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

사정이 좀 있어서 탈퇴후 재가입했음


1. 원래 날짜 잡은게 올해 하반기였는데, 슈퍼 P인 우리 둘은 "벚꽃필때 할까?" "그랭!" 한마디로 올해 상반기로 바꿨음. 

그거때문에 양쪽 집이 좀 뒤집어지긴 했지만 뭐...

마침 이상기온으로 우리 결혼할 때 벚꽃이 만개했고

회사에 벚꽃도 많이 심어놔서

그날 풍경은 이랬음.


2. 이전글 쓸 때도 11월이었는데, 올해 봄으로 옮겨버리니 준비할 시간이 사실상 4개월 정도밖에 안 남은데다 와이프는 식 한달 전에 귀국해서, 드레스 상견례 등은 진짜 2주만에 몰아서 싸그리 처리함.

덕분에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결혼을 제일 얼렁뚱땅 한 새끼" 로 불렸음.


3. 와이프는 내가 결혼식 날 뭔가 어르신들께 보여드리길 원했는데... 처음엔 내가 질색팔색했는데 와이프 고집 못이기고 춤추면서 축가 불렀지.

거기다가 와이프가 동네방네 소문을 내놨어. 나는 차마 우리 가족들한테 말 못했고.

여자친구 가족들 반응은 이랬고


우리 가족들은

딱 이 반응이었음.

그래도 장모님 댁에서 이쁨받았으니 생각할수록 정말 잘한 결정이었음


4. 우리가 형편이 여유롭지 않아서, 식장은 예식장 대신 회사에서 싸게 대여해주는 행사장을 빌렸었어.

행사장이 그날 내내 전세내는 거라서 다른 예식장 커플마냥 시간이 쫒기지 않았지

덕분에 우리는 주례 없는 식순에 주례 끼워넣고, 식중영상 끼워넣고, 축가에 축사에 욕심 그득그득하게 끼워넣고도 느긋하게 사진까지 더 찍다 왔지.

그 부분은 정말 최고였어. 


5. 요새 식중영상 좀 많이 넣거든. 식순에 5분정도 낼수있으면 하는거 추천해

어릴때 사진, 부모님 젊으실 때 사진 넣어서 만들었어

유튜부 식중영상 찾아보면 신부 애기때 동영상 나오고 사진 나오는 거 있을거임. 나는 그거 많이 참고해서 내가 직접 만들었어

내가 전문가는 아니라 끙끙대며 밤새긴 했는데 이거 반응 꽤 좋고 의미 있었다.


6. 요새 하객들 사진찍는 포토부스같은게 있거든. 우리는 하객과 신랑신부한테 사진 각각 주는 포토부스로 계약했어. 가격은 한 60정도

근데 이거 진짜 좋다. 하객들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고, 우리들도 사진 보면서 한참 웃었어


7. 예식장에서 하지 않으니까 식사는 케이터링으로 불렀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나봐. 다들 식사가 너무 맛있다고 칭찬을 엄청 해주신 거 있지.

3, 4, 5, 6이랑 합쳐져서 다들 후기가 "이렇게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결혼식은 처음이야"라고 하셨으니, 정말 결혼식 성공했다고 생각해


8. 식날 신랑 신부는 아무것도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

라고 하지만 그렇게가 안 되더만;;

생각보다 예상치 못한 일이 꽤 터짐.

신랑 신부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항들이 많았어.

신부는 드레스 입고 대기실에서 못 움직이고 덕분에 내가 인사드리는 도중에도 엄청 뛰어다녔는데

그때 친구들이 도와줘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

신부 가방순이 친구 부르는 거 마냥 신랑도 노예돌이 명목 붙여서 하나 불러놔라


9. 신부가 친구들이 많으면 신부대기실에 비용 추가해서라도 꽃 더 가져다 놓고 최대한 이쁘게 꾸미는거 추천한다. 진심으로. 나중에 이쁨받을거임


10. 신혼여행은 최소 하루 쉬고가... 당일날 못간다 진짜로


11. 장모님이 최고다. 사위사랑 장모사랑이다. 잘해드리자


12. 결혼식 준비 솔직히 쉽지는 않았거든. 일정 바뀌기도 했고, 돈도 없고 준비시간은 빡빡했고. 그냥 열심히만 했어

그리고 좋은 예식장이나 호텔에서 결혼한 거도 아니고 지금 신혼집 사는데도 지방 오피스텔 월세방이야.

그런데도 우리는 저질렀어. 하니까 행복하다. 

지금 당장 부족하게 시작해도 괜찮더라. 맨날 방송이나 SNS에서 결혼 후 안 좋은 모습 보여주거나,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갖춰진 후에야 결혼하는게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냥 지금 나를 저평가 우량주라고 하면서 믿어주고, 부족하게 살아도 이해해주는 좋은 사람 만나서 지내니까 저딴 모든 것들 의미없더라.


잔뜩 쓴 거 많은데심붕이들도 부디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