 이전 이상으로 좋아진 해피 엔딩으로 끝나나 싶어, 조금 미지근해진 코코아를 마시고 있으니ㅡ

"...저기 있잖아, 트레 쨩."

"응?"

"아까 트레 쨩의 PC에서 슬쩍 본... 얇은 책들 있잖아."

"푸흡ㅡㅡ!!!"

예상외의 화제가 튀어나오자, 한껏 당황한 나는 입에 머금은 코코아를 엄청난 기세로 뿜을 수 밖에 없었다.

"ㄱ,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오는건데...!"

"그야ㅡ, 말할 타이밍이 이제서야 생겼으니까?"

"ㄱ, 그래서 그게 뭐...!"

일단은 뿜어버린 코코아를 어느정도 정리하고, 다시 소파에 앉아 대화를 이어간다.

"트레 쨩이 가지고 있던 얇은 책의 표지들, 전부 숏컷에 안경속성 이더라궁."

"ㅁ, 뭐어... 부정은, 못 하겠네..."

"그럼 말이야ㅡ...

나도 트레 쨩의 스트라이크 존에 포함... 이라는 거려낭."

"뭐... 그렇지...

...잠깐, 방금 뭐라ㄱ...!?"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트랜센드가 내 쪽으로 상반신을 기울이며 다가왔다.

"그럼... 트레 쨩은 나랑 두근두근해지고 싶다는 걸로 해석해도...

괜찮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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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조절 대실패 ㅅㅂ ㅋㅋㅋㅋㅋ

이게 공시생의 슬픔입니다 시벌...

다음 편이 아마 마지막 파트일 예정이고 대충 내용을 봤다면 예상했듯이 다음 파트는 순애 뾰이가 포함되어 있을 예정이라 19탭 달고 올라올 것 같습니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