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원 다른 부서인 것 같았는데 퇴근하고 연구원 나가니까 남친이 대기타고 있다가 와서 머리 쓰담쓰담해주는 직원도 봤고
손 잡고 산책하는 커플도 보았고
하면 안 되지만 전동킥보드에서 남친 등에 꼭 안겨있는 여자도 봤음

그리고 노래방은 소문 듣고 찾아갔는데

소문대로 엄청났음
그 혹시 통영 다찌라고 앎? 술을 시킬 때마다 안주가 갈수록 좋은 것으로 대체되는 술집 운영 방식인데
여기 노래방이 딱 그런 느낌이었음
1시간 5천원 긁고(심지어 카드인데 수수료 명목으로 웃돈 받고 그런 것도 없었음) 한 15곡 부르고 "아 1시간 다 되었다 슬슬 시마이 쳐야지"하면서 곡 골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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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하면서 한 곡 더 골랐는데 1절 끝날 때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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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시간을 더 있었음
중간에 목도 나가버리니까 나도 모르게 새내기 시절 보컬이 살아남
그때 어느 정도였는지 간략히 설명하자면 하현우 라젠카를 3키업해서 삑사리 없이 부를 정도였음
근데 그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창법이 살아나더라
하도 서비스가 넘치니까 솔직히 도망가거나 CCTV로 사장님한테 신호를 보낼까 싶었음
기숙사가 통금은 없지만 좀 멀리 나온지라 시간마저 걱정이 되더라고
다행히도 마지막엔 10분 추가로 신호를 주셨고 마지막까지 즐기고 나왔음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이 모든 과정은 혼자 했음
1시간 반에서 2시간까지는 혼자서도 무난하게 잘 노는데 이건 지치더라

나오니까 막막하더라
시간은 11시가 다 되어가지
버스는 노선 애매한데 그마저도 다 운행종료 뜨지
길 잘못 들어서 기숙사랑 반대방향으로 갔지
그렇다고 택시 부르자니 아까운 거리지
그래서 왔을 때처럼 걸어서 돌아갔음
지름길이 있긴 한데

대학 캠퍼스 내부라고는 믿기 힘든 이쪽 경로는 가로등도 별로 없는 것 같고 길 잃기도 쉬워보여서 포기하고 큰길로 걸어감
그리고 큰길로 걷다보니 기습순애목격함
자전거 끌고 가며 다리 아프다고 칭얼대는 여친을 위로해주는 남자를 보았지

결국 난 11시 반이 되어서야 기숙사에 돌아옴
목도 나가고 발바닥도 아프고 정말 예전에 하루종일 걸었던 그 때처럼 지쳤음
근데 목 나간 건 내가 계산을 잘못한 거라서 더 심했는데
처음에 이세돌 락다운 불러보고 싶어서 간 거라서 그걸로 시작을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자꾸 아쉬워서 3번 더 부름)
아직은 버겁네 하면서 바로 지르는 노래를 골라버리니 불과 30분만에 목에 무리가 가버림
그 상태로 2시간 반을 더 불러버리니 목이 버틸리가 있나

어쨌든 노래방도 가고 지인이 추천해준 맛집도 가고(양꼬치집인데 덮밥이 가성비 좋대서 갔더니 확실히 가성비도 좋고 맛도 괜찮더라) 중간중간 순애도 보고 퇴근 후 여가시간으로는 최고였음
아 근데 노래방에서 늦게 나와서 미처 빨래 못 돌린 탓에 오늘 6시부터 빨래 돌린다고 잠을 덜 자서 피곤하다
오늘 사고 안 치고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되네