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이고.


좀 긴 썰이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음.


그때 당시 애인이 있긴 했지만 '더 살아봤자 뭐하나... 그냥 죽자.' 라는 생각에 높은데서 떨어져 죽을 생각을 함. 

유언장까지 써서 남겨놓고 핸드폰을 꺼놨는데.

애인이 내가 한번에 머리통 깨져서 죽을 만한 건물 모색하는 동안(내가 사는 지역은 시골이라 거의 10층 이상 건물이 드물어)

애인이 내가 죽으려는 걸 눈치채버림.


곧장 우리 부모님한테 전화 걸어서 'ㅇㅇ가 죽으려고 한다'고 알리고, 자기는 회사 반차내서 내가 사는 지역으로 옴.


나랑 애인은 3시간 좀 넘는 거리에서 장거리 연애하는 사이였음.

나는 시골에 살고 애인은 도시에 살고 있거든. 만날땐 그래서 무조건 서울에서 만났어.


결국 부모님한테 '두번 다시 그런 생각하지 마라'고 뒤지게 혼나고, 애인은 내가 사는 곳으로 와서 하루 자고 갔음.

4년 전이라 애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은 안나는데....


그냥 애인이 내가 원하는 만큼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 라는 말만 계속 반복했던 건 기억남.


그 뒤로 나는 다니던 정신과(원래 우울증도 있고 그랬음)에서 좀 더 전문적인, 은퇴한 대학교수가 운영하는 정신과로 옮기게 됐는데.

고층 건물에서 떨어져 죽을라고 했다고 하니까 교수님이 남겼던 말이.


"일단 시도 안한 건 천만 다행이에요. 사람은 쉽게 안 죽어요. 시도했다가 몸에 장애 얻은 사람들 많아요."


그러더라고....

대학교수가 한 말이라서 '이미 떨어지고 실패한 사람들을 봐서 그런건가' 싶더라.


일단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긴 한데.

근본적으로 내 상황이 나아지기까지 4년이나 걸렸어.


졸업이후 백수인데다가 돈도 없지, 면접은 계속 떨어지지, 공황장애 오고 우울증 왔지, 이때문에 사람 많은 데도 못가겠지...

회사 들어가서도 치료랑 병행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어. 


그러다 문득 생각난게 웹소설인거야. 

나랑 애인 둘 다 모 사이트에서 소설을 쓰면서 서로가 서로의 팬이었다가 직접 만나게 되고 사랑하게 됐거든.

애인이 나보고 글 잘 쓴다고 했던게 생각나서 웹소설 작가가 되보자, 하고 시간을 썼어.


그냥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여주인공이 목숨을 끊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남주가 아무런 이유도 대지 않고 살라고 말하는 부분 말이야.

그 부분이 쭉 쓰고 싶어서 달렸어.


그냥 어떤 상황이든 살으라고.

괜찮으니까 살라고....


그리고 출판사 두 곳 정도가 컨택 해오고 계약도 잡힘.

생전 백수였던 자식이 담당자가 붙고 작가님, 작가님 하고 칭해지고 출판사 이름으로 명절선물 주니까 부모님이 신기해하더라.

특히 명절선물로 홍삼 받았을때 아빠가 유난히 좋아하셨어.

집필 기간동안 돈이 안들어오니 때려칠까 생각도 했는데 그때마다 애인이 말리더라고...

나도 그리고 소설로 뭔가 할 말이 있으니까 참아냈지.


그렇게 난 출판사한테 통조림.... 아니 계속 쓰다가 네이버 아니면 카카오 둘중 하나에 런칭 성공함.


기대 이상의 성적이더라.

솔직히 첫 작품이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애인한테 담는 거라 생각하면서 쓴 거라 영 기대를 안 했는데.... 

성적이 내 기대를 뛰어넘었더라.


최근엔 우울증도 나아져서 정신과 약 아침, 저녁에 먹던거 저녁에만 먹어.


지난 4년 간 이 상태까지 오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요즘엔 정말 살 맛 나.


살아있단 게 느껴져서 좋아. 


여전히 자살생각이 드냐면... 그건 잘 모르겠어.

난 그날 애인이 날 구해냈다고 생각하거든. 애인은 부정하지만.....


그치만 걔가 안 살려냈으면 난 웹소설을 내지도 않았을 거고, 이 자리에 순챈에다가 썰풀지도 않았을 거야.


그래서 그냥 살려고.

죽을 이유는 나중에나 찾을려고.


어쩌다보니 길게 글 썼는데.

애인이 순챈 많이 보길래 썰 한 번 풀어봤음


그럼 난 외전 작업 하러 가야해서 이만 가본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